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광역시 남구에 사는 Y씨(70세)는 모바일 문자를 받고 가슴이 덜컹거렸다.
"귀하께서는 우수고객으로
이번 봄맞이
랜덤 추첨행사에서
당첨되셨습니다.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세상에 당첨이 웬 말이냐! 돌아보면 평생 거의 꽝 인생이 아니었던가. Y씨는 당첨이라는 글자에 자못 흥분이 되었다.
"그런디 랜덤이 뭐여?"
Y씨는 문자를 보낸 P사의 전화번호를 찾아내 전화를 걸었다.
"거그 요구르트 맹그는 곳 맞는가요?"
"네. 고객님! 무슨 일이신가요?"
"지가요, 문자를 하나 받었는디, 뭔 랜덤을 추첨했다고요잉?"
"아. 그거요. 랜덤을 추첨한 게 아니구요. 이번 봄맞이 대잔치 행사로 우수고객 대상으로 사은품 추첨을 진행했거든요."
"나는 또 랜덤이 새로 나온 상품이름인 줄 알었구만. 그나저나 사은품으로 뭘 주는 거요?"
"아 고객님. 잠깐만 기다리세요. 고객님의 전화번호를 검색해보구요."
"뭔놈의 전화번호를 또 검색한다는 거요?"
"네. 고객님의 고유번호는 KN 95431이시군요."
"아니, 뭘 주시냐니께 자꾸 옆길로 새시네. 궁금해 죽겄구먼."
"절차가 있으니까요. 조금만 침착해주시구요."
"내가 뭘 침착 안 했다고 그러요 시방?"
끝내 사은품 종류에 대해서는 말을 하지 않는 직원의 응대가 못마땅했으나 그것이 오히려 Y씨의 사은품에 대한 기대치를 한껏 고조시켜주었다. 그때 문자 알림음이 또 울린다.
"P사 홍보실입니다. 다음 설문에 답해주신 분께 원 플러스 원(1+1) 특별 선물을 드립니다. 소요시간은 약 10분입니다."
Y씨는 어거지로 설문에 체크하여 문자를 보낸 뒤 P사에 다시 전화를 걸었다.
"선물 내용은 뭔가요?"
"아주 작은 선물입니다. 오늘 오후 3시에 고객님 댁으로 선물이 전달될 거예요."
작은 선물이라고? 작을수록 고가품일 수 있다는 터무니없는 욕심이 가슴을 울렁거리게 하였으나 적잖은 나이인 Y씨에게는 기다림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다. 하루네 무슨 추첨마귀에라도 씐 듯 정신이 몽롱해지려고도 했고 사은품 배달 시간인 오후 3시까지의 시간이 너무도 더디 가는 것만 같았다.
정확히 오후 3시에 베이지색 배달아줌마가 전해준 당첨 선물은 P사의 신상품 바이오셀(Bio Cell) 요구르트 두 개였다. 단가는 500원이라고 했다. Y씨는 지난 밤 꿈속에서 무궁화꽃이 피더니 이런 무궁한 복을 받을 줄은 꿈에도 몰랐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