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재훈의 지구를 걷다 80] 터키의 첫 도시, 반(Van)을 찾아서 2
[윤재훈의 지구를 걷다 80] 터키의 첫 도시, 반(Van)을 찾아서 2
  • 윤재훈 기자
  • 승인 2022.01.24 12:23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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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의 첫 도시, 반Van을 찾아서

터키에서 흘러온 강물이 이란 땅으로 자유롭게 흘러간다.
그런데 왜 인간은 이렇게 국경이라고 막고 총부리를 겨눈 채,
서로 반목과 증오를 할까?
그 위로 노자의 상선약수(上善若水)가 흘러간다.

(터키 국경 가는 길. 촬영=윤재훈)
(터키 국경 가는 길. 촬영=윤재훈 기자)

터키의 첫 도시인 반Van을 찾아간다. 아침 7시인데, 벌써 검문을 2번이나 받았다. 동부 쪽에는 터키인보다 쿠르드족이 더 많아 분쟁이 잦다고 하더니, 그 때문일까? 이곳에서는 2016년 터키 정부군과 PKK(쿠르디스탄 노동자당) 무장 테러 단체 간의 교전이 빈번하여, ‘여행 유의지역’으로 되어있다.

‘쿠르드족(Kurd)’은 터키, 이란, 이라크, 시리아 등에 분산되어 살고 있는 이란계 산악민족이다. 인구는 약 4,300만 명으로 독자적인 국가를 가지고 있지 않은 민족 중에서 세계에서 가장 인구가 많지만, 역사 이래로 자기 나라를 가져본 적인 없는 민족이다.

종교는 대부분 이슬람교 수니파에 속하며 그 밖에 야지디교 등이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민족주의적 정치 세력들이 분리독립을 요구하고 있지만, 쿠르드족이 거주하고 있는 터키, 이라크, 이란, 시리아 등이 모두 이러한 요구를 탄압하고, 심지어 민간인에 대한 집단학살까지 자행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시골에서는 터키어를 모르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유목민 노인이 군인들에 의해 총살당한 적도 있다.

(국경마을의 모습. 촬영=윤재훈)
(국경마을의 모습. 촬영=윤재훈 기자)

쿠르드족은 종교가 아닌 사용 언어와 문화로 정체성을 찾는 민족인데, 그 중에서 가장 많은 수인 2,000여만 명이 중동에서 가장 군사력이 강한 터키에 살고 있다. 오랜 세월 분리독립을 원하며 용병으로 강대국들의 전쟁받이를 해주며 독립을 약속받아 오지만, 강대국들은 전쟁이 끝나면 항상 자신들의 이익에 따라 헌신짝처럼 버리곤 했다. 이런 배반의 역사를 상징하듯 쿠르드인들에게는 이런 속담이 있다.

“친구가 아니라 산을 벗하라”

그들은 자기들의 전통 언어인 쿠르드어를 사용하며, 중동에서는 아랍인, 터키인, 페르시아인(이란인) 다음으로 많다. 오랜 시간 터키인과 공존하면서 살았기 때문에, 사실상 문화적으로 전혀 구분할 수 없을 만큼 닮았다. 그러나 터키에서는 1990년대까지 쿠르드 고유 이름을 짓는 것조차 금지되던 때도 있었다.

(터키, 이란 국경, 양국 깃발이 보인다. 촬영=윤재훈)
(터키, 이란 국경, 양국 깃발이 보인다. 촬영=윤재훈 기자)

특이하게 대부분 안전벨트를 점검한다. 혹시 뭘 원하는 것일까? 무슨 딱지를 받는 것도 같은데, 벌금일까? 6, 70년대 우리의 모습이 생각난다. 타일랜드에서 였을까, 면허증 뒤에 돈을 놓으면 면허증은 보지 않고 돈만 빼간다. 6명이 탄 마슈르카(돌무쉬)는 쉬엄쉬엄 간다. 1시간 30분 정도 왔는데, 벌써 2번이나 쉬었다.

이제 이란과 터키의 국경선이다. 무슨 문제라도 있는지, 수속을 하는데 1시간 이상 걸린다. 날도 상당히 쌀쌀한데 잠시 어디 들어가 있을 때도 없어, 모두 그냥 한(寒)데에 서 있다. 아래를 보니,

터키에서 흘러온 강물이 이란 땅으로 자유롭게 흘러간다.
그런데 왜 인간은 이렇게 국경이라고 막고 총부리를 겨눈 채,
서로 반목과 증오를 할까?
그 위로 노자의 상선약수(上善若水)가 흘러간다.

오랜 세월 이국을 떠도는 이 유랑이 나에게 무슨 유익함으로 다가오는지, 문득 그런 의문이 밀려온다.

이제 국경을 넘는다. 엑스레이에 뭐가 보였는지, 온 짐을 샅샅이 뒤지면서, ‘사프란’이 있는지 물어본다. 왜 물어보는 것일까? 여기서 멀지 않는 곳에 과거 실크로드의 대상들이 경유하던 상업중심지인 ‘샤프란 볼루(Safranbolu)’라는 옛 도시가 있는데.

오스만 투르크 시대 목조 건축물 1,000여 채가 잘 보존되어 있는 옛 시가지 덕분에, 1994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곳이다. 이름 그대로 향신료로 쓰였던 사프란 꽃의 군락지로 유명하며, 현재는 이곳에서 동쪽으로 22킬로 정도 떨어진 다우토바스쾨이에서 많이 재배되고 있다.

(황량한 국경풍경. 촬영=윤재훈)
(황량한 국경풍경. 촬영=윤재훈 기자)

‘반Van’의 인구는 39만여 명이며, 기원전 9세기에는 <우라르투>의 수도였다. 그때의 이름은 <투쉬파>였으며, 고대의 주민들은 스스로를 ‘나이리’라 불렀고, 아르메니아의 중심지였다. 안타깝게도 2011년 10월 23일에는 반 호수에서 규모 7.3의 큰 지진이 발생하여, 16명이나 사망하고 1. 000여 명의 사상자를 냈다.

50여km에 이란국경이 있고, 북쪽으로 200여km에 아르메니아 국경이 있다. 국경이 붙어있지만, 이란과는 1시간 30분, 아르메니아와는 2시간 시차가 있다.

터키의 표준시 기준은 그리스 발칸반도와 동일한 표준시를 채택하고 있으며, 한 나라 안에서 이스탄불보다 하루가 빠르다. 그러므로 터키의 표준시와 태양시와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테헤란을 기준으로 하는 이란의 시간과, 모스크바를 기준으로 하는 카프카스 지방의 시간과 비교해 봤을 때, 이쪽에 더 가깝다.

초라한 양국 국경에는 담배장사를 하는 아이들이 있다. 눈치로 먹고사는 아이들이라 뭔가를 바라는지 여행자들의 짐을 들어다 준다. 똑같은 상황을 이렇게 보는 내가 너무 가난에 찌든 여행자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문득, 밀려온다. 가도 가도 민둥산만 이어지니, 문득 졸음이 올 것 같다.

(국경을 넘자 나타나는 첫 마을. 촬영=윤재훈)
(국경을 넘자 나타나는 첫 마을. 촬영=윤재훈 기자)

얼마나 갔을까, 눈 쌓인 산들이 보이고, 게르처럼 지은 집들이 나온다. 민둥산을 지나 첫 마을이다.

잠시 후 잘 경작된 밭들이 나타나고, 풍경이 확연히 달라진다. 우리 시골 마을에서 보았던 미루나무처럼 생긴 나무들이 많이 있고, 산기슭에는 양 떼가 점점이 풀을 뜯고 있다. 이윽고 도시가 보이기 시작하는데, 차창에 비가 돋는다. 마슈르카는 터미널 안에서 우리를 내려준다.

붉은색으로 보이는 환율 창에는 1달러가 5.17리라다. 반에서 터키 최고의 도시인 이스탄불까지 항공료는 195리라이고, 수도인 앙카라까지는 180리라이다.

낯선 나라에 도착하면 그 나라의 인사말을 입버릇처럼 외운다. 현지인들과도 가장 빨리 친해질 수 있는 방법이며, 그 지역을 찾은 사람으로서 예의인 것도 같다. “메르하바”하고 끝을 내려서 말하면 “안녕하세요(hello)”의 뜻이 되고, “헤셰큐르”하고 끝을 올리면 “대단히 감사합니다(thank you very much)"의 뜻이 된다. 이 도시에도 마네킹이 많이 보이고, 한 여성이 도착하자마자 답답한지 히잡을 벗는다. 이란을 벗어나니 히잡을 한 여성과 안 한 여성으로 구분된다.

(페르시아 전통 문양과 히잡 쓴 여인. 촬영=윤재훈)
(페르시아 전통 문양과 히잡 쓴 여인. 촬영=윤재훈 기자)

그러나 이란도 처음부터 히잡을 쓴 것은 아니다. 1935년 국호를 ‘페르시아’에서 ‘이란 제국’으로 통일한 ‘팔레비 왕조시대’에는 히잡은 물론 미니스커트, 수영복, 청바지 등도 자유롭게 입고 다녔다. 그러다가 1979년 1월 16일 팔레비 2세가 이집트로 도피하면서 왕조는 무너졌다. 그는 신병을 핑계로 도망간 무능하고 비열한 왕이었다. 마치 대전까지 도망가서 라디오 방송에 나와 자신은 서울은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국민에게 거짓말을 일삼았던, 6, 25 전쟁 때 이승만이 생각나는 대목이다.

그 후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를 중심으로 한 ‘이슬람 공화정’이 탄생하면서, 다시 국민의 자유가 억압되고, 여성들은 히잡을 쓰게 되었다. 터미널 안에는 사람들이 MBC TV에서 방영했던 한국 드라마 ‘기황후’를 보고 있어 놀랍다.

세계에서 이란과 사우디는 반드시 히잡을 써야 한다. 외국인 여성도 히잡 착용을 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여행을 할 수가 없다. 페르시아의 옛 문화를 보고 싶다면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써야만 한다.

(터키에서 가장 큰 ‘반 호’. 촬영=윤재훈)
(터키에서 가장 큰 ‘반 호’. 촬영=윤재훈 기자)

‘반Van’은 이란에서 올 때 들리는 첫 번째 도시이면 동쪽 연안에 자리 잡고 있다. 신기하게도 해발 1730m 고도에는 터키에서 가장 큰 ‘반 호수’가 있는데, 소금이 생산될 정도로 짠 염(鹽)호이다. 물이 들어오는 하천은 있는데 나가는 하천은 거의 없다. 대부분 증발된다는 뜻이다.

호수 밑바닥에서도 물이 솟아오르기 때문에 미네랄 성분이 풍부하다. 또 지역에 따라 염도가 달라서 상류 쪽 강 부근에서는 물고기가 많이 잡힌다. 얼마나 넓은지 배들도 나룻배 수준이 아니라 어선이다. 통통배가 아니라 족히 중급 어선은 되겠다.

<반 호수> 바닥에서는 3,000년 되었다는 옛 도시가 발견되었다는데, 수중카메라에 잡힌 모습이 너무 깨끗하고 생생하여 믿음이 잘 안 간다

이 도시에는 유명한 것 두 가지가 있는데 그중 한 가지는, 이 호수에만 난다는 <인치 케팔리Inci kefali>라고 하는 물고기다. 청어처럼 생긴 단 한 어종인데, 그냥 물고기란 뜻인 ‘발륵’으로도 부른다.

고기잡이도 겨울에만 하고 4월 15일이면 끝난다. 그 후에는 산란기이기 때문에, 어부들은 스스로 금어 기간으로 정했다고 한다. 고기의 씨까지 말려버리는 우리나라의 어민들이 새겨들어야 할 말인 것 같다. 어민들은 어로 기간이 끝나면 목축을 한다

(터키인과 쿠르드인은 구분이 안간다. 촬영=윤재훈)
(터키인과 쿠르드인은 구분이 안간다. 촬영=윤재훈 기자)

어민들은 사정이 이러한데도 정부에서는 아무런 지원도 해주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그런데 그 이유가 자신들이 쿠르드족이기 때문이라고 믿는다. 흑해 쪽에 있는 어부들은 편의를 봐주는데, 자신들에게는 아무것도 없다고. 더구나 외부에서 오는 후원금마저 중간에 빼내서 폭탄 만드는 데 쓴다고 한다.

반 중심가인 베쉬욜Besyol 오거리에는 이 생선 모양을 한 동상이 있으며, <반 고양이>와 함께 이 지역에 2대 명물로 손꼽히고 있다. 호수 근처에 사과 농장이 많이 있다. 또한, 이 지역에서는 특이하게도 아침 식사가 맛있기로 유명하고, 심지어 아침 식사만 파는 식당 거리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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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인출 2022-01-27 15:24:57
터키에서 이란으로 여행 잘 했습니다.
쿠르드족까지 역사얘기도 재밌군요.
고맙습니다.^^

윤재훈 2022-01-24 04:2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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