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애경의 플러스라이프] 박수부 수하박물관 관장, “일평생 모은 민예품의 가치, 모두와 나누고 싶어”
[박애경의 플러스라이프] 박수부 수하박물관 관장, “일평생 모은 민예품의 가치, 모두와 나누고 싶어”
  • 박애경 기자
  • 승인 2021.12.02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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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부 수하박물관 관장 인터뷰. 사진=김남기 기자)

[이모작뉴스 박애경 기자] 늦가을을 닮은 강화도 수하박물관을 찾았다. 마치 한평생 청렴하게 살아온 선비가 자신의 농익은 인생을 마지막으로 갈무리하듯, 수하박물관 구석구석엔 손때 묻은 정겨운 옛 물건들이 낙엽사이에서 무심하게 찾는 이를 반기고 있다. 이곳 주인장의 모습과 참 많이 닮았다. 라디오 CM PD로 라디오 광고의 전성기를 이끌고, 국제로타리 3650지구 총재로서 나눔과 봉사의 삶을 살아온 박수부 관장이 바로 이곳 수하박물관의 주인장이다. 누구보다 열정적인 삶을 살았고, 또 청렴과 나눔을 삶속에서 실천해 온 수하 박수부 관장은 일흔이 넘은 나이에 이곳 강화도에서 일평생 모은 민예품으로 또 다른 형태의 나눔을 이어가고 있다. 그의 늦가을 갈무리가 참 멋져 보인다.

(위 수하박물관, 아래 왼쪽 방송유물전시관, 오른쪽 쉼터와 교육실. 사진=김남기 기자)

◆ 수하박물관 개관기념전 <선비문화-문방 특별전> 예정

수하박물관은 크게 세 공간으로 나뉜다. 선비문화 문방사우가 있는 문방구(文房具)과 우리 민예품이 전시되어있는 ‘민예전시관’, 박수부 관장이 방송광고 제작을 하면서 모아 둔 영상, 음향, 녹음장비 등이 있는 ‘방송유물전시관’을 겸비한 음악감상실, 그리고 방문객들의 휴식공간이자 소규모 세미나를 열 수 있는 한옥으로 된 교육공간이다.

먼저 민예박물관을 둘러봤다. 작은 것, 과시함 없이 소박한 것, 그리고 세월의 숨결이 뿜어내는 미묘한 색채를 가진 민예품들이 방문객을 반긴다. 어릴 적 한번쯤 마주하거나 사용했던 물건들을 다시 만나는 반가움에 메마른 마음이 따스해진다. 쉽게 잊히고 버려질 만한 물건들이 이곳 수하박물관에서는 민예품으로 귀한 자태로 자리한다. 귀하디귀한 대접을 받는 이유는 박수부 관장의 민예품을 대하는 모습에서 찾을 수 있다. 부싯돌을 쳐서 불을 일으키는 쇳조각인 작은 ‘부시’하나에 그가 쏟은 정성을 듣다보면 절로 이해가 된다. 그의 ‘민예품 사랑’은 그의 전부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수하박물관 민예품. 사진=김남기 기자)

“민예품을 수집한 지 40년이 넘어요. 젊은 시절 방송 커머셜 프로그램을 제작하다보면 항상 의뢰인 입장이 되어서 생각해야 했어요. 의뢰인이나 청취자를 만족시키기 위해 치열하게 일을 하다 보니 어느 정도 나를 위한 시간이 필요했어요. 스스로를 위로하기 위해 가진 취미가 바로 공예품 수집이었죠. 공예품 중에서도 값이 비싼 것은 샐러리맨에게는 부담스러웠어요. 그래서 제가 구입할 만한 민예품 중에서 제 맘에 드는 것을 찾아 모아가면서 기쁨과 위로를 받을 수 있었어요.”

요즘 젊은이들 말처럼 일명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이었던 것이다. 그가 이처럼 민예품 수집에 관심을 갖고 재미를 느끼게 된 것은 선비였던 할아버지 곁에서 자랐던 유년시절 추억이 한몫했다. 할아버지 곁에서 늘 보던 물건들이 할아버지를 향한 그리움과 오버랩 되면서 꼭 간직하고픈 소중함으로 다가왔다. 그렇게 수집한 옛 물건이 꽤 많아졌다. 그 중 제일 아끼는 물건이 바로 문방구(文房)라고 했다.

“유년시절, 선비였던 할아버지 곁에서 늘 생활했습니다. 벼루, 벼루함, 붓, 붓통, 책상, 사방탁자 등 할아버지가 쓰던 물건들이 기억에 또렷합니다. 묵향 그윽한 조그만 방에서 공부하시던 할아버지 모습과 그 곁에서 한자공부 하던 제 모습이 아련함으로 남아있습니다. 할아버지처럼 선비들이 쓰던 소품들에 제 마음이 더 끌리는 이유일 겁니다.”

선비문화에 남다른 애정을 갖고 있는 박수부 관장은 수하박물관 개관기념으로 <선비문화-문방 특별전>을 준비하고 있다. ‘소박함‧멋스러움‧예스러움, 제자리에 있어 아름답다’는 주제로 열리는 개관 특별전이 기대된다.

(수하박물관 선비 문방구. 사진=김남기 기자)

“우리에게는 유구한 역사만큼이나 다양하고 수준 높은 문화재들이 남아 있습니다. 그 문화재들은 조상의 생생한 숨결과 탁월한 지혜, 그리고 뛰어난 미적 안목이 어우러진 결정체로써 지금까지 그것들이 제작되고 사용된 시대의 역사와 문화를 생생히 전해줍니다. 조선의 양반들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문방에서 책읽기와 글쓰기를 멈추지 않고 책 속에서 길을 찾고 붓을 달려 뜻을 펼쳤습니다. 문방구는 그들과 삶을 함께한 벗이자, 탁월한 미적 안목으로 성취한 예술작품이었습니다. 이러한 문화재는 우리가 그동안 잊고 지내온 온고지신(溫故知新)의 의미를 다시 일깨워줍니다. 수하박물관 특별전을 통해 문방구에 담긴 양반들의 삶과 숨결, 지혜와 안목을 다시 음미해보고 옛것의 진정한 가치를 다시 생각해보고자 합니다. 또한 문방구에 담겨 있는 매력과 가치를 널리 공감하고 새롭게 평가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20대 후반부터 모으기 시작한 귀중한 민예품들이 이곳 전시관을 채우고 있다. 민예품 하나하나 짚어가며 담겨있는 역사와 수집 과정의 에피소드를 이야기해주는 박 관장의 눈빛은 마치 어린 손자의 재롱을 바라보듯 그저 행복해보였다.

(수하박물관 '부시'. 사진=김남기 기자)

“이 자그마한 부시를 보세요. 이처럼 단단한 부시에 정교하게 매화나무를 새겨 넣은 것은 정말 대단합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나무와 뿌리는 성기게 표현해 늙음을 표현하고 거기에 햇가지를 내어 매화꽃을 새겨 생동하는 기운을 표현했어요. 짐작컨대 사대부집에서 사용했을 것으로 보여요. 그저 불을 붙이는 역할만 하면 되는 부시에 철학적 아름다움을 새기려는 선조들의 마음이 읽혀져 더없이 소중합니다. 이것을 손에 넣기까지 재미난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처음 이 부시의 가치를 발견하고 바로 사려고 가격을 물어보니 30만원이더군요. 당장 수중에 돈이 없어 내일 오겠다고 가게 주인에게 구두로 약속한 후 다음날 찾아갔는데 하루 사이 팔려버린 겁니다. 너무나 갖고 싶은 마음에 그 물건을 사간 인사동 가게를 수소문 끝에 찾아냈어요. 하지만 어제 30만원 하던 것이 배나 올라있는 겁니다. 주인장에게 어제 상황을 설명하고 결국 10만원 할인해 그 물건을 손에 넣을 수 있었어요. 힘들게 구한 만큼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었어요. 한동안 호주머니에 넣고 다니면 나만의 행복을 즐겼었지요.”

(수하박물관 '나무기러기'. 사진=김남기 기자)

한참동안 박 관장의 소장품 이야기가 이어졌다. 예전 혼례 때 사용했던 나무기러기, 다리가 정교하고 아름다운 반상들, 농악에서 빠질 수 없는 징과 꽹과리, 농자천하지대본( 農者天下之大本)이라고 써진 마을 농기와, 큰 가래와 살포, 묵직한 몸채를 지닌 쌀독 등등... 그 중 그의 발길이 한참 머무른 곳은 바로 선비문화가 올곧이 들어있는 문방들이 전시된 곳이다.

“여행 중 옛 선비의 생가를 방문해보면 덩그러니 집만 볼 수 있지 그분들이 생전에 사용했던 소품, 즉 벼루나 책상, 붓 하나도 그곳에서는 볼 수 없습니다. 그것들은 기념전시관에서나 볼 수 있지요. 이러한 소품들에서 우리는 선비문화와 정신을 들여다 볼 수 있습니다. 수하박물관이 그런 공간이 되고 싶어요.”

그는 자신의 애정이 담긴 민예품들이 개인의 즐거움을 넘어 모두의 즐거움이 되길 바랐다. 그가 1978년 국립박물관에서 열린 故 최순우 선생의 박물관 특설강좌 2기생으로 들어가서 민중의 예술인 민예품의 가치를 알게 됐다고 한다. 또한 야나기 무네요시가 설립한 ‘일본민예원’을 방문했을 때 민예품의 가치를 널리 알려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고 한다. 그는 일본민예원의 소장품 80%가 한국 민예품인 것에 적잖이 놀랐다. 우리나라에서는 보잘 것 없이 취급 받았던 물건들이 그곳에서는 하나의 예술품으로 전시되어 있었다. 우리가 우리의 가치를 놓친 것 같아 안타까워했다. 일본민예원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자신이 모은 민예품들의 가치를 서로 공유하고 싶었다고 한다.

◆ 봉사와 나눔으로 이어진 삶-국제로타리 3650지구 총재 역임

(국제로타리 3650지구 총재 박수부 이취임식. 사진=3650로타리클럽 제공)
(국제로타리 3650지구 총재 박수부 이취임식. 사진=3650로타리클럽 제공)

서로 나누고자 하는 그의 마음은 국제로타리 활동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박수부 관장은 2019~20년 국제로타리 3650지구 총재를 역임했다. 총재시절 뿐 아니라 그 이전부터 지금까지 나눔과 봉사를 실천하고 있다. 그가 했던 활동들에 대해 들어봤다.

(베트남 구순열(언청이) 1000명 의료지원 현장. 사진=국제로타리 3650지구 제공)

“국내외 봉사에 많이 참여했습니다. 우리나라에 경우 소득수준이 높아져서 어려운 이웃이 없을 것 같아도 여전히 가난으로 힘겹게 사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최근 국제로타리 3650지구에서 하는 사업 중 ‘독거노인 집수리 봉사’가 실시되고 있는데, 올해는 주거환경이 열악한 마포지역 100가구를 목표로 집을 고쳐주고 있습니다. 제가 총재로 재임할 때는 구순열(언청이)을 가진 베트남 어린이 1000명을 대상으로 수술 등 의료지원을 했습니다. 베트남은 우리나라가 베트남 전쟁 시 투입되어 결과적으로 그곳 사람들에게 상처를 준 나라입니다. 구순열은 전쟁으로 인한 자연오염으로 발생한 질병입니다. 그래서 우리 활동이 더 의미가 있죠. 수술신청 대기표를 받기 위해 작은 오토바이에 서너 명의 식구들이 슬리퍼차림이나 맨발로 병원에 와서 객잠을 자면서 기다리는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구순열을 가진 아이들의 모습을 보고 있자면 눈물겨워요. 지금 생각해 보면 로타리 활동 중 가장 보람된 일이었습니다. 그밖에 국제로타리는 많은 봉사와 지원사업을 펼치고 있습니다. 국제로타리의 가장 큰 성과는 소아마비 박멸이라고 할 수 있어요. 제가 어렸을 때는 한반에 한두 명은 소아마비를 앓는 친구들이 있었어요. 지금은 거의 볼 수 없을 만큼 그 수가 현격히 줄었는데, 이렇게 될 수 있었던 것은 국제로타리의 공이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국제로타리는 표어가 말해주듯 ‘가장 훌륭하게 봉사하는 사람이 가장 많은 거두어들인다’와 ‘초아(超我)의 봉사’처럼 봉사가 키워드다. 그는 이러한 로타리 정신을 시니어들도 몸소 실천해야 한다고 말한다. 특히 미래세대를 위해 시니어들의 자발적인 봉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동안 우리 시니어들은 많은 혜택을 받아 온 것 같습니다. 특히 미래세대가 사용해야할 환경을 무분별하게 오염시킨 것에 우리의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없지요. 그래서 환경운동에 시니어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국제로타리 역시 환경운동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시니어 스스로가 모범이 돼야하고, 또 로타리 정신처럼 받고 누렸던 혜택을 되돌려주는 봉사에 앞장서야 합니다.”

◆ 광고계의 산 역사-MBC CM전문 PD와 광고회사 씨엠파크 대표로 활동

(수하박물관 방송유물전시관. 사진=김남기 기자)

매순간 허투루 살지 않았던 그의 인생이 고스란히 묻어있는 방송유물전시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오래된 기기들에서 그의 최선과 열정을 엿볼 수 있었다. 박수부 관장은 1973년 MBC PD로 입사해 방송국 CM제작 전문 PD로 광고계에 입문했다.

(CM PD시절 박수부 제작 칠성사이다 광고)

그가 제작한 수많은 광고 중 유명한 것을 꼽으라면 ‘맑고 깨끗한 맛, 칠성사이다’와 '잊혀져가는 우리의 소리를 찾아서' 대우전자 기업PR이다. 이미지를 소리로 연출하기 위해 수개월 동안 전국을 다니며 맑고 순수한 소리를 음향에 담았다. 또 잊혀져가는 우리의 소리와 노동요를 찾아 향토의 소리들을 이용해 제품의 이미지는 물론 우리 것에 대한 소중함을 일깨웠다는 점을 인정받아 한국방송광고공사 광고대상 라디오부문 최우수상, 미국 International broadcasting Award와 The New york Festival Finalist Award에서 작품상을 받았다. 그밖에 그가 제작한 CM은 열거하기에 지면이 부족할 만큼 무수히 많다. MBC를 퇴사한 후 광고제작회사 씨엠파크를 설립한 그는 광고제작에 40년 가까운 시간을 바친 광고계의 역사이기도 하다.

(수하박물관 부근에 피어난 들꽃. 사진=박수부 제공)

인터뷰를 마무리하면서 지난 삶을 한마디로 표현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최선과 열정’이라고 답했다. 남은 삶은 어떠하길 바라는지 물었다.

“내려놓으며 살아가고 싶습니다.
저의 스승은 자연입니다.
연녹색 어린 입사귀가 진녹색 튼실한 잎이 되고 마침내 낙엽이 되어 다시 땅으로 떨어지는 것은 자연의 순리입니다. 

자연처럼 순리대로 살아야겠습니다.
명심보감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순천자는 흥하고, 역천자는 망한다.’ 한자 그대로 천지(天地)의 뜻을 따르는 사람은 흥하고 천지(天地)의 뜻을 거스르는 사람은 망한다는 말입니다. 
제 여생이 자연을 거슬러 망하는 인생이 아니라, 순응하여 살아온 시간을 잘 갈무리하는 인생이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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