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Review] '쉼'의 철학이 담긴, '철학의 위로' 1

윤재훈 기자
  • 입력 2021.10.07 17:22
  • 수정 2021.10.12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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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 속에 책 한 권
'쉼'의 철학이 담긴, 『철학의 위로』 1

“어제의 상식이 오늘은 통하지 않는 시대,
‘코로나 블루’에 빠진 우리에게, 진정한 삶의 위로는 무엇인가?

삶의 의미를 되찾을 때,
비로소 그 진정한 위로가 찾아온다.”

(철학의 고향, ‘아테네 학당’, 촬영=윤재훈 기자)
(철학의 고향, ‘아테네 학당’, 촬영=윤재훈 기자)

“2,600년 철학사는 남의 말을 하는 것이었다.
나의 철학은, 내 말을 하고 싶었다.”

그림을 그리고 시와 소설을 쓰는 윤재은 교수는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이다. 현재 국민대학교 건축디자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이번에 『철학의 위로』라는 책을 냈는데, 행간 마디마디에 철학적 사유를 통한 본질을 고민하는 공간철학자의 면모가 잘 드러나 있다. 그럼 저자가 말하고 싶은 ‘공간철학’이란, 무엇일까?

“지식의 한계를 넘어 직관을 통해 무형의 공간과 사물의 본질을 이해하고,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방향성을 설정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

그래서인지 그동안 그가 발간한 저서들의 이름들도 독특한데, 바로 『건축은 나무다』와 『건축은 선이다』라는 두 권의 시집과 장편소설 『비트의 안개나라』이다. 저자는 그동안 자연의 본질을 이해하기 위해 물, 공기, 나무, 돌 등을 탐구하였으며, 공간, 자연, 사물의 본질을 연구하였다.

그 이외에도 많은 연구논문과 전문서적이 있으며, 그가 설계한 주요 건축 작품으로는, 헤이리 블랙하우스, 25.7 하우스, 송해븐, 유진타워, 성북동 보현재주택 등이 있다

“철학은 ‘본질’을 찾아가는 것이다.”

육체의 나약함은 인간을 병들게 하지만, 정신의 나약함은 인간을 잠들게 한다. 병은 운동과 치료를 통해 극복할 수 있지만, 정신의 나약함은 영혼을 잠들게 하여 영원한 어둠으로 인도한다.

어둠의 끝은 죽음뿐이며, 빛의 세계로 다시 태어나기 위해서는 영혼의 정화를 통해 다시 태어나야 한다. 정신은 육체와 하나가 되어 인간으로 태어나지만, 순수한 정신의 세계를 버리고 타락으로 회귀하면, 정신은 육체를 버리고 본래의 세계로 되돌아가 버린다. -p.40

“미래사회가 아무리 발전해도 인간적인 감성은 마음으로부터 나온다.
이러한 마음을 위로하는 것이 ‘철학’이다.”

진리에 본질에 다가가지 못하는 인간은 진정한 위로와 안식을 얻을 수 없다. 삶 속에서의 안식은 보다 근본적인 질문에 귀 기우려야, 자기의 길을 잃지 않을 수 있다. 『철학의 위로』는 현대사회의 불안한 삶 속에서도 자신의 존재가치를 되내이며, 철학이라는 깊은 우물 속에서 그 참의미를 찾으려 했던 작가의 고심의 흔적이 눈밝은 독자라면, 곳곳에서 찾을 수 있다.

“인간의 행복은 음식을 가득 담은 ‘위’가 느끼는 것이 아니라,
‘정신’이 느끼는 것이다.”

 

('철학의 위로' 윤재은 교수 제공)

“풍요의 사회에서,
행복지수’는 갈수록 떨어진다.”

갈수록 각박해져 가는 현실에서 감정이 없는 가상 인간까지 우리 곁에 와 있다. 하여, 세상은 더욱 인간성을 상실한 가증스런 범죄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포스트 모더니즘이란, 가히 그 한 단면이기도 하다. 이러한 불안정한 시대일수록 우리는 끊임없이 내면에서 울려오는 깊은 성찰의 파동 소리를 잘 감지해야 한다.

그런 끊임없는 갈증 속에 이 책이 탄생 되었다고 한다. 서양 철학의 흐름을 통해 인간의 본질을 깊게 성찰하고, 그 속에서 스스로 삶의 의미를 구할 수 있게 도와주기 위해서란다.
삶은 언제나 불확실하고 불안하다. 그 속에서 잠깐의 위로와 쾌락은 우리에게 어떤 불안도 해소해주지 못한다. 그럼으로 철학을 통해 인간의 본질적 삶을 고민해 보아야 한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너 자신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서 이 세상에 와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는 언제 편안하고 행복한 느낌을 얻을 수 있는가?

“죽음 앞에 서면 이 세상 모든 것은 사소하다.”

(아테네 학당에서, 촬영=윤재훈 기자)

"세상은 내가 있음으로써 존재한다.
천상천하 유아독존(天上天下 唯我獨尊)이다."

“물질과 정신이 혼재된 현대 사회에서 물질의 풍요만을 추구하는 것은 추해 보인다. 물질은 삶에 있어 생존을 위해 중요한 것이지만 삶 자체는 아니기 때문이다. 물질은 솔로몬Solomon 왕의 말처럼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도다”에서 잘 나타난다. 세상에 태어나 모든 권력과 부귀를 누린 솔로몬 왕도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인 인생 앞에서 물질과 권세의 허무함을 알았다.

인간으로서 삶의 가치를 힘, 권력, 물질 등에 두는 사람들은 그 끝을 허무하게 마무리할 것이다. 우리는 나약한 인간으로서 삶의 존재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하면서, 인간은 무엇 때문에 사는 것인가에 대해 스스로 묻고 답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p.77

“아담은 사과를 따면서, ‘자유’를 얻게 된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는 데카르트적 회의는, 자만으로 가득한 현대인들에게 고정된 생각과 관념에 대한 커다란 질문을 던진다. 인간으로 태어나 삶의 불꽃을 불태우는 모닥불처럼, 진리의 시계는 삶의 바다를 항해하고 있다.

지금 우리 앞에 진리의 등불을 밝혀주는 것은 무엇인가? 진리의 등불은 하나의 주장으로 밝혀지는 것이 아니며, 무지한 힘으로 밀어붙이는 것도 아니다. 진리는 스스로 끊임없이 묻고 질문함으로써, 삶의 본질에 대한 답을 구하려는 인간의 노력이다.“ -p.223

(인간은 무엇을 갈구하는가, 그리스 아테네에서. 촬영=윤재훈 기자)
(인간은 무엇을 갈구하는가, 그리스 아테네에서. 촬영=윤재훈 기자)

“어제의 상식이 오늘은 통하지 않는 시대,
‘코로나 블루’에 빠진 우리의 진정한 위로는 무엇인가?”

모두가 지치고 우울해졌다. 실업과 폐업, 관계에서의 고립, 기나긴 장마… ‘코로나 블루’라는 말이 일상이 될 정도로 사람들은 급격한 사회의 변화 앞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지고 있다.

상식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 것이 되었고, 우리는 당장 내일 무슨 일이 벌어질지도 모르는 불안한 일상을 경험하고 있다. 과거를 통해 미래를 예측하는 일이 불가능한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과도한 일에 시달리던 사람들은 이제 완전히 달라진 환경에서 넘쳐나는 시간, 집 안에서의 고독, 가족 간 관계의 문제 앞에 다시 우울을 경험한다. 이럴 때 우리는 무엇을 붙잡아야 하는가? 무엇이 침체에 빠진 우리의 위로가 되는가?


급변하는 상황일수록 우리는 변하지 않는 본질적인 것에 관심을 두고 그것에서 위로를 얻는다. 철학은 본질적 질문을 통해 진리에 접근하려는 의지를 담고 있다. 철학은 끊임없이 질문하고 반성하며, 삶의 본질에 접근한다.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것, 인간이 추구해야 하는 가장 고귀한 목적, 가장 중요한 것, 어떤 상황에서도 변하지 않는 핵심적인 것을 우리는 본질이라 부른다. 본질적인 질문의 답은 단순한 지식으로는 얻을 수 없다.

하지만 대부분 사람은 삶의 본질을 보지 못하고 피상적 대상과 물질을 추구하며 자신을 매몰시켜 버리고 만다. 철학적 진리를 추구하지 못하는 사람은 진정한 위로와 안식을 얻을 수 없다. 진정한 위로는 본질적 삶을 추구하며 자신이 살아가야 할 방향성을 잃지 않는 데서 온다.

누구도 ‘본질적 실체를 증명하지 못한다.’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단단한 내면을 갖는 법, 그것을 『철학의 위로』는 헤시오도스와 호메로스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신과 인간의 관계를 되돌아보게 한다.

서양 철학의 흐름을 따라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로부터 현대 철학에 이르기까지 각 시대적 철학 언어와 개념을 살펴보며, 특히 고대 철학 중에서도 소크라테스와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는 별도의 장으로 구성하여 자세히 다루었다. 이러한 흐름을 바탕으로 저자는 인간의 삶과 본질, 그리고 우리를 둘러싼 세상에 대한 깊은 성찰을 보여준다.
『철학의 위로』는 철학적 사유를 통해 스스로 본질적 위로를 구하게 하는 동시에, 행복하게 살아가기 위한 삶의 방향성과 가치관을 세우도록 도와준다. 삶의 목표를 설정하는 데 철학은 필연적이다.

철학은 기존의 절대주의적 가치에 끊임없이 질문하고, 자아를 반성하며, 새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 우리는 그런 과정 속에서 비로소 내면이 단단해지고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위로를 얻을 수 있다.
『철학의 위로』는 철학이 지식의 대상이 아닌, 지혜를 찾아 떠나는 자유로운 사유의 대상이 되길 바란다. 삶의 본질을 망각하고 물질주의에 매몰되어 가는 모습이 현대 사회에서 길을 잃은 우리의 자화상이다.

이제 우리는 좀 더 본질적인 정신을 가져야 한다. 철학은 마냥 딱딱하고 어려운 학문이 아니다. 우리 개개인은 살면서 필연적으로 어떤 철학을 지니게 된다. 그 가치관과 세계관이 우리로 하여금 오늘 어떤 행동을 할지, 앞으로 어떤 길을 걸어갈지, 어떤 사람이 될지 결정하게 만든다.

하지만 우리는 그런 중요한 문제를 혼자 고민할 필요가 없다. 아주 오랜 기간 이미 수많은 선현이 우리가 살면서 마주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문제에 대한 질문과 답을 던졌다. 그 질문과 답을 따라가다 보면, 오늘 내게 닥친 소소한 문제 또한 삶의 일부분임을 깨닫게 되고, 곁가지가 아닌 더 중요한 본질을 바라보게 될 것이며, 그 넓은 시야를 가질 때 우리는 변하지 않는 위로와 안식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소크라테스의 ‘너 자신을 알라는 말’도 실은, 자신의 본질을 알아가라는 말이다. 그리스인 조르바처럼.

나는 지금 너무 많은 행복을 가지고 있는데도 사람들은 모른다. 마치 일화가 생각이 난다. 평생, 남을 보고 비교만 하면 살아오다 보니, 행복지수는 꼴찌, 자살율 1위의 대한민국이 되었다.

신채호 선생도 인간의 삶은 “아(我)와 비아(非我)의 싸움”이라고 했다. 즉 타자(他者)인 비아(非我)를 통해서 나를 볼 수 있어야, 비로소 우리는 행복의 문으로 들어갈 수 있다.

<철학의 위로, 윤재은 LIVE 북토크 - SBA 인문학T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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