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식의 인생 바라보기㉜] 봄날의 허망한 꿈

윤창식 칼럼니스트
  • 입력 2022.04.07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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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창식-수필가- 前 초당대학교 교양교직학부 교수- 문학과환경학회 회장 역임
▲윤창식
-수필가
- 前 초당대학교 교양교직학부 교수
- 문학과환경학회 회장 역임

자동차 있는 분들

1대당 80만원 줍니다.

빨리 확인하세요!!!

Y씨(70세)는 정년퇴직 후 고향집 골방에 누워 알뜰한 알뜰폰에 구렁이알처럼 사랑스러운 모바일 데이터를 아끼고 아껴가면서 근근이 세상과 소통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봄날 Y씨는 눈이 번쩍 뜨이는 너(you)튜브 제목을 하나 만났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자세를 고쳐 앉은 Y씨는 제목 마지막 줄에 힘차게 찍힌 3개의 느낌표가 좌심방을 콕콕 찔러대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Y씨는 100만 구독자를 거느린 유튜브 '시니어전성시대'를 진행하는 아줌마의 설명을 서너 차례 연거푸 들어보았으나 당췌 뭔 소리가 뭔 소리인지 종잡을 수가 없었다.

Y씨는 돌아보면 평생 기다리는 일에는 이골이 났지만서도 더 밍기적거리다간 8백원도 못 건질 것 같은 조바심이 났다.

"여보씨요. 거그 은행에서 자동차 한 대에 80만원씩 준다고요잉?"

"할아버지, 무슨 말씀이신지?"

"아, 그러니께 뭣이냐... 으응, 자동차 채권 환급 받을 수 있다고 하던디?"

"아, 그거요? 고객님!"

자동차 구입 시 의무적으로 발행된 채권 환급업무를 위탁받은 K은행 담당자는 Y의 칭호를 할아버지에서 고객님으로 재빨리 바꾸면서 덧붙인다.

"저희 은행은 채권 관련 업무를 대행할 뿐, 고객님께서 환급 대상인지의 여부는 K광역시청 채권 예산 담당관실로 문의해보세요."

"여보씨요. 지가요 2014년 5월 20일자로다가 차를 구매했는디 80만원 돌려받을 수 있소?"

Y씨는 조바심을 넘어 안달이 나서 군데군데 선후 좌우 사정을 건너뛰며 말을 하는 바람에 시청 예산 담당관실 직원은 다소 황당한 듯 멈칫거렸다.

"?... 아, 그 껀(件)이라면 K은행 담당자가 보다 상세히 아실 겁니다."

Y씨는 K은행 시청지점으로 다시 전화를 걸었다.

"여보씨요. 80만원은 언제 주는 거요?"

Y씨는 80만원을 별나게도 힘차게 발음하며 대뜸 환급받을 계좌부터 부르려 했다.

"고객님의 주민번호 확인 감사합니다. 고객님은 신차 구입 시 지역개발채권을 매도하셨으므로 환급 대상이 아닙니다."

Y씨는 신차 구매자는 거의 대부분 구매와 동시에 채권을 매도한다는 사실을 추가로 전해들었던 것이다.

그때 Y노인의 핸드폰에서 문자 알림음이 울린다 :

'고객님의 모바일 데이터 사용량은 2022년 4월 5일 16시 27분 현재 48.25 메가바이트입니다. 추가 이용료는 6만 7천 5백 13원입니다.'

이~런 젠장맞을!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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