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상속 문제, 10년 이상 준비하는 지혜 필요”...교보생명 시니어 자산관리사 정한철

윤철순 기자
  • 입력 2021.10.05 13:37
  • 수정 2021.10.06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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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상속은 당사자가 직접나서 준비해야’
상속세 최고세율 50%···잘못하면 부동산 급매
100세 시대 최고의 노후 준비는 ‘소득 활동’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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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모작뉴스 윤철순 기자] 유사 이래 부자(富者)가 가장 많다는 ‘베이비부머(1955년~1963년 출생)’들의 은퇴 행렬이 절정에 달하고 있다. 이들은 고도 경제성장기의 부동산 상승과 이른바, ‘3저 호황’ 등으로 부(富)를 축적한 세대다.

반면, 외환위기(1997년)와 글로벌금융위기(2008년) 등으로 하루아침에 길바닥에 내몰리는 등 ‘양극화’의 희생양이 된 세대이기도 하다. 또 부모를 부양하는 마지막 세대이자 자식을 ‘끝까지’ 책임져야하는 첫 세대다.

이처럼 다양한 스토리를 품고 있는 베이비부머들의 가장 큰 걱정 하나가 상속(증여) 문제다. 현대 사회에서 ‘부(富)의 이전’은 단순하지 않다. 물론, ‘원칙’대로 낼 세금 다 낸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러나 가능하면 세금을 줄이거나 안 내고 싶은 게 ‘인지상정’이다. 한국사회에서의 상속은 ‘입구’에서부터 난관이다. 유교적 관습이 팽배한 문화 때문에 ‘죽기 전’엔 섣불리 단어조차 입에 올리기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특히, 자식이 부모에게 먼저 상속 얘기를 꺼내는 것은 ‘금기’다. 그러나 현명한 부모는 이와 같은 관습 등에 얽매이지 않는다. 오히려 현상을 이성적으로 바라보며 ‘절세’나 ‘부의 이전 수단’으로 생각한다.

유대인들은 세금 없이 자녀에게 자산을 상속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생명을 이용한다. 부모 사망 시 거액의 보험금을 자녀가 탈 수 있도록 하는 ‘보험금 세대물림’을 통해 상속세 없이 자녀에게 부를 이전할 정도다.

시니어들의 고민 중 하나인 상속 문제를 ‘시니어 자산관리 전문가’에게 들어봤다. 교보생명 시니어 자산관리사 정한철 GFP는 2년 전 30년간 재직한 중견기업을 은퇴한 이후 동년배들을 위한 자산관리사로 이모작 삶을 살고 있다.

- 겉으로 표현은 안 하지만, 적지 않은 시니어들이 상속 고민을 할 것 같다.

“나 역시 같은 세대다. 사실 상속보다 더 현실적인 문제는 퇴직 이후의 소득공백기다. 적게는 2년, 많게는 10년 이상을 국민연금 등 노후생활 자금이 없는 기간에 대한 대비다. 때문에 상속 문제는 긴 시간을 두고 준비해야 한다. 이 기간을 슬기롭게 넘기지 않으면 상속은커녕 노후의 삶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 상속세를 줄이는 좋은 방법은 어떤 게 있나.

“예를 들어, 과세표준액이 30억 원 이상이면 상속세 최고세율이 50%나 되는데, 요즘은 서울의 웬만한 아파트 한 채 값이 10억 원 이상이다. 이정도만 해도 상속세가 적지 않게 나온다. 부동산을 포함한 현재의 총 자산이 10억 원 이상일 경우, 지금부터 상속·증여를 착실히 준비해야 한다. 미리 준비하면 절세 효과도 그만큼 크다. 자산을 불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존의 자산을 지키고 관리해 자녀에게 물려주는 것은 더 중요하다. 우리나라 소득세율은 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이다. 자산의 증가속도보다는 그 자산에 부과되는 상속세의 증가속도가 훨씬 빠르고 크다.”

- 상속을 생전에 미리 준비해야하는 이유가 뭔가.

“일차적으론 당연히 절세다. 또 우리나라는 자식이 부모에게 대놓고 상속 문제를 꺼낼 수 없는 문화다. ‘유교적 관습’과 효(孝)사상 문화가 상속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치는 것이다. 당사자인 부모가 생전에 준비하지 않으면, 나중에 세금 낼 돈이 없어 부동산이나 기업 등을 급매로 처분해야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종국엔 가족(형제자매) 간 분쟁으로 번지기도 한다. 대기업의 상속 관련 뉴스를 보면 쉽게 이해될 거다. 때문에 상속은 임박하거나 사망 후가 아니라 생전에 최소 10년 이상 장기적으로 준비하고 진행해야할 필요가 있다.”

- 또 다른 상속세 절세 방법이 있다면.

“‘장기 계획’과 함께 ‘사전 증여’하는 방법이 있다. 현재는 저평가돼 있지만 향후 가치 상승 가능성이 높은 자산을 사전에 증여하면 상속세를 크게 줄일 수 있다. 또 상속 자산이 많은 ‘고령’이라면 자녀를 거치지 않고 손자녀에게 직접 증여하는 '세대생략증여'를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한 세대를 건너뛰는 절세 방법이다. 사실 상속과 증여는 같은 개념이다. 차이가 있다면 상속은 사후에, 증여는 생전에 부를 이전한다는 것일 뿐이다. 세율에선 차이가 없다.”

- 또 다른 절세 방법은 어떤 게 있나.

“보험을 활용하는 방법이 있다. 강남의 수백억짜리 건물 여러 채를 갖고 있던 60대가 생전에 상속 문제를 소홀히 하다 갑자기 심장마비로 사망했는데, 상속자인 아들이 세금 낼 돈이 없어 일부 건물을 급매 처분한 사례가 있다. 보험제도를 효과적으로 이용했다면 ‘가업 승계’를 포함해서 고율의 세금을 줄일 수 있었음은 물론, 세금 낼 돈도 준비 할 수 있었다. 자산가나 중소기업 오너가 자녀에게 자산 이전을 계획적으로 ‘사전 상속’할 경우엔 규모에 따라 저율의 증여세나 ‘사후 가업 상속제’도 적용받을 수 있다.”

- 그렇다고 10년 이상 준비할 필요까지 있나.

“세금을 줄이기 위해서다. 상속 관련 세율은 점점 커지고 있다. 현재 한국의 상속세율은 OECD 평균에 비해서도 상당히 높은 편이다. 지금은 시대가 변했다. 그야말로 시니어들의 ‘지혜로운 상속’ 준비가 필요한 때다. 상속 상황이 생기면 상속세는 발생일로부터 통상 6개월 내에 현금으로 납부하는 게 원칙이다. 그런데, 세금 낼 돈이 없으면 세무당국과의 협의를 통해 ‘부동산 물납’도 가능하다. 그러나 이 경우는 최악의 사례라고 봐야한다. 왜냐하면, 현물 대납 시 해당 부동산의 미래가치(상승)를 전혀 인정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 시니어들의 ‘지혜로운 인생이모작 준비 방법’이 있다면.

“지금은 100세 시대다. 조기 퇴직 등 은퇴 이전의 기간이 남은 삶보다 짧아지고 있다. 때문에 금액이 적더라도 일할 수 있다면 소득활동을 하는 게 인생2막을 준비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단순히 돈을 버는 것 이상이다. 건강은 물론, 자신감도 생기고 사회구성원으로서의 공감대도 유지할 수 있다. 움직일 수만 있다면 무슨 일이든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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