[시니어 영양돌봄포럼①] 고령자 식생활 인식 전환 어디서 오는가?...‘떠 먹여 줄 것인가?’ ‘스스로 먹을 것인가?’

김남기 기자
  • 입력 2021.06.29 13:15
  • 수정 2021.07.05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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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커뮤니티케어와 영양돌봄 심포지엄 발표자, 패널, 국회의원 전혜숙, 광진구청장 김선갑 등. 촬영=김남기 기자)

[이모작뉴스 김남기 기자] 고령화 사회에서 필요한 주거와 의료에 대한 논의와 지원 정책들은 그동안 많이 다뤄졌다. 하지만, 정작 건강한 삶의 가장 기본적인 요소인 먹는 것에 대한 관심과 정책들의 부재가 많이 아쉬운 상황이다. 

최근 고령자의 영양관리와 삼킴 장애를 겪는 치매환자의 존엄성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커뮤니티케어와 영양돌봄 심포지엄>이 과학기술정책연구원과 사회적기업(주)복지유니온 주최로 6월 21일 열렸다.

심포지엄에서는 생존과 삶의 기본인 식사돌봄의 필요성과 국내외 사례를 점검하고, 이를 돌봄시스템 전환으로 이뤄내기 위한 방안이 논의됐다. 각 섹션별 내용과 패널 토론을 정리해 연재하고자 한다.

연재 순서 ▲제1발제 ‘왜 우리는 돌봄에서의 식생활 전환을 이야기하는가’ (성지은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제2발제 ‘독일의 고령자 커뮤니티케어와 식생활 관리’ (황은미 한국고령친화식품연구소 소장) ▲제3발제 ‘일본의 고령자 커뮤니티 케어와 식생활 관리’ (김연정 고령자신식생활연구회장)▲제4발제 ‘ICT Tool을 활용한 플랫폼 기반의 영양돌봄 식사 및 급여 서비스 모델 개발’ (장성오 사회적기업(주)복지유니온 대표) ▲패널토론 ‘지속가능한 돌봄 전환을 위한 고령자 영양 돌봄의 전략과 과제’

‘왜 우리는 돌봄에서의 식생활 전환을 이야기하는가’ (성지은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커뮤니티케어와 영양돌봄 심포지엄, 성지은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촬영=김남기 기자)

현재 초고령사회는 큰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일본에서는 초고령사회를 위기이자 기회로 삼아서 다양한 실험을 하고 있다. 일본은 고령화 사회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가마쿠라, 오무타 등 초고령 지역을 중심으로 다양한 정책과 기술을 실험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기존의 치료중심의 돌봄에서 예방과 커뮤니티 중심의 돌봄의 전환이 필요하다.

특히 먹는 문제는 생존과 직결돼 있지만, 국내 노인 6명 중에 1명이 영양섭취 부족을 겪고 있다. 따라서 의료비는 폭증하고, 고령자의 건강한 삶은 후퇴하고 있다. 먹는 문제는 인간존엄, 생존, 기본권의 문제이다. 이런 국내 상황에 비추어 선진 외국의 고령자를 위한 영양돌봄의 사례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예를 들어 삼킴이 어려운 치매 어르신들은 당연히 콧줄로 식사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앞으로 소개 할 외국사례에서는 콧줄로 식사하는 경우는 없다. 노인들이 안전하게 먹을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삼킴 장애가 있는 어르신을 위한 연하식 등의 식품개발과 보급을 서둘러야 한다.

‘떠 먹여 줄 것인가?’ ‘스스로 먹을 것인가?’

(성남고령친화고령친화체험관 전시 고령자친화 수저용품. 촬영=김남기 기자)
(성남고령친화체험관 전시된 고령자친화 수저용품. 촬영=김남기 기자)

그 동안에 우리 과학 기술은 의료적 관점에서 어떻게 하면 어르신들에게 ‘잘 떠 먹여 줄 것인가?’만 고민해 왔다.

어르신들의 니즈조사에서는 ‘스스로 음식을 먹고 싶어 한다’고 했다. ‘떠 먹여주는 도움’은 좋아 하지 않는다.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 어느 누구도 기저귀를 원하지 않는다. ‘자기 발로 화장실 가는 게 소망’이다. 이렇게 어르신들은 그동안 수동적으로 돌봄을 받는 대상일 뿐이었다.

선진 고령사회에서는 음식을 통해 다양한 교류를 한다. 새로운 만남. 배움, 취미생활, 나눔 봉사활동 등을 한다. 우리나라도 재가 케어, 노노케어 등 서로 돌보는 관계망과 돌봄 공동체 구축이 필요하다.

어르신은 돌봄의 대상이며, 주체이다

어르신휠체어 제품체험
(성남고령친화체험관 어르신 휠체어 제품체험. 촬영=김남기 기자)

제품개발자가 돌봄제품을 만들면, 어르신들은 당연히 받아들여야 된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 실제로 어르신들의 니즈는 반영되지 않는다. 어르신을 위한 지팡이에는 많은 기술을 접목시키고 있지만, 많은 어르신들은 지팡이를 원하지 않는다.

과거에 실험실은 과학자가 만드는 공간이었다. 이제는 우리가 살고 있는 이 공간이, 바로 실험실이여야 한다. 요양원, 장애인학교, 돌봄센터, 치매센터가 바로 실험실이다. 이 실험실에는 과학자와 마케터와, 디자이너, 의사 등이 함께 모여, 어르신들을 위한 제품을 개발해야 하는 것이다. 이런 실험실의 변화는 돌봄의 패러다임 전반을 바꾸게 한다.

시니어 리빙랩은 ‘시니어가 산업과 R&D의 주체’라는 것이다. 연구자가 개발한 시니어 제품의 대부분은 실패를 하고 있다. 시니어가 참여한 제품개발이 성공 가능성을 높게 한다. 시니어 제품 개발의 성공여부는 ‘어떻게 시니어가 주체적으로 참여하는가?’에 따라 결정된다.

과기부 내에서도 ‘사회문제해결형’사업에 리빙랩이 들어가 있다. 과학기술은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 중에 하나라는 인식으로 바뀌고 있다. 또한 사회혁신활동들이 과학기술을 만나면 그 활동들이 고도화 할 수 있는 것이다.

돌봄 해외 사례

# 벨기에 LiCaLab (Living and Care Lab)

(삼킴 장애, 영양장애 극복 식품 '탑쉐이크'. 사진=성지은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제공)

벨기에의 리카랩은 고령자들의 건강문제 해결을 위한 헬스케어 리빙랩이다. 어르신들의 영양돌봄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기업들이 헬스 및 복지분야에 실험 및 검증을 거친 플랫폼 운영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특히 벨기에의 ‘탑쉐이크’식품은 치매, 파킨슨 환자들의 삼킴 장애, 영양장애를 극복하기 위해 만든 아침식사 대용식품이다. ‘탑쉐이크’는 12개 요양시설에서 치매환자 80명을 대상으로 쉐이크의 질감, 묽기 정도 등을 조사를 토대로 제품을 개발했다. 결과는 환자들이 탑쉐이크를 섭취 후 약 10%의 영양섭취가 증가했다. 또한 기침, 구토 등이 감소하고, 삼킴장애의 안전성도 향상됐다. 또한 아침식사시간 감소로 돌봄인력의 노동 강도도 감소했다.

‘탑쉐이크’는 뇌졸중, 파킨슨병 등 환자들의 식품으로 확대하면서, 헬스케어 시장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 유럽과 아시아 등에 수출되고 있다.

# 네덜란드 Vitalis Peppelrode 케어센터

(Vitalis Peppelrode 케어센터 돌봄사례. 사진=사진=성지은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제공)

네덜란드 Vitalis Peppelrode 케어센터는 행복하게 늙고, 스스로 간호하는 치매돌봄센터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 이 센터는 노인의학, 심리 대화요법, 영양학, 음악요법, 작업요법, 물리치료 등 각 분야 전문가와 협업을 하고 있다.

모든 시설과 서비스가 수요의 주체인 환자 중심으로 설계돼 있어, 치매센터를 자기 집처럼 느낄 수 있도록 좋아하는 사진과 가구가 배치돼 있다. 또한 환자 방문마다 특색있는 그림이 그려져 있고, 방문을 열면 환자의 가장 익숙한 환경이 펼쳐진다. 또한 음악과 냄새, 촉감활동을 위해 여성들을 위한 재봉틀, 남성을 위한 목공 작업도구들 그리고 선선한 바람에 날리는 빨래가 걸려있다. 심지어는 어르신들 머리를 감겨 주더라도 익숙한 샴푸나 비누, 빨래에도 평소 사용하던 세제를 쓴다. 집에 있는 듯한 편안함을 위한 조치들이다. 여가 생활을 위해 미술사 강의, 소크라테스 카페, 콘서트 등 예술과 문화 활동을 촉진하고 있다. 마사지사가 일주일에 한번 익숙한 오일을 통해 전신을 만져 주고, 식사시간에는 요리를 도움을 받아 만들며, 음식을 통한 교류 및 일상생활의 독립성을 갖게 한다.

향후 정책과제

해외사례에서 보듯 고령사회에 연착륙하기 위해서는 국내 돌봄정책의 전환이 필요한 시기이다.

다양한 정책·기술·서비스 실험의 장으로서 지역사회 및 커뮤니티 필요

고령자 스마트 영양돌봄 사업은 ICT 및 AI 기술을 활용한 식생활 진단 및 수요자 맞춤형 기술·서비스 개발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먼저 노인에 대한 수요·행태·인식 조사·분석이 필요하다. 이 자료를 바탕으로 현장에서 실무적으로 적용하기 위해 지역·마을, 요양원·체험관, 돌봄센터 등의 플랫폼이 필요하다. 이 플랫폼 안에서 지역 현장 활동가, 복지·사회 서비스 전달 주체, 기업, 연구개발자 간의 상시적인 만남의 장이 필요하다.

돌봄 대상이자 주체로서 노인의 역할 확대 및 조직화

노인들도 당사자, 수요자, 사용자, 소비자로서 관련 이슈를 이해하고 의견을 제시할 수 있도록 역량을 확대해야 한다. 이를 위해 커뮤니티케어, 방문요양 및 배달 서비스 등을 담당할 사회적협동조합, 복지 및 자원봉사단체 등으로 조직화가 필요하다. 고령자식생활코디 교육·양성을 통한 50+ 신규 일자리를 기대할 수 있다.

"우리는 어르신들이 진정 뭘 원하는지 모르고 있습니다.
그들도 사랑받고 사랑하기를 원하고,
죽음을 두려워하고,

육체와 정신적으로 연약하지만,
자존심있고 존경받아 마땅한 귀한 분들입니다."
- 성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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