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재훈의 지구를 걷다 58] 천년 붓다왕국 미얀마11_바간 왕국에서 식목일을 맞다

윤재훈 기자
  • 입력 2021.06.30 14:18
  • 수정 2021.08.10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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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인의 바간 왕국에서 식목일을 맞다

나 하나 이 산에 나무를 심는다고
무에 그리 달라질 거냐고
말하지 말아라
나도 심고, 너도 심고
우리가 심는다면
이 지구가 푸르게 피어날 것
아니냐!

-「나 하나 이 지구에」, 윤재훈

 

(바간 왕국에서. 촬영 윤재훈)
(바간 왕국에서. 촬영 윤재훈)

[이모작뉴스 윤재훈 기자] 아침에 눈을 뜨자 시 한 편이 나에게로 왔다. 정서를 하고 나서 달력을 보니 오늘이 식목일이다. 참 이상한 일이다. 식목일인 줄도 몰랐는데, 잠재의식 속에 그것이 저장되어 있었을까? 그래서 아침에 떠올랐을까, 예술가의 영감이란 모를 일이다. 신들의 왕국인 이 바간 왕국에 오니 더욱 신기(神氣)가 일어나는 줄도 모르겠다.

나 하나 이 산에 나무를 심는다고
무에 그리 달라질 거냐고
말하지 말아라
나도 심고, 너도 심고
우리가 심는다면
이 지구가 푸르게 피어날 것
아니냐!


나 하나 이 지구에
일회용품을 덜 쓴다고
무에 그리 달라질 거냐고
항변하지 말아라
너도 줄이고, 나도 줄이고
우리가 줄인다면
북극곰의 입으로 들어가던
비닐이 양이 조금 줄어들 것
아니냐!


물개의 목을 감아
숨통을 조이던 노란 나일론끈이,
폐기물들이 조금은 줄어들 것
아니냐!


나 하나 이 지구에
세제를 조금 덜 쓴다고
정말 무에 그리 달라질 거냐고
큰소리치지 말아라
나도 덜 쓰고, 너도 덜 쓰고
우리가 조금만 덜 쓴다면


지구의 물들도
자정 능력이 살아나
또르륵, 또르륵, 푸른 소리를 내며
스스로 유쾌하게 흘러갈 것 아니냐!

-「나 하나 이 지구에」, 윤재훈

 

(망월사에서. 촬영 윤재훈)
(망월사에서. 촬영 윤재훈)

 

얼마 전에 놀라운 다큐멘타리를 본 적이 있다. 우리 국민들이 "<모두 베기, 완전 벌목>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을까?" 우리나라의 산림청에서는 이런 시책을 시행하고 있다.

우리 민족은 동족상잔이라는 전쟁을 겪은 불행한 민족사가 있다. 현 미얀마 ‘군부 쿠데타’가 같이 오버랩되어 오기도 한다. 그 후 세계인이 부러워하는 우리의 금수강산은 초토화가 되어, 풀 한 포기 보기 힘든 국토가 되었고, 급기야 나무 심기 운동이 따로 전개되었다. 얼마나 불모지가 되었으면 식목일(植木日)이라는 날을 따로 정해 모든 국민과 학생들까지 동원하여 가열차게 나무를 심었을까.

그런 국민의 노력 덕분에 우리 강산은 점점 푸르게 되어, 1987년 ‘녹화사업’은 완료되고, 더이상 나무 심을 땅이 없어졌다고 한다. 그러나 산림청의 존재 이유는 다시 나무를 심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힌 듯하다. 그래서 기존의 오래된 나무들을 베어내고, 그 자리에 다시 어린 나무를 심은 국고 낭비밖에 생각해 내지 못하는, 단세포 동물이 되어 버렸는 모양이다. 

“당장에 나무를 베어낼 것이 아니라,

미래의 숲을 볼 줄 알아야 한다.”

(벌목현장. 사진=뉴시스 제공)

방송국의 카메라가 헬기를 타고 돌아본 강원도 산하, 그런데 이게 어찌된 일인가? 마치 전기 면도기가 지나간 스님의 머리처럼, 축구장 100개 이상이 되는 넓은 산이 잔목 하나 볼 수 없게 변해가고 있었다. 끝없이 무성하게 일렁대며 산등성이를 넘어가던 나무들이 단 한 그루도 볼 수가 없었다. 이 무슨 황당한 일인가, 커다란 병충해나, 인재(人災)가 있는 줄 알았다.

그런데 이것이 “모두 베기”라고 한다. 그리고 이 황당한 지침을 각 지자체에 내려보낸 것은 다름 아닌 산림청이라고 한다. 즉 일 년에 일정량의 나무를 심으라고 할당량을 내린다는 것이다. 그런데 각 지자체에서는 더 이상 나무를 심을 곳이 없으니, 멀쩡하게 3, 40년이 되어가는 나무들을 베어내고, 그 자리에 어린 나무을 심는다고 한다. 카메라 앞에서 태연하게 그것을 설명하는 산림청 관계자의 얼굴이 가증스럽기까지 하다.

”이 모두 베기 방식이

지금의 우리 현실에서는 불가피한 방식이다.“

-산림청 산림산업 정책국장 이미라

여기에 목재상인들이 재선충을 빙자해 나무를 잘라야 한다고, 산주들을 부추기기까지 하는 모양이다.

“사유림은 본인이 원하면 벌채를 할 수 있고 사유재산이잖아요. 그래서 벌채 허가를 해드린다. 여기에 산림청은 일선 시, 군이나 각 지방 산림 지방청에 조림물량을 배분하고, 실적을 채우지 못하면 페널티를 주고 점수로 환산한다. 심지어 시, 군 평가나 아니면 기관 평가을 할 때, 그것을 활용해서 점수 포인트를 매긴다”

그래서 저희는‘벌채를 위한 벌채, 조림을 위한 벌채’을 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사실상.“

 -지자체 주무관의 하소연

(숲속의 향연, 촬영 이미숙)
(숲속의 향연, 촬영 이미숙)

 

국민의 세금으로 이런 불합리하고 비이성적인 짓을 하고 있다니. 거기에 산은 30센티 정도의 표피층에 대부분의 탄소를 머금고 있는데, 중장비 등을 동원해서 나무를 베고 옮겨오면, 그 탄소들이 다시 땅 위로 튀어나와 공기 오염을 현저하게 시킨다. 또한 나무는 나이테의 수량만큼 탄소를 머금는데, 어린 묘목은 그만큼 그런 자정능력이 떨어진다.

"그런데 산림청은 30억 그루의 나무를 베어내고,

거기에 어린 묘목을 30억 그루 심는다는 비이성적인 짓을 하고 있다.

국민의 혈세를 쓸 곳이 없어서 인가 보다.

더욱 황당한 것은 이 <재조림 보조금>의 90%를 산림청에서 지원해 준다.

(국민 혈세로 온 산의 나무를 베어내는 산림청의 만행. )

 

그러니 주위의 눈치를 좀 보는 젊은 산주들에 비해, 나이든 산주들은 주위에 시선 아랑곳없이 나무를 베어낸다. 그러나 이런 나무들도 별 용도가 없어 대부분 잡목으로 사용되고 있는데, 가격도 별로 높지 않다. 그러나 산주들은 조그만 이득이라도 채울 수 있고, 또 산림청에서 대부분 지원을 다 해주니, 꿩 먹고 알 먹는 셈이다.

여기에 더욱 문제되는 것은 나무를 베어낸 후 물난리와 산사태가 난다는 것이다. 산 아래 살던 무고한 사람들은 비가 오면 물폭탄 걱정과, 국민들이 죽어 나가고 있다. 정말 초등학교 아이들이 생각해도 기가 막힐 노릇인데, 국가기관인 산림청이 주도하고 있다.

(벌목되는 제주 비자림로 삼나무. 사진=뉴시스 제공)

정부는 또 무슨 생각으로 이런 나쁜 정책들이 이렇게 오래도록 지속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산림청 관계자의 비이성적인 말들만, 그들의 ‘산림에 대한 안목과 ,비전문가적인 시각’을 잘 보여준다.

자연림이 결국은, 인공림을 이긴다.

- 윤여창 교수

다행히 산림에 높은 안목을 가지고 경영하고 있는 산주들도 있다. 아버지 대부터 2대를 이어 나무를 심고 가꾸어 온 ‘산림 경영가 이충일,’ 같은 산주들이다. 이충일씨는 잘 보존된 나무일수록 그 가치와 산소 저장량이 높다며, 나무를 베어내기보다 잘 보존하고 속아내기를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산림은, 미래의 공공의 자산이기 때문이라고

(한라산. 촬영 이미숙)
(한라산 비경. 촬영 이미숙)

이제 세계는 미증유의 코로나 사태로 더딘 걸음이나마 변화를 보이려고 하고 있다. 나라마다 온실가스를 감축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우리나라도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감축하겠다고 세계인과 약속을 했다. 그리고 그것은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세계사적 현실이다. 그러므로 지금 서두르지 않으면 그 약속은 지킬 수가 없다.

여기에는 환경 오염의 최대 주범 중 하나인 ‘석탄 발전소’를 하루빨리 없애버려야 한다. 그런데 지금도 우리나라에 짓고 있으며, 해외 수주까지 따내어, 세계인들로부터 손가락질까지 받고있는 현실이 안타깝다.

산림청의 '탄소 중립계획’은 많은 비판을 받고 있으며,
산림 생태계를 파괴하는 대규모 벌목사업에 지나지 않는다.

                                                            - 환경 운동연합

 

(바간 왕국 가는 길. 촬영 윤재훈)
(바간 왕국 가는 길. 촬영 윤재훈)

늦은 아점을 먹고 거리에 나섰다. 뙈약볕 아래에서도 제법 사람들이 많다. 바간 왕국에서도 냥우는 여행자들의 베이스캠프라고 할 수 있다. 바간 안에서 숙소와 먹을만한 식당들은 다 이곳에 있다. 재래시장을 비롯한 소박한 인프라들도 몰려있다.

바간의 최대 사원 중에 한 곳인 쉐지곤 황금 대탑도 바로 인근에 있으며, 오토바이를 빌리거나 마차를 타고 갈 때도, 이곳에서 시작하면 좋다.

(부 파야 파고다. 촬영=윤재훈기자)

<부(Bu) 파야 파고다(Bupaya Pagoda)>로 발걸음을 옮긴다. 세계에서 네 번째로 긴 강으로 장장 2, 200km에 이르는 미얀마의 최대 상업 수로, 이라와디 가장자리에 인접해 있는 사원으로 거대한 덤불 속에 지어졌었다고 한다. 규모는 그리 크지 않지만 강이 잘 내려다보인다. 일몰을 보기 위해서인지 사람들이 제법 많다. 강바람이 시원하고, 발 아래 손님을 기다리는 보트들만 한가롭게 정박해있다.

서기 168년부터 243년까지 75년 동안 다스렸던 제3대 바간왕 ‘피우사우시’에 의해 세워졌다고 하니, 그 세월을 가히 짐작하기도 어렵다. 강둑에 박과 같은 위험한 식물들이 많아, 그것을 없애기 위해 지어졌다는 설도 있다.

옛 우리의 바닷가 마을 커다란 나무에 걸려있던 ‘달비’나, 현대의 등대처럼 이정표 역할도 겸했다는 이야기가 전설처럼 떠돈다. 바간에 세워진 수많은 탑 중에 가장 주목할만한 탑이라고 한다.

(입구에 세워진 사자상. 촬영=윤재훈기자)

1975년 지진 때 탑신이 강바닥에 떨어져 이후 다시 만들었으며, 인도 초기 불탑의 특징을 잘 간직하고 있다. 탑은 박이나 호박 모양으로 되어있는데, 버마어로 ‘부’는 ‘호박pumpkin’ 또는 ‘조롱박gourd’를 뜻하는 말로, ‘탑paya’에 사용된다. 그래서 '호박 사원'이라는 애칭도 가지고 있다.

탑 안에는 붓다의 성물이 보관되어 있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속이 빈 철근 콘크리트 구조물로 도금되어 있다. 하지만 이라와디 강변의 햇빛을 받아 황금빛으로 빛나는 종 모양의 탑은, 현지인과 순례자의 마음을 숙연하게 한다. 가히 바간의 랜드마크로 자리매김 되어있는 듯하다.

(저무는 이라와디 강. 촬영 윤재훈)
(이라와디 강가. 촬영=윤재훈기자)

이라와디 강가로 일몰이 내려앉는다. 오랜 시간 바간 왕국을 헤매었다. 천 불 천 탑이 꿈결 같다.

“태어남이 무엇이고,
스러짐이 또한, 무엇인가?

가히 한 조각 구름이 생겨남이요
바람이 불어 흩어지니,
그 흔적조차 찾을 길 없다.“

탑 속에서 바간인은 태어나고, 그 탑 뒤로 해가 지는 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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