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택시기사 폭행·사망 사고 예방 시스템 도입

윤철순 기자
  • 입력 2021.09.29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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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기사 74% 승객 폭행·폭언 경험
격벽설치, 112 자동신고시스템 도입
서울시 택시기사 셋 중 한 명 65세↑

(서울시 택시 사고 예방 112 자동신고시스템 안. 자료=서울시 제공)
(서울시 택시 사고 예방 112 자동신고시스템 안. 자료=서울시 제공)

[이모작뉴스 윤철순 기자] 지난해 11월 이용구 전 법무부차관은 차관 임명 한 달여를 앞둔 당시 귀가 중이던 택시 안에서 기사에게 욕설을 퍼붓고 목을 조르는 등의 폭행사건을 일으켜 뉴스메이커가 됐었다.

지난 5월엔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서 60대 택시기사가 20대 승객으로부터 폭행을 당해 사망했고, 2019년 7월엔 70대 택시기사가 동전을 던진 30대 승객에게 심하게 맞아 결국 숨졌다.

또 미금역 인근을 달리던 택시 안에서 기사가 승객으로부터 흉기 살해당한 사건을 비롯해 마스크 착용을 요구하던 50대 기사를 30대 여 승객이 때리는 등의 최근 사건까지 고령층 택시기사의 폭행·사망 사건이 끊이질 않고 있다.

이처럼 택시기사를 상대로 한 주취폭력사건 등이 잇따르면서 기사들의 불안감이 커지자 서울시가 승객의 폭행 등으로부터 택시기사를 보호하고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조치에 나섰다.

서울시는 29일 사고 예방을 위해 택시의 운전석과 뒷좌석을 물리적으로 분리하는 보호격벽 설치를 확대하는 한편, 위급상황 발생 시 카드결제기 버튼만 누르면 112에 신고 되는 자동 신고시스템을 올 12월 도입한다고 밝혔다.

먼저 폭행사고 발생 시 휴대폰으로 112에 신고하거나 문자를 입력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간단한 조작을 통해 신속하게 112에 신고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한다.

택시 내 카드결제기에 별도의 조작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택시기사 연락처, 위치 등을 포함한 문자를 생성해 112에 즉시 신고 되는 시스템을 카드결제기 운영사와 공동 구축해 연내 서비스를 개시할 계획이다.

또 연말까지 법인·개인택시 500대에 운전자 보호를 위한 격벽 설치를 지원한다. 보호격벽이 설치되면 비말에 의한 코로나19 감염 차단 효과도 기대할 수 있어 승객들도 보다 더 안전하게 택시를 이용할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택시 격벽은 미국, 일본, 유럽 등에서 운행되는 택시에는 보편적으로 설치돼 있다. 서울시에서도 감염병 확산 방지를 위해 작년부터 운영 중인 ‘해외입국자 전용 방역택시’에 처음 설치를 의무화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택시 내부 격벽 설치 모습. 사진=서울시 제공)
(택시 내부 격벽 설치 모습. 사진=서울시 제공)

서울시는 지난 2014년 시범사업을 실시해 30대를 지원한 데 이어 2019년 설치를 희망하는 사업자에 236대를 지원한 바 있다. 올해는 지원 대수를 500대로 확대하고, 내년에도 지속 설치를 지원할 계획이다.

법인 및 개인택시 기사를 대상으로 수요조사 및 의견청취 과정을 거쳐 택시기사들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제품을 선정한 후 격벽을 설치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택시표시등 경보음 추가 장착도 의무화된다. 내년부터 출시되는 신규차량에 한해서는 택시 표시등을 장착할 때 현재의 경고등 외 경보음도 추가로 장착하도록 의무화하는 사업개선명령을 개정할 계획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택시기사를 폭행으로부터 보호하는 것은 시민이 안전하게 대중교통을 이동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라며 “택시 내 보호격벽 설치, 즉시 신고 시스템 구축 같은 보호대책을 가동하는 동시에 택시기사를 존중하는 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택시기사 폭행은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단순 폭행보다 강도 높은 처벌 규정이 적용된다. 승·하차 등을 위해 일시 정차한 상황을 포함해 운행 중인 자동차의 운전자를 폭행하거나 협박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있다.

한편,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2018년 기준 90세 이상인 초고령 택시기사는 전국에 237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의 택시기사 수는 26만8669명으로 이중 65세 이상 운전사는 7만2800명(27%)에 이른다.

나이 구간별로는 65~69세 4만5879명, 70~79세 2만6151명, 80~89세 533명, 90~92세 237명이었다. 특히 서울은 전체 택시기사(8만1957명) 중 65세 기사가 2만6977명(33%)에 이르렀다.

90세 이상 기사도 서울 지역에 110명으로 가장 많고, 부산(24명), 경기(23명), 대구(17명) 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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