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처투어] 보이스피싱 소재 리얼범죄액션...영화 '보이스'

전부길 기자
  • 입력 2021.09.08 10:12
  • 수정 2022.04.20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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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피해액 7천억, 50대가 가장취약
보이스피싱을 소재로 만든 리얼범죄액션 영화
아파트 분양금 7천만원을 보이스피싱 당하고 교통사고로 의식을 잃은 아내
방대한 규모의 중국 콜센터에 잠입
와! 이것이 보이스피싱 조직이다

(영화 보이스 포스터. 사진= CJ ENM 제공)

[이모작뉴스 전부길 기자] 보이스피싱의 수법이 나날이 진화하여 전화나 문자를 이용하는 방법을 넘어 카카오톡 등의 메신져 앱으로까지 지경을 넓혀 가고 있다.

최근에는 코로나19로 백신접종, 재난지원금, 소상공인 대출 등 다양한 방식으로 비대면 피싱 사건이 기승을 부리며 보이스피싱은 우리의 삶에 더욱 깊숙이 뿌리내리고 있다.

경찰청의 집계로 지난해 피해액은 7천억 원으로 메신저 피싱 피해액 잠정 추산치 576억 원을 더하면 7,576억 원에 이른다.

2006년에는 106억 원이었던 피해액은 5년만인 2011년 1,019억 원으로 열 배 불어났다. 2017년에는 2,470억 원, 2018년 4,040억, 2019년 6,398억 원, 그리고 지난해인 2020년 7,000억 원에 달했다.

금융감독원은 3년간 보이스피싱 피해자 13만5000명을 대상으로 사기 피해 취약 유형 파악을 위한 빅데이터 분석을 했다. 피해자들의 약 76%는 대출빙자형 사기에 피해를 보았으며, 연령별로는 50대가 약 32.9%로 사기유형에서 가장 취약했다. 고신용자는 사칭형 피해에 취약했고 신용등급이 낮을수록 대출빙자형 피해에 취약했다.

(용산역 앞 정류장에 걸린 보이스피싱 주의 현수막.사진=전부길기자)

영화 <보이스>는 보이스피싱을 소재로 한 리얼범죄액션 영화다.

부산의 건설현장 작업반장인 전직형사 서준(변요한)은 내년이면 수도권 아파트도 분양받고, 소장으로부터 인정을 받아 정식 직원, 연봉 인상, 서울근무를 제안 받는다.

보통 사람이 꿈꾸는 모든 것이 이제 이루어 지려는 순간이다.

호사다마라고 했던가. 현장에서 사고가 발생한다. 위태롭게 안전띠에 의지하여 수십미터 공중에 매달린 인부, 서준은 안전바에 매달린 인부를 구하기 위해 뛰어들다. 어찌된 일인지 현장 부근 핸드폰들은 갑자기  먹통이 된다.

그 때 서준의 아내에게로 걸려오는 한 통의 전화, 받는 순간 걸려들었다.

'남편이 현장 사고로 경찰서에 있으니 긴급 합의금을 보내라'는 친구 변호사의 다급한 전화다. 거기다 경찰서에서도 사건 확인 전화가 오고, 건설현장에 전화하니 사고로 현장이 혼란스럽다는  이야기,  안 믿을 수 없다.  

정신없이 아파트 분양금으로 준비한 7천만원을 보내고 나자 서준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온다. 그제서야 보이스피싱에 속은 것을 알아 차리고,  은행으로 뛰어가지만  돈은 이미 빠져나간 뒤였다.

넋이 빠져 돌아오는 길, 보이스피싱 총책으로부터 조롱의 전화까지 받고 완전히 혼이 빠져 버린다. 달려드는 차에 교통사고를 당하고 병원으로 실려 가지만  혼수상태다.

현장소장에게도 저렴하고 혜택이 많은 보험이 있다는 달콤한 전화가 걸려오고,  소장은 인부들의 명단을 넘긴다. 딸의 병원비부터 아파트 중도금까지, 건설현장의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 같은 돈 30억을 잃게 된다. 소장은 생을 달리한다.

서준(변요한)은 가족과 동료들의 돈을 되찾기 위해 보이스피싱 조직을 추적하기 시작한다. 마침내 중국 선양에 위치한 콜센터 본거지에 잠입한다.

(콜센터 잠입에 성공하는 서준. 사진=CJ EMN 제공)

서준이 목격하는 보이스피싱 본거지는 지금까지 전화기 몇 대로 상대방을 속일 거라 생각했던 관객들의 예상과 상식을 완전히 뒤엎어 놓는 규모다.

거대하고 치밀하게 조직화된 보이스피싱 조직의 존재는 이 범죄에 우리가 피할 수 있는 길이 있을지 막막하게 만든다.

범죄기획에 맞는 개인정보들을 불법으로 수집하고, 금융 전문가에 가까운 이들이 리얼한 작전 대본을 완성한다. 누구나 속을 법한 위장 어플, 위장 홈페이지를 이용해 순식간에 피해자를 낚아채는 대규모 콜센터의 등장은 우리가 아무리 조심하고 의심해도 보이스피싱 범죄가 기승을 부리는 이유를 설명한다.

그곳에서 피해자들의 희망과 공포를 파고드는 목소리의 주인공이자 기획실 총책 곽프로(김무열)를 드디어 마주한다.

그리고 그가 300억 규모의 새로운 총력전을 기획하는 것을 알게 된다.

우리는 누구나 보이스피싱의 위험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 일상속에서 한두번 그들의 메시지나 전화를 받아보지 않은 사람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그러나 그 조직의 체계적이고 조직화되고 거대한 스케일의 방대함은 상상을 초월한다.

(중국에 자리한 콜센터. 사진=CJ EMN 제공)

보이스피싱 콜센터에 잠입한 서준을 따라가며 관객들은 이 세계의 비밀을 엿본다.

연출을 맡은 김선, 김곡 감독이 ‘보이스피싱 범죄는 굉장히 복잡하고 광범위해서 109분의 영화에 모두 담아낸다는 게 불가능했다’고 말할 정도로 현실의 범죄가 지능적이다.

(보이스 영화시사회 인터뷰 출연진과 감독. 촬영=전부길 기자)
(보이스 영화시사회 인터뷰 출연진과 감독. 촬영=전부길 기자)

영화 <보이스>는 작전을 기획하는 과정, 그것을 실천하는 이른바 ‘보이스들’의 모습, 체계화된 현금 인출책들의 움직임 등 보이스피싱의 A부터 Z까지 영화 속에 낱낱이 드러나며 대한민국 보이스피싱 범죄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난 내 돈만 찾으면 돼. 플러스 동료들 떼인 돈까지 30억'

서준(변요한)은 중국 콜센타로 잠입하여 떼로 몰려드는 일당과의 격투, 건물 옥상에서 뛰어내리고 엘리베이터 안을 타고 오르는 거친 추격씬까지 펼친다.

변요한은 서준을 연기하기 위해 ‘감정들을 세밀하게 쪼개고, 체력훈련, 리허설도 끊임없이 했다’며 감정 표현과 액션 두 가지 모두에 끝없는 노력을 기울였다고 한다. 서준은 범인의 목소리를 기억하고 쫓는 냉철한 이성과 목숨을 걸고 보이스피싱 본거지에 잠입하는 대담함을 보여준다.

관객들을 자기도 모르는 순간에 서준이 성공하기를 바라고 단숨에 빠져들게 만든다.

(붙잡힌 서준.사진=CJ EMN 제공)

‘보이스 피싱이란 무식과 무지를 파고드는 게 아니야. 상대방의 희망과 공포를 파고드는 거야. 이 차이가 1억이냐 10억이냐를 가르는 거다’

기획실 총책 곽프로 역은 배우 김무열이 맡았다. 대사 한 마디 한 마디 깊은 욕망과 서늘함, 정교한 악함을 총체적으로 표현해주는 인물이다. 곽프로는 끊임없는 고민과 연구를 통해 소름끼치는 말을 내뱉으면서도 고도의 지능적인 인물이다.

마치 지킬과 하이드처럼 천의 얼굴을 가진 캐릭터다. 폭력과 더불어 카리스마로 콜센터의 작업자들을 휘어잡으며, 일사분란하게 움직에게 만드는 일선의 야전 사령관이다.

(상대방의 희망과 공포를 파고들어,곽프로. 사진=CJ EMN 제공)

절실한 사람들의 감성을 파고 들어 수십, 수백 억을 갈취할 수 있었던 비결로 피해자들의 희망과 두려움을 파고 들어야 한다고 말할 정도로 양심은 화인을 맞은 범죄자다. 그는 단 하루만에 수십 억 원의 빨아들인 부산 공사현장 총력전을 뛰어넘는 새로운 작전을 기획하는데…

'샅샅이 뒤져. 수상한 게 나오면 바로 보고하고'

콜센터의 절대적 감시자 천본부장(박명훈)이다. 수백 명의 보이스, 수백 억 원이 오가는 보이스피싱 콜센터와 환전소 관리자다.

콜센터 내에서 곽프로와 사사건건 대립하던 와중에, 대림동 박실장의 변작소(중간에 전화 번호를 바꿔 주는 장치)까지 경찰의 습격을 받자 콜센터의 모든 사람을 의심하기 시작한다. 그의 날카로운 감시망은 신분을 숨기고 콜센터에 잠입한 서준에게까지 뻗치는데…

(샅샅이 뒤져, 천본부장=CJ EMN 제공)

곽프로가 보이스피싱 본거지의 두뇌라면 천본부장은 팔다리 역할을 맡아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조성하며 조직을 이끌어간다. 국적을 알기 힘든 모호한 헤어스타일, 강렬한 눈빛 연기를 입혀 행동대장의 모습을 보여준다.

'발신번호, 어디서 어떻게 조작돼서 오는지 싹 다 털어'

보이스피싱 범죄의 소탕해가는 지능범죄수사대 팀장은 이규호(김희원)다.

(싹 다 털어, 이팀장. 사진=CJ EMN 제공)

자신의 임무를 우직하게 수행하는 역으로 극을 탄탄하게 만든다. 이 팀장은 본거지의 총책을 잡아야 한다고 믿는다. 한 해에 약 4만 명씩 검거되는 잔챙이보다 중국에 숨은 몸통을 잡기 위해 부산 공사 현장 사건도 신중하게 처리하려고 하지만, 물불 가리지 않고 뛰어드는 서준과 번번이 부딪친다.

형제 감독의 의기투합

다수의 작품을 함께 연출했던 김선, 김곡 형제 감독이 <보이스>로 의기투합했다. 김곡 감독은 ‘공공의 목적성도 있었고, 무엇보다 범죄, 액션, 스릴러라는 장르 안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해부를 함께 보여줄 수 있다는 게 굉장히 매력적이었다’며 참여 계기를 밝혔다.

(시사회장 좌로부터 변요한, 김희원, 김산,김곡,박명훈,김무열.사진=CJ EMN 제공)

치밀하고 정교한 보이스피싱 범죄를 완벽하게 해부하기 위해 김선, 김곡 감독은 다수의 전문가들에게 자문을 받으며, 영화의 완성도를 높였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와 화이트해커들, 그리고 금융감독원 보이스피싱 전담반 등 구체적인 사례, 피해액, 보이스피싱 방법들에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영화 <보이스>는 시작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곧바로 건설현장 사고로 긴박감이 더해지며 끝날 때까지 그 긴장을 풀 수 없게 만든다. 이런 전개는 관객들로 하여금 영화에 쉽게 몰입하게 만든다.

최근에 개봉한 어떤 영화는 사건 전개까지 30분 정도를 인물 소개하는데 허비하는데 좌석을 박차고 일어나 버리고 싶은 마음이었다. 그러나 이 영화는 시작하면서 바로 긴박감이 조성되고 거의 매순간이 스릴과 긴장이 연속된다. 한 순간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리게 하거나 다른 생각을 하지 못하게 만든다.

마치 보이스피싱에 당할 때 멍한 상태로 만들어 그들이 말하는대로 행동하게 만드는 것처럼 영화에 빠져들게 만드는 흡인력이 있다.

등장하는 피해자들이 이웃들이고 나 자신이며, 이미 당해왔고 들어왔던 내용이라 더욱 공감하게 만든다. ‘아 저런 과정을 거쳐 당했구나’라는 공감이 절로 나오게 한다.

비교적 탄탄한 구성과 꼼꼼한 내용이 영화의 완성도를 더해준다.

(작전 대본을 만드는 기획실. 사진=CJ EMN 제공) 

에필로그

콜센터를 덮치는데 중국 현지에서 한국경찰이 앞장서 들어가 범인들과 격투를 하고 범인들을 체포한다고? 남의 나라에서? 조금 주제넘은 설정이다. 물론 ‘영화는 영화다’라는 개념으로 이해를 하고 싶지만 조금은 쓴웃음을 짓게 만드는 과도한 설정이다.

어설픈 설정은 오히려 영화의 진정성을 떨어뜨린다. 

또한 콜센타에 작업자들의 대화중 조선족 어투가 등장하는데 디테일한 면이 많이 떨어진다. 좀 더 리얼한 말투면 더욱 실감이 났을 것이다.

영화는 해피앤딩으로 끝난다. 돈도 찾고. 아내는 깨어나고, 서준은 경찰로 복직한다. 그러나 현실에서 보이스피싱을 당하여 이렇게 넘어간 돈을 되찾는 것은 거의 어렵다. 그럼에도 이 영화는 두 마리의 토끼가 아니라 몇 마리의 토끼를 다 잡은 것으로 결말을 맺는다.

후렴함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너무 짜 맞춘 것같은 그런 결말이다. 마치 해피엔딩을 정해놓고 맞춰 놓은듯한 찜찜함을 준다. 관객들로 하여금 보이스피싱 조직이 다 잡혀들고 이런 범죄가 없어진 것처럼 느끼게 한다.

아내가 깨어나고 해후하는 정도로 엔딩 크레딧을 내렸으면 하는 아쉬움이 진하게 남는다.  

(나를 노리는 보이스피싱 전화. 사진=CJ EMN 제공)

오늘도 우리는 보이스피싱 전화나 문자를 받는다. 보이스피싱은 당신을 노리고 있다.
세상 물정에 어리숙한 아내와 다시 한번 보고 싶은 영화다.
개봉하는 15일이 기다려진다.

(용산CGV 광고. 촬영=전부길 기자)

‘수상한 전화는 받지 마시고
돈 이야기가 나오면 무조건 끊으십시오.
많은 피해자분들이 자책을 많이 하시는데
피해자분들이 잘못한 게 아닙니다.
그놈들이 악랄한 것입니다.’(지능범죄수사대 이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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