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처투어] 행동하는 예술, '아트 오브 뱅크시' 월드투어 인 서울展

전부길 기자
  • 입력 2021.09.13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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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체가 없으나 존재하는 예술가 뱅크시
폭력과 권력, 상업주의에 대한 통쾌한 비판
비예술인들이 예술계를 장악해 버린 현실
다양한 작품들을 한꺼번에 접할 수 있는 테마 복합전시
뱅크시 曰, ‘모든 전시는 FAKE(짝퉁)’

[이모작뉴스 전부길 기자] 2020년 10월 영국 거리의 한 건물 외벽에 자전거 타이어로 훌라후프를 하는 소녀의 모습을 그린 벽화가 발견되었다. 뱅크시의 새 작품으로 알려지자 수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거리는 북새통을 이뤘고 벽화가 그려진 건물은 가치가 급상승했다. 금년 2월 최소 10만 파운드(한화 1억5천만원)에 팔렸다.

(훌라후프를 하는 소녀. 촬영=전부길 기자)

뱅크시(Banksy) 누구인가?

뱅크시는 영국의 가명(假名) 미술가 겸 그라피티 아티스트(graffiti artist)이자 영화감독이다. 2010년 ‘타임즈’지는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 중 한 사람으로 선정했다. 실체가 없으나 존재하는 예술가다. 뱅크시가 ‘누군지 아무도 모르지만, 모두가 그가 누군지 안다’ 말처럼 철저히 베일에 가려있다.

1990년대 이후로 정치적이고 사회적인 논평이 담긴 작품은 전 세계 도시의 거리, 벽, 다리 위에 제작됐다. 자칭 ‘예술 테러리스트’라 칭해온 뱅크시는 디스토피아적인 장소에 그라피티 예술을 그려 넣음으로써 현실을 풍자하고 있다

대중들은 그의 거침없는 예술 세계에 열광하고 있다. 인스타그램 팔로워는 1천만 명이 넘는다.

              (뱅크시. 촬영=전부길 기자)

인증없는 뱅크시 서울 전시회 짝퉁인가

뱅크시는 자신의 홈페이지에 일침,

‘최근 빈번하게 개최되는 뱅크시 전시회는 어느 것도 합의되지 않았다’
 ‘모든 전시는 FAKE(짝퉁)이다.’

이번 〈아트 오브 뱅크시〉는 인증을 받은 오피설 전시는 아니다.

사실 뱅크시가 익명으로 활동하고 있어 전시 허락을 얻을 길은 없다. 이번 전시는 150여 점이지만 그 중 오리지널은 27점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복제본이다. 그렇지만 세계 각지에 남긴 작품을 한 곳에서 모아 볼 수 있다는 점에서는 큰 매력이 있다.

(얼굴없는 작가 뱅크시. 촬영=전부길 기자)

뱅크시 작업은 스텐실 작품이 주류

종이에 글자나 무늬, 그림을 그린 후 그 모양을 오려서 구멍에 스프레이를 뿌려 완성하는 ‘스텐실 작업’은 뱅크시가 가장 오래 구사했고, 인기를 얻고 있는 기법이다.

벽과 구조물, 표지판, 동물원 등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뱅크시의 불법적인 그라피티 작업에 제격이다(뱅크시는 그라피티가 불법인 뉴욕에서 지명수배자다).

(런던 뉴욕 브리스톨(2001년). 촬영=전부길 기자)

폭력에 대한 비판

2019년 뱅크시는 새로운 벤처사인 Gross Domestic Product의 출범시키고 이 회사 컬렉션의 하이라이트 중의 하나로 'Met ball'을 발표하였다.

Met ball은 서로 반대되는 두 개의 개념을 합체시킨다. 시위진압대의 헬멧은 정부 사법당국, 국가의 통제 그리고 폭력을 드러내는 반면, 디스코 볼은 재미와 오락을 상징한다. 이 둘은 합체된 후 유명인사들 사이에서 가장 중요한 이벤트중의 하나인 The Met ball 이름을 따서 교묘히 명명되었다.

오래된 시위 진압 경찰 헬멧에 약 650점의 작은 거울을 붙인 가정용 엔터테인먼트 조명시스템이라 쓰여있다.

(Met ball. 촬영=전부길 기자)

중무장한 경찰이 밝은 노란색의 웃는 얼굴 마스크를 쓴 모습을 묘사한 상징적인 이미지의 'Smiling Copper'다. 뱅크시만의 독특한 그래픽 스타일로, 헬멧을 쓴 권위 있는 인물들로 구성된 뱅크시의 파괴적인 판테온 작품들 중 하나다.

반체제적인 성향으로 잘 알려진 뱅크시는, 그의 작품 전반에 걸처 경찰들을 묘사하며 Flying copper, Kissing coppers 그리고 Snorting copper를 포함, 신랄한 풍자적인 작품을 만들어냈다.

(좌:Smiling Copper, 우:Rude Copper. 촬영=전부길 기자)

'Vest'는 영국신사들의 조끼를 현대적인 시각으로 재해석했다. 이 맞춤형 방탄복은 최대 45구경 총알을 막아낼 수 있으며 흉기에 찔리는 것을 완벽히 보호하지만 세탁기에 넣어서는 안된다.

곰인형이 세명의 시위진압 경찰들을 향해 화염병을 던지려는 장면 'The Mild Mild West'다. 1999년 영국브리스톨의 한 벽면에 대낮에 3일에 걸쳐 그렸다. 당시 시위 진압대가 파티에 가는 시민들을 공격한 사건이 빗대어 온화한 사람들도 대항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The Mild Mild West. 촬영=전부길 기자)

팔레스타인의 'Walled off hotel'의 설치물은  뱅크시의 정치적 성명을 담은 가장 상징적인 설치 미술품이다. 이 호텔은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분쟁을 묘사하는 작품이 전시되었다.

(Walled off hotel 설치물의 하나. 촬영=전부길 기자)

Suicide Man : 뱅크시는 여러 해에 걸쳐 많은 버전의 David 조각상을 만들었지만, 첫 번째 것은 2006년에 제작되었다. 2009년에 그는 또 다른 다비드상을 제작했는데, 차이점은 자살 폭탄 테러용 재킷을 걸치고 얼굴에 스카프를 두르고 있다. 이 조각상은 Bulletproof David(Suicide Bomber)라는 별명을 얻었다.

(Suicide Man. 촬영=전부길 기자)

난민, 노숙자에게 관심을 

Dream Boat: 30개가 넘는 어린이 형상의 조각품을 담은 배의 모습이다. 조각상의 이름은 Dream Boat이지만 제목은 ‘얼마나 무거운지(How Heavy it weighs)’로 디지멀랜드의 일부이다.

Welcome Met는 구명조끼에서 나온 실을 이용하여 제작되었다. 오늘날 세계에 영향을 미친 난민, 이주민에 사태에 대한 비판을 담고 있다. 난민에게는 환영을, 난민을 거부하는 사람들에게는 비판을 함께 담고 있다.

13 촬영=전부길 기자)

미술애호가와 수집가와 갤러리들이 장악해 버린 예술계

happy shopper: 박물관의 고전작인 조각상을 모델로 삼아 장난스럽게 개조해 놓았다. 조각상의 팔은 쇼핑백들로 장식되어 있고 얼굴에는 오버싸이즈의 선글라스를 썼다. 2009년 banksy vs Bristol Museum의 메인 입구 홀에 비치되었다.

뱅크시는 사회·정치적인 문제 외 예술의 허례허식과 미술계의 자본주의를 비판한다. 도둑 전시와 길거리 그림 판매, 아트 테러, 다큐멘터리 등 다양한 방식을 통해 자본주의에 잠식된 예술계를 조롱했다. 자신의 작품과 캡션을 두고 사라지는 뱅크시의 도둑 전시는 대영박물관과 루브르 박물관, 브루클린 박물관, 뉴욕현대미술관, 미국 자연사박물관 등에서 행해졌다.

Paint Pot Angel 2009: 19세기 제작된 천사 석고상을 개조해 핑크색 페인트를 뿌리고 머리 부분에는 빈 양동이를 씌워 놨다. 그는 박물관에 방문하는 사람들이 흔히 기대하는 것들에 정면으로 반박하고 우리가 예술 작품에 부여하는 가치에 의문을 제기한다.

(좌:happy shopper, 우Paint Pot Angel. 촬영=전부길 기자)

Morons: 입찰자로 가득찬 방에서 경매인이 입찰을 진행하고 있다. Morons 혹은 ‘너희 멍청이들이 진짜 이 쓰레기를 사다니 믿을수 없군(I can’t believe you morons actually buy this shit)’이라고 명명된 작품이다. 미술애호가와 수집가와 갤러리들이 장악해 버린 예술계의 현실을 잘 나타내준다.

(Morons. 촬영=전부길 기자)

신성한 종교행사 이면의 상업성

Christ With Shopping Bags은 Consumer Jesus’ 혹은 CWSB로도 알려져 있다.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 그리스도가 십자가 대신 쇼핑백을 들고 있다. 예수는 들고 있는 쇼핑백의 무게로 점점 무거워 지고 있다.

이는 종교 행사 이면에 숨겨진 상업적 의미에 대한 비판이다. 어찌하여 자본주의 정신이 가장 성스러운 구역에까지 침범할 수 있었을까.

Mother Teresa: 미덕의 아이콘인 테레사 수녀의 생애에서 배울수 있는 교훈은 점점 줄어들고 구글 검색 결과 화장품에 대한 조언 정도로 전락해 사용되고 있다.

(좌:Christ With Shopping Bags, 우:Mother Teresa. 촬영=전부길 기자)

 우울한 테마파크 디지멀랜드(Dismaland)

<뱅크시> 전은 일반적인 미술관에서 개별 작품을 감상하는 기존의 회화 중심 전시와는 다른 테마 복합 전시다. 뱅크시의 원작을 포함해 '디즈멀랜드'의 오리지널 소품 및 재현 벽화, 설치미술 등 다양한 소재의 작품으로 구성된다.

실상은 들어가는 입구의 안전 검색대부터가 설치미술의 시작이다.

뱅크시의 세계관과 그가 인류에게 전달하려는 메시지를 시각화한 멀티미디어 및 설치 미술 등은 발상은 그럴듯해 보이지만 뱅크시 스타일은 아닌 것 같다.

어디에나 희망은 있어…

Girl With Balloon: 스프레이로 제작된 명작으로, 하트 모양의 풍선을 하늘에 날려 보내며 그것을 바라보고 있는 어린 소녀의 모습을 나타낸다. 이 상징들은 분명한 것들을 가리킨다. 아이들의 순수함, 더 나은 세계에 대한 갈망, 한 줄기 희망, 변화의 바람이 그것이다.

이 작품은 2002년 런던의 south Bank 한 계단 벽에서 발견됐다. 이 상징적인 이미지는 희망, 꿈 그리고 사랑이라는 아주 강렬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작가의 대부분의 작품에서 다뤄진 주제이며, 동시에 우리의 일상과 행동을 반영 하는 돌발성을 담고 있기도 하다. 때로는 말보다 이미지 하나가 더 강한 힘을 지니는 법이다

(Girl With Balloon. 촬영=전부길 기자)

캔버스에도 제작됐는데 액자 안에 파쇄기를 몰래 넣어놨다. 경매에서 86만 파운드(한화 약15억)에 판매되자마자 작품은 원격으로 파괴되었다. 이는 미술계의 자본주의를 비판하기 위해 의도한 퍼포먼스였다. 예술의 상업화에 대한 작가의 생각을 강하게 드러낸 사건이다.

Think Tank Blur LP: Blur의 2003년 앨범인 Think Tank 에 수록된 이 작품은 뱅크시에 의해 제작되었다. 뱅크시가 상품 제작에 공동으로 참여한 일은 매우 드물다. 작품에는 수중 헬멧을 쓴 남녀가 키스를 시도하는 모습이다. 원본은 2007년 열린 경매에서 7만5천파운드(약1억2천)에 거래되었다.

(Think Tank Blur LP 표지. 촬영=전부길 기자)

에필로그

뱅크시의 작품들은 그가 전달하려 하는 메시지에 초점을 맞춘다. 관람객은 작품 하나하나의 개별 작품성에 공감하면서 그의 세계관에 경의를 표하게 된다.

예술, 종교, 정치, 환경, 난민 등 문제의 배후에는 상업주의가 숨어 있으나 겉은 자선, 성결, 미덕, 고상 등으로 아름답게 포장되어 있다. 그러나 상업화 되지 않은 것은 찾기 힘든 시대이다.

돈으로 뭐든지 사고 파는 맘몬주의 세상이 도래했다. 장사꾼들이 나를 위하는 것처럼 말하지만 그들은 나의 호주머니를 노리고 있다. 디즈니랜드는 환락과 기쁨의 상징이었으나 디지멀랜드는 우울과 고통, 암울의 세계다.

뱅크시는 철저하게 상업주의를 배격하고 있음에도, 〈아트 오브 뱅크시〉월드투어 인 서울은 역설적이게도 상업주의적이다. 나오는 출구에는 뱅크시 기념품을 파는 상점까지 자리하고 있다.

(에코백에 자신이 스텐실 제작한 소녀. 촬영=전부길 기자) 

물론 이번 서울전을 통해 뱅크시의 원작을 포함해 재현 벽화, 설치미술 등 다양한 소재의 작품들을 한꺼번에 접할 수 있는 테마 복합전시이다.

전시장 입구에 모형으로 만들어진 검색대와 스캐너를 통과하는 순간부터 관람객은 전시장 자체를 하나의 작품으로 경험하게 된다. 보안 요원도 작품의 일부가 되고, 그 문을 통과하는 관람객도 작품의 일부가 된다.

(검색대도 설치 미술의 일부. 촬영=전부길 기자)

그러나 전시물이 너무 많아 혼란스럽다는 느낌이다. 주최측의 과욕인지 아니면 관객들에게 하나라도 더 보여 주려는 선의의 배려인지 모르겠다.

또한 작품에는 진품인지 복제물인지 표시가 없어 아쉽다. 관람객을 존중한다면 최소한 진본 표기 정도는 해줘야 되지 않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뱅크시 전시회는 놓치고 싶지 않다. 일생에 접하기 힘든 뱅크시 아저씨를 만나는 절호의 기회이니까.

뱅크시 전시작품을 영사으로 만나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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