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독거노인의 쓸쓸한 죽음…“누구도 홀로 남겨져서는 안돼”

이지훈 기자
  • 입력 2022.02.11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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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코모시 경찰, 2년간 식탁에 앉은 채 미라상태로 숨진 독거노인 발견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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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모작뉴스 이지훈 기자] ‘고독사’. 초고령사회가 되면서 심심치 않게 보도되고 있는 키워드이다. 고독사는 주변 사람들과 단절된 채 홀로 살다 아무도 모르게 삶을 마감하는 것으로, 과거에는 주로 독거노인들에서 많이 나타났지만 최근에는 1인가구가 급증함에 따라 계층과 나이 불문하고 쓸쓸하게 죽음을 맞이하는 일이 왕왕 발생한다. 사회적 관심이 절실한 시점이다.

최근 안타까운 고독사 소식이 이탈리아에서 들여왔다. 한 독거노인이 의자에 앉아 숨진 채 2년간 방치되어 미라 상태로 발견돼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 9일(현지시간) 미국 CNN 등 외신보도에 따르면, 이탈리아 북부 롬바르디아주(州) 코모시(市) 한 주택에서 마리넬라 베레타(여, 70세)의 시신이 발견됐다. 발견 당시 베레타는 식탁의자에 앉아 사망한지 2년이 지나 자연적으로 미라가 된 모습이었다고 외신은 전했다.

당시 해당 지역에 강풍이 일어 고인의 주택 정원 나무가 뽑힐 위험이 있다는 주민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집주인인 베레타를 만나려고 방문했다가 고인의 시신을 발견하게 됐다고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전했다.

현재 수습된 베레타의 유골은 안치실에 보관 중이며, 수사 당국은 현장에 범죄를 의심할 만한 단서나 정황이 포착되지 않아 고독사 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생전에 베레타를 돌보는 친인척이 한 명도 없는 것으로 조사됐고, 이웃에서는 그가 2019년 11월 이후 모습을 보이지 않아 코로나19 팬데믹(전세계 대유행) 때문에 이사를 간 줄 알았다고 현지 매체는 전했다.

2006년 이미 초고령사회가 된 일본에 이어 이탈리아는 두 번째로 노인 인구가 많다. 2022년 기준 이탈리아의 65세 이상 인구는 24.1%에 이른다. 이 수치는 유럽연합 중에서 가장 높다. 물론 일본은 2022년 기준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29.4%에 달해 세계 최고로 높은 수치이다.

주목할 점은 유사시 도움을 받을 친인척 없이 홀로 살고 있는 노인인구가 점차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2018년 이탈리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75세 이상 노인 인구 40%가 홀로 살고 있으며, 이들 대부분은 유사시 도움 받을 친인척이 없다고 응답했다.

엘레나 보네티 이탈리아 기회균등부 장관은 소셜미디어(SNS) 페이스북에 "사망한 마리넬라 베레타에게 일어난 일과 그 잊힌 외로움에 양심의 가책을 느낀다"라고 썼다. 그러면서 "우리는 연대를 희망하는 공동체로서 (베레타의) 삶을 기억해야할 의무가 있다"며 "누구도 홀로 남겨져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또한, 가디언은 이탈리아 일간 메사게로를 인용해 "닫힌 대문 뒤로 베레타의 보이지 않던 삶(이 주는) 수수께끼는 우리에게 끔찍한 교훈을 가르친다"며 "진정한 슬픔은 타인이 그의 죽음을 알아채지 못한 게 아니라, 베레타가 살아있던 것을 실감하지 못한 데 있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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