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자도 쉽게 서울시 민원관련 앱·웹 이용한다

윤철순 기자
  • 입력 2021.07.01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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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디지털재단, 디지털접근성 향상 위한 앱·웹제작 가이드라인 제시
글자 크기 커지고 영상 속 말하는 속도도 천천히 발음하도록 권고

[이모작뉴스 윤철순 기자] “핸드폰 전화 오는 소리가 안들려..” 최근 주민센터에서 우연히 만난 70대 초중반 어르신이 핸드폰 벨소리가 무음으로 바뀌는 바람에 걸려오는 전화를 받지 못하겠다며 기자에게 도움을 청해왔다.

간단한 조작만으로 벨소리가 다시 울리는 것을 확인한 어르신은 “이렇게 쉬운 걸..”이라며 혼잣말하듯 중얼거렸다. 그의 얼굴 표정을 통해 기쁨과 자괴감을 동시에 볼 수 있었다.

코로나19 등으로 부각된 비대면 정보화 능력이 삶의 필수요건이 되면서 정보소외계층의 디지털 격차는 더욱 심화되고 있다. 특히 고령층의 디지털정보화 수준은 현실적으로 가장 낮은 상태다.

(지난달 2일 서울 양천구 목3동 주민센터에 설치된 키오스크 체험존에서 관계자들이 어르신들에게 키오스크 활용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제공)
(지난달 2일 서울 양천구 목3동 주민센터에 설치된 키오스크 체험존에서 관계자들이 어르신들에게 키오스크 활용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제공)

❚ 고령층 디지털정보화 수준, 2030 대비 절반가량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의 ‘디지털정보격차 실태조사(2019)’에 따르면, 일반 국민의 디지털정보화 수준을 100%로 가정할 경우 고령층(64.3%)은 정보취약계층 전체 평균(69.9%)보다도 낮게 나타났다. 2030세대는 120% 이상이다.

또 웹 접근성 실태조사(2019)의 무인정보단말기(키오스크) 디지털접근성은 수도권의 키오스크 800대를 조사한 결과, 정보취약계층 접근 수준이 59.8점이다. 음식점이나 카페, 패스트푸드 이용수준이 50.5점으로 가장 낮았다.

지난해 6월 정보통신전략위원회는 디지털 포용이 정보취약계층의 디지털접근성을 높이는 차원을 넘어 국민 모두가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디지털환경의 전반적인 정비를 위한 ‘디지털 포용 추진계획’을 의결했었다.

특히 고령층이나 장애인 같은 정보취약계층의 디지털소외는 직접적인 피해로 연결되기 때문에 개선책이 시급하다. 디지털 접근성이 단순한 정보의 격차를 넘어 인권과 생명·삶의 질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현재 고령층 등의 디지털역량 제고를 위해 주민센터나 복지관 등 주거지 인근 생활 SOC를 활용한 ‘디지털배움터’를 운영하는 등 격차해소를 위해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운영 중에 있다.

그러나 모든 디지털 콘텐츠의 접근성에 대한 공공성을 갖추고, 다수의 사용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통합적 지침과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정보소외계층이 근본적으로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

지능정보사회로의 전환에 따른 디지털기기·정보 활용 고충에 대한 고령층의 호소는 날로 증가하고 있다. 관련 웹·앱의 개발인력은 물론, 사용 기반까지 ‘젊은층’에 맞춰 진행되다보니 당분간 이런 얘기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 서울디지털재단의 ‘디지털접근성 표준’, 고령층에 도움 클 듯

이런 가운데, 서울시가 주요 민원서비스 관련 웹·앱을 고령 친화적 인터페이스 환경으로 개선하기 위한 작업에 돌입했다. 서울디지털재단(이원목 이사장 직무대행)이 고령층의 디지털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표준안’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출처=서울디지털재단)
(출처=서울디지털재단)

서울디지털재단은 고령층의 디지털접근성 향상을 위해 지난 3월 ‘디지털접근성 표준’을 개발했다. 표준에 따르면 모바일 앱·웹의 글자 크기는 14포인트 이상, 복잡한 형태의 글꼴 사용 자제와 이해하기 쉬운 보편적 용어를 사용해야 한다.

또 영상 콘텐츠 자막은 첫 글자가 화면에서 사라지기까지 5초 이상 머무르도록 해 읽을 시간을 충분히 확보해야 하고, 영상 속 화자의 말하는 속도도 초당 4음절가량으로 천천히 발음해야 한다는 등의 내용으로 구성돼 있다.

재단은 오는 8월까지 ‘시립용산노인종합복지관’ 홈페이지에 이 표준을 시범 적용하고, 점차 범위를 넓혀 고령층이 많이 이용하는 주요 민원서비스로 확대할 예정이다. 하반기 중으로 ‘키오스크’ 분야 표준안도 추가 개발할 계획이다.

서울디지털재단 정책연구팀의 강민정 선임연구원은 “고령층의 경우 영상콘텐츠 등을 통한 정보습득과 활용률이 높다”면서 “고령층의 신체·인지적 특성을 고려한 콘텐츠 기획과 개발 지침 가이드라인은 필수 요소”라고 주장한다.

강 연구원은 “서울시를 포함한 공공기관에서 고령층이 사용 대상에 포함되는 모바일 웹·앱 및 영상콘텐츠 기획, 개발 시 사업 발주자와 개발자, 운영자가 관련 표준지침을 준수해 제작할 수 있도록 권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출처=서울디지털재단)
(출처=서울디지털재단)

표준안은 고령층의 특성별 △10대 지침 △적용방법 △적용사례 등으로 구성돼 있다. 10대 지침엔 콘텐츠 설계 시 준수해야 하는 가독성과 조작성, 이해성, 편의성 및 심미성 등의 요소가 반영됐다.

❚ 초고령사회 대비 ‘디지털에이징’ 반드시 필요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전체 인구의 15.7%로 한국은 현재 고령사회에 진입한 상태다. 오는 2025년이면 20.3%에 이르러 초고령사회에 이를 전망이다.

인구구조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65세 이상 시니어들은 이미 국내 소비시장의 새로운 주축을 이루며 주목받고 있다. 이들이 고령층으로 진입하면서 경제활동인구와 생산가능인구 등에서도 큰 변화가 일고 있다.

아날로그와 디지털시대를 동시에 경험한 이 세대들은 사회적 자본으로서도 큰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때문에 디지털접근성 문제도 이들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

고령인구 증가와 ICT발전은 디지털전환 추세와 맞물리며 연령별 정보화 격차를 점점 더 벌리는 중이다. 디지털 불평등은 경제 사회 문화 등 또 다른 불평등을 초래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디지털접근성에 대한 표준은 인구구조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고령층의 지속적인 경제·사회활동 촉진 및 ‘디지털에이징(정보통신기술(ICT)을 잘 사용하며 건강하게 나이 드는 것)’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강 연구원은 표준안 개발과 관련, “사용자경험(UX)과 사용자인터페이스(UI), 디자인, 퍼블리싱, 개발 등 구현 과정에서 본 표준의 지침에 부합하는지 여부를 전문가 또는 고령층 사용자 의견서를 받아 평가하거나 발주자, 제작자, 관리자가 참조할 수 있도록 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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