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작 성공수기] 구연동화를 하는 이야기 할머니...열정상 ‘송정녀’

김남기 기자
  • 입력 2022.01.21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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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모작뉴스 김남기 기자] 경상남도에서 실시한 제1회 신중년 인생이모작 성공수기 공모전 수상작품을 연재한다. 연재될 수상작품들은 퇴직 후 삶 준비, 재취업 성공사례, 사회공헌활동, 재능나눔 경험 등을 공유하고, 신중년 세대의 성공적인 인생 2막을 엿 볼 수 있는 기회를 줄 것이다.

구연동화를 하는 이야기 할머니
열정상 ‘송정녀’

(송정녀 작가. 사진=송정녀 제공)

“우리 입속에는 소리들이 살고 있어요. 큰 소리·작은 소리, 높은 소리·낮은 소리, 빠른 소리 ·느린 소리, 예쁜 소리·미운 소리, 강한 소리·약한 소리, 소리들은 밖으로 나가고 싶대요.” 선생님을 따라서 연습한다.

단어의 어감에 따라 동작을 크게 하고 작게 한 후에, 팔을 높게 올렸다가는 낮게 내리고, 다시금 입 가까이 손을 대고 팔랑팔랑 흔들며 빠른 소리를 흉내 내고 있었다. 세상에서 소리만큼 다양하여 우리의 기분을 좌지우지 하는 것이 있을까. 말과 노래를 포함하여 소리들은 사람을 살리기도 하고 순간적으로 못 참아 사람의 기를 빼앗기도 하니 어느 것보다도 강력한 힘을 가졌다. 언제 들어도 행복한 기분을 느끼게 하는 것은 특히 어린아이의 까르르 넘어가는 웃음소리일 것이다. 특히 칭찬과 격려로 기분 좋게 하는 희망에 찬 말은 우리 모두를 살리는 보약이다. 인정해 주고 공감해 주는 말이야말로 쓰러지려는 다리를 일으켜 주는 힘이 있다.

문틈으로 들어 온 바람이 세월을 잡아갔나 싶을 만큼 빠르게 지나갔다. 노인 둘이서만 살아 웃을 일이 별로 없던 차에 글 쓰는 창작에 도움이 될까 하여 동화 구연을 평생교육원에서 배우기로 하였다. 진작 알았더라면 손자를 키울 때 사용하여 인기 만점인 다정한 할머니로 인식 되었을 텐데 진한 아쉬움이 남는다.

(사진=송정녀 제공)

그 손자가 벌써 중학생이다. 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손자와 더 친해질 수 있고 내 성격마저 변화 되어 사람들과 더 잘 어울릴 수 있을 것 같았다.

동화 구연은 책의 내용을 재미있게 알려 주며 듣는 사람이 스스로 깨달을 수 있도록 감동을 주는 게 목적이다. 엄격한 잔소리 대신 즐거운 시간을 통해 결국은 아이들이 잘 자라도록 인격 수양을 돕는 것이다. 또 너와 내가 한자리에 있어 사랑을 나누는 시간으로 최대한 재미있게 흉내를 내며 이해시키고 알려 주는 것이다. 구연동화를 하는 사람도 듣고 보는 사람도 즐거워서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보통은 유치원 아이들을 상대로 많이 하는데 노인들에게 더 필요한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노인들은 기분이 가라앉아 있을 수 있기에 생동감을 주어 삶의 활력소가 된다. 기분을 좋게 하는 것은 우리 몸의 면역을 키워 건강에 도움을 준다. 우울하고 기분이 나쁘다면 식물이 시들어 가는 것과 같다. 물과 햇빛이 생명의 근원인 것처럼 우리 주위에 있어 늘 필요한 것이 사람들과의 관계이고 너와 내가 나누는 눈빛이고 사랑이다.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항시 가까이 있으면서 물을 필요로 하듯 사랑과 관심은 우리 삶을 유지하게 한다.

(2021 창원의 책 선포식 북토크. 사진=송정녀 제공)

그전의 나는 동화책을 책 읽듯이 하였다. 자연히 힘을 적게 들였으니 감동을 조금 받고 따라서 곧 잊었을 것 같다. 구연동화는 애정을 담아 성의껏 연출 하여야 하는 것이다. 그 사람은 예술가이자 교육자이다. 이것을 연습하면서 평소에 명심보감을 좋아하던 나는 얼마나 경직된 사고방식에 살고 있었는지 알 것 같았다. 목소리와 표정으로 느낌을 살려 표현하여야 하는데 상대를 사랑하는 따뜻한 마음이 없고 하고자 하는 열정이 없으면 쉽지 않은 것이다.

나만의 잣대로 스스로 만든 기준으로 세상을 보며 상대방을 평가하고 사회적인 관념을 내세워 요구하다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혼자서 고민하며 속을 끓였다. 그러기에 늘 이건 아닌데 하는 불평과 근심 속에 사노라니 웃음 띤 부드러운 얼굴과는 거리가 멀었다. 힘든 세월을 나니까 살았지 하는 마음을 갖고 있었는데 상대방이 더 힘들고 더 많이 참아 주었겠다고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 세월을 다 지나간 내가 지금 대학 캠퍼스 아름다운 연못가 벤치에 앉아 있으려니 지난날이 떠오른다. 그때는 그렇게 살면서 만족하지 못했는데 그나마 젊은 시절이었다. 그 젊음은 되돌릴 수 없어 지금은 어디가나 가장 나이 많은 어르신 대우를 받는다. 어르신에 걸맞게 살고 싶은 나다.

남편이 다니던 직장을 그만 두게 되었다. 딸들은 고2 중3이었다. 어느 정도 생활에 여유가 있었는데도 매일 생활하는데 문제점은 많았다. 지금 같으면 좀 더 서로를 이해하겠지만 그때만 해도 그렇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같이 있는 시간이 많으니 아무리 성인군자라도 다툼이 많아졌다. 집으로 전화가 오면 옆에서 듣고 있다가 “말을 그렇게 하면 되느냐” 시비를 걸었다. “내가 내 맘대로 말도 못하느냐”고 싸움이 벌어졌다.

사느라고 생업 전선에 뛰어들어야 했다. 딸들 대학 공부는 시켜야 하는데 걱정이 된 나는 임대로 준 슈퍼가 가게를 비운다 하기에 내가 하기로 하였다. 마침 아는 지인이 마트를 하다가 확장 이전을 하느라고 건물 준공을 기다리는데 부도가 났다. 그는 낙심한 채 집에서 쉬고 있었다. 무료 하던 차에 반색을 하면서 적극적으로 도와주었다.

나는 혼자되신 엄마를 이사 오시게 했다. 엄마를 합법적으로 모시고 같이 사는 방법으로 슈퍼를 하는 게 가장 좋았다. 친정 엄마를 하루 종일 가까이서 돌봐드리는 방법이어서 모시고 살기에 좋은 방법이라 주저하지 않았다. 늘 같이 지내며 돌보아 드릴 수 있는 줄 알았더니 지나고 보니 효도를 한 것이 아니고 엄마의 도움을 많이 받은 것 같다. 딸이 고3이라 의향을 물었다. 딸은 자기는 걱정 말라고 했다. 나는 고3인 딸이 공부할 텐데 하며 아침 7시면 슈퍼 문을 열고 하루 종일 가게를 보면서 열심히 살았다. 남편이 돌아와 잠시 봐 주면 그때는 밖으로 나가 동네 한 바퀴를 돌았다. 슈퍼를 처음 할 때는 재미있어 시간가는 줄 모르고 열심히 했다. 좁은 공간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니 차츰 체형이 변하기 시작했다. 운동 부족으로 배는 불러지고 다리는 가늘어졌다. 햇빛이 있을 때 밖에 못 나가 보았기에 꽃이 피었는지 나무가 푸르렀는지 계절의 변화를 몰랐다. 자연히 먹고 사는 일도 간단하고 쉬운 조리된 양념 고기 같은 걸로 지내기 일쑤였다. 슈퍼를 직접 경영하다 보니 남편도 지치고 나도 지치고 힘든 생활의 연속이었다. 사느라고 정신없는 생활의 연속이었다. 그런 상태로 10년이 지나 나도 국민연금이 나온다. 그게 어딘가? 그렇게 딸 둘을 6년제를 다 시키고 나니 어느덧 10년이라는 세월이 지나갔다. 그렇게 사는 동안 딸들은 엄마의 사는 모습을 보았기에 매일을 열심히 노력하여 모든 과정을 잘 지나 이제는 나름대로 당당히 살아간다. 우리는 그렇게 정직하게 부지런히 살았기에 보유한 부동산을 하나도 처분하지 않았기에 지금은 한가로운 노후를 즐기고 있다. 내가 하고 싶은 취미생활도 할 수 있고 복지관에 다니며 여가 생활을 즐기고 있다. 문학 소녀였던 꿈을 찾아 도서관에서 책을 실컷 읽으며 다육이를 키우는 것처럼 행복을 키워내고 있다.

(북워크숍 참가. 사진=송정녀 제공)

조그마한 엄마의 힘으로 딸들이 6년제를 둘 다 졸업할 수 있었다. 그동안 큰딸은 동급생과 결혼하여 내가 못 낳은 아들 둘을 낳았기에 우리 집에서 내가 키워주었다. 우리 집에서 슈퍼를 하면서 손자도 둘을 키웠다. 힘들게 일하는 딸을 생각해 딸부터 배려하는 엄마의 삶이었다. 손자들을 키우면서 내가 희생했는지 알았더니 내가 얻은 것이 더 많았다. 손자들을 키웠기에 좋은 추억거리도 남아있고 보람있는 일로 남아 있어 손자와는 각별한 사이다. 복지관에 갔더니 하도 고생을 한 뒤라 또래보다 나이 들어 보였다. 출퇴근 없이 밖에 못 나오고 얽매인 생활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그 세월을 다시 되돌리기 할 수 없다. 딸은 착실히 저축하여 손자가 초등학교에 입학 하면서 아파트를 사 가지고 이사하였다. 궂은 날이 지나고 좋은 날이 온 것이다. 지금은 잘 생긴 손자가 벌써 중학생이다. 하루하루 건실하게 노력한 탓에 좋은 날이 온 것이다. 지난날이 고생스런 날인줄 알았더니 보람있는 행복한 나날이었다. 이제는 얽매인 생활에서 벗어나기 위해 슈퍼 문을 닫고 노인 복지관에 다니고 도서관에도 다니면서 시청에서 하는 시민 참여단 활동도 하며 나의 존재감을 찾아간다. 이제는 날개를 활짝 편 것 같이 활기차게 산다.

인생 이모작을 어떻게 하면 잘 살 수 있을까? 사람들은 노래에 나오는 가사처럼 백년도 못사는 것을 천년을 살 것처럼 우직스럽게 산다. 슈퍼를 오래 하다 보니 사람이 겸손해졌다. 말 한마디도 함부로 하지 않아서 상대를 존중해 주는 것이 곧 나를 위하는 것임을 알았다. 가족이란 서로 세월을 공유했다는 것이다.

(송정녀 작가. 사진=송정녀 제공)

너와 내가 가장 소중하다는 것을 알기에 가까이에 있어 아무렇게나 할 것이 아니라 서로 존중하면서 지금 이 순간 최선을 다하며 산다. 그렇게 살다 보면 어느새 순간이 합쳐져서 일생이 되는 것이다. 혹시라도 서로 기분 나쁘게 하고 부질없는 욕심 부리기를 한다면 멈추어야 한다. 양보하고 상대에게 베풀어 나로 인해 기뻐한다면 그게 진정한 기쁨일 것이다. 조금이라도 서로 나누고 배려한다면 훨씬 따뜻하고 활력 있는 세상, 살 만한 세상이 되어 가지 않을까? 서로 아껴주고 자기 역할을 다한다면 함께 모여 사는 우리는 다 같이 편안함 가운데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옆에 있는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책임감 있는 개인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나 혼자만의 이기심이 아니고 남을 위해 작은 것이라도 나누고 봉사하며 사는 것이 최고의 덕목이다. 나 자신이 스스로 자립할 수 있음은 물론 우리 가족부터 행복하도록 작은 힘이라도 보태고 싶다. 이웃을 돌아보는 여유를 가지고 싶다. 고운 마음씨로 내가 들려주는 동화가 아이들 마음에 스며들어 병 같은 것은 모르고 튼튼하게 자라길 바랄 뿐이다. 나 자신부터 즐겁게 생활하면서 행복의 바이러스가 되어서 주위를 환하게 하고 싶다. 이웃에게 따사로움을 전하며 사랑하는 손자들이 튼튼하게 자라나도록 관심을 가지고 늘 지켜보아야겠다. 코로나로 인한 거리 두기가 빨리 풀려 가벼운 발걸음으로 노인 요양원에 구연동화를 하는 이야기 할머니로 봉사 하러 가는 그날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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