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여행이다⑧] 벗이여, 여수에 오려거든! 2

윤재훈 기자
  • 입력 2021.09.30 15:01
  • 수정 2022.03.09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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벗이여, 여수에 오려거든! 2

여수 밤바다 이 조명에 담긴 아름다운 얘기가 있어
네게 들려 주고파 전활 걸어, 뭐하고 있냐고
나는 지금 여수 밤바다, 여수 밤바다

아 아 아
아 아 어 어

너와 함께 걷고 싶다
-버스커 버스커, ‘여수 밤바다’

 

(남산동 회센터에서 바라본 돌산 제 1대교. 촬영=윤재훈)
(남산동 회센터에서 바라본 돌산 제1대교. 촬영=윤재훈 기자)

[이모작뉴스 윤재훈 기자] 조약돌처럼 펼쳐진 다도해(多島海), 빼어난 풍광에 야경이 아름다운 물의 도시, 여수(麗水), 1984년 12월 15일에 준공된 ‘제1 돌산대교’가 화려한 야경을 뽐낸다. 특히나 2000년 10월부터는 8개의 프로그램으로 재구성되어, 50여 가지의 색상 연출이 가능한 조명 시설를 설치하여, 관광객들의 가슴을 더욱 들뜨게 만든다. 왜 이곳을 우리나라 최고의 야경으로 꼽는지 이해가 간다.

길이는 450m이며 너비 11,7m, 높이는 62m로 진도대교에 이어 두 번째다. 다리 정면에 있는 돌산공원에 올라가, 시시각각 변하는 다리와 다도해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노라며, 저절로 그 풍경에 도취된다.

돌사공원, 진남관, 바다풍경
(한적한 바닷가. 촬영=윤재훈 기자)

오른쪽으로는 둥글게 여수항 야경이 펼쳐지고, 시가지 중심에는 이순신 장군이 승전할 때 세 번씩 울었다는 종고산이 솟아 있다. 그 산 가운데는 임진란이 끝나고 다음 해에 세워진 ‘진남관’이 1963년 보물 324호로 지정되어 있었으며, 그 옛날 객사의 용도로 사용되었다. 후에 그 진가가 인정되어 2001년에는 국보 304호로 버뀌었다. 우리나라 최대의 목조건물로 임진란 때 이순신 장군이 이곳에 앉아 작전을 짜고 수군들을 지휘했을 것이다.

한산사 달 밝은 밤에 수루에 홀로 앉아
큰 칼 옆에 차고 깊은 시름 하던 차에
어디서 일성호가(一聲胡笳)는 남의 애를 끊나니
- 충무공 이순신, 한산도가(閑山島歌)

68개의 기둥으로 지어진 거대한 기와집은, 정면 15칸, 측면 5칸, 건물면적 240평으로 현존하는 지방 관아 건물로는 최대 규모이다. 총 75칸이나 되는 건물은 우리나라에서 사찰이나 화랑, 궁전의 행랑, 종묘의 정전 같은 건물을 제외하고는 합천 해인사의 경판고와 진남관 단 두 곳뿐이다. 그 뜨락에 있는 석인상도 유명하다.

(하멜 등대와 벽화마을, 제1 돌산대교와 장군도도 보인다. 촬영=윤재훈)
(하멜 등대와 벽화마을, 제1 돌산대교와 장군도도 보인다. 촬영=윤재훈 기자)

그 아래 중앙동은 광장으로 조성되었으며, 이곳에는 당당한 위용의 ‘거북선’이 남해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돌산공원’의 기념탑 아래에는 “큰 사랑 큰 그리움이 되어 다리가 되어 놓였네”라는 어느 시인의 시가 쓰여 있다. 이제 이 다리는 돌산민들이 여수로 나가 수 있는 핏줄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으며, 당시 준공식에는 대통령까지 올 정도로 큰 행사였다.

북쪽에는 종고산이 솟아 있고요
남쪽에는 장군도가 놓여있구나
거울 같은 바다 위엔 고기 잡는 배
돛을 달고 왔다같다 오동도 바다
아 아름답구나, 여수항 경치
아 아름답구나, 여수항 경치

 

(엄마 섬과 애기 섬. 촬영=윤재훈)
(엄마 섬과 애기 섬. 촬영=윤재훈 기자)

그 대교 아래 보이는 섬은 ‘경도(京島)’이다. 한양에서 쫓겨난 왕후가 궁궐만 바라보면 살았다는 전설이 전해져 온다. 특히 이 섬은 ‘하모’가 유명하며, 여름이 시작되면 전국에서 관광객과 미식가들이 몰리는데, 예전에는 전량 수출을 해 어민들도 맛보기가 힘들었던 음식이다.

지금 그 섬은 미래에셋그룹이 1조 5천억 원을 투자해 경도 일원 2,14km 부지에 6성급 호텔과 리조트, 골프장, 상업시설, 해상 케이블카 등을 갖춘 아시아 최고의 복합 해양 리조트를 조성하고 있다.

여수에서 특별히 이 바닷가가 잘 보이는 곳이 구봉산이다. 이강산과 잇대어 있는 이 산은 종고산과 더불어 여수민들에게 향수가 짙은 곳이다. 어린 시절 이 산은 여수에 있는 학교들의 단골 소풍터였다.

책가방에 과자 두어 봉지와 환타 한 병, 사탕 몇 개, 거기에 노란 계란 후라이만 한 개 올라가 있는 도시락을 엄마가 준비해 준다면, 최고의 명절날이었다. 한 반에 60여 명이 넘어가던 시절, 교실이 부족하여 국민학교(초등학교) 때부터 2부제 수업을 했다. 

학교에서부터 친구와 두 손을 맞잡고 일렬로 서서 여수 시가지를 가로질러 구봉산에 갔다. 언제 왔는지 경찰 아저씨들은 횡단보도에 서서 아이들이 다 지나갈 때까지 차를 막고 있었다. 학교 정문 앞에서 코흘리개를 상대로 과자를 팔던 상인들도 재빨리 짐을 철수해 등짐을 메고 따랐다.

산길은 제법 가팔랐다. 아이스께끼를 파는 아저씨의 소리가 연신 들렸고 노란 빛깔에 동그랗게 얼려있던 얼음과자의 단맛도 잊을 수가 없다. 오색의 바람개비도 돌았고, 상인들은 연신 걸어가면서도 손목에 갖가지 것을 걸며, 코흘리개들의 동심을 자극했다.

무슨 연유에서 인지 그때 내게 야전(야외 전축)이 있었다. 거기에 아나로그 전축판 몇 장만 있으면 최고였다. 산에 도착하자마자 우리는 그것을 틀어놓고 막춤을 추었다. 쿵푸 파이팅, 디지, 렛미…, 또 무슨 노래를 틀었었을까, 아련하다. 그 친구들은 지금쯤 무엇을 하고 있을까?

한참을 올라가면 구봉 약수터가 있었고, 각종 성인병에 효험이 있다고 여수 시민들이 즐겨 찾던 곳이었다. 그 아래에는 둥글게 돌담을 쌓아놓은 샤워실이 있었는데, 사철 사람이 끊이지 않았다. 추운 겨울날도 그곳에서 냉수마찰을 하는 사람들을 흔하게 볼 수 있었다.

그리고 1194년 명종 24년에 고려 후기 보조국사 지눌 스님이 창건한 ‘한산사’가 있다. 그 사찰의 한가한 풍경이 좋다. 물이 맑고 산이 좋아 그런 이름이 붙여졌다. 구례 화엄사의 말사이다.

(소박한 삶의 정신이 빛나는 도공 토완(土完). 촬영=윤재훈 기자)

 

그 아래 토완(土完)이라는 도공이 산다. 젊은 날 들어와 움막을 짓고 아들 셋을 낳으며, 평생 그곳에서 살고 있다. 수많은 개인전과 단체전을 전국에서 갖더니 이제는 제법 명성도 얻고, 손수 멋진 흙집을 지어 살고 있다. 평생 흙만 만져 머슴처럼 투박한 그의 손과 너털 웃음, 소박한 삶의 정신은 주위 환경과 잘 어울린다. 그의 호인 土完처럼 흙의 완성을 기대해 본다.

다가서지 마라
눈과 코는 벌써 돌아가고
마지막 흔적만 남은 석불 한 분
지금 막 완성을 꾀하고 있다
부처를 버리고
다시 돌이 되고 있다
어느 인연의 시간이
눈과 코를 새긴 후
여기는 천년 인각사 뜨락
부처의 감옥은 깊고 성스러웠다
다시 한 송이 돌로 돌아가는
자연 앞에
시간은 아무 데도 없다
부질없이 두 손 모으지 마라
완성이란 말도
다만 저 멀리 비켜버려라
- 돌아가는 길 / 문정희

(여수의 시화, 오동도 동백꽃. 촬영=윤재훈)
(여수의 시화, 오동도 동백꽃. 촬영=윤재훈 기자)

또한 여수와 단일 문화권으로 성장한 돌산도는 완만한 백사장과 송림으로 아름다운 ‘방죽포 해수욕장’과 쓰르락, 쓰르락, 몽돌에 쓸려가는 물소리로 유명한 ‘무슬목(동백골) 해수욕장’, 그 너머 수평선에 놓여있는 ‘엄마섬과 애기섬’이 이쁘다.

특히 방죽포 해수욕장에서 향일암(임포)까지의 바닷길은 빼어나게 아름답다. 그 섬의 끝에 있는 ‘향일암’은 전국의 3대 기도처로 유명하며, 그 옛날 육영숙 여사도 이곳에 와서 기도를 했다고 한다. 향일암(向日庵)은 글자 그대로 일출이 아름다운 곳이라는 뜻과 일본을 바라보고 서 있다는 뜻이 있다고 한다.

그 옛날 전국 교수불자회 학술 대회를 할 때 이곳 승방에서 하룻밤 머문 인연이 있었는데, 아침에 문을 열고 바라본 감동을 잊을 수가 없다. 눈앞에는 일망창해(一望蒼海) 끝없는 수평선만 떠 있었으며, 이곳이 차안(此岸)인지 피안(彼岸)인지 잠시 꿈을 꾸는 듯했다.

사진 향일암 ,횟접시
(벗이여, 여수에 오시게. 촬영=윤재훈 기자)

절은 절벽 위에 서 있으며 그 아래 은물결처럼 반짝이는 동백잎 군락은 바닷물의 번쩍임과 섞여 눈을 뜰 수가 없다. 또한 이곳은 감성돔의 낚시터로도 유명해 어린 시절 하루에 두세 번 있는 완행버스를 타고 몇 번인가 온 기억이 난다.

다리가 놓이기 전에 향일암은 조그만 암자에 불과했으나, 지금은 나날이 그 몸집이 커가고 있다. 그 아래 임포 마을에는 횟집과 민박들이 있으며, 전국적으로 유명한 ‘돌산 갓김치’도 살 수 있다.

여수 밤바다 이 조명에 담긴 아름다운 얘기가 있어
네게 들려 주고파 전활 걸어, 뭐하고 있냐고
나는 지금 여수 밤바다, 여수 밤바다

아 아 아
아 아 어 어

너와 함께 걷고 싶다
이 바다를 너와 함께 걷고 싶어
이 거리를 너와 함께 걷고 싶다

-버스커 버스커, ‘여수 밤바다’

(남산동 어판장. 촬영=윤재훈)
(남산동 어판장. 촬영=윤재훈 기자)

돌산대교를 막 지나면 전국에서 온 버스들이 줄을 서서 먹고 가는, 유명한 봉산동의 ‘게장집’들이 밀집해 있다. 또한 남산동에 있는 ‘여수 수산시장’과 ‘여수 수산물 특화시장’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좋은 사람들과 한 잔 술에 곁들이는 해산물에 맛도 기가 막힌다.

(한려수도의 깃점, 오동도. 촬영=윤재훈)
(한려수도의 기점, 오동도. 촬영=윤재훈 기자)

여기에 뭐니 뭐니 해도 여수의 오래된 명소는 ‘오동도’이다. 오랫동안 관광객들에게 사랑을 받아온 300리 한려수도에 기점이자 종착지인, 국립해상공원 오동도를 빠뜨릴 수 없다. 겨울철 온몸으로 찬바람을 받으며 붉게 피어나, 봄이 되면 툭, 툭, 미련 없이 떨어져 버리는 동백꽃, 그리고 이순신 장군이 화살을 만들 때 사용했다는 시누대가 지천이다.

우리들의 어린 시절 이곳은 입구부터 횟집 천지였다. 다리에서는 해녀들이 막 잡아온 해산물들을 쭈그려 앉아 팔았으며, 우리는 그 앞에 앉아 잔술을 마셨다. 섬 안에도 횟집이 즐비했다. 바닷가 절벽 위로 요행히 나무 기둥을 받치고 서 있는 횟집들도 있었다. 우리는 그곳에 앉아 겁도 없이 술잔을 들이키며 20대의 한 시절을 보냈다.

어제는 바로 건너다보이는 경남 남해와 여수 간 해저터널을 뚫은 다는 기사가 나왔다. 1998년부터 숙원사업이었으나 경제성 부족으로 네 차례나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통과하지 못한 사업이었다. 23년 만에 결정되는 셈이다. 이 루트를 <경남 남해와 여수 간 해저터널>이라고 한다.

국비 6824억 원을 투입해 2029년까지 7.3km를 해저터널로 잇는다. 80km의 거리가 10km로 단축되어, 1시간 20분 걸리던 길을 10분 내외로 갈 수 있으니 속도전의 세상이다.

그 옛날 오동도 앞바다에서 아득하게 보이는 남해도까지 노를 저어 뗏마(쪽배)로 건너갔다는 아득한 전설을 들으면, 가히 산천개벽이다.

11개 다리지도
(여수만과 여자만을 둥글게 있는 해양 관광벨트, 11개 다리 지도)

또한 여수는 여수만과 여자만 가막만에 있는 섬들을 연결해 11개의 다리를 놓고 있다. 지금 그 중 7개는 완공되고 나머지 4개는 2028년 완공예정이다. 한 마디로 여수만과 여자만을 동그랗게 연결하는 거대한 해양 관광벨트을 만드는 것이다. 건설과 파괴라는 양날의 칼이 횡횡하고 있다. 다 부서지기 전에 그 섬 길을 초가을 햇살을 받으며, 자전거라도 타고 달려보고 싶다.

멀리 바다 건너에는 우리나라 유일한 검은 모래 해수욕장 만성리가 있다. 그곳을 지나가려면 그 옛날 일제 시대 때 뚫어 서울까지 가는 열차가 끼어가던 굴을 지나야 한다. 어린 시절 버스비가 아까운 우리는 걸어서 그 캄캄한 굴을 지나 해수욕장까지 갔다.

코흘리개 시절 부모님을 따라갔던 기억도 난다. 백사장에 흥청거리던 노랫소리 가득하던 시절, 부모님은 우리를 골려주기 위함인지 검정 우끼(튜브)에 태워 경계선 근방까지 나갔다. 그 시퍼렇던 물들에 대한 두려움. 방죽포 해수욕장에서 솥을 걸어두고 끓여주었던 통닭, 다시 돌아갈 수 없는 부모님과 이 지상에서의 추억.  

이제 그 길에 KTX가 생기고, ‘레일 바이크’가 놓여, 수많은 관광객을 부른다. 푸른 바다 옆으로 나 있는 철로를 달리며 오색 불빛이 반짝이는 기다란 굴을 지나간다.

‘만성리 해수욕장은 해마다 이른 봄날 ‘모래가 눈 뜨는 날’이 되면, 전국에 있는 신경통 환자들이 아침 기차로 내려와 종일 모래찜질을 하고, 오후면 다시 올라가곤 한다. 여기에 몇 년 전에 여수 해안길을 따라 조성된 ‘갯갓길 트레킹’도 빼놓을 수 없다. 여수만과 가만만 사이에 조약돌처럼 놓인 다도해의 섬들, 그중에서도 금오도와 하와도, 낭도 등 큰 섬에는 트레킹을 할 수 있는 길들이 잘 조성되어 있다. 가히 낭만의 도시 여수가 우리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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