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반격] 아이부터 시니어까지 세대를 아우르는 협동조합 '문화비상구’

서성혁 기자
  • 입력 2021.07.21 17:58
  • 수정 2021.07.26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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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부터 시니어까지 세대를 아우르는]

협동조합 '문화비상구’

(카페 라운지의 전경. 촬영=서성혁 기자)
(카페 라운지의 전경. 촬영=서성혁 기자)
[이모작뉴스 서성혁 기자] “내가 젊었을 적엔 화려한 조명 아래 무대를 올라가곤 했는데, 나이가 드니 이제는 그럴 수가 없구나”

협동조합 문화비상구 대표 김리원은 “어머니가 나이가 들수록 자신이 ‘꽃이 졌다’며 줄곧 과거를 회상한다”고 했다.

이렇듯 대부분 신중년은 퇴직하면 앞으로의 삶을 고민한다. 인생2막을 찾기 전엔, 눈앞이 막막해 자신의 과거를 떠올리며 우울감을 느끼기도 한다.

이에 문화비상구는 신중년들의 화려했던 젊은 날이 나이가 들어서도 지속되기를 바라면서 다시 화려할 인생2막의 장 ‘시니어 문화공간’을 인천공항공사와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지원을 받아 만들었다.

(카페 라운지에는 지하로 가는 계단이 보인다. 지하에는 문화공간이 있다. 촬영=서성혁 기자)
(카페 라운지에는 지하로 가는 계단이 보인다. 지하에는 문화공간이 있다. 촬영=서성혁 기자)

협동조합 '문화비상구'가 인천공항공사와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지원을 받아 운영하는 라운지(Round.G) 커뮤니티센터의 1층에는 시니어 바리스타가 웃음과 정으로 내린 커피를 만드는 카페가 있고, 지하에는 시니어와 주민들을 위한 문화공간이 마련돼 있다. 이곳은 무대‧전시‧회의‧촬영 공간이 있어 대관을 요청하면 언제든 사용할 수 있다. 또한, 이 공간에서 시니어의 인생2막 지원과 협동조합 문화비상구는 ▲‘나도선생님’ 프로그램 ▲공유주방 ▲두잇(Do it)어워드를 진행했다.

“노익장은 죽지 않는다!”...‘나도선생님’ 프로그램

(건강팔찌&토피어리 공예 '나도선생님' 프로그램이다. 이때는 최xx씨(45세)가 일일강사를 했다. 사진=문화비상구 제공)
(건강팔찌&토피어리 공예 '나도선생님' 프로그램이다. 이때는 최xx씨(45세)가 일일강사를 했다. 사진=문화비상구 제공)

신중년은 살아오면서 개인마다 전문분야가 적어도 하나 이상은 생긴다. 그 지혜를 다른 사람들에게 나누는 프로그램을 카페 라운지의 지하 문화공간에서 진행했다. ‘나도선생님’ 프로그램은 신중년이 일일강사가 되어 지역에 있는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수업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일일강사는 누구나 강의를 개설해 진행할 수 있는데, 자신이 다른 사람에게 알려줄 지식이 필요하다. 수강생은 연령대 상관없이 관심이 있다면 참여할 수 있다. 관심사가 같은 강사와 수강생이 모이니, 세대를 넘어 소통이 이뤄지는 하나의 ‘동아리’가 만들어졌다.

일상에서 사용한 물품을 자기가 직접 재활용하고 싶다는 생각과 제로웨이스트를 꿈꾸던 차xx씨(56세)는 퇴직 후에 ‘나도선생님’ 프로그램을 통해 일일강사다 됐다. 자신이 경험했던 수많은 업사이클링 활동과 지식을 수강생에게 전파했다.

(서울노인복지센터에서 운영하던 시니어공방처럼 업사이클링 운동이 국내에서도 활발하다. 사진=서울시 제공)
(서울노인복지센터에서 운영하던 시니어공방처럼 업사이클링 운동이 국내에서도 활발하다. 사진=서울시 제공)

양말의 목부분은 재활용이 안 된다. 차xx씨는 강사가 돼 그 목부분을 갖고 모양을 다시 다듬어 색감이 아름다운 냄비받침을 만들고, 자동차나 집 열쇠에 거는 링으로 만들었다. 누구나 손쉽게 만들 수 있고, 업사이클로 환경까지 생각하는 프로그램으로 강사나 참여자들 모두 즐겁게 참여할 수 있었다.

신중년은 세상을 살아오면 쌓아온 자신만의 경험을 지혜와 지식으로써 전달한다. 수강생에게는 업사이클링 활동을 직접 체험함으로써, 잔소리처럼 들릴 수 있는 “재활용 잘해라”는 말이 전문가의 지식으로 전달됐다.

차xx씨는 “남에게 알려준다는 것 자체로 보람차다”며, “육십 평생 업사이클에 관해 생각만 하던 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알릴 기회가 생겨 좋았다”고 말했다. 그는 카페 라운지의 문화공간에서 일일강사가 돼 자신이 가진 꿈을 펼칠 수 있었다.

“오렌지맛, 사이다맛도 나고 좋은데, 우리 할매들은 셔”
입맛은 연령‧사람마다 다르다! 주민과 함께 만든, ‘공유주방’

(카페 라운지에서 개발한 석류 등이 들어간 스파클링 음료이다. 사전에 인근주민들에게 시음해보라고 권유하고 있는 장면이다. 사진=문화비상구 유튜브 캡쳐)
(카페 라운지에서 개발한 석류 등이 들어간 스파클링 음료이다. 사전에 인근주민 어르신들에게 시음해보라고 권유하고 있는 장면이다. 사진=문화비상구 유튜브 캡쳐)

협동조합 문화비상구에서는 지하공간 한쪽에 ‘공유주방’을 운영했다. 모든 세대가 즐길 메뉴를 만드는 것이 문화비상구와 라운지 바리스타들의 목표였다. 직원들만 의견을 나누는 것이 아닌, 연구하고 제품시음회를 열며, 직접 주민들의 소리를 들었다. 청년층은 좋아하지만, 어르신들은 어떤 맛을 느낄지 알기 위해 라운지 바리스타들은 음료를 밖으로 들고 나가 어르신들에게 선보였다. 음료를 마시며, 어르신들은 각각의 의견을 말했다. 그리고 의견을 반영해 재제작의 과정을 거쳤다.

('공유주방'의 일부. 이곳에서 바리스타들이 모여 음식을 만든 후, 밖으로 나가 주민시식기회의 과정을 거친다. 촬영=서성혁 기자)
('공유주방'의 일부. 이곳에서 바리스타들이 모여 음식을 만든 후, 밖으로 나가 주민시식기회의 과정을 거친다. 촬영=서성혁 기자)

문화비상구는 모두가 좋아할 메뉴를 만들기 위해 디저트‧음료 개발을 라운지 바리스타들과 함께 ‘공유주방’에서 진행한다. 시니어 바리스타는 자기만의 레시피로 쑥‧흑임자 등을 넣은 양갱과 케이크 등도 만들었다. 이외에도 카페의 특성상 음식점이나 가게처럼 진입하기가 쉬운 점을 이용해, 공유주방은 인근 주민에게 쿠키‧케이크 등 평소에 만들기 힘든 제과‧제빵도 만들 기회를 제공한다.

카페 라운지 바리스타들은 ‘공유주방’에서 음료‧디저트를 꾸준히 개발하며, 인근 주민이 맛있게 마실 수 있도록 고민했다. 바리스타와 지역주민들의 고민이 모여 만들어진 디저트가 카페 라운지의 메뉴로 오른다.

(티파니의아침, 오즈의마법사 등 스파클링이 들어간 메뉴와 시니어 바리스타가 직접 담근 청주로 만들 수박쥬스가 눈에 보인다. 촬영=서성혁 기자)
(티파니의아침, 오즈의마법사 등 스파클링이 들어간 메뉴와 시니어 바리스타가 직접 담근 청주로 만들 수박쥬스가 눈에 보인다. 촬영=서성혁 기자)

협동조합 문화비상구는 인천공항공사와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함께 퇴직 이후 신중년이 가진 경험과 지혜를 바탕으로 문화공간에서 꿈을 펼칠 기회도 제공했다. 문화비상구가 진행한 두잇(Do it)어워드는 ▲지역주민과의 소통 ▲배움의 장 형성을 목표로 신중년의 아이디어와 경험을 마음껏 드러내는 일종의 공모전 형태로 인천국제공항공사와 함께 진행됐다. 두잇어워드 공모에 당선되면, 지속적으로 사회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을 받는다.

신중년의 경험과 지식을 배우며 소통하는, 두잇어워드

# 하나. 한국전통무용으로 세대를 잇는 "춘하추동 무용단'
 “옛날에 춤추며 바빴을 때가 어쩜 그렇게 좋았는지”

(춘하추동 무용단은 시니어 무용단이다. 관람과 놀이의 기회를 제공한다. (좌) 김순임 씨, (우) 조성미 씨. 사진=문화비상구 제공)
(춘하추동 무용단은 시니어 무용단이다. 관람과 놀이의 기회를 제공한다. (좌) 김순임 씨, (우) 조성미 씨. 사진=문화비상구 제공)

춘하추동은 부채춤, 진도 북춤 등 아름다운 선이 매력적인 한국전통무용을 추는 무용단이다. 춘하추동 무용단은 무용 외에도 아이들을 위한 전래놀이‧다도예절교육 등 공연‧봉사활동을 진행했다. 무용단원들은 나이를 불문하고 아름다움을 널리 전파하고, 다양한 프로그램 진행을 통해 세대간 소통의 장을 마련하고자 했다.

그들은 세월이 흐르며 주름이 짙어지고, 모두 시니어가 되었다. 하지만, 김순임 씨는 코로나19로 무용단이 활동을 못 하게 되자 단대표를 찾아가 아쉬움을 토로했다. 조성미 단장은 우리도 나이가 들었지만,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는 것을 후배 무용단에게 알리고, 배움의 장을 열어주고자 문화비상구가 연 두잇어워드 공모에 신청했다.

# 둘. 한식조리 외길인생 20년 김민선씨
 
“다문화가정의 엄마들에게 한식 만드는 법을 알려주고 싶었어요”

(두잇어워드에 참여한 김민선씨. 사진=누리아이 유튜브 캡쳐)
(두잇어워드에 참여한 김민선씨. 사진=누리아이 유튜브 캡쳐)

결혼이주여성들은 대개 한식을, 만들지 못한다. 그런 여성들에게 한식을 쉽고 맛있게 만드는 법을 알려줬던 김민선 씨 역시 두잇어워드에 참여했다. 김민선 씨는 아남 인스트루먼트 조리원‧어린이집‧SK외식사업팀에서 근무해 한식에 대해 전반적으로 알고 있었다. 그는 퇴직 후, 다문화가정의 엄마들과 오랜 직장생활로 요리를 배우지 못한 40~60대에게 한식 만드는 법을 알리고자 두잇어워드에 참여했다.

이밖에도 ▲재봉으로 이웃과 공유하는 커뮤니티 ▲퇴직 이후 자신들의 이야기를 같은 퇴직자와 함께 소통하고 나누는 공간 ▲다양한 나라의 뜨개질을 배울 수 있는 교류공간 등 다양한 방식으로 협동조합 문화비상구는 카페 라운지에서 지역주민과 소통했다. 

(외에도 지하 문화공간에는 전시공간도 마련돼 있다. 사진=문화비상구 제공)
(지하 문화공간에는 전시공간도 마련돼 있다. 사진=문화비상구 제공)

전라도와 경상도를 가로지르는 만남의 장 화개장터처럼, 어른이나 아이 할 것 없이 누구나 카페 라운지를 찾을 수 있도록, 또한 퇴직한 신중년에게 인생2막을 지원하며 협동조합 문화비상구는 진정으로 끊임없이 고민했다.

무에서 ‘꽃이 졌다’고 해서 완전히 진 게 아닌 것처럼, 퇴직한 신중년도 꽃이 폈던 과거를 지나, 더욱 만개하기 위해 잠시나마 갈고닦을 시간이 필요해 ‘움츠린 것’일지도 모른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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