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반격] 77세 ‘손수춘’ 대학생 되다...극동대 사회복지학과 2022학번

김남기 기자
  • 입력 2022.02.22 15:28
  • 수정 2022.02.25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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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모작뉴스 김남기 기자] 원단, 아크릴 제조 사업가였던 77세 손수춘 씨가 은퇴 후 새로운 인생이모작을 만들어 가고 있다. 그는 극동대 사회복지학과에 합격해 2022학번 새내기로 대학에 입학한 것이다. 그는 공부를 시작한지 일곱 달 만에 2020년 9월 중학 검정고시 합격하고, 1년도 채 안되어서 2021년 5월 고교 검정고시에 합격했다. 그리고 올해 대학에 입학했으니, 그야말로 초스피드로 대학생의 꿈을 펼치게 된 것이다. 대학생의 꿈을 위해 단기간에 얼마나 노력하고 정진했는지 미루어 짐작이 간다. 그에게 고령의 대학생입학이라는 말을 붙이고 싶지 않다. 77세의 나이 보다 그의 열정과 실천의지가 그 누구보다 젊게 사는 분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노노(老老)케어의 한축을 담당하고 싶고, 시를 쓰고, 자서전도 내고 싶은 그의 삶을 살짝 엿보고자 한다.

( 77세 ‘손수춘’ 대학생 되다 극동대 사회복지학과 2022학번. 사진=손수춘 제공)

 자기소개를 한다면?

 충북 음성군에 살고 있다. 올해 77세로 아내는 49년생이고 난 45년생이다. 1남 2녀 자식이 있고, 서울과 부산에 살고 있다. 그리고 올해 2022학번 극동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신입생이다.

 왜 대학생이 되려는가?

 저는 중·고등학교도 못 나와서 늘 대학생이 되고 싶은 생각이 있었다. 사회생활하면서 콤플렉스도 있고 해서 늦었지만, 사업을 정리하고 나서 배움에 대한 꿈을 다시 살리고 싶었다.

극동대에서는 나이 먹은 사람이 왔다고 환영을 해주고, 충북교육감이 축하한다고 초대해서 서로 덕담도 하고 기념 촬영도 했다. 조병옥 음성군수도 만나서 축하인사를 받았다.

 어떻게 공부했나?

 처음에는 검정고시 제도에 대해서 몰랐다. 방송통신 중·고등학교에 입학해서 6년 동안 공부를 시작하려고 원서를 냈다. 검정고시 제도가 있다는 걸 알고, 재작년 2월부터 시작을 했다. 그리고 작년 5월에 고교 검정고시에 합격했다

학원을 다니지는 않고, 주로 집에서 독학으로 문제지를 많이 풀었다. 공부는 시도 때도 없이 하다가 보니까 하루에 못해도 8시간 이상 했다. 초저녁에 잠이 들면, 새벽에 주로 일어나 공부를 했다.

또 다문화가정 교육센터에서 7주 정도를 하루에 두 시간씩 영어, 수학 중심으로 선생님에게 배워 많은 도움이 됐다.

 공부하면서 어려움은?

 늘그막에 공부하려니까 좀 어려웠다. 일류대학에 갈 것은 아니라서 그냥 열심히 했는데 다행히 좋은 결과가 나왔다.

특히 수학이 매우 어려웠는데 못 푸는 문제는 온 사방 다니면서 물어보고, 사진을 찍어서 군청 직원에게 물러 보기도 했지만, 모두들 고개만 절레절레 흔들었다. 어디 가서 물어 보나 했는데 다행히 다문화센터의 선생님의 도움을 받게 됐다.

국어공부는 정말 열심히 했는데 생각보다 성적이 잘 안 나와서 실망했다. 대학에서 좀 더 국어공부를 하려고 한다. 사회생활을 오래했기 때문인지 사회·한국사 과목은 그런대로 성적이 잘 나왔다.

( 77세 ‘손수춘’ 대학생 되다 극동대 사회복지학과 2022학번. 사진=극동대 제공)

 사회복지학과를 선택한 이유?

 입시요강에 사회복지학과가 눈에 띄었다. 우리나라도 이제 잘 살게 됐으니까 복지에 관한 수요가 많을 것으로 생각했다. 고령자들을 위한 돌봄 일거리가 많이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동년배인 내가 돌봄이 필요한 분들께 말벗도 되어드리고, 컴퓨터나 휴대폰 사용법도 알려드리고, 뭔가 도움을 드려 이 사회에 작은 기여를 하고 싶다.

 대학생활이 기대되는지?

 곧 3월이면 손자뻘 나이의 동기들과 함께 대학생활 하게 되는데 민폐가 되지 않으려고 애쓰고 조심할 것이다. 잘 어울리기 위해 노력을 좀 해볼 생각이다.

아무쪼록 빨리 코로나가 좀 안정화돼서 대학생활도 좀 즐겁게 했으면 한다. 평소에 하고 싶은 공부도 마음껏 하고 싶다.

 앞으로 어떤 계획이 있는지?

 올 8월에 ‘할아버지의 일생’을 주제로 자서전을 만들 계획이다. 벌써 몇 년 전부터 제목만 지어 놓고 준비 중이다. 글쓰기를 배워보니까 용기가 났다. 글은 매끈하게 못써도 자서전에 나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순수한 맛이 살아날 것 같다.

(손수춘씨의 시 '서리'. 사진=손수춘 제공)

 글쓰기는 어떻게 배웠는지?

 사회적 협동조합 평화제작소에서 '글쓰기 여행‘ 나의 잃어버린 목소리를 찾는 글쓰기 훈련을 꾸준히 했다. 여자분들이 십여명 되는데, 청일점으로 가서 남 피해 안 주고 겸손하게 처신을 하니까 즐겁게 생활했다.

한국교통대학 김경순 선생님께서 열성적으로 강의도 하고, 저의 글을 잘 지도해 주셨다. 3개월간 1주일에 두 번씩 꾸준히 수업을 듣고 시를 썼다. 선생님이 저의 시를 보고 잘 썼다고 칭찬도 받고 상도 받았다. 그동안 쓴 작품들을 묶어서 책을 만들어 주위에 돌려 보기도 했다. 초보자이지만, 나만의 인생살이를 담아 낸 글들이다.

 늦은 나이에 대학생이 되고 싶은 시니어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내가 저학력이란 것을 주위에서는 잘 모른다. 늦은 나이에 공부를 한다는 것이 남 부끄럽기도 했다. 하지만, 남 눈치를 살피느라 내가 꿈꾸는 공부에 대한 열정을 꺾을 수는 없었다. 연세가 많은 분들은 ‘내 나이 공부를 할 수 있을까’ 이런 걱정을 할 것이다.

“먼저 생각이 있으면 시작을 해보시라” 권하고 싶다. 그러면 길이 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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