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Review] '쉼'의 철학이 담긴, '철학의 위로' 3

윤재훈 기자
  • 입력 2021.10.15 10:08
  • 수정 2021.10.29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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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 속에 책 한 권
'쉼'의 철학이 담긴, 『철학의 위로』 3

위대한 건축도
사유의 눈으로 바라보며
땅 위에 세상을 만들어가는
개미집 같다.

누군가의 손으로 빚어낸 것 같은
저 먼 발치의 산은
억겁에 신로를 다한 아름다움이다.

(바람의 탑과 아크로폴리스 언덕. 촬영=윤재훈 기자)
(바람의 탑과 아크로폴리스 언덕. 촬영=윤재훈 기자)

“삶의 의미를 되찾을 때,
비로소 진정한 위로가 찾아온다.”

진리를 추구하지 못하는 사람은 진정한 위로와 안식을 얻을 수 없다. 진정한 안식은 본질적 삶을 추구하며 자신이 살아갈 방향성을 잃지 않는 데서 시작된다.

『철학의 위로』는 현대 사회의 불안한 삶 속에서 본질을 추구하는 철학적 사유를 통해 그 가치를 찾으려고 노력한다. 우리는 내면에 울리는 깊은 삶의 파동을 끌어올려야 한다. 이 책은 서양 철학의 흐름을 통해 인간의 본질을 깊이 성찰하고, 삶의 의미를 스스로 구할 수 있게 돕는다.
삶은 때때로 불확실하고 불안하다. 잠깐의 쾌락, 잠깐의 위로는 어떤 불확실성과 불안도 해소해주지 못한다. 이제 철학을 통해 인간의 본질적 삶이 무엇인지를 고민해 보아야 하는 시간이 왔다.

우리는 무엇을 할 때 가장 편안하고 행복한 존재인가? 한편으로는 우울하지만, 한편으로는 환희에 찬 우리 삶의 진정한 의미를 되찾을 때, 비로소 진정한 쉼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아테네는 상상의 원천을 제공한다. 아테네 학당에서. 촬영=윤재훈 기자)
(아테네는 상상의 원천을 제공한다. 아테네 학당에서. 촬영=윤재훈 기자)

"미래사회가 아무리 발전해도 인간적인 감성은,
마음으로부터 나오는 것이다.
이러한 마음을 위로하는 것이 철학이다.”

아날로그 사회에서 디지털 사회로의 변화해 가는 이 시대는,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변화해 가고 있다. 과거에는 물질이 ‘생산가치’의 목적이었다면, 이제는 정보가 ‘소유가치’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사회로 변화해 가고 있다. 이제 컴퓨터는 인간의 능력을 넘어 보다 많은 정보를 통해 자가학습하는 AI 사회로 변해가고 있으며, 빅데이터는 실시간으로 우리 삶에 깊이 관여하고 있다.

이렇듯 앞으로의 세계는 우리가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변해 갈 것이다. 기계가 인간의 일을 대신하고 실업자가 늘어날수록 사회는 혼란에 빠지게 될 수도 있다. 이러한 현상이 이미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시대에는 더욱 철학이 인간의 마음에 위안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왜냐하면, 철학은 기계가 할 수 없는 인간의 마음에 위로해 주기 때문이다. 미래사회가 아무리 발전한다 해도 인간적인 감성은 마음으로부터 나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한 마음을 위로해 주는 것이 철학이다. 그래서 『철학의 위로』는 한 시대에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마음의 위로가 되는 양식이라고 할 수 있다.

('철학의 위로' 작가 윤재은 교수) 

인간의 행복은 어디에 있을까? 우리는 그 행복을 멀리서 찾거나 물질로부터 찾으려 한다. 행복은 항상 우리 곁에 있는데도 말이다. 우리에게 있어 가장 소중한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나’ 자신일 것이다. 내가 있어야 세계도 있고 행복도 있을 테니 말이다. 이처럼 행복은 나를 중심으로 해서 생겨나는 것이다. 그러므로 행복의 첫 번째 조건은 "나를 찾는 것"이다.

행복에 대한 두 번째 조건은 "나와 함께 있는 것들에 대한 고마움"이다. 나를 중심으로 존재하는 모든 자연은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속성이다. 하지만 우리는 매일 우리 앞에 다가와 있는 거대한 자연에 대해 너무 무관심하다. 그러면서 그 자연에 조그마한 변화만 와도 두려움을 느끼게 된다.

만약 어느 날 미세먼지가 푸른 하늘을 온통 가려버리거나, 가뭄이 심해 물이 부족하게 된다면 우리는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불안해할 것이다. 그러므로 행복은 우리로부터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우리 곁에 있고, 아주 사소한 것 안에도 있다.

지금 우리가 두 발로 걸을 수 있고, 두 손으로 필요한 것을 잡을 수 있으며, 먹고 싶은 것을 마음대로 먹을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무한한 축복이다. 이런 것들이 우리가 추구해야 할 진정한 행복이다.

저자는 『철학의 위로』는 이러한 고민에서 만들어진 책이라고 한다. 그래서 시대에 지친 많은 사람이 철학의 위로를 통해 삶의 안식을 찾고, 힘든 세상을 슬기롭게 헤쳐나가면 좋겠다고 한다.

(디오게네스를 닮은 거리의 철학자들인가. 촬영=윤재훈 기자)

저자는 특히 건축가답게 ‘공간’이라는 주제에 집중했다. 그래서인지 ‘공간 철학’은 저자가 박사학위 쓰면서 만들어 낸 학문의 영역이라고 한다.

우리는 무형이라는 공간을 통해 유형을 창조하는데, 유형이라는 것도 결국 있다가 사라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어있는 ‘공간’은 영원하다. 아무리 우리가 유형을 만든다고 하더라도 유용한 것은 무형의 공간이고, 그것은 영원히 변치 않는 본질적인 것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마치 반야심경의 “공즉시색(空卽是色), 색즉시공(色卽是空)”을 생각나게 하는 구절이다.

우리의 사고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우리가 보통 떠올리는 일반적인 생각들은 본질로부터 벗어난 것일 수도 있다. 그러므로 지식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본질적이라고 바라보는 지혜는 "영원히 바뀌지 않는 것"을 지향한다. 그러니까 무형의 공간과 철학 사이에는 본질적이고 변하지 않는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한다.

건축도 공간을 디자인하는 학문인데 표현의 방식은 너무나도 다양하다. 모더니즘의 건축에서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라는 말이 있다. 그리고 대부분의 모더니스트 건축가는 이러한 시대적 사고를 중심으로 자신의 작품을 만들었다.

하지만 1960년을 기점으로 포스트모더니즘의 시대가 도래하게 되고, 이 시기부터 철학자들은 기존 체제에 대한 의구심이 생겨나게 된다. 그중에서도 프랑스 철학자 자크 데리다의 ‘해체’철학은 이러한 의구심에 기름을 부어주는 결과를 가져온다.

그리고 해체철학을 공부한 이후부터 저자의 사고도 바뀌었다고 한다. 그동안 진리로 믿어 왔던 모든 가치에 대한 의구심이 생겨나고, 이러한 생각의 변화는 ‘반성’을 통해 새롭게 태어나는 자신의 자아를 발견하게 된다. 그러한 결과로 자신만의 철학을 정립할 수 있게 되었고, 이것이 ‘공간 철학’이라는 학문의 탄생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철학의 위로』는 공간 철학이라는 새로운 학문을 통해, 본질에 도달하고자 하는 노력의 결과라고 한다.

“미래사회가 아무리 발전해도 인간적인 감성은,
마음으로부터 나오는 것이다.
이러한 마음을 위로하는 것이 철학이다.”

건축은 나무다

그에 독특한 이력에는 또 한가지 주목을 끄는 것은 『건축은 나무다』, 『건축은 선이다』라는 두 권의 시집과 『비트의 안개 나라』라는 소설책이다. 

기다림의 표현으로
하늘을 나는 새
허공 속에 메아리치며
물결 위를 나는 새

바람결에 흔들리는 구름 깃털 사이로
창공은 소리 없이 높아만 가고
공간의 예찬을 허공 속에 날려보니
멀리서 들려오는 천사들의 합창 소리

나는 허공을 나는 새!
나는 물결 치는 허공 속의 영혼!
기다림을 뒤로 하고
설레임을 바람에 띄워

메아리로 되돌아오는
허공의 날갯짓!
- ‘허공을 나는 새’, 윤재은

저자는 시집을 내던 시절 유럽의 건축 여행을 계획하였다고 한다. 유럽대륙에 있는 근현대 건축을 통해 현대건축이 추구하는 방향을 연구하기 위해서였다. 한국에서 3개월 동안 각국에 있는 세계적 건축물들의 위치를 파악하고 답사를 준비했다고 한다. 당시만 해도 네비게이션이 잘 발달하지 않아 구글 지도를 검색해 국가와 국가, 도시와 도시의 이동 거리를 계산하여 44일간의 건축답사 일정을 기획하였다고 한다.

이러한 과정에 어려웠던 점은 유럽에 도착하여 각 도시를 옮겨 다니며 건축물을 보고, 호텔도 예약하여야 하는데 초행길이라 혹시나 하는 걱정이 많았다고 한다. 만약 여행 도중 한 번이라도 시간과 일정을 맞추지 못하면 모든 일정이 어긋나기 때문이었다.

바르셀로나 하늘에서 바라본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나무>였다.

위대한 건축도
사유의 눈으로 바라보며
땅 위에 세상을 만들어가는
개미집 같다.

누군가의 손으로 빚어낸 것 같은
저 먼 발치의 산은
억겁에 신로를 다한 아름다움이다.

산속으로 걸어간다.
나무(木)를 본다.*

낭떠러지 위로 올라가
휘청거리며 아래를 내려다본다.

만 년을 그 자리에 누워
이제 매향(埋香)이 되어버린
굽은 등걸의 고사목(枯死木) 같은
거대한 상형문자들을 본다.

누군가 새의 발자국을 따라가다
밀랍이 되어버렸다던 상형문자 전설
문득 한 사내가 툭, 툭, 먼지를 털어내며
일어날 것만 같다

-‘나무(木)를 본다’, 윤재훈

건축은 시선이다

이러한 준비를 통해 마침내 건축답사를 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답사를 하면서 세계적인 건축물을 눈으로 직접 보면서, 감동과 함께 밀려오는 느낌을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건축물을 보는 순간마다 건축물에서 느끼는 감정을 시로 남겼다고 한다. 그렇게 해서 탄생하게 된 것이 이 시집들이라고 한다.

바닥은 벽을 타고 일어난다.

벽과 바닥의 흔적 없는 경계를 위해
시작도 끝도 없는 공간의 연속성은
표현되고 잠들어 간다.

시작의 계단은 끝없는 연속성 속에
시간의 잔재(殘滓)를 이끌어 가는 공간의 숨소리
소리 없는 공간의 본성을 위해
시간의 뿌리는 공간을 향해 뻗어 나간다.

찾는 이 없는 고독의 공간이지만
계속되는 실험 속에서 피어나는 연속성은
사선의 빗줄기를 타고 끝없이 펼쳐진다.
-‘ 끝없는 연속성 속으로’, 윤재은
To Lfone Pavilion

비트의 안개나라

또 한가지 특이하게도 윤재은 교수는 문학을 전공한 사람들도 쓰기 어렵다고 하는, 『비트의 안개나라』라고 하는 장편 소설까지 썼다.

저자는 미국 UC버클리 대학에 연구교수로 갔을 때 이 책을 집필했다고 한다. 그리고 한국에 귀국하여 출간하였을 때 청소년 권장소설로 선정되어, MBC 뉴스에까지 소개되었다. 이 소설은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를 과거-현재-미래로 구분하며 비트라는 어린아이를 통해 시간 여행을 하는 ‘판타지 소설’이다.

이 소설에서 동방 나라는 우리의 과거를 말하고, 이상한 나라는 우리의 현재를 말한다. 그리고 안개 나라는 우리에게 다가올 미래를 암시하고 있다.

“이 소설은 시간과 지식, 물질에 쫓기는 현대인의 바쁜 일상을 꼬집으며,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 우리에게 일깨워주는 한 편의 동화 같고,
철학적 재미를 주는 판타지 소설이다.”

이 소설은 특히 현대 사회와 같이 ‘비상식이 상식화되는 사회에 대한 자각의 의미를 담고 있다.’ 우리 청소년들이 명문 대학진학이라는 부모의 욕망을 충족하기 위해 자신들의 삶을 희생하면서 살아가고 있는 모습들이 매우 안타깝게 그려져 있다.

물질적 욕망으로 가득 찬 도시는 아파트에 모든 가치를 부여하며 자신의 삶 전부를 투자해버린다. 이러한 과정에서 우리의 미래는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안개 나라’에 도달하게 된다. 이 소설은 현대 사회 속에서 물질적 욕망으로 상실되어 가는 우리의 인간성을 회복하고 본질적 삶을 찾기 위해 쓰게 되었다고 한다.

(죽은 아내 레기나에게 바친 아테네 헤로데스 아티쿠스(남편이름) 음악당. 극장. 촬영=윤재훈 기자)
(죽은 아내 레기나에게 바친 아테네 헤로데스 아티쿠스(남편이름) 음악당. 극장. 촬영=윤재훈 기자)

저자는 마지막으로 말한다.

"이 책은 철학을 지식의 대상으로 바라보지 말고,
지혜를 찾아 떠나는 자유로운 사유의 대상이 보아주길 바란다고 한다.
현대를 살아가며 삶의 본질을 망각하고 물질주의에 매몰되어 가는
우리들의 모습에서, 문득문득 길 잃은 자화상이 발견된다.
우리는 이제 좀 더 본질적인 정신의 성숙을 가져야 한다.
왜냐하면, 본질은 변치 않는 진리의 영역에 속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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