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반격] 연극 '리어, 파고다 공원에 오다' 시니어 연극배우들2

윤재훈 기자
  • 입력 2021.11.04 10:39
  • 수정 2022.02.17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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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리어, 파고다 공원에 오다'

주인공 '마들극단' 단원들

“연출자가 기획자라면, 
배우들은 '연극의 꽃'이다.”

(다락원 씨에터에서 전채 연습 모습. 촬영=윤명자 제공)
(다락원 씨어터에서 전체 연습 모습. 사진=윤명자 제공)

이 시대, 하고많은 놀이 중에 왜, 연극을 선택하게 되었을까?
세계 10대 경제 대국으로 성장한 한국에서 지천명의 넘긴 세대들은,
그 어느 때보다 풍요롭다.

그러나 세계 제2의 경제 대국인 일본에서는,
단카이 세대의 몰락과 끝없이 몰려오는 경제불황으로 허덕이고 있다.
한국도 비슷한 수순를 밟아가고 있다.

시니어들의 몰려오는 걱정과 욕망도 끝이 없다.
그러나 조국 근대화의 산업 역군과
끊임없는 경쟁의 시대에 내몰렸던 세대,

자식들에게 모든 것을 다 주고,
정작 노후는 스스로 해결해나가야 하는
첫 시험 무대에 선 '캥거루 세대'

인생의 반이 남았는데,
어떻게, 무엇을 위해, 살아 나가야 하나?
그들의 속내를 들어보았다.

(조한필 회장 역, 촬영=윤재훈 기자)
(조한필 회장 역, 촬영=윤재훈 기자)

주인공 조한필 회장역을 맡은 '윤재훈'씨는 평생 시를 쓰며 세계여행을 하면서 사진을 찍는다. 평생 다양한 기관에서 봉사를 해오고 있으며, 환경보호 운동가로 25년여 전부터 일체의 세제를 쓰지 않고, 일회용품, 비닐 등도 가능한 한 쓰지 않고 있다. 그 약속은 5년여 세계여행을 하면서도 지키려고 애을 썼다.

그리고 그 여행기를 각종 매체에 싣고 있으며, 작년부터는 ’투데이신문‘과 ’이모작뉴스‘에 약 1년 8개월여 세계여행기를 연재해 오고 있다.

나이가 먹어가면서 다양한 인생을 경험할 수 있는 연극배우가 좋아 보여 참여하게 되었다고 한다. 지금까지 7번 정도 무대에 올랐는데, 하면 할수록 더 매력 있다고 한다.

“인생은 연극이다.”라는 말도 있고, "모든 사람은 무대 위의 배우다"라는 말도 있다. 그런데 사람들은 평생을 살면서 오직 자신의 인생만 충실히 사는데, 여러 사람의 인생을 사는 배우가 참 재미있어 보였단다. 그래서 참가하게 되었는데, 역시 재미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번에 주인공을 맡다 보니, 대사가 너무 많아 처음에는 힘들었는데, 수십 번 읽다 보니, 그 대본 안에 어떤 흐름이 보이는 것 같더란다. 그리고 최선을 다해 더욱 열심히 해보고 싶다고 한다.

(큰딸 역. 촬영=윤재훈)
(큰딸 역 '최원녕'. 촬영=윤재훈 기자)

큰딸을 맡은 ‘최원녕’씨는 ‘한국지역사회 교육 연합’과 부모 교육 강사로서 20여 년을 보냈다고 한다. ‘활기찬 학교, 건강한 가정, 행복한 지역사회 만들기’ 활동가이자 강사이다. 또한, 소통강의, 육아방송에서 행복대화와 생활심리 등에 대해서 교육했으며, 시를 쓰고 있다고 한다.

심리 쪽으로 공부하면 할수록 인간의 내면에는 너무나 다른 자기가 살고 있더라, 그래서 연극을 보면서 나도 한번 내 마음을 표현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마침 인연이 되어 자진해서 시작했다고 한다.

 

"첫 무대이다 보니 많이 떨린다.

그러나 연극이든 강연이든 만 번의 법칙이 있더라.

내 것으로 만드는데,

그 정도의 노력은 필요하리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386세대들에게도 적잖은 실망도 했는 모양이다. 기회가 닿는다면 치열하게 살았던 그들이 나이 들어가는 모습, 지금쯤 한국사회에서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는지 알고 싶다고 한다. 그것은 현재의 나의 모습일 수도 있지만, 그런 것들을 연극으로 만들어서 한번 참여해보고 싶단다.

여기에 기회가 닿는다면 마을 민회나 노동의 문제, 집값의 문제, 어느 술집의 주모 같은 그런 역할들도 해보고 싶다고 한다. 우리가 아무리 시간에 바쁘고 쫓긴다 하더라도, 그것은 개인의 우선도에 따라 선택의 문제라고 생각한단다.

 

공연시간은 11월 6일, 3시, 6시(2회 공연), <창동극장>에서 한다. 
코로나 때문에 40명 인원 제한이 있으며, 선착순 예약하면 입장할 수 있다.

(둘째 딸 역 '엄경숙'. 촬영=윤재훈 기자)

‘엄경숙’씨는 <꽃들 힐링 시낭송회> 원장이다. 어렸을 때부터 목소리가 좋다고 하여 목소리 봉사를 40여 년 해오고 있다고 한다. 장애인들에게 글을 가르치고, 읽어주는 일도 한단다.

여기에 세종대왕의 훈민정음을 가지고 우리나라의 표준 발음법으로 ‘시 낭송 교본’을 만들어, ‘우리 글 올바르게 쓰고, 읽고, 낭송하자’는 모임을 만들었다고 한다. 그리고 이것을 발판으로 더욱 아름다운 사회를 만들어가는데, 일조하고 싶단다.

연극에 참여하게 된 동기는, 제2의 인생에 새롭게 도전해본 것이라고 한다. 지금까지는 아름다운 시를 아름답게만 낭송했는데, 이번에는 자신과 완전 다른 캐릭터에 도전한다고 한다.

여기에 대본을 외는데 워낙 힘들고, 열심히 하지 못하는 것 같아 다른 사람들에게 미안하지만, 도전해 볼 좋은 기회라 감사드리고 있다고 한다. 제2의 삶을 살아갈 수있는 기회라고 생각하며, 새로운 배역인 둘째 딸 ‘한주’로서, 연극인 엄경숙으로 멋지게 한번 해보겠다고 한다. 또한, 이렇게 불러준 연출자에 감사하단다.

집에서는 남편이 반대해 연습을 못 하고 밖에 나와서 하는데, 욕을 하는 부분을 소화 시키지 못하고 아직도 우물우물하고 있다고 한다.

바쁜 시간을 쪼개서 오지만 다른 배우들을 빨리 만나고 싶어 안달이 나고, 함께 재밌게 하고 있다고 한다.

(셋째딸 역. 촬영=윤재훈)
(셋째딸 역 '최영선'. 촬영=윤재훈 기자)

‘최영선’씨는 막내 딸이지만 사실 칠순을 넘겼다. 평균수명이 점점 늘어나는 시대에 노인들에게 더욱 적극적인 문화의 옷을 입혀주기를 바랐는데, 이 연극을 하면서 문화콘텐츠가 구체적으로 다가온다는 것을 피부로 느꼈단다.

또한, 상처가 있는 사람은 그것을 꺼내야 하는데, 이번 연극을 통해 그 기회를 얻은 것 같다고 한다.

“노인들의 삶이 신체적 노쇠에서 벗어나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각자의 재능과 능력을 발휘하면,
나날이 변신이 가능할 것 같다.”

참여하게 된 동기는 박카스 아줌마 역을 맡은 윤명자 선생님을 통해 오게 되었는데,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싶단다.

연극을 통해서 더욱 성취감을 맛보고, "70살'이라는", "나 때는"이라는, 사고방식을 때 버려야 한다고 느꼈단다. 나이에 관한 규정이 바뀌어야 하고, 다양한 경험과 삶을 살고 있는 배우들을 통해 친교를 나누고 있단다. 나아가 서로의 삶과 재능을 나누면서, 앞으로 이런 끈을 놓지 않고 더 열심히 해보고 싶다고 한다.

(마들 극단 대표, 비서실장 역. 촬영=윤재훈)
(비서실장 역, 마들 극단 대표 '윤원일'. 촬영=윤재훈 기자)

'윤원일'씨는 소설을 쓰고 있다. 지천명의 나이에 월간문학을 통해 등단했다. 시간이 날 때마다 낚시와 여행을 가는 것이 취미인데, 요즘처럼 온 산이 붉어질 때면 떠나고 싶은 마음이 더욱 간절해진단다. 하지만 연극에 매여 안타깝다고 한다.

손주가 둘인데, 딸이 직장에 다니다 보니 부인이 봐주고 있다. 모임이나 바쁜 일이 있을 때는 번갈아 보아주고 있다고 한다. 그러면서 연습이 채 끝나기도 전에 오늘은 손자를 봐 주어야 한다며 서둘러 자리를 떠난다. 이번 주가 공연일인데, 약간 안타깝기도 하다.

이 연극에 참여하게 된 동기는, 연출가와 셰익스피어 원어 연극을 함께 했는데, 그것이 인연이 되어 참여하게 되었다고 한다.

3년 정도 연극을 하였는데, 그중 영어 연극을 2번이나 하였다고 하는데, 전공이 영문과 출신이라고 한다.

그러고 보니 연출가도 영문과, 김전무도 영문과, 영문과가 풍년인 극단이다. 또 젊은 날부터 영화를 좋아했는데, 나이가 들어가면서 배우가 더욱 멋지게 보였단다. 타인의 삶 속으로 들어가서 살다 보니 사람이 더욱 지혜로워지는 것 같아, 그런 체험을 해보고 싶어 참여하게 되었다고 한다. 자세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서양의 어느 영화배우를 닮은 것 같다.

(박카스 역의 윤명자씨와 연출자. 촬영=윤재훈)
(박카스 역의 '윤명자'씨와 연출자. 촬영=윤재훈 기자)

파고다 공원에서 노인들을 상대로 장사를 하는 박카스 아줌마를 맡고 있는 윤명자씨는, 도봉 2동에 있는 <마들문화 연구소장>을 맡고 있다. 이번 연극의 전체 기획자면서 동시에 배우로 참가하여 더욱 뜻이 깊다고 한다. 또한 모든 배우들이 너무 열심히 해주어 깊은 감동을 받는다고 한다.

대한노인회 복지파트너도 겸하고 있는데, 사람들이 나이를 먹어갈수록 소외를 당하고 자존감도 많이 떨어져 가더라. 아마 그래서 이런 연극이 기획되었는지도 모르겠다고 한다.

시어머니와 36년을 같이 살다가 요양원에 모셨는데, 딸처럼 너무 잘 보살펴주어 시간이 갈수록 고마움을 느낀다고 한다.

또한, 연극을 하면서 자신을 많이 되돌아보게 된다고 한다. 딸이 하나 있는데, 내가 자식에게 본을 보여야 한다는 생각이 들더라는 것이다. 언젠가 딸이, 엄마가 할머니에게 하는 만큼 나도 그렇게 하겠다는 말에, 자신을 뒤돌아보는 기회가 되었다고 한다.

과거에 시어머니가 음식을 먹다 흘리면 내가 타박할 때도 있었는데, 자신도 가끔 그러더라고 한다. 여건이 될 때까지 계속해서 연극과 봉사를 하고 싶단다. 어르신들에게 봉사를 하다 보면, 자신이 먼저 건강해지는 것 같더란다.

“빈녀(貧女)의 일등(一燈)이다.
타인을 위해 등불을 밝히면,
내 앞이 먼저 밝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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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2 역. 정지원 제공)
(노인2 역 ‘정지원’. 사진=정지원 제공)

파고다 공원에서 배회하는 노인 역을 맡은 ‘정지원’씨는, ‘장애인 활동 지원가' 일을 하고 있단다. 2년 전인가 석계역 근처에 있는 극단 ‘기적’에서 주민 배우로 연극에 대한 첫 경험을 했다고 한다. 그 순간 어릴 때 꿈을 이룬 것 같았고, 짜릿한 카다르시스 같은 것을 느꼈다고 한다. 그래서 주인공인 윤 선생의 제안을 받고 두 말없이 했다고 한다.

조금 늦게 참석했지만 이곳에 참여하는 분들의 열정에 깜짝 놀랐으며, 이번에 무대가 세 번째라고 한다.

꿈을 놓치지 말고 더욱 열심히 계속해야 되겠다는 생각을 했으며, 노인 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느끼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조한필 친구와 김 전무 역 ‘이호민’. 촬영=윤재훈 기자)

1인 2역을 맡은 ‘이호민’ 씨는, 양주백석중학교 2학년 7반 담임을 맡고 있으며 영어 선생님이라고 한다. 조한필 친구와 첫째 딸과 둘째 딸 사이에 사랑의 불장난을 치는 역할이라고 한다.

두 아이의 아빠로서 자신은 직업이 4개라고 생각한단다. 첫째로 선생과 자신이 제일 좋아하는 농부가 있으며, 올해 작가로 데뷔하고 마지막으로 배우에 도전하고 있단다.

대학원 때 지도교수였던 박정근 연출가의 소개로 참여하게 되었는데, 자신의 주례도 서 주었다고 한다. 2년 전인가 영어 연극에 박정근 연출가와 함께 배우로 참여했다고 한다.

대학 다닐 때 연극에도 참여한 적이 있어, 그 열정으로 이번에도 참여했다고 한다.

대사를 외우는데 힘들며, 항상 연습 때 와서야 외고 있어 안타깝다고 한다. 그것을 고쳐야 하는데 잘 안된단다.

그러면서 연극은 공연을 목적으로 하기에 관객들에게 나의 연기를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배우들이 연습해가며 서로 부대끼는 과정도 인생의 축소판이라 생각한단다. 그리고 그런 것들이 좋아 자꾸 참여하게 된단다.

“중요하지 않는 인생의 시간이 있을까?
온 산이 한 해의 절정으로 치달아 가는 이 가을날

모두의 인생 한 페이지에,
소중한 꿈으로 간직되기를 빈다.”

지나고 나면 그리워지지 않는 게 있을까
“카르페 디엠Carpe diem”
“Seize the day”
“현재를 즐겨라.”
- 호라티우스(에피쿠로스 학파)

“And if not now, when?”
“그리고 만약 지금이 아니라면, 언제?”

- 피르케이 아보트 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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