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Review] 누구를 신뢰하고 무엇을 믿어야 할까? ...신간 '대중은 멍청한가?'

전부길 기자
  • 입력 2021.07.20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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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 Born Yesterday: The Science of Who We Trust and What We Believe

(대중은 멍청한가? 책표지. 사진=커넥팅 제공)

▲ 인간의 합리성에 대한 세계 최고 전문가 위고 메르시의 대단히 흥미로운 책이다(스티븐 핑커)
▲ 타인의 말을 어떻게 추론하는지 논리정연하게 풀어낸 책이다(레다 코스미데스)
▲ 독창적이고 도발적이고 읽기에도 재밌는 책이다(폴 블룸)
▲ 우리 눈을 크게 뜨게 해주는 책이다(글로리아 오리기) 

[이모작뉴스 전부길 기자] 우리는 정보의 홍수 속에 살고 있다. 매일 전세계 수 십 만이 넘는 매체에서 기사와 글을 쏟아내고, 수 만 권의 신간서적이 나온다. 전 세계 사람들이 모이는 영상 플랫폼 유튜브는 구독수를 높이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 수없이 많은 헛소리와 음모론이 돌아다니는 시기이다.

플라톤은 저서 《국가》에서 대중은 우매하기 때문에 능력이 뛰어나고, 오랜 교육을 받은 철인이 지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수많은 철학자, 사상가들이 역사 속에서 대중을 관찰한 결과 또한 대중은 우매하다는 암울한 결론을 내렸다. 몇 년 전 한국의 고위관리는 민중은 개돼지라는 발언을 하여 파문을 일으킨 적도 있다.

인류의 역사에서 대부분의 사상가가 객관적으로 관찰한 현상을 근거로, 시민은 선동적인 정치인을 고분고분 따르고, 군중은 피에 굶주린 지도자의 충동에 의해 광란에 빠지며, 민중은 카리스마를 지닌 지도자에 겁을 먹는다는 암울한 결론을 내렸다. 심지어 20세기 중반에는 심리학 실험을 통해 실험 참가자들이 맹목적으로 권위에 순종하고, 직접 눈으로 확인한 명백한 증거보다 집단 의견을 믿는다는 게 입증되며 이런 결론에 힘을 더해주었다.

이러한 통념에 대해 반기를 들고 나선 사람이 저자인 위고 메르시이다.

그는 “대중은 우매하다.”라는 통념에 반대한다. 인간은 귀로 듣는 것을 무작정 참말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다수가 그 주장을 인정하고, 권위가 있고 카리스마가 넘치는 인물이 지지하더라도 마찬가지다. 오히려 누구를 신뢰하고 무엇을 믿어야 하는지 알아내는 데 능수능란하다.

저자는 인간이 오히려 영향을 미치기 너무 어려운 존재라고 주장한다. 정치 선동가부터 광고 전문가까지, 또 설교자부터 선거 운동원까지, 일반 대중을 설득하려는 사람들은 거의 언제나 참담하게 실패했다.

중세 유럽의 농민들은 기독교 계율에 대한 완강한 저항으로 많은 신부들을 절망에 빠뜨렸다. 공약을 알리는 전단의 발송, 자동 녹음 전화 발신 등 많은 선거 전략이 대통령 선거에 미치는 순효과는 거의 제로에 수렴한다.

만능으로 추정되던 나치의 선전기구도 그 대상에게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했던지 독일인들조차 나치를 좋아하지 않았다. 대중은 우매하며, 생각없이 맹신한다는 주장과 정반대의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그렇다면 대중이 우매하다는 말은 왜 틀린 것일까? 이는 우리에게 내재된 열린 경계 기제(open vigilance mechanism)를 이해하지 않고선 풀 수 없는 수수께끼다. 수많은 심리학 실험은 우리가 새로운 정보를 습득하고, 통합할 수 있는 능력과 함께 이상하고 해로운 내용을 거르는 능력을 갖추고 있음을 주장한다. 또한 우리가 가끔 잘못된 의견을 받아들이는 이유도 경계 기제로 설명된다고 한다.

우리가 옳다고 생각하는 견해를 남들에게 알리고 싶어 할 뿐만 아니라, 허황된 주장을 공언하는 데는 많은 이유가 있다. 이처럼 직관에 가까운 의견부터 가당찮은 의견까지 잘못된 주장이 받아들여지는 이유를 이해하기 위해, 저자는 심리학적 근거를 통해 통념이 틀렸음을 주장하고 있다.

선동과 변설로 사람을 현혹하는 이상한 소리에 잠시 현혹될 순 있다. 우리가 경계 기제를 통해 필터링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지만, 가끔 경계 기제가 잘못 작동할 때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영원히 속일 수는 없다.’ 누구를 믿고 무엇을 신뢰할 것인지에 관한 인간의 놀라운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과학적인 근거와 냉철한 논리를 통해 대중은 결코 우매하지 않다는 주장을 제시하는 이 책은 우리를 지배해온 통념을 향해 독창적이고, 도발적인 도전장을 내미는 우리 시대 필독서가 될 만한 책이다.

저자인 위고 메르시에(Hugo Mercier)는 프랑스 장 니코드 연구소에서 최우등 성적으로 인지과학 박사학위를 받은 후 스위스, 미국 등지에서 박사후 과정을 마쳤다. 현재는 장 니코드 연구소에서 인지 과학자로 재직하고 있다. 그는 추론과 논증 그리고 인간이 전달받은 메시지를 어떻게 평가하는지에 관해 중점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역자인 강주헌은 한국외대에서 석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뛰어난 영어와 불어 번역으로 2003년 ‘올해의 출판인 특별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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