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재훈의 지구를 걷다 83] 터키, 지구 속의 화성 '카파도키아' 5

윤재훈 기자
  • 입력 2022.02.24 12:38
  • 수정 2022.03.08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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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속의 화성, '카파도키아'

지구 속의 화성에 온 듯한 모습
도무지, 이 땅의 풍경이
아닌 것 같다
스머프가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것만 같은,
버섯 모양의 거대한 기둥들이
즐비한 곳

태고 시절,
거대한 화산이 분출하고
수억 년 바람에 깎여간 기암들
정녕, 지구의 모습이 아닌 것 같은,
노을에 비치는 거대한 금빛 절벽은
인적 끊어진, 어느 혹성을
거니는 것 같다

의장대 사열하는 에르도안 대통령
(의장대 사열하는 에르도안 대통령. 사진=뉴시스 제공)

[이모작뉴스 윤재훈 기자] ‘에르도안’, 2003년 총리로 취임한 이래 19년째 집권하고 있다. 2014년부터는 5년제 직선 대통령으로 입궐하여 19년 재선되었으며, 지금까지 8년 동안 터키 대통령이다. 2018년 6월 개헌으로 의원내각제 국가에서 대통령 국가로 바뀐 터키는, 이제 30년 장기 집권의 문을 열어주었다.

그는 위헌 심판도 그다지 두려워하지 않는다. 헌법재판관 조차도 반란 누명을 씌워 체포하고, 알파르슬란 알탄 헌법재판관도 붙잡았으며, 쿠데타 시도와 관련해 터키 전역의 판사와 검사 약 2천 745명을 해임했다.

이제 중세 중동의 술탄이나 칼리파에 비견될 권력을 쥐게 되었다. 서구 외신들은 이 선거를 두고 터키의 국부(國父) 아타튀르크가 이룩한 '세속주의'의 종언을 고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는 외국인들이 관광지에서 술 먹고 해롱대는 꼴 보기 싫다고 세계문화유산의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10시 이후 길거리 노점 술판매를 금지시켰다가 2015년 총선에서 참패하였다.

터키나 그리스, 이집트 등은 관광업으로 먹고사는 나라인데, 세계적인 관광 국가에서 자영업자들의 관광업을 훼방을 논다는 빌미로, 타격을 받았다. 여기에 터키의 국부인 ‘아타튀르크’의 색채 지우기에도 여념이 없으며, 자신의 사진과 동시에 걸어놓으며 우상화를 시키는 모양새다.

(이스탄불 뒷골목 시장 모습. 촬영=윤재훈)
(터키 이스탄불 뒷골목 시장 모습. 촬영=윤재훈 기자)

터키의 관광객은 2014년에 3,680만 명이 방문했는데, 1위는 독일인이 530만 명이고, 2위가 450만여 명의 러시아인이다. 여수 밤바다로 유명한 항구도시 여수에도 한 해 관광객이 1,300만 명이 온다고 하니, 그리 많은 숫자가 아닌 듯도 하다.

터키에서도 이스탄불이 물가가 가장 비싸다. 바로 근처에는 산유국들이 있지만 우리나라 보다 기름값이 더 비싸며, 운송비 역시 높다. 도시가스와 전기료도 워낙 비싸 냉난방 시설도 열악하여, 남부를 제외하고 4월까지 집에서 옷을 두껍게 껴있고 생활한다.

어디나 마찬가지겠지만 원산지에서 사면 물건값이 가장 저렴한데, 너른 평야 지대를 끼고 흑해와 지중해에서 불어오는 해양풍을 맞고 생산되는 곡물, 과일값들이 매우 싸다. 여기에 <보석 가공술>이 매우 뛰어나다.

또한 현지인들은 경찰은 믿을만하지 못하다고 하여, 공무원들에게 상당히 불친절하다. 2016년에는 이스탄불의 탁심 광장 근처 이스티클랄 거리에서 폭탄테러까지 발생했고, 앙카라에서도 폭탄테러가 있었다.

그래서인지 모르는 사람과의 합석은 단호히 거절한다고 하는데, 아마도 터키 동부의 쿠르드지역 영향력이 아닌가 한다. 하지만 상황을 보아가며 하는 것도 예의일 것 같다.

여기에 인도처럼 여성 인권 수준이 상당히 낮다. 자국민을 비롯한 외국인 여성들에게도 성범죄가 빈발해, 외신에서 조차 화제가 되는 등 인도와 그 심각성이 비슷하다. 하루에 여성 5명이 성폭행을 이유로 사망한다는 통계까지 있을 정도이니, 특히 조심해야 될 것 같다.

(지중해을 위하여. 촬영=윤재훈)
(지중해 위하여. 촬영=윤재훈 기자)

또한 터키 현지인들 마저 비난하는 '구두닦이의 행패'와 '택시 서비스 사기'가 극성이다. 일명 몽키 비즈니스로 통하는 비열한 수단인데, 구두닦이를 가장한 사기꾼들이 외국인 관광객 근처에 구두솔을 떨어뜨린다. 외국인들이 이걸 주워주면 무조건 구두를 닦는다. 거절해도 마찬가지다. 그럼 관광객은 고마움의 표시로 닦아주나 보다 하지만, 이미 함정에 빠진 것이다.

우리 돈으로 몇 만원이나 되는 터무니 없는 요금을 요구하며, 거부하면 근처에 있는 다른 패거리들까지 합세하기 때문에 당황하여 급하게 돈을 지불하게 된다. 또한 택시도 외국인들에게 과도한 요금을 청구하는 걸로 악명이 높다. 그래서 택시 운전자 협회 회장마저도,

“관광객들에게 과도한 요금을 요구하면 도둑이고,
법에 따라 처분되어야 한다.
이런 사람들은 사기 협의로 수감되어야 한다.”

라고 했지만, 택시업계의 구조적인 문제라고 한다. 인구수는 1,500만 명이 넘어가는데, 택시 수가 터무니없이 부족하고, 면허 수수료가 우리 돈으로 3억 2천만 원이 넘어간다. 여기에 대여하는 기사는 하루 12시간 사용에 1,000달러 이상을 줘야 하기 때문에 평균소득에 비하며 너무 높다. 그나마 이스탄불 시내는 트램이나 버스를 탈 수가 있어 다행이다.

(터키 '반고양이'가 유명하다. 촬영=윤재훈 기자)

터키와 우리는 형제 국가라고 한다. 한국전쟁 당시 군을 파견해 준 고마움의 표시일 것이다. 그래서 2002년 월드컵 3, 4위 전에서 만나 운동장 안의 우리 국민 중 반이 터키를 응원하는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어 내었다. 성격도 비슷한지, 터키인들도 상당히 다혈질이다.

호텔 안내 데스크 옆에 고양이 한 마리가 앉아있다. 이 지역에서 유명한 '반고양이'다. 하얀 털에 점잖게 앉아있는 폼이 기품까지 느껴진다. 자신의 유명세를 알기라도 하는 듯이 약간의 거드름까지 느껴진다.

(아름다운 한국인이 만들어 놓고 간 방명록. 촬영=윤재훈 기자)

숙소에 보니 낯익은 한국어가 보인다. 한국인이 만들어 놓고 간 방명록이라고 하는데, 그 따뜻한 마음이 느껴진다. 또박또박 눌러쓴 고국의 언어에 일 년이 넘어가는 여행길에서 반갑기만 하다. 두 분 감사합니다.

(정다운 친구들. 촬영=윤재훈)
(홍합파는 노점상 옹기종기 모여있는 정다운 친구들. 촬영=윤재훈 기자)

길거리에서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홍합을 소복하게 쌓아놓고 판다. 한 개에 1리라(220원)를 받는데, 이곳 물가에 비해 약간 비싼 듯하다. 안에 레몬을 뿌려주는데, 세 명의 친구가 와서 일 인당 10개 정도씩 먹는다.

내친김에 휴대폰이 필요할 것 같아 심(sim)카드를 사러간다. 현지인 아가씨에 물어보니 다행히, 한국인 여자를 바꾸어준다. 용량은 1GB가 조금 더 되는 것 같고, 그녀의 도움으로 105리라에서 60리라로 반 가까이 싸게 구입했다. 

옆에 엄청, 키 큰 소년이 서있어 키를 물어보니 196cm에 나이는 17세인데, 농구를 좋아한다고 한다. 어릴 때부터 축구를 배우고 있다는 소년, 문득 2002년 월드컵 한, 터키전이 생각난다.

(반 터미널. 촬영=윤재훈)
(터키, 반 터미널. 촬영=윤재훈 기자)

이제 <카파도키아>로 가기 위해 코치를 타고 터미널에 갔는데, 직통으로 가는 버스가 없다고 한다. 오전에 여행사에서 물어볼 때는 있었는데, 난감해서 옆에 있는 젊은 교사 커플에게 묻자, 세상에, 나를 호텔까지 데려다준다. 그러더니 다시 터미널까지 태워주고 매표소에 물어보니, 차가 떠나고 없다고 한다.

다시 젊은 커플은 나를 차에 태우고 얼마쯤 가더니 기어코, 가고 있던 버스를 중간에 잡아준다. 이럴 수가! 이 먼 이국땅에서 이런 호의를 받다니! 참으로, 눈물 나게 고마운 그들의 마음을 오는 내내 떨칠 수가 없었다. '터키, 형제의 나라'라고 하더니.

(소금 호수, ‘반’. 촬영=윤재훈)
(소금호수, ‘반’. 촬영=윤재훈)

소금기 가득한 반 호수를 따라 버스가 달린다. 조그만 반도 국가에서 태어난 나에게 터키는 정말 크게 느껴진다. 북쪽에는 흑해가 서남쪽으로는 지중해가 놓여있는 국토, 동쪽으로는 카스피해도 멀지 않다. 간간히 버스가 설 때마다 소박한 물건들을 들고 올라와, 장사를 하고 내려간다.

서너 시간 갔을까? 무슈(Mus}를 지나자, 버스가 설 때마다 검문하기 위해 군인이 올라온다. 벌써, 5번째다. 나라가 위험한지 가는 곳마다 검문들을 엄청한다. 쿠르드족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꼭, 그들만의 잘못은 아니다. 이번에는 전부 신분증을 걷어간다. 얼마나 시간이 걸리려나.

(지구 속의 화성, ‘카파도키아’. 촬영=윤재훈)
(지구 속의 화성, ‘카파도키아’. 촬영=윤재훈 기자)

지구 속의 화성에 온 듯한 모습
도무지, 이 땅의 풍경이
아닌 것 같다
스머프가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것만 같은,
버섯 모양의 거대한 기둥들이
즐비한 곳

태고 시절,
거대한 화산이 분출하고
수억 년 바람에 깎여간 기암들
정녕, 지구의 모습이 아닌 것 같은,
노을에 비치는 거대한 금빛 절벽은
인적 끊어진, 어느 혹성을
거니는 것 같다

깎아지르는 절벽 위
응회암을 파고 들어가
박쥐처럼 걸린 집들은
아슬아슬하기만 하다
- 카파도키아

1,000키로에 육박하는 거리, 여수에서 서울까지 2번 반을 왔다갔다 해야 할 거리. 얼추, 여수에서 두만강까지 거리 정도쯤 될까? 대략 17시간 정도 걸리며, 요금은 150리라이다. 오후 2시에 출발한 버스는 밤새 달려서 내일 새벽쯤에 도착할 것이다.

(버스가 서자 오이 장수가 올라온다. 촬영=윤재훈)
(버스가 서자, 오이 장수가 올라온다. 촬영=윤재훈 기자)

간간이 버스 안으로 비행기처럼 작은 수레를 끌고 지나가면서, 커피나 음료수를 준다. 한 사내가 오이를 잔뜩 들고 올라오더니, 1리라라고 한다. 아삭하고 시원한 오이는 간밤을 피곤을 씻어준다. 우리의 오이 맛과 큰 차이는 없는 듯하다.

운전수는 두 사람이 교대하면서 밤새 넓은 대륙을 달린다. 자다가, 깨다가, 다시 자다가, 어디선가 엷게 코 고는 소리가 들리고, 점점 여명이 밝아온다. 가야 할 길은 아직,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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