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Review]'쉼'의 철학이 담긴, '철학의 위로' 2

윤재훈 기자
  • 입력 2021.10.12 11:28
  • 수정 2021.10.15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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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 속에 책 한 권
'쉼'의 철학이 담긴, 『철학의 위로』 2

“인간은 무릇 물처럼 낮은 데를 찾아가는 자세,
사람됨으로 사귀는 마음, 믿음을 주는 확신, 정의로운 판단,
힘을 다한 섬김, 때를 가리는 움직임을 가져야 한다.”

(인류에게 끝없는 향유(香乳)를 전해주는 아테네 학당에서. 촬영=윤재훈 기자)

“철학은 질문에 대한 해답을 내놓기보다,
자신의 반성을 내면으로부터 끌어내야 한다.”

철학이라는 말을 들으면 왠지 어렵다는 선입감이 먼저 든다. 왜일까? 철학은 물질적 실체를 넘어 ‘정신적 실체’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철학은 세계의 본질에 대해 끊임없이 묻고 답하는 과정이다.

윤재은 교수의 '철학의 위로'는 그런 방대한 양의 주제를 고대부터 현대철학까지 주제별로 담아내고 있다. 당 시대의 철학적 사상을 통해 본질적 문제를 들여다보고, 내면에 잠재되어 있는 이야기를 통해 ‘위로’를 받게 해준다.

“소크라테스의 삶의 태도는,
봄의 새싹처럼 능동적 삶의 태도를 요구하고 있다.(118쪽)”

‘철학의 위로’는 2600년의 역사를 지닌 서양 철학 사상이 추구해온 ‘본질’에 대한 이야기를 현대인들의 삶과 연계하여 풀어낸 내용이다. 그들이 남긴 서양 철학을 철학자들의 깊은 사유를 통해 짚어보고, 잠깐의 쾌락과 위로를 쫓는 삶에 대한 자기 반성과 성찰, 진정한 안식을 찾기 위한 본질적 삶에 대한 고민을 담았다.

헤시오도스와 호메로스의 이야기로 신과 인간의 관계를 돌아보고, 서양 철학의 흐름에 따라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로부터 현대 철학에 이르기까지 각 시대적 철학 언어와 개념을 설명했다.

특히 고대 철학 중에서도 소크라테스와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는 별도의 장으로 구성하여 자세히 다루고 있어, 더욱 읽기가 편하다.

‘존재의 문제’를 질문하는 형이상학적 태도는 인간이 동물과 다른 하나의 이유라 할 수 있다. 존재는 자본주의 사회에 있어 배부른 질문일 수 있다. 하지만 세상의 근원을 이루는 실체에 대한 단순한 질문 하나가 인간의 문명을 발전시켰다는 것은 분명하다.

인간은 동물과 달리 이성의 실체 속에서 자신을 반성하며 살아가는 생명체이다. 반성 없는 인간은 욕망으로 가득 채워진 오류를 범하게 된다. 나약한 인간의 굴레에서 벗어나 삶의 본질을 찾아가는 길에서 사색의 눈으로 저 하늘의 구름을 보라.

구름을 보며 느끼는 지각은 인상이 되고 관념이 된다. 단순 관념 속에 형성된 구름은 자유이며 명예이다. 관념의 형성은 구름처럼 부드러운 인상으로부터 시작하여 강인한 관념으로 결실을 맺는다. -p.285

(아테네 제우스 신전. 촬영=윤재훈 기자)
(아테네 제우스 신전. 촬영=윤재훈 기자)

이 책은 순서를 가리지 말고 골라서 읽어도 좋은 책이다. 책에서 만나는 철학은 어렵지 않다. 철학자들의 문장들을 쉽게 풀어서 이해시켜주면서 독자들의 삶에 향유와 같은 값진 보물들을 전하고 있는 책이기도 하다.

어렵고 힘든 책이 아니다. 우리가 고민하는 삶의 문제들을 어떠한 방향으로 어떠한 마음으로 방향을 잡을지 진지하게 논하고 있는 책이다. 철학적 사유가 왜 필요한지 책은 분명하게 말한다. 철학은 필연적이라고.

“인간은 무릇 물처럼 낮은 데를 찾아가는 자세,
심연을 닮은 마음, 사람됨으로 사귀는 마음,
믿음을 주는 확신, 정의로운 판단, 힘을 다한 섬김,
때를 가리는 움직임을 가져야 한다.”

저자는 책의 목차들에 소개된 소제목들에 거리감을 느끼지 않았으면 한다. 그리고 이 글들은 지식의 전달이 아닌 철학을 통한 우리들의 삶을 살아가는 지혜가 되어주길 원한다.

이 책을 읽는 동안에 어떤 책보다도 더 편안하고 행복했다. 간과하고 일상 속에서 놓치고 지나쳤던 것들이 무엇이었는지도 깨우치게 해주었던 시간이었다. 우리는 가치 있게 살아가기 위해 이 세상을 살고 있는 것이라고 말하였다. 철학자들의 말을 음미하면서 나와 더욱 내밀해졌던 시간들이었다. 나를 위해서, 이웃을 위해서, 더불어 살아가고 있음을 잊지 말라고 저자는 끊임없이 전해준다.

(인류 철학의 고향, 아크로폴리스 언덕, ‘파르테논 신전’, 촬영=윤재훈 기자)
(인류 철학의 고향, 아크로폴리스 언덕, ‘파르테논 신전’, 촬영=윤재훈 기자)

우리가 현대사회에서 불안의 개념을 극복하는 것은 현존재의 시간을 존재의 시간으로 인정하는 것이다. 현재의 시간이 인생에 주어진 최고의 시간이라면, 우리는 그 시간에 충실해야 한다. 신에 의해 인간에게 주어진 시간은 유한한 것이다. 무한한 시간이 유한한 시간으로 한정되는 것은 신이 인간에게 부여한 운명 때문이다.

인간은 이러한 시간을 불안의 개념으로 삼고 있다. 하지만 실존의 개념은 이러한 불안을 없애준다. 하이데거의 존재와 시간 개념은 세계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주어진 존재자의 시간이 보편적 존재의 시간만큼 중요하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p.389

(아크로폴리스언덕의 '헤카톰페도스 신전'. 촬영=윤재훈 기자)
(아크로폴리스언덕의 '헤카톰페도스 신전'. 촬영=윤재훈 기자)

저자에 대해 궁금했다. 현재 대학 강단에서 건축과 디자인을 전공하며 후진들을 양성하고 있는 교수의 신분으로, 철학에 관심을 갖게 된 동기를 물었다.

여기에 대해 예술은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직업이며, 건축과 디자인 또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직업이라고 생각한다. 한때 저자도 작품을 하면서 ‘아름다움’을 표현하려는 시도를 많이 했다고 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아름다움에 대한 본질적 의구심만 더 높아졌다고 한다. 수많은 건축가와 예술가들이 자신의 사상을 작품으로 표현하고 있는데, 과연 그러한 작품이 모두 아름다운 것인가 하는 의구심이 들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리고 조금 더 깊이 본질로 들어가 보니 아름다움에 대한 개념은, 늘 불완전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고 한다.

그동안 우리가 ‘아름다움’과 ‘아름다워 보이는 것’과의 차이를 잘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예술가의 작품에는 분명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의지가 있는 것은 사실인데, 사실 의지가 있다고 해서 모든 것이 아름답다고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진정한 아름다움은 언제까지나 변치 않는 본질이 내재되어 있어야 하는데, 거기에 대한 깊은 회의감이 밀려 왔다. 이런 예술에 대한 본질적 탐구에 대한 소산이, 철학에 심취하게 된 동기라고 한다.

그래서 『철학의 위로』에 대한 집필 욕구도, 본질적 의구심으로부터 시작되었다고 한다. 왜냐하면 철학은 피상적 지식을 쫓지 않고 본질을 추구하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특히나 자기반성을 통해 우리의 삶을 다시 한번 되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는, 훌륭한 단초를 제공해주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리스 철학의 산실, 하드리아누스 도서관. 촬영=윤재훈 기자)
(그리스 철학의 산실, 하드리아누스 도서관. 촬영=윤재훈 기자)

저자는 현대사회를 풍요의 사회라고 진단한다. 과거의 생활과 달리 우리는 모든 분야에서 풍족한 생활을 하고 있다. 그러나 사람들은 자신이 누리고 있는 풍요로움을 잘 모르고 사는 것 같다. 과거 먹고살기 힘든 시기에는 먹고 살기 위해 삶의 모든 시간을 투자했다. 하지만 현대사회의 삶은 매우 달라져, 적당한 노동과 시간을 투자하면 누구나 자본을 획득하고 보통의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시대이다. 하지만 보통사람들은 자신이 행복하다는 것을 모르고 살아가는데, 그 이유는 현실에 만족하기보다는 높은 곳만을 바라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간은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 것이 신의 섭리이며, 이것은 누구도 거스를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자신이 소유한 것 이상을 욕망하며 대부분의 삶의 시간을 허비해 버린다. 그러다 나이가 들어 죽음의 문턱에 다다르면 그제야 생각이 바뀐다. 죽음 앞에 서게 될 때야 비로소 세상 모든 물질은 다 허무하고 부질없다는 것을 알게 되는 나약한 존재인 것이다. 하지만 인간은 사는 동안은 그러한 물질적 유혹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하고, 이러한 욕심들이 궁극적으로 우리의 삶을 불안하고 우울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이 책은 인간의 이러한 욕망을 안정시켜 줄 수 있는 책이라고 한다. 세상에 모든 것은 우리의 생각에 달려 있다. 만약에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에 만족하고 물질을 탐하지 않는다면, 늘 행복은 우리 곁에 있다. 하늘, 나무, 새, 물, 바위와 같은 자연을 바라보면 우리가 ‘위로’ 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데, 이처럼 자연의 속성 하나하나가 철학이고 위안이다.

하여, 『철학의 위로』는 나무 소리, 구름 소리, 물소리, 바위 소리를 듣게 해주는 깊이 있는 사유의 책으로 다가올 것이라 한다.

(깊이울 계곡의 산수山水. 촬영=윤재훈 기자)
(깊이울 계곡의 산수山水. 촬영=윤재훈 기자)

문득 저자의 말을 듣고 있노라니 조선의 절창, 윤선도의 ‘오우가’가 떠오른다.

서(序)
내 벗이 몇이나 하니 수석(水石)과 송죽(松竹)이라.
동산(東山)에 달 오르니 그 더욱 반갑고야.
두어라, 이 다섯밖에 또 더하여 무엇하리

물(水)
구름 빛이 좋다 하나 검기를 자로 한다
바람 소리 맑다 하나 그칠 적이 하노매라
좋고도 그칠 뉘 없기는 물뿐인가 하노라

바위 암(岩)
꽃은 무슨 일로 피면서 쉬이 지고
풀은 어이하여 푸르는 듯 누르나니
아마도 변치 않는 건 바위뿐인가 하노라

솔(松)
더우면 꽃 피고 추우면 잎 지거늘
솔아 너는 어찌 눈서리를 모르는다.
구천(九泉)에 뿌리 곧은 줄을 그로 하여 아노라

대(竹)
나무도 아닌 것이 풀도 아닌 것이
곧기는 뉘 시키며 속은 어이 비었는가
저렇고 사시에 푸르니 그를 좋아하노라

달(月)
작은 것이 높이 떠서 만물을 다 비치니
밤중의 광명이 너만 한 이 또 있느냐
보고도 말 아니하니 내 벗인가 하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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