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재훈의 지구를 걷다 86] 터키, 카파도키아를 여행하는 법8

윤재훈 기자
  • 입력 2022.03.10 10:14
  • 수정 2022.03.24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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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파도키아를 여행하는 법

“이곳은 지구 안의 또 다른 행성이다.”

(이란 케슘섬 사자 바위. 촬영=윤재훈)
(이란 케슘섬 사자 바위. 촬영=윤재훈 기자)

카파도키아의 기기묘묘한 지형을 걷다가 보면, 문득 이란의 남쪽 분쟁이 잦은 걸프만(페르시아만, 아라비아만)에 떠있는 ‘호류뮤즈 섬(Hormuz Island)’의 사자 바위가 떠오르고, 그 옆에 놓여있던 ‘케슘섬’에 기이하게 솟아있던 협곡이 생각난다.

첫 인상은 중국의 구이린(계림)과, 장가계도 겹쳐 보였다. 참으로 세상은 우리가 상상할 수도 없는 기묘한 지역들이 많았다.

(이란의 카파도키아, 칸도반. 촬영=윤재훈)
(이란의 카파도키아, 칸도반. 촬영=윤재훈)

며칠 전에 이란 국경을 넘으면서 보고 온 서쪽의 큰 도시 타브리즈 인근의 ‘칸도바 동굴 마을’도 떠올랐다. ‘이란의 작은 카파도키아’로 소문난 곳이다. 마치 그 화산의 지층들이 여기까지 길게 따라온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인간은 자신들의 사리사욕에 의해서 땅줄기를 갈라놓았지만, 그 지층은 이 푸른 행성의 살과 뼈로 모두 연결되어있을 것이다.

(조촐한 여행자 저녁 파티. 촬영=윤재훈)
(조촐한 여행자 저녁 파티. 촬영=윤재훈 기자)

게스트 하우스의는 젊은 털봉숭이 주인은 마당 한쪽 편에 조그마한 빠텐더를 만들어 놓았다. 아마도 술과 친구를 좋아하는 그의 심성이 반영되어 있는 듯하다. 1층에 있는 도미토리에는 6개의 침대가 놓여 있으며, 먼저 온 여행자가 한 명 있었고, 마당 건너에는 조그만 휴게실과 두 명 정도 들어갈 수 있는 부엌이 있다. 인근 아프카니스탄에서 온 가난한 스무 살 청년이 종업원으로 일하고 있다.

다음날은 내가 한턱 내기 위해 주인과 함께 근처 도시로 나가 터키 특산멸치라고 하는 정어리를 샀다. 주인이 깨끗하게 손질해 주었다. 술을 좋아하는 그를 위해 40도 터키 위스키를 한 병 샀다. 그리고 마당에서 장작불을 피우고, 그의 친구와 게스트에 있는 두어 명의 여행자와 함께 조촐한 파티를 했다. 모닥불 피워 놓고 마주 앉아서, 우리들의 이야기는 끝이 없었다.

(카파도키아 투어 지역. 촬영=윤재훈)
(카파도키아 투어 지역. 촬영=윤재훈 기자)

카파도키아는 혼자서 돌아보는 것이 불가능할 정도로 넓은데, 동서로 최대 400㎞, 남북으로 250㎞에 달한다. 이는 직선거리로만 서울-부산과 서울-대구 정도의 거리다. 그렇다고 대중교통이 발달한 것도 아닌, 시골이다. 버스가 1시간에 1대 지나가도 다행일 정도다. 버스 정류장이라도 제대로 찾으면 더더욱 다행이다 보니, 대부분 투어나 특수한 시설(당나귀나 ATV 같은 것)을 이용해 돌아보아야 한다. 그나마 다행인 건은 어지간히 볼만한 것들은 대개 괴레메 근방에 모여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대부분 투어를 경험하기 마련인데, 투어의 종류에는 그린 투어와 레드 투어, 엘로우 투어, 그리고 벌룬 투어 정도이다. 그중에 그린 투어는 카파도키아의 성지순례와 같은 코스다. 녹색 지역인 ‘네브세히르’ 쪽으로 펼쳐져 있으며, 레드 투어는 괴뢰메 지역, 엘로우 투어는 카파도키아 남쪽을 걷은 도보여행이다.

이 가게에서는 그린 투어는 33유로(43,000원) 정도이며, 레드 투어는 28유로(37,000원) 정도이고, 벌룬 투어는 약 120유로(720리라, 160,000원)이다. 가게마다 약간씩 차이가 있으며, 흥정도 할 수 있다.

유의할 것은 비슷한 풍경만 보는 그런 여행이 될 수도 있으니 꼼꼼히 알아보고 하는 것이 좋다. 한국 여행사에서도 알아볼 수 있으며, 이 경우 한국어에 능통한 가이드를 붙여주어 터키 관광과 관련된 여러 정보를 얻을 수도 있으니 잘 알아보도록 하자.

(열기구 투어. 촬영=윤재훈)
(터키 열기구 투어. 촬영=윤재훈 기자)

카파도키아의 새벽 경치를 하늘에서 내려다볼 수 있는 열기구(Balloon) 투어도 많이 하는 편인데, 상당히 비싸다. 날씨 영향을 많이 받으며, 특히 겨울에는 못뜨는 날이 많다. 가격은 100유로에서 비싸면 200유로까지 다양하니, 업체를 잘 골라야 한다.

크게 두 가지 타입이 있는데, 10명 정원과 20명 정원으로 나뉜다. 대개 일반형이 110유로 정도, 고급형이 150~170유로 정도 한다. 고급형이라고 해서 더 오래 띄워 주거나 그런 것은 없고, 더 노련한 파일럿이 더 다이나믹하게 움직여 주는 것 정도다.

새벽에 6시 정도에 출발해 1시간 정도 뜨면서 아침 해가 떠오르는 것을 보고 내려와, 샴페인과 인증서를 나눠 준다. 비싼데도 은근히 하는 사람이 많아, 새벽에 나가 보면 하늘에 열기구들이 둥둥 떠다니는 진풍경을 볼 수 있다.

참고로 한여름이라도 반드시 두툼한 옷을 입는 게 필수다. 새벽에 하늘로 올라가면 상당히 춥다. 예약할 때부터 열기구 조종사나 업체 직원들이 옷을 두툼하게 입으라는 말을 자주 한다.

(카파도키아 풍경. 촬영=윤재훈)
(카파도키아 풍경. 촬영=윤재훈 기자)

“이곳은 지구 안의 또 다른 행성이다.”

또한 카파도키아 일대는 전형적인 스텝 기후이다. 건조 기후에 속하며 초원 기후라고도 한다. 사막 기후 다음으로 건조하다. 주로 아열대 고기압대에 위치한다. 여름에는 비가 거의 오지 않지만, 햇볕이 따가울 정도로 덥다. 반대로 겨울에는 고지대이기도 하고 전형적인 우기라 해가 일찍 지면서도, 가끔 눈까지 내린다. 그러면서도 자외선은 강한 편이니, 피부에 민감한 여성들은 늦봄이나 초가을 경에 오면 더 좋다.

(일렉트로닉 뮤지션 오테커의 정규 2집. 촬영=윤재훈)
(일렉트로닉 뮤지션 오테커의 정규 2집. 촬영=윤재훈 기자)

이곳의 기이한 풍경들은 일렉트로닉 뮤지션 오테커의 정규 2집인 Amber 앨범 아트에 배경으로 하고 있다.

괴레메 마을에서는 매주 수요일에 장이 선다. 근처 농부들이 가져온 농산물과 유제품, 잡화 등을 늘어놓고 파는데, 그중에 꿀이나 말린 과일같이 기념품으로 가져가기 좋은 물건들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농부들이 관광객들을 하도 많이 상대해서 그런지 영어로 숫자나 물건 이름 정도는 아니, 의사소통에도 문제가 없다.

여기에 카파도키아는 질 좋은 ‘포도’와 ‘양모’가 생산되는 지역이다. 더불어 고대 그리스 때부터 와인이 유명한데, 20세기 초까지 이 지역에 살아온 그리스인들 덕택에 그 명성이 사라지지 않고 오늘날까지 이어질 수 있었다.

다만 그리스인들이 추방당하면서 그 기술이나 제조 관리가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와인을 기독교 상징이라고 별로 안 좋아하던 대다수 터키인에게는 있으나 마나한 것이었다. 1970년대에는 그리스계 터키 거주자가 와인 공장을 다시 되살리려다가, 당시 벌어진 키프로스 전쟁 여파로 반그리스 움직임이 커지자 포기했다. 그러다 80년대에 와서야 겨우 공장을 차렸지만, 여러모로 까다로운 조건 때문에 예전처럼 큰 빛을 보고 있진 못하다.

현재 터키산 와인은 대부분 파묵칼레로 유명한 데니즐리와 셀축 인근의 옛 그리스인들이 모여 살던 마을에서 재배한 포도로 생산하고 있다. 카파도키아산 포도를 데니즐리나 이즈미르까지 가져가서 생산하기도 한다.

(동굴 속 가게. 촬영=윤재훈)
(터키 동굴 속 가게. 촬영=윤재훈 기자)

카페트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인근에 있는 카이세리(Kayseri)를 한 번 방문해 볼 만하다. 이곳은 관광객들이 네브셰히르로 가기 위해 잠시 들르는 환승지 정도로 여겨지는 경향이 있지만, 다니슈멘드 왕조의 수도였기 때문에, 로마-셀주크 시대 건축, 유적들도 많이 볼 수 있다.

카페트의 명산지이기 때문에 저렴한 가격으로 카페트를 구입할 수 있다. 옛 성체 주변에 있는 카팔르 차르쉬라는 큰 상설 시장이 있으며, 주변에는 옛 캐러밴들이 머물면서 장사를 하던 속소들이 남아서 활발한 상업이 펼쳐지고 있다. 이 근처에 카페트 업체들이 모여 있다.

특히 기하학적인 무늬가 들어간 카이세리산 킬림(kilim, 얇게 평직으로 짠 카페트)이 유명하다. 마찬가지로 양털과 양가죽을 가공한 코트나 가방 등도 품질 좋기로 유명하다. 시골 아낙들이 카페트를 짜는 풍경도 마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다른 물건값을 비싸게 부르기로 유명하다고 한다. 그래서 상인이 가격을 말하면 무조건 반값으로 깎아야 된다고 한다. 이런 경험을 나는 네팔의 포카라에서도 경험한 적이 있다. 그래서 아예 터키어로 “카이세리 사람 짓을 한다”라는 표현이 있을 정도다. 여기에 카이세리 사람끼리라면 다시 반으로 깎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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