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재훈의 지구를 걷다 72] 세계문화유산 도시, 조지아의 경주, ‘므츠헤타' 上

윤재훈 기자
  • 입력 2021.09.16 10:33
  • 수정 2021.09.17 10:1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세계문화유산의 도시, 조지아의 경주, ‘므츠헤타(Mtskheta)’  上

 

“예수가 예루살렘의 골고타에서 십자가에 못 박혀 처형됐을 때,
엘리아라는 조지아인이 로마의 집행관으로부터
예수가 입고 있던 옷을 사서 귀국했다.

그리고 그의 누이인 시도니아에게 보여주었는데,
그만 예수의 옷을 붙들고 비탄에 잠기다가 죽고 말았다.”

 

(두물머리에 위치한 도시, ’므츠헤타.‘ 촬영=윤재훈)
(두물머리에 위치한 도시, ’므츠헤타.‘ 촬영=윤재훈 기자)

[이모작뉴스 윤재훈 기자] 조지아의 고도 므츠헤타(Mtskheta, 므츠헤(케)타)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의 도시이다. ‘조지아의 경주’로 생각하면 한국인의 머리에 더 빨리 각인될 것이다. 트빌리시에서 북서쪽으로 약 20키로 떨어진 곳에, 조지아를 젖줄인 므츠바리 강(쿠라강Kura river)과 아라그바 강(Aragvi riner)이 합류하는 두물머리에 위치해 있어, 마치 북한강을 보는 듯하다.

(음지에서 자라는 식물처럼, 그는 도무지 밖으로 나가기가 싫은 모양이다. 촬영=윤재훈)
(음지에서 자라는 식물처럼, 그는 도무지 밖으로 나가기가 싫은 모양이다. 촬영=윤재훈 기자)

므츠헤타에 가려면 매트로를 타고, <디두베>역에서 내리면 편하다. 역에서 내려 지하도를 건너면 <재래시장> 있고, 마슈르카 터미널이 있다. 여기에서 마슈르카를 타고 30분여 가면 된다.

요금은 한번 타는데 0,3라리이며, 교통카드를 3라리 주고 사서 충전시키면 된다. 지금 환율이, 1달러에 2,43라리이다.

(”어서오세요, 당신을 기다려요.“ 촬영=윤재훈)
(”어서오세요, 당신을 기다려요.“ 촬영=윤재훈 기자)

워낙 교회와 성당으로 유명한 ‘종교도시’이며 지금은 약 7, 600여 명이 사는 작은 도시로 전락해 있다. 5세기에 트빌리시로 수도를 옮기기 전까지, 기원전 4세기부터 5세기에 존재했던 <이베리아Iberia 왕국>의 수도였다. 고대 그리스와 로마인이 현재의 조지아 남쪽과 동쪽 부문을 상당히 차지하고 있었으며, 고대 조지아 왕국에 붙여진 이름이다.

현재의 스페인과 포르투갈, 안도라 및 영국령 지브롤터가 위치해 있는 이베리아 반도와 구분하기 위해서, 캅카스 이베리아 또는 동이베리아라고 부른다. 세계는 그 가치를 인정하여 1994년 도시 전체를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했다.

(스베티츠호벨리 대성당. 촬영=윤재훈)
(스베티츠호벨리 대성당. 촬영=윤재훈 기자)

마을 중심에는 약 천 년의 시간을 지나오면서 퇴락과 훼손의 아픔을 거쳐오고 있는 ‘스베티츠호벨리 대성당(სვეტიცხოვლის საკათედრო ტაძარი, 스베티츠호벨리스 사카테드로 타자리, the Living Pillar Cathedral, 생의 기둥 대성당, Svetitskhoveli Cathedral))’이 높은 성벽에 둘러싸여 있으며, 조지아 정교회의 총본산으로 이 나라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다.

이곳은 예수의 외투가 묻혀있다고 알려져 있으며 오늘날에도 상찬 전례에 있어, 조지아 정교회 기독교에서 가장 신성한 장소 중의 하나이다. 현재 므츠헤타와 트빌리시의 대주교 성당으로, 11세기 조지아의 건축가 ‘아르사키스제’에 의해 건축되였다. 트빌리시에 있는 사베바 대성당에 이어 두 번째로 크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다.

(대성당 입구. 촬영=윤재훈)
(대성당 입구. 촬영=윤재훈 기자)

뒷골목 입구에는 자그마한 손수레을 하나 놓여있고, 곱게 진열해 놓은 그 안에서 아주머니가 웃으면서 차와 무화과을 팔고 있다.

그 시절 외적을 막기 위함인지 높은 성벽은 세월의 풍파에 견디면서도, 아직까지 그 위용을 드러내고 있다. 안에는 관광객들이 많으며, 다른 곳들처럼 입구에 종교와 관련된 물건을 파는 점포가 따로 있다. 이곳에는 예수님의 로브를 비롯해 중요한 성보들이 많이 있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마당으로 나오니 산꼭대기에 있는 <즈바리Jvari> 교회도 잘 보인다.

(스베티츠호벨리 성당 내부. 촬영=윤재훈)
(스베티츠호벨리 성당 내부. 촬영=윤재훈 기자)

성당은 4세기 이베리아(카르틀리) 지역의 미리안 3세 때 건축되었다. 성녀 니노가 조지아의 첫 번째 교회 부지로 아라그비 강과 므트크바리 강(쿠라강) 사이에 건축하도록 했다. 조지아의 ‘성인열전’에 따르면 1세기 때,

“예수가 예루살렘의 골고타에서 십자가에 못 박혀 처형됐을 때,
엘리아라는 조지아 인이 로마의 집행관으로부터 예수가 입고 있던 옷을 사서 귀국했다.

그리고 그의 누이인 시도니아에게 보여주었는데,
그만 예수의 옷을 붙들고 비탄에 잠기다가 죽고 말았다.

그런데 그녀가 옷을 너무나 단단히 쥐고 있어서 빼낼 수가 없어, 옷을 그녀와 함께 묻었다.
그 후 무덤에서는 거대한 삼나무가 자라나 성녀 니노는 그것을 베게 하여,
스베티츠호벨리 교회의 7개의 기둥을 만들었다.

그런데 일곱 기둥이 일어나더니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성녀 니노가 밤새도록 기도를 하자 다시 나타났다
(7번째 기둥이 공중에 솟구쳐 올라 내려오지 않았다).
그 후부터 일곱 기둥에서 사람들의 모든 질병을 치유해 주는 성스러운 액체가 흘러나왔다."

조지아어로 스베티는 ‘기둥’을 의미하며, 츠호벨리는 ‘삶을 주는’, ‘살아 있는’의 뜻이니, ‘스베티츠호벨리’는 ‘생명을 주는 기둥’이라는 의미이다.

그 전설을 말해주는 성화는 입구 오른 편 두 번째 기둥에 있다. 조지아 전역에서 볼 수 있는 이 성화는 1880년 미하일 사비닌이 그렸으며, 천당에서 천사가 된 시도니아가 기둥을 들어 올리고 있다. 성녀 니노는 앞에 있고, 오른쪽에는 미리안 왕과 왼쪽에는 왕비 나나가 있다. 조지아는 317년에 기독교를 공식적인 국교로 채택했다. 성당 안에는 현지인들이 촛불을 밝히거나, 성화에 입을 맟춘다.

(1,500년이 넘도록 건재한 돔. 촬영=윤재훈)
(1,500년이 넘도록 건재한 돔. 촬영=윤재훈 기자)

성당은 시간이 흐르는 동안 피해도 많이 입었는데, 특히 아랍, 페르시아, 티무르의 침입과, 러시아의 예속기, 소비에트 시대에 많은 피해를 입었으며, 지진이 나기도 했다.

1010~1029년 기오르기 1세(게오르게 1세) 때 아르사키스제에 의해, 크로스 돔 양식이 재축조 되었다. 1787년 에라클레 2세(헤라클리우스) 때 석조와 벽돌로 방벽을 만들었다. 1970~71년 복원을 하면서 바크탕 고르가살라(King Vakhtang 1 Gorgasali) 왕에 의해 건축되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3층 구조의 바실리카 지반이 발견되었다. 그 후 5세기 때 바흐탕 고르가살리 1세는 수도를 트빌리시로 옮긴다.

특히 교회의 4방향에는 돔이 있는데, 이는 훌륭한 음향 효과를 내는데, 좋다고 한다. 조지아의 콘스탄티네 감사쿠르디아가 지은 소설 ‘대거장의 손’에 보면, 아르사키스제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벽에 걸린 대부분의 성화들은 원본이 아니면, 원본은 조지아 국립박물관에 있다. 입구 오른편에는 4세기로 연대가 거슬러 올라가는 ‘성수반’이 있는데, 미리안 왕과 나나 왕비의 세례 때 사용된 것이라고 한다. 바로 뒤쪽의 남쪽 정면으로는 아르사키스제의 오른손의 구원과 빗면이 재현되어 있다.

남쪽에도 13세기에 축조된 작은 석조 성당이 있는데, 이는 예루살렘 성묘 성당의 상징적인 모방으로 만들어졌다.

(성당 바닥에 안치된 왕들. 촬영=윤재훈)
(성당 바닥에 안치된 왕들. 촬영=윤재훈 기자)

이곳은 조지아 왕들의 즉위식 장소인 동시에 묘소이기도 했다. 제대 앞으로 6명만 발견되었지만, 10명의 왕이 이곳에 묻혀있다고 한다. 방벽을 쌓았던 에레클 2세도 이곳에 묻혔다. 성당은 흐르는 세월에 어쩔 수가 없는지, 유네스코가 전반적으로 구조적인 위험성이 있다는 보고서를 발간했다.

(스베티츠호벨리 대성당 앞 광장. 촬영=윤재훈)
(스베티츠호벨리 대성당 앞 광장. 촬영=윤재훈)

성당 앞에는 커다란 광장이 있으며, 해질 무렵이면 마을 사람들이 나와 쉬는 휴식장소인 듯하다. 안쪽 마을로 연결되는 그리 길지 않은 길에는 양편으로 카페와 레스토랑을 비롯한 각종 가게들이 쭉 늘어서 있다. 크고 튼실한 무화과는 10라리 정도 하며, 아이스크림과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3라리 정도 한다.

낡은 건물 앞에 오래된 벤츠가 하나 서 있다. 서로 묘한 궁합을 이루며 이제는 해져가는 군복을 입은, 퇴역한 소련 군인 같다. 그런 건물들을 사진 찍은 재미가 쏠쏠하다.

 

저작권자 © 이모작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