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반격] 광고비 받고 폐지수거하는 어르신들...’두레바퀴‘로 가는 리어카

김남기 기자
  • 입력 2021.08.13 17:06
  • 수정 2021.08.26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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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레바퀴로 가는 리어카~
광고판 달고 가는 리어카~
- 김광석의 ‘두바퀴로 가는 자동차’ 패러디

[광고비 받고 폐지수거하는 어르신들]

'두레바퀴‘로 가는 리어카

(폐지 kg당 80원으로 500kg을 수집해도 4천원 벌기 힘들다. 이미지=김남기 기자)

[이모작뉴스 김남기 기자] 우리 선조들은 ‘두레’라는 공동체를 만들어 함께 일하고, 나누는 상생모델을 만들어 냈다. 이 ‘두레’ 공동체 문화에 바퀴를 달았다. 그리고 리어카로 변신해 재활용품을 수집하며, 동네방네 다닌다. 그러면 마을주민들이 리어카를 신기하게 쳐다 본다.

오늘 소개 할 ‘소셜리어카 두레바퀴’사업은 사회공헌사업 뿐만 아니라, 새로운 비즈니스모델로서 지속가능한 지역공동체의 상생협력 모델이다. ‘울산동구자원봉사센터’ 이장호 센터장과 함께 소셜리어카 두레바퀴의 스토리를 들어보겠다.

(두레바퀴 출범 및 전달식. 사진=울산동구자원봉사센터 제공)

소셜리어카 ‘두레바퀴’ 탄생 秘話

아이디어회의
(두레바퀴 아이디어회의. 사진=울산동구자원봉사센터 제공)

두레바퀴 사업의 출발은 26개 울산에 사회적 기업가가 모인 연합체 ‘울산소셜벤처협의회’에서 ‘울산동구자원봉사센터’(이하 센터)에 사회공헌사업을 위한 협업 제안을 했다.

그래서 센터에서는 수차례 아이디어 회의를 통해 취약계층인 재활용수거를 하는 분들에게 도움을 주는 방안을 고민했다. “폐지를 줍는 어르신들을 위해 지역사회에서 관심을 갖고, 지속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라는 방향을 정했다. 그리고 리어카도 없이 유모차를 끌고 폐지를 주우러 가는 어르신을 보고 ‘리어카’라는 키워드를 뽑게 됐다.

취약계층을 위한 경량리어카 나눔의 현장은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지역 공기업의 사회공헌활동으로 많은 예산을 가지고 이뤄지는 행사이다. 하지만, 센터에서 지원받은 예산은 250만원에 불과 했다. 이 작은 예산으로 어떻게 ‘두레바퀴’가 탄생했을까?

소셜리어카 두레바퀴의 탄생은 어르신들의 니즈를 담은 리어카 제작과 지역 공동체의 협업 그리고 지속가능한 비즈니스모델을 담아냈기 때문이다. 두레바퀴 사업의 비즈니스모델 차별화 포인트 세 가지를 살펴보겠다.

(두레바퀴 플랫폼. 사진=울산동구자원봉사센터 제공)

두레바퀴 차별화 포인트 #1. 문제점이 곧 기회이다

# 문제점

(이장호 센터장. 사진=울산동구자원봉사센터 제공)

“어르신들은 하루 폐지 수집으로 몇 천원 벌기도 힘겹습니다. kg당 80원으로 500kg을 수집해도 4천원입니다. 리어카가 없어서 유모차로 수집하는 분도 있습니다. 이마저도 없으면, 고물상에서 낡고 무거운 리어카로 폐지를 힘겹게 수집합니다. 리어카를 제공해도 폐지수집으로는 생계를 유지하기 힘들어 보였습니다.”

- 울산동구 자원봉사센터 이장호 센터장

그래서 “리어카에 광고판을 달아 광고를 유치하자!”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서울대학교에 ‘끌림’ 동아리에서 광고판 리어카를 개발한 것을 이미 알고 있는 터여서, 우리 마을에 접목 시킬 수 있는지 시장조사를 했다. 하지만 기존 광고판 리어카 모델은 지속가능성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광고비로 공익광고주에게 월 1대당 12만 원을 받았는데, 소상공인에게는 부담이 되는 광고비로 진입 장벽이 높았다. 또한 광고 운영비로 7만원을 제외하고, 5만원이 리어카 주인인 취약 계층으로 가는 구조였다. 이 모델로는 지속적인 동기 유발이 될 수 없었다. 또한 이 사업은 처음에는 반짝 했다가 점점 시장이 줄어들고 있었다.

# 해결책

(공익광고주 광고전달식. 사진=울산동구자원봉사센터 제공)

이런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센터가 공익광고주 유치와 광고판 리어카를 운영하는 코디네이터 역할을 담당했다. 그래서 광고비를 3만원으로 대폭 낮출 수 있었고, 운영비 없이 광고비 전액을 리어카 주인에게 전달했다. 공익광고주들에게는 적은 비용으로 홍보효과와 사회공헌에 일조하는 매력적인 매체로 자리를 잡게 했다.

1년이 지난 현재 공익광고주들에게 인기가 높아, 올 연말까지 광고가 완판 됐다.

두레바퀴 차별화 포인트 #2. 리어카 제작에 어르신의 니즈를 담다

# 발로 뛰어 ‘광고리어카 활동가’를 찾다

(유모차로 힘겹게 폐지 줍는 어르신. 사진=뉴시스 제공)

리어카를 받을 광고리어카 활동가 어르신들 20명을 선정하는 데 3개월이 소요됐다. 센터의 직원들이 재활용을 수집하는 분들 중에 리어카가 없어 빌리거나, 유모차 등으로 어렵게 수집하는 분들, 노후된 리어카를 사용하는 분 등을 대상으로 지속적으로 이 사업에 참여 의사를 밝힌 분들을 선정했다.

# 어르신 니즈파악, 리어카 개발에 적용...세상에서 하나뿐인 리어카

개별욕구파악
(어르신들의 리어카 개별욕구파악. 사진=울산동구자원봉사센터 제공)

재활용품을 수집하는 어르신들은 작업하는 스타일이 각자 다르다. 어떤 사람은 오토바이 달고 다니고, 어떤 분은 폐지를 줍고, 또 어떤 분은 고철이나 고물을 수거한다.

밑판이 길어야 되는 어르신, 주로 밤에 일해서 야광 보호장구 부착을 많이 해달라는 어르신도 있다. 리어카에 고무 바를 칭칭 감을 때, 밑판에다가 구멍을 몇 개 뚫어 달라는 사람도 있다.

이렇게 어르신들 니즈를 전수 조사를 했고, 20대의 리어카에 개인의 니즈를 반영했기 때문에 서로 다른 모양의 세상에서 하나뿐인 리어카가 탄생했다.

# ‘현대중공업기능장회’ 명장들의 리어카 맞춤제작

(현대중공업기능장회 리어카 제작. 사진=울산동구자원봉사센터 제공)

‘현대중공업기능장회’분들은 조선산업의 명장들로 주로 선박을 만드는 분들이다. 이분들이 ‘두레바퀴’사업의 취지에 적극 협력하면서, 세상에서 제일 안전한 맞춤형 리어카를 만들 수 있게 된 것이다. 세계적인 배를 만드는 명장들이 만든 리어카답게 ‘주차 브레이크’를 제작해서 특허등록까지 마친 상태이다.

(리어카 주차브레이크 특허등록. 사진=울산동구자원봉사센터 제공)

기능장회분들은 리어카의 뼈대만 공장에서 가져와서, 어르신들 한분 한분의 니즈에 부합되는 리어카를 정성을 다해 만들었다. 그리고 리어카가 운행 중에 펑크가 나거나, 광고판이 부서지는 등의 문제가 생기면, 신속하게 수리를 하는 유지관리를 지속적으로 해나가고 있다.

두레바퀴 차별화 포인트 #3. 지속 가능성을 위한 품질 유지

# 운영능력에 따라 리어카 보급 대수 확장

(광고판을 달고 있는 리어카들. 사진=울산동구자원봉사센터 제공)

두레바퀴 사업이 입소문이 나면서 광고리어카를 활동가를 하고 싶은 분들의 문의가 많이 들어오고 있다. 사업의 성격상 단순히 리어카를 제공만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무엇보다 품질유지가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그래서 운영능력이 허용되는 한에서 10여대를 추가할 계획이다.

# 광고리어카 활동가 교육·협약

협약자간준수사항-협약식
(협약자간준수사항 협약식. 사진=울산동구자원봉사센터 제공)

광고리어카 활동가로 선정이 되면, 리어카 운영에 관련된 교육과 협약식을 가진다. 광고판을 달고 재활용품을 수집하기 때문에 일정시간 이상 활동은 필수적인 요소이다. 활동가들이 재활용 수집활동을 꾸준히 한 덕택에, 공익광고주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다. 올 연말까지 광고가 완판 됐고, 대기자도 계속 증가하고 있다.

# 리어카 품질 개선...튼튼함 보다 가벼움을 선호

(리어카 경량화 작업. 사진=울산동구자원봉사센터 제공)

센터는 광고리어카 활동가 어르신들을 정기적으로 찾아뵙고 불편한 사항이나 건의사항을 청취한다. 어르신들이 연로하다 보니 “튼튼해서 좋긴 한데 무겁다”는 의견이 많았다. 이를 바탕으로 두레바퀴 중간점검회의를 진행했고 현대중공업기능장회에서 가벼운 재질로 된 바닥판으로 기존 합판들을 교체하기로 결정했다.

기능장회는 어르신들의 불편함을 최대한 빨리 덜어드리고자 일요일, 추석휴일을 가리지 않고 일을 해 빠른 시간에 교체를 완료했다. 어르신들은 가벼워진 리어카에 환한 웃음으로 고마움을 표현했다.

“우리는 튼튼한 리어카를 만들어 드린다고 했지만, 결국은 사용자의 관점에서 제품을 만들어야 된다는 점을 다시 한번 깨닫게 했던 순간이었습니다.”

- 울산동구 자원봉사센터 이장호 센터장

‘두레바퀴’사업, 타 지자체에서 벤치마킹하다

‘두레바퀴’ 사업의 기사를 보고 많은 곳에서 문의가 왔다. 특히 지자체에서 문의가 많았는데, 광주 서구청 청소행정과에서 도입해 보고 싶다고 해서 사업계획서와 진행했던 모든 자료들을 전달했다. 울주군 언양읍 이화마을에서도 주민들의 다양한 아이디어들을 개발하기 위해 도움을 청해 자료를 공유하기도 했다.

광고리어카 활동가를 위한 마을 주민들의 온정의 선물

광고판 달고 재활용품을 수집하는 어르신들을 보고 주민들의 반응은 무척 재밌어 했다. 주민들은 무더위에 고생하는 모습을 보고, 센터로 연락을 주는 분도 있었다. 광고판 하단에는 센터 연락처를 보고 무언가 도움을 주고 싶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얼음스카프, 얼음 조끼 등의 용품을 보내는 주민들도 생겼다.

“리어카 하나에 어르신들의 작업 욕구를 반영했고, 현대중공업 선박을 만들던 명장들의 기술을 가미해서 특허도 받았습니다. 공익광고주에게는 사회공헌활동과 홍보효과의 성과를 안겨줬고, 어르신들에게는 작업의욕과 경제적인 혜택을 주었습니다. ‘두레바퀴’사업이 지속가능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성장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할 것입니다.
광고판을 달고, 골목골목을 누비며 신나게 일하는 어르신들을 생각하면서...”

- 울산동구 자원봉사센터 이장호 센터장

(울산 동구에서 재활용품을 수집하는 어르신. 사진=울산동구자원봉사센터 제공)

“새 리어카로 일도 많이 잘 할 수 있겠어요.
조그만한 리어카를 가지고 하면 너무 힘들거든요.
이렇게 잘 만들어 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 광고리어카 활동가 어르신 전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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