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노동자, 돌봄이 필요하다①] 돌봄, ‘반값 노동’에서 ‘괜찮은 일자리’로

김남기 기자
  • 입력 2022.02.10 15:02
  • 수정 2022.05.12 15:55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초고령 사회, 모두의 괜찮은 돌봄을 위하여 돌봄, ‘반값 노동’에서 ‘괜찮은 일자리’로. 사진=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제공)

[이모작뉴스 김남기 기자] 돌봄노동자 110만 명 시대이지만, 돌봄노동은 여전히 ‘반값 노동’, ‘불안전 노동’, ‘비전문 노동’으로 취급받고 있다.

초고령사회로 접어들면서 돌봄노동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돌봄노동에 대한 가치는 여전히 낮아 돌봄노동자의 열악한 환경을 개선하고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2021년 ‘돌봄노동 평가 개선TF'를 구성했다. TF팀의 연구성과로 <돌봄노동 저평가 개선 방안 연구>를 발표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돌봄정책포럼 <초고령 사회, 모두의 괜찮은 돌봄을 위하여: 돌봄, ‘반값 노동’에서 ‘괜찮은 일자리’로>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와 한국여성정책연구원과 한국사회정책학회의 공동 주최로 열렸다.

이번 정책 포럼은 해당 연구의 분석결과를 공유하고 다양한 현장의 의견을 듣는 자리로 마련됐다. 돌봄서비스의 보상, 임금, 권리, 책임, 참여에 대한 내용을 담은 ‘모두의 괜찮은 돌봄노동을 위한 5대 과제’를 공유하는 자리였다.

<모두의 괜찮은 돌봄노동을 위한 5대 과제 제안>

하나. 돌봄의 사회적 가치를 반영하여 돌봄서비스의 보상수준을 높여야 한다.

명확한 기준 없이 최저임금에 맞춰지는 돌봄서비스의 수가를 인상하여 돌봄의 사회적 가치에 부합하는 인정과 보상을 실현해야 한다. 우리가 원하는 괜찮은 돌봄을 위해 비용을 어떻게, 얼마나 부담할 것인지 함께 논의해야 할 때이다.

둘. 돌봄노동자의 직무와 경력, 숙련을 반영하는 임금체계가 마련되어야 한다.

누구나 하는 시급제 일자리, 10년을 일해도 같은 임금을 받는 일자리가 아니라 오래 일한 경력만큼 대우받는 돌봄 직업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 같은 일을 하더라도 사업과 기관에 따라 천차만별인 임금체계를 표준적인 적정임금체계로 합리화하고 현장에 적용되도록 해야 한다.

셋. 돌봄노동자가 안전하게,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다른 사람을 돌보면서 신체적, 정서적으로 소진되지 않도록 돌봄노동자의 적정 근로와 쉴 권리, 상해와 폭력으로부터 안전할 권리, 돌봄 역량을 발전시킬 권리가 보장되어야 한다. 원치 않는 이직과 실직을 만들어내는 고용환경을 개선하고 적정수의 인원을 잘 돌볼 수 있는 노동조건이 조성되어야 한다.

넷.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돌봄서비스 공급에 대한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

누구나 필요할 때 적정수준의 돌봄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사회의 돌봄인프라를 강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과감한 재정투자와 공적 공급 확대가 필요하다.

다섯. 돌봄정책 결정과정에 돌봄노동자의 참여가 보장되어야 한다.

다양한 영역의 돌봄정책 결정 과정에 해당 돌봄노동자의 참여가 보장되어야 한다. 돌봄서비스 제공 현장의 실태와 근로조건에 대한 돌봄노동자의 목소리가 우리 사회의 돌봄정책을 결정하는 데 반영되어야 한다.

돌봄정책포럼 <초고령 사회, 모두의 괜찮은 돌봄을 위하여: 돌봄, ‘반값 노동’에서 ‘괜찮은 일자리’로>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함선유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부연구위원

첫 번째 주제발표로 함선유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우리나라 돌봄노동은 얼마나 저평가되었는가’는 내용으로 발표했다.

​우리 사회는 가구 구조와 부양 의식이 변화하면서, 돌봄 공백이 가시화되었다. 이에 돌봄의 사회 책임을 강조하는 노인장기요양보험, 장애인활동지원제도, 무상보육 도입 등 다양한 돌봄정책이 도입, 확대되었고, 돌봄노동자는 2011년 70만 명에서 2021년 110만 명으로 증가했다.

그러나 돌봄노동자의 규모는 늘었으나, 돌봄일자리의 질은 향상되지 않았다. 의사, 약사, 영양사 등 전문 돌봄직은 242만원→312만원, 서비스직은 161만원→200만원으로, 제조업은 263만원→327만원으로 증가한 반면, 사회복지 관련 종사자, 돌봄·보건 서비스 종사자, 육아 및 가사도우미를 포함한 협의의 돌봄직 월 임금은 116만원→157만원으로 소폭 증가한 것이 다였다. 특히 육아 및 가사도우미는 94만원으로 가장 낮게 나타났다.

노동시간은 2020년 협의의 돌봄직 종사자 주당 노동시간이 31시간인데 반해 전문 돌봄직은 35시간, 서비스직은 37시간, 제조업은 39시간으로 상대적으로 적고, 시간당 임금도 전체 종사자 대비 60~70% 수준이다.

함선유 부연구위원은 “괜찮은 돌봄 일자리는 전체 돌봄일자리의 절반 미반”이라고 말하며, 우리나라는 돌봄직-비돌봄직간 임금 격차가 다른 국가들에 비해 크고, 비돌봄직에 비해 시간당 임금도 낮아 불완전 고용에 따른 저임금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돌봄노동 종사자의 근로환경이 다른 업종에 비해 신체적·정신적 스트레스가 높지만 이러한 업무상 스트레스가 임금에 미반영되고 있다고 지적하며, 돌봄직 직무 특성이 보상 수준에 반영되어야 하고, 단일수가에 기반한 경직적인 임금과 돌봄서비스업 운영체계를 제고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정책 결정에 노동자집단의 집단적 목소리가 반영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자영 충남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두 번째 주제발표로 윤자영 충남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괜찮은 돌봄노동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는 내용으로 발표했다.

윤 교수는 지금까지 우리나라 돌봄노동에 대해 ‘반값 돌봄노동의 확대’라고 요약했다. 저출산·고령화로 인해 돌봄에 대한 수요와 일자리에 대한 요구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돌봄 일자리는 임금과 복지 면에서 합리적이고 공정한 보상과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으며, 이러한 가치 저평가는 돌봄노동자의 노동기본권 제약과 경제력 향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윤 교수는 돌봄 공백, 돌봄노동자의 취약한 근로환경과 사회적 보호의 사각지대, 여성의 노동시장 안정적인 참여 제약의 원인으로 “민간위탁 방식으로 추진되어온 돌봄 일자리 정책과 체계적 통합적인 관리체계의 부재, 중앙과 지자체의 역할 갈등”을 지적했다. 또한 우리나라 돌봄노동 보상체계의 문제점으로 아래 5가지 사항을 구체적으로 지적했다.

첫째, 인건비 격차와 관련하여 그는 동일 자격으로 유사한 사회복지 직무를 수행하여도 시설 유형, 직책에 따라 기본급이 다르게 적용되고 있으며, 사회복지시설 종사자와 전담공무원 간 임금격차, 시설에 따른 선별적 임금 적용 등을 문제로 꼽았다.

둘째, 영유아 돌봄노동자 임금과 관련해서는 정부인건비 지원시설과 정부미지원 민간시설의 경우 표준 비용 체계가 마련되지 않았고, 유치원 교사와 어린이집 교사 간 보상체계가 다르다고 문제로 보았다.

셋째, 노인돌봄 노동자의 보수 역시 장기요양보험위원회에서 수가를 심의·의결하는 데 장기요양보험수가체계의 모형 및 산정방식, 직종별 종사자 월 인건비와 관리운영비 산정이 비공개로 운영되어 돌봄노동자뿐 아니라 돌봄이용자의 요구가 서비스 비용에 어떻게 반영되는지 알 수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넷째, 돌봄노동은 감정노동, 정신노동, 신체노동 등 복합노동적 성격을 가지지만 돌봄노동의 근속과 경력에 관계없이 최저임금 수준에 준해 급여를 지급하는 것 또한 문제라 보았다.

다섯째 “장애아돌보미사업, 산모·신생아건강관리서비스는 지침에 교통비 지금을 명시하고 있지만 노인맞춤돌봄서비스나 방문요양서비스는 경우 이동시간과 교통비가 지급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윤자영 교수는 첫째, 돌봄노동정책의 법적 기반 마련, 둘째, 돌봄노동의 가치를 반영한 서비스 단가 개선, 셋째, 사회서비스업종 표준임금체계 적용, 넷째, 경력과 근속에 대한 합리적 보상이 가능한 직무·숙련·보상체계의 연계 방안 마련, 다섯째, 안정적인 근로시간과 임금 보장 및 교통비와 이동시간의 근로시간 인정, 공공부문 유사 직역과의 임금격차 조정, 돌봄노동 관련 실효성 있는 근로감독 및 지원사업의 시행 등을 개선 방안으로 제안했다.

주제발표에 이어 각 분야에서 돌봄노동에 종사하고 있는 전문가들의 토론이 이어졌다.

배진경 한국여성노동자회 대표

배진경 한국여성노동자회 대표는 그동안 돌봄노동이 여성들에게 ‘무급’으로 요구되었고, 그 과정에서 돌봄노동자들은 물리적·성적 폭력과 위협에 노출되었지만 이에 대한 안전장치가 마련되지 못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특히 돌봄노동자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50대 이상 중고령 여성노동자에 대한 저평가가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하며, 중고령 여성돌봄노동자의 경우, 성별차별, 연령차별의 이중고를 겪고 있는데, 이에 대한 논의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돌봄을 단순히 도구적 관점에서 보는 것이 아니라 사회 전체를 구성하는 기본적 활동으로 사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노동시간 단축 논의를 일자리 나누기 관점으로만 접근하지 말고 나와 주변을 돌볼 시간을 확보한다는 관점에서 볼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그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해 돌봄노동 종사자의 임금이 상승한 것이 사실이지만, 최저임금 상승분만큼 돌봄노동자의 임금 인상은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돌봄 대상자가 증가하지 않아 돌봄노동자의 실제 임금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대부분 시간제 호출 노동인 돌봄노동의 속성 상 노동시간 부족은 월 평균임금의 축소로 이어진다며, 배진경 한국여성노동자회 대표는 “돌봄노동자의 임금이 보조적 생계수단이라는 인식을 버려야 한다”고 당부했다.

최경숙 서울시 어른신돌봄종사자 종합지원센터 센터장

최경숙 서울시 어르신돌봄종사자 종합지원센터 센터장은 “돌봄노동은 필수노동이라는 관점에서 근본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돌봄노동 저평가 개선을 위해 크게 2가지 정책 제안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첫째, 단시간, 불안정 노동의 대표적 사례로 꼽혀온 요양보호사, 장애인활동지원사 등 방문돌봄종사자와 관련, “돌봄노동자 임금체계를 마련하고 돌봄노동을 상용형 월급제 일자리로 만들어 소득과 고용이 예측 가능한 일자리를 확대하는 것이 중요하며, 그간 실효성이 없었던 수가인상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둘째, 돌봄노동 정책의 법적 기반 마련과 돌봄노동자 조직화 및 정책 참여에 대해서 최경숙 센터장은 “돌봄노동자의 노동조건을 결정하는 수가와 제도개선 방안에 대한 심의·의결을 하는 장기요양위원회에 요양보호사 등 돌봄노동자 단체 대표는 포함되어 있지 않다”면서 정책 결정과 실행에 있어 당사자 참여를 위해 돌봄노동자의 조직화와 함께 현장 노동자의 정책 참여를 보장하는 거버넌스 구축 등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함미영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보육지부 지부장

함미영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보육지부 지부장은 현재 보육교사로 활동하고 있어 보육교사가 처한 노동조건과 문제점에 대해 발표했다. ​보육노동자의 노동조건과 임금은 매년 보건복지부에서 고시하는 ‘보육사업안내’와 ‘보육교직원 인건비 지급 기준’ ‘최저임금’ 등에 의해 결정되지만, 전국보육교사(2020년 말 기준 237,966명) 중 67.3%에 해당하는 민간·가정 어린이집 보육교사는 적용이 되지 않고 있으며, 이것은 강제사항이 아닌, 권고사항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보육지부의 현장 설문 내용을 바탕으로 밝힌 노동조건 역시 열악합니다. 근로계약서 미작성·미교부 위반 사례는 25% 이상이며, 86.6%가 “휴게시간에 자유롭게 쉴 수 없다”고 응답했다. 점심식사도 원생을 돌봐야 하기 때문에 업무의 연장으로 진행한다는 답변이 87.8%였다. 61.8%가 직장 내 괴롭힘 경험이 있으며, 가해자의 78%는 원장 또는 이사장 등 어린이집 대표라고 했다.

이처럼 보육현장의 열악한 노동조건의 이유는 세 가지로 꼽혔다. 첫째 희생·봉사 정신으로 미화된 직업 이미지와 이를 기반으로 한 낮은 권리 인식, 둘째 운영자(원장) 중심 조직구조로 인해 발생하는 노동 불안정성, 셋째 이용자와 시설운영자 중심의 법 제도 및 운영이다. 이에 대한 개선방안으로 첫째, 보육교직원 인건비 지급 기준 전면적용(숙련도에 따라 적정한 임금을 책정할 수 있도록 보육시설의 ‘유형’에 상관없이 모든 보육교사의 임금을 동일한 체계로 일원화하자고 제안), 둘째, 모든 어린이집의 정부 직영화 셋째, 돌봄노동자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초기업 노정 교섭을 제안했다. 그 외에 임금차별 제도 개선, 사용자 괴롭힘을 위수탁 계약 해지사유로 명시할 것 등 단기적 개선안도 제시했다.

돌봄은 특정한 몇몇 사람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 모든 구성원에게 필요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돌봄노동은 엄마, 며느리, 딸에게 이어지는 보상 없는 노동으로 여겨져 왔다.

​이번 정책 포럼은 110만 돌봄노동자 시대를 맞이하여 우리사회는 그간 인색했던 돌봄노동에 대한 가치를 보상하고 돌봄노동자에게 안전하고 괜찮은 노동환경을 만들어 돌봄노동자의 일과 삶을 존중하고 그것이 지속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일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리는 출발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 이모작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