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 영양돌봄포럼③] "수다 떨며, 도시락 까먹는 즐거움"...일본 고령자 커뮤니티케어와 식생활 관리

김남기 기자
  • 입력 2021.07.08 18:36
  • 수정 2023.11.07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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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어르신들이 지역 동년배들과 도시락을 함께 먹는 자리' 가 있다. 집안에 있던 어르신들이 문 밖으로 나와, 서로 안부를 묻고 얘기를 나누며, 외로움을 달래며, 건강한 노년을 스스로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이모작뉴스 김남기 기자] 세계의 고령화는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가장 먼저 일본이 초고령사회로 진입했다. 일본의 65세 이상 인구가 70년대 7%, 1994년도가 14%로 고령사회로 진입하고, 2007년도에는 20%로 초고령사회로 진입을 했다. 현재 일본의 고령 비율은 28% 이상으로 인구 3명 중에 1명이 고령자이다.

우리나라는 65세 이상 인구가 2018년에 14%로 고령사회로 진입을 했다. 일본에서 13년 걸렸던 초고령사회가, 우리는 7년 만인 2025년 초고령사회를 맞이하게 된 것이다.

(65세 총인구대비 비율. 자료=김연정 회장 제공)

제1회 고령자의 영양돌봄을 위한 심포지엄 세 번째 순서로 ‘일본의 고령자 커뮤니티 케어와 식생활 관리’사례를 통해 문제점과 해결 방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연재 순서 ▲제1발제 ‘왜 우리는 돌봄에서의 식생활 전환을 이야기하는가’ (성지은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제2발제 ‘독일의 고령자 커뮤니티케어와 식생활 관리’ (황은미 한국고령친화식품연구소 소장) 제3발제 ‘일본의 고령자 커뮤니티 케어와 식생활 관리’ (김연정 고령자신식생활연구회 회장) ▲제4발제 ‘ICT Tool을 활용한 플랫폼 기반의 영양돌봄 식사 및 급여 서비스 모델 개발’ (장성오 사회적기업(주)복지유니온 대표) ▲패널토론 ‘지속가능한 돌봄 전환을 위한 고령자 영양 돌봄의 전략과 과제’ 

일본의 고령자 커뮤니티 케어와 식생활 관리

(김연정 고령자신식생활연구회 회장. 촬영=김남기 기자)
(김연정 고령자신식생활연구회 회장. 촬영=김남기 기자)

일본 고령사회 제도의 변천사

1960년에 일본에서는 노인복지법이 시행되고, 고령화사회가 된 70년대 노인의료비 무료화가 시작됐다. 이후에 의료비 부담이나 고령자 인권이 이슈가 되면서 고령자의 영양공급이 중요시 됐다. 

고령사회로 진입한 1994년에는 고령자의 ‘씹고’, ‘삼킴’의 문제가 이슈화 되면서 후생노동성에서는 ‘고령자용 식품규격 기준’을 마련했다.

2000년에 개호보험(한국, 노인요양보험)제도가 시행됐고, 2003년도에는 의료비가 무료였으나, 급작스런 고령화에 따라, 일본은 식비를 자가 부담으로 개정했다. ‘일본개호식품협의회’에서는 개호식품(고령친화식품)의 통일규격인 ‘유니버셜 디자인 푸드 자주규격(UDF)’를 마련했다.

2007년에는 20%가 넘는 초고령사회가 되면서 후생노동성에서는 고령자용 식품기준을 세분화 하면서 ‘저작연하곤란자용식품규격’의 허가기준을 시행했다. 재택에 있는 어르신들이 증가하면서 농림수산성에서 ‘스마일케어’를 실시해 고령자의 세분화된 규격들을 통합된 기준으로 제시했다.

2018년도에는 재택 고령자의 건강 지원을 추진하는 ‘도시락사업 영양관리’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

고령자의 세분화를 통한 식사·영양·돌봄 가이드라인 마련

(일본 고령자의 신체변화 패턴. 자료=김연정 회장 제공)

고령자 세분화_#1 전기·후기 고령자

일본에서는 고령자를 전기(65세 이상)와 후기(75세 이상)로 나눈다. 전기 고령자에 비해 후기고령자는 소화기 계통의 이상으로 영양소와 식품 종류별 섭취량의 급격한 변화를 겪게 된다. 소화기계 변화 중에서 저작연하기능의 저하는 씹고, 삼키는 근육의 약화로 음식 섭취를 불편하게 만든다.

(소화기계 변화에 따른 영양섭취 변화. 자료=김연정 회장 제공)

고령자 세분화_#2 치아 보유 개수 감소 고령자

후생노동성 ‘2017년 국민건강 영양조사결과’에 따르면, ‘무엇이든 씹을 수 있는 사람’의 비율과 ‘20개 이상 치아를 보유’하는 비율은 60대 이상에서 크게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서 일본은 영양을 공급할 때 꼭 유념해야 할 고령자로 분류하고 있다.

고령자 세분화_#3 노약(Frailty)상태 고령자

노약(Frailty)상태는 ‘건강한 상태’와 ‘노화에 따른 신체기능이 떨어져 간호가 필요한 중간상태’를 말한다. 일본에서는 재택하는 어르신들의 신체기능의 노약 상태에 집중하고 있다. 노약의 기준은 체중감소, 피로감, 활동량감소, 신체기능 감소, 근력저하 등 5개 항목 중에 3 항목 이상이면 노약으로 진단하고 있다.

고령자 세분화_#4 의료기관 퇴원 후 재택 고령자

일본은 의료기관에서 퇴원 후 가정에서 병원에서 외래진료 받거나, 재택의료를 받는 비율이 65세 이상에서 76%, 75세 이상에서 69%로 나타났다. 또한 치매 고령자가 증가해, 전체 고령자의 4명중 1명이 치매환자이고, 독거노인과 부부노인 가구가 증가하고 있다. 

의료와 돌봄의 재택화가 증가되면서, 어르신들의 도시락서비스의 니즈가 증가하게 됐다. 따라서 일본의 도시락 시장이 1조에서 2조까지 급격히 증가했고, 가까운 미래에는 2.5조 정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시장규모의 확대에 따라 여러 단체와 기업은 식사관리 서비스와 커뮤니티케어를 연결해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일본의 식사·영양·돌봄 성공사례

지역 고령자를 위한 ‘식사서비스’...전국노인급식협력회 사례

(전국노인급식협력회 홈페이지 캡처)

일본의 ‘전국노인급식협력회’는 1985년도에 설립되어, 커뮤니티케어 공동체에 사는 지역 고령자를 위한 식생활 지원활동을 한다. 이 협회의 핵심가치는 어르신들이 오랫동안 지금 살고 있는 지역에서 안심하고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는 터전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협회의 주요 활동은 도시락 배달, 요리 교실, 함께 모여서 같이 식사하는 회식, 카페를 열어서 함께 대화할 수 있는 장을 만들고, 영양교육 등이다.

식사서비스는 크게 일주일에 한번 모여서 식사하는 ‘회식서비스’와 일주일에 두번 정도 배달하는 ‘배식서비스’를 하고 있다. 회식서비스는 지역사회와 교류를 촉진하는 모임 형식을 ‘회식’이라 표현한다. 함께 모여서 식사와 대화를 즐기는 것으로 식사를 통해 소통의 장을 만든다. 육아·고령자가 함께 어울리는 커뮤니티 카페 형태도 있다.

배식서비스는 도시락을 고령자의 집까지 배달해 가사부담을 덜어주고, 영양균형을 개선해 준다. 방문을 통한 대화나 안부확인이 함께 이뤄진다.

일본의 ‘식사서비스’의 효과는 ▲하루에 한 끼 식사라도 균형 잡힌 식사를 확보할 수 있어서 안정감을 가질 수 있다 ▲독거 생활에서 누군가가 말을 걸어 주는 안심감이 있다 ▲지역 공동체의 유대가 강해져 노인 보호나 지역 재난방지도 가능해 졌다. 등이다. 

이런 활동들이 모여서 일본 후생성에서는 “지역 고령자 등의 건강지원을 추진하는 도시락 사업의 영양관리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

도시락을 통한 지역고령자 건강지원...일본후생노동성

지역 고령자들의 건강지원을 추진하는 일본후생노동성 ‘배식사업의 영양관리 가이드라인’은 ‘사업자용’과 ‘이용자용’으로 나누어 영양관리 기본방향을 국가에서 지원하는 것이다. 이 가이드라인을 바탕으로 영양사·관련종사자와 사업자는 도시락 서비스의 보급에 적용한다.

도시락 사업자용 영양관리 가이드라인은 적절한 영양관리 가능한 체제로 상품관리를 위해 ▲식단 작성, 에너지, 단백질, 염분 등을 고려한 ‘영양소 조정식' 관리 ▲연하기능 저하 어르신들을 위한 페이스트, 소프트식, 기술활용 '물성조정식’을 취급 ▲사업 규모가 일정 이상 등의 경우 조리사 필수 ▲식품위생법 등 관계법령 및 대량조리시설 위생관리 매뉴얼 준수 등이다.

도시락 이용자의 상황을 파악하고 이용자에 맞는 식사제공을 위해 ▲이용자의 기본정보인 거주형태, 돌봄지원 형태, 일상생활 신체상태(스스로 식사나 화장실 갈수 있는지) ▲신체상황으로 신장, 체중, 주요 질환, 저작능력 ▲식사에 관한 상황, 식욕정도, 식사 횟수·양, 식품 알러지, 장보기, 조리현황 ▲사회참여, 식사인원 등의 상태를 확인한다.

(도시락 이용자 가이드라인=자료=김연정 회장 제공)

도시락 이용자 가이드라인을 살펴보면,

도시락 주문 시 ▲자신의 신체·건강·식사 상황확인 ▲식사 선택시 의문이 생기면 사업자에게 문의 ▲건강상 이유로 식사 선택에 불안한 경우 주치의나 치과의사와 상담 등이고,

도시락 이용 시 ▲딱딱해서 삼키기 어렵거나, 양이 많거나 적은 경우, 사업자와 의논 ▲몸 상태에 이상을 느꼈을 경우에는 신속히 주치의나 치과의사와 의논 ▲도시락은 요리의 조합, 양념, 양 등의 참고가 되니, 일상적인 식사에도 유용하게 활용 등이다.

고객과 소비자가 함께 만드는 도시락...일본영양사협회

일본의 배달 도시락의 개념은 단순하게 주문을 하고 섭취하는데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도시락을 선택하는 소비자와의 교감을 통해 지속적인 개선·관리를 한다. 일본영양사협회는 도시락업체와 소비자(고령자)간에 협업을 할 수 있는 항목들을 세밀하게 기록하고, 데이터베이스화해 도시락의 품질을 높이는데 노력을 하고 있다.

일본영양사협회는 영양사를 임상영양사와 관리영양사와 나누고 있다. 관리영양사는 지역커뮤니티 공간에서 도시락을 어르신께 나눠주고, 함께 식사하며, 건강에 대해 물어보고 대화를 한다. 어르신들의 식사에 대한 다양한 의견들을 경청하고, 기록해 데이터베이스화 한다.

관리영양사들의 활동들이 어르신들의 니즈에 맞는 도시락제공과 지역커뮤니티 공간에서 소통의 역할을 함께 하는 것이다.

(일본영양사협회 홍보영상. 일본 ‘식사서비스’ 현장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일본 돌봄현장의 ICT 도입

일본의 후생노동성은 돌봄현장에서 IT 기기를 도입해, 업무의 효율화와 이용자의 만족도를 높이고자 했다. 하지만, ICT의 도입초기에는 제도의 거부감, IT기기의 적응력, 기존의 업무관행 등의 문제점으로 인해 현장적용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지역 고령자의 건강지원형 식사서비스. 자료=김연정 회장 제공)

일본의 ‘식사서비스’의 핵심은 재택 어르신들이 ‘지역 동년배들과 함께 식사’를 하는 것이다. ‘함께하는 식사장소’는, 집안에 있던 어르신들이 문 밖으로 나와 서로 안부를 묻고 얘기를 나누며, 외로움을 달래며, 건강한 노년을 스스로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영양관리와 도시락사업자 그리고 지역 고령자가 함께 고령자 커뮤니티케어와 영양돌봄의 주체자로서 활동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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