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자식에게 짐이 되기 싫다"...‘노노(老老)케어’가 답이다

김남기 기자
  • 입력 2022.01.25 15:09
  • 수정 2022.03.17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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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노(老老)케어’는 ‘품앗이’다 ⓒ게티이미지뱅크

[이모작뉴스 김남기 기자] ‘노노(老老)케어’를 한마디로 정의하면 ‘돌봄 품앗이’라고 생각한다. 품앗이는 힘든 일을 서로 거들어 주면서 품을 지고 갚고 하는 일이다. 지자체에서 주로 실시하는 ‘노노(老老)케어’는 ▲‘건강한 노인이 거동이 불편한 노인을 돌봄는 봉사활동’이며 ▲노인일자리의 한 형태이며 ▲함께 취미·문화활동을 하는 노인커뮤니티 형태로 구성돼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면서 큰 변화를 겪고 있다. 이미 초고령사회로 접어든 일본에서는 초고령사회를 위기이자 기회로 삼아서 다양한 실험을 하고 있다. 일본은 고령화 사회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가마쿠라, 오무타 등 초고령지역을 중심으로 다양한 정책과 기술을 실험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기존의 치료중심의 돌봄에서 예방과 커뮤니티 중심의 돌봄의 전환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2015년 생산연령인구 약 6명이 고령인구 1명을 부양했다. 50년 후인 2067년에는 생산연령인구 1명이 고령인구 1명을 부양하는 사회로 변화하게 된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노년부양비(100.4명)를 가진 사회로 변화 예상된다.

서울대 아동가족학과 한경혜 교수는 노인의 가족지원 및 돌봄의 양상에서 “노인은 가족에게 다양한 지원을 제공하는 지원의 주체이며, 50세 이상 중·고령자 중 돌봄 대상은 주로 배우자 또는 부모로 ‘노노케어’ 양상을 보이게 된다.”고 했다.

성지은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그 동안에 우리 과학 기술은 의료적 관점에서 어떻게 하면 어르신들에게 ‘잘 떠 먹여 줄 것인가?’만 고민해 왔다.”며, “어르신들의 니즈조사에서는 ‘스스로 음식을 먹고 싶어 한다’고 했다. 즉 ‘떠 먹여주는 도움’은 좋아 하지 않는다.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 어느 누구도 기저귀를 원하지 않는다. ‘자기 발로 화장실 가는 게 소망’이다. 이렇게 어르신들은 그동안 수동적으로 돌봄을 받는 대상일 뿐이었다”고 했다.

선진 고령사회에서는 노인들에게 새로운 만남, 배움, 취미생활, 나눔, 봉사활동 등의 기회를 제공한다. 우리나라도 재가 케어, 노노케어 등 서로 돌보는 관계망과 돌봄 공동체 구축이 필요하다. 현재 우리나라의 노노케어 현장의 사례들을 살펴보겠다.

(거창군 노노(老老)친구 만들기 참여자 치매파트너 교육. 사진=거창군 제공)

치매안심센터, 거창군 ‘노노케어 치매파트너’

치매안심센터에서는 치매파트너사업을 통해 다양한 계층의 봉사자들이 치매노인돌봄을 하고 있다. 특히 거창군 치매안심센터는 올해 ‘치매보듬 노노(老老)케어 행복한 동행사업’에서 노인 155명을 대상으로 치매돌봄 교육을 통해, 치매파트너 등록 및 인지선별검사를 실시했다.

치매파트너는 일상에서 치매환자와 가족을 배려하고 돕는 동반자이며, 치매파트너 플러스는 치매예방과 돌봄, 치매인식개선 등의 활동을 통해 치매환자와 가족을 위한 치매 친화적 환경 조성을 위해 활동하는 봉사자다.

‘치매보듬 노노(老老)케어 행복한 동행사업’ 참여자들은 앞으로 ‘치매파트너’로서 재가치매노인 가정을 방문하여 안전점검, 건강상태확인, 인지능력향상, 말벗 등을 수행할 예정이다. 이번 사업은 지역에서 서로를 아는 노인들끼리 상부상조 하며 노후관리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소외되기 쉬운 경계성 인지장애 어르신들에게 돌봄을 제공하고, 돌봄 노인들은 봉사의 기쁨과 소중한 일터 제공으로 서로에게 도움이 되고 있다.

'5060 신중년' 인생이모작 사업. 사진=경남도 제공
(노노케어 일자리시업. 사진=경남도 제공)

노인일자리사업 '노노케어' 일자리

노노케어에 참가한 봉사자는 “장애인 아들을 보살피며 어렵게 살아가는 80세 노모는 늘 자식을 걱정하며, 우울해 하던 차에 같은 또래의 봉사자를 만나 말동무를 하면서 ‘고맙다’는 말에 나도 심심하지 않아 좋다고” 서로 눈시울을 붉혔다고 한다.

노노케어 노인일자리사업은, 만65세 이상 기초연금 수급자들이 참여하고 있다. 노인의 소득향상을 위한 일자리 제공과 독거노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작됐다. 이들은 기초생활 수급자를 포함한 독거·거동불편·치매 노인 등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노인 가정을 방문하고 있다. 무엇보다 소외된 노인들이 안정적인 일상을 보낼 수 있도록 건강 상태·생활환경 점검은 물론 말동무부터 외출동행까지 손과 발이 돼주고 있다.

(남양주시 북부희망케어센터, 노인맞춤돌봄서비스 소규모 자조 모임 ‘노노DIY 공방’. 사진=남양주시 제공)

남양주시 북부희망케어센터, ‘노노DIY 공방’ 

남양주시 사회복지관 북부희망케어센터 코로나19로 외로움을 겪고 있는 독거노인을 대상으로 노인맞춤돌봄서비스 소규모 자조 모임 ‘노노DIY 공방’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이 프로그램은 10월부터 12월까지 3개월간 4인 1조로 16명의 독거노인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목공 키트를 활용한 목공 DIY 활동을 통해 지속적인 외부 활동과 자조 모임 구성원 간 연락으로 독거노인들의 외로움을 덜어 주었다.

이번 프로그램에 참여한 한 독거노인은 “코로나19로 인해 외부 활동이 없어서 사람들이 너무 그리웠는데 프로그램을 통해 밖에 나오고, 옆 단지 친구를 알게 돼서 너무 좋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정선 공공 이불 빨래방 이불세탁 작업. 사진=강원도 제공)

강원도 ‘공공 이불 빨래방’

노인들이 다른 노인들의 이불 빨래를 대신해주는 ‘공공 이불 빨래방’이 강원도에서 처음 만들어졌다.

공공 이불 빨래방은 노인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농촌의 고령자와 장애인, 기초생활수급자 등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대형 이불을 수거해 무료로 세탁한 뒤 배달해 주는 통합 복지서비스이다. 또 빨랫감을 수거·배달하면서 노인들에게 어떤 돌봄이 필요한지 꼼꼼히 살펴 생필품 구매를 대행하는 서비스도 제공한다.

(주택금융공사 HF행복돌보미 발대식. 사진=주택금융공사 제공)

기업의 일자리 연계 노노케어 ‘HF행복돌봄서비스’

주택금융공사는 올해 부산시, 지역 복지시설 등과의 협업을 통해 지역 어르신들의 경험과 노하우를 활용할 수 있는 장노년 일자리 연계 사회공헌활동을 했다. 노인 일자리 제공 취지에 맞도록 부산지역에 거주하는 만 60세 이상 어르신들로 구성된 행복돌보미가 노노케어를 담당했다.

특히, ‘어르신 맞춤형 행복커뮤니티 조성’, ‘HF행복돌봄서비스’ 등 고령자가 다른 고령자를 돌보는 '노노(老老)케어'로 지난해 380여명의 일자리를 마련했다.

지자체는 WHO인정 고령친화도시를 지향하기 위해 다양한 노인복지정책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노인들이 단지 복지의 객체로서 지원을 받는 대상으로만 여기는 경우가 있다. 노인정책은 사업의 주체로서 정책에 직접 참여하고, 복지현장의 일선에서 함께 공감하고, 일하는 주체자로서 활동해야 한다. 그래야만 초고령사회에서 자식들의 짐이 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노인문제를 해결하는 주체로서 활동해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노노케어는 ‘돌봄 품앗이’로서, 지역사회의 공동체문화형태로 성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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