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거동 불편한 시니어 손발 역(役) ‘간병인’ 노동권익 보호 앞장

윤철순 기자
  • 입력 2021.08.24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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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병인 표준근로계약서’로 고용관계 개선
간병인 절반가량은 계약서도 없이 활동
오는 12월 개발 완료해 공공·민간에 보급

(ⓒ게티이미지)
(ⓒ게티이미지)

[이모작뉴스 윤철순 기자] 코로나19 장기화와 급속한 고령화, 1인 가구 급증 등으로 적지 않은 중장년 시니어들이 질병과 ‘거동 불편’을 겪고 있다. 이럴 때 큰 도움을 주는 사람이 간병인이다.

몸이 불편한 시니어들의 손발이 돼 주는 간병인의 역할과 업무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지만, 간병인은 노동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이하 특고) 지위를 유지하며 불안정하고 불공정한 고용관계에 놓여있는 현실이다.

서울시가 이러한 간병인들의 노동권익 보호와 사회안전망 확보를 위해 고용형태, 노동시간, 임금조건 등 근로조건지침이 명확하게 담긴 ‘간병인 표준근로계약서’를 개발한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오는 9월 중 개발을 시작해 12월 중 공공은 물론 민간으로 보급하는 것을 목표로 간병인들의 노동권익을 보호하고 이를 통해 사회안전망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실제 간병인을 비롯한 특고‧프리랜서 2명 중 1명은 근로계약서 체결 없이 구두로 합의하는 등 관행에 의해 업무를 진행하고 있는 실정이다. 계약서 미작성 시 노동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부당노동행위 등의 발생 위험이 높은 것이다.

상당수의 간병인이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거나 계약서에 업무범위를 명확히 기재하지 않아 간병서비스 이외에 과도한 요구를 경험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게 사실이다.

지난 2월 ‘서울시 플랫폼노동자 및 프리랜서 실태조사 연구’ 결과의 프리랜서 계약 현황에 따르면, 계약 체결률은 50.2%에 불과했다.

이와 관련, 서울시 관계자는 “간병인의 경우 돌봄노동자(요양보호사 등)와 달리 전담부처가 없어 규모나 고용형태 등의 실태파악도 돼있지 않고, 직업중개소나 개인 소개로 일자리를 알선 받는 경우가 많아 불공정 계약이 이뤄지기 쉬운 구조”라면서 “집중적인 관리와 감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이번 개발을 통해 업무내용과 근무일 및 시간, 임금조건 등 기본요건은 물론 다양한 고용형태와 간병인의 업무특성에 맞는 노동조건을 명확하게 담아 간병인의 처우개선과 공정한 노동환경을 조성할 계획이다.

개발된 표준근로계약서는 사업자(이용자)와의 계약관계에 있거나 일정한 보수를 받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간병인 누구에게나 적용가능하며, 간병인이 종사하는 민간병원이나 간병인 플랫폼업체 등을 중심으로 배포할 예정이다.

계약서는 향후 서울시 홈페이지에 게시해 사용을 원하는 종사자 또는 사업자 등은 누구든지 내려 받을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아울러 표준근로계약서가 상용화 될 수 있도록 관련 기관 및 단체와 긴밀하게 협력하고 시민들의 인식개선을 위한 홍보도 지속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서울시는 이번 개발을 시작으로 내년에도 적용이 필요한 2개 직종을 발굴, 노동권 사각지대 해소에 힘 쏟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지난 2007년부터 보험설계사와 건설기계기사, 방송작가, 웹툰작가, 대리기사 등 16종에 대한 표준근로계약서를 개발‧보급하고 있다. 서울시는 이외 직종에 대한 표준계약서를 추가 개발할 예정이다.

한편, 서울시는 그동안 규모나 실태가 파악되지 않았던 간병인들의 고용형태·계약방식과 소득수준, 노동·휴게시간, 작업환경 및 사회보험 적용 여부 등 노동환경 파악을 위한 노동실태 조사도 9~11월에 실시한다고 밝혔다.

조사결과를 활용, 간병인들의 요구를 파악하고 맞춤형 지원방안과 권익보호 대책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시는 23일부터 표준근로계약서 개발 수행기관 공개모집에 들어갔다. 조사‧연구기관 등이 모집대상이며, 총예산은 5000만 원이다. 공고기간은 공고일로부터 15일간이며 자세한 내용은 서울시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한영희 서울시 노동·공정·상생정책관은 “간병인은 사회에 꼭 필요한 노동자임에도 불구하고 권익보호 사각지대에서 불공정한 대우를 받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며 “서울시는 표준근로계약서 개발 및 확산을 통해 간병인들의 공정한 노동조건을 보장하고 상생하는 노동환경 조성에 도움을 주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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