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소비ㆍ생산기업 간 결탁...기후위기 부채질

전부길 기자
  • 입력 2021.09.15 15:27
  • 수정 2023.03.10 16:35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플라스틱 생산기업과 소비기업 결탁, 일회용 포장재를 제한법안에 반대 로비
친환경 이미지는 홍보, 생산증가로 기후위기 가속화는 은폐
선진적 재활용이라는 잘못된 해결책 제시로 생산량은 증가
전 세계 플라스틱 51% 아시아에서 생산, 중국 31%
국내 식품기업, 일용소비재 기업 시스템 전환 필요

(플라스틱은 생활과 밀접 산업. ⓒ게티이미지뱅크)

[이모작뉴스 전부길 기자] 코카콜라(Coca-Cola), 펩시코(PepsiCo), 네슬레(Nestlé) 등 글로벌 일용소비재(Fast Moving Consumer Goods: FMCG) 기업들이 엑슨모빌(ExxonMobil), 쉘(Shell)과 같이 잘 알려진 석유화학 회사와 결탁해 플라스틱 생산 확대를 주도하며 전 세계 기후 위기를 가속화한다는 충격적인 조사 결과가 나왔다. 

플라스틱 소비기업들이 생산기업과 일회용 포장재 제한법에 반대 로비

국제 환경단체 그린피스는 15일 <기후위기의 공범, 일회용 플라스틱: 거대 석유회사의 플라스틱 생산 확대를 부채질하는 일용 소비재 기업들>을 발간했다.

거대 글로벌 소비재 기업(FMCG)이 어떻게 공급 사슬 전반에 걸쳐 화석연료 기업과 연결돼 있는지를 밝히는 보고서이다.

플라스틱 공급망에 관한 정보는 매우 제한적인데, 조사 대상 기업은 코카콜라, 펩시코, 네슬레, 몬델리즈, 다농, 유니레버, 콜게이트 팔모라이브, 프록터 앤 갬블, 마즈 등 9대이다. 모두가 거대 석유화학 기업으로부터 플라스틱 합성수지 또는 포장재를 구매하고 있었다. 더욱 가증스러운 것은 이들 기업이 석유화학 기업과 함께 일회용 포장재를 제한하는 법안에 반대하는 로비활동을 펼쳐왔다는 것이다.

플라스틱 감축량은 생산량 대비 5%, 연간 플라스틱 생산량은↑

‘많은 글로벌 일용소비재 기업이 친환경 이미지를 홍보하지만, 실제로는 화석연료 산업과 결탁해 있다’(그린피스)

관련기업 어디도 자사 플라스틱의 탄소 배출량을 공개하지 않으며 플라스틱 생산 증가와 기후위기 가속화에 미치는 자신들의 영향은 감추고 있다.

환경 홍보를 하는 우리나라 기업들도 실제 플라스틱 감축량은 연간 생산량 대비 평균 5% 내외이다. 연간 플라스틱 생산량이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이들의 친환경 행보는 결코 친환경이 될 수 없다.

(전 세계 플라스틱 생산량. 자료=그린피스 서울사무소 제공)

잘못된 해결책 홍보로 세계 플라스틱 생산량은 급속 증가

글로벌 일용소비재 기업과 화석연료 기업이 ‘플라스틱 쓰레기제거 연합(AEPW, Alliance to End Plastic Waste)’, ‘재활용 파트너십(Recycling Partnership’, ‘미국화학협회(American Chemistry Council)’ 등 화학적 재활용 또는 선진적 재활용이라는 잘못된 해결책을 제시하는 대표적인 단체들과 함께 활동하는 사실도 폭로됐다. 전 세계 플라스틱 폐기물 재활용률은 2015년 기준 9%이며, 두 번 이상 재활용된 플라스틱 폐기물은 1% 미만에 불과하다.

거대 기업이 플라스틱 오염에 대한 잘못된 해결책을 홍보하는 가운데, 전 세계 플라스틱 생산량은 계속 증가 추세이다.

(플라스틱 생산 시스템. 자료=그린피스 서울사무소 제공)

유럽 플라스틱 산업 협회인 플라스틱스유럽(Plastics Europe)에 따르면, 2020년 세계 플라스틱 생산량은 2018년보다 800만 톤 증가한 3억 6,700만 톤에 달했다. 별다른 조치가 없다면 플라스틱 생산량은 2015년과 대비해 2030년에 두 배, 2050년에는 세 배로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플라스틱 1톤당 5톤의 온실가스 배출, 2030년 13억 4천 톤 온실가스 배출

99% 화석연료로 만들어지는 플라스틱은 석유 및 가스 추출·정제, 분해, 소각 전 단계에서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국제환경법센터(Center for International Environmental Law, 이하 CIEL)에 따르면 2019년 기준, 플라스틱 수명 전 주기에 걸쳐 배출하는 탄소량은 500 메가와트 용량의 석탄 화력발전소 200개의 탄소 배출량과 맞먹는 것으로 나타났다.

플라스틱 1톤당 총 5톤의 온실가스가 배출되는 것인데, 플라스틱 생산이 현재 추세로 증가할 경우, 플라스틱의 전 수명 주기에 걸쳐 배출되는 온실가스의 총량은 2030년에 2019년 대비 50% 이상 늘어난 13억 4천톤(화력 발전소 300개 탄소 배출량)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플라스틱 공정 과정별 온실가스 배출량. 제공=그린피스 서울사무소)

CIEL에 따르면, 전 지구적 과제인 온도 상승폭 1.5°C 이내 유지 목표를 위해 남은 탄소 예산의 10~13%가 2050년까지 플라스틱 생산으로 소진될 수 있고, 2100년에는 25% 이상 소진될 수 있다.

전 세계 플라스틱의 51%가 아시아에서 생산

플라스틱 생산 지역은 아시아, 북미, 유럽에 집중돼 있다. 그 중 전 세계 플라스틱의 51%가 아시아에서 생산된다. 특히 중국은 전 세계 플라스틱 생산의 31%를 차지한다.

한국도 석유 분해 시설 건설을 주도하는 국가 중 하나다. 올해 안에 한국에 신규 석유 분해 시설(crackers) 3개가 완공되는데, LG화학의 여수 설비, 현대오일뱅크와 롯데케미칼이 합작한 대산 석유화학시설이 이미 완공됐고, GS칼텍스의 여수 공장이 완공 예정이다.

염정훈 그린피스 서울사무소 플라스틱 캠페이너는 “전 지구적인 플라스틱 위기와 기후 위기를 막기 위해서는 글로벌 일용소비재 기업뿐 아니라 CJ제일제당, 롯데칠성음료 등 국내 굴지의 식품기업, 일용소비재 기업도 하루빨리 시스템 전환을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이모작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