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 속의 안식처⑰] 성북동 골목길 풍경 7...치앙마이 '재래시장'과 '종교'

윤재훈 기자
  • 입력 2022.05.12 10:03
  • 수정 2022.05.30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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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앙마이 재래시장‘과 종교

해 어스름 녘
아스라한 대평원 위로
솟아있는 천 불 천 탑

퇴락한 황톳빛 탑 아래
서성이는 사람

바간 왕국의 천 개의 탑들이
세상의 유두(
乳頭)가 되어
인류에게 젖을 먹이고 있다

-’불타(佛陀)의 나라‘, 윤재훈

(치앙마이 아침 시장. 촬영=윤재훈)
(치앙마이 아침 시장. 촬영=윤재훈 기자)

[이모작뉴스 윤재훈 기자] 천 년 도시 치앙마이에서 만났던 ’치앙마이 재래시장‘을 잊을 수가 없다. 어느 곳이나 재래시장은 먹거리가 싸고 맛있어, 가난한 배낭여행자들에게는 제격인데, 특히나 이곳에서는 옛 란나 왕국 사람들의 일상을 적나라하게 볼 수 있다. 어디서나 사람을 만나면 가던 발걸음을 멈추며, “싸와디 캅(안녕하세요)”하고 두 손을 모두며 90도로 인사를 하던, 그 정겨운 얼굴들도 잊을 수가 없다.

란나 왕국의 수도, 천 년 성터 치앙마이,
빠두(Gate, 문) 치앙마이 앞에 자리 잡은,
치앙마이 재래시장
서민들이 한과 한숨이 저절로 집약된 얼굴

12B(1,200원)을 내면,
닭다리가 하나 들어가 있는 국수를 먹을 수 있는 곳

사철 더운 나라,
시장 모퉁이 나무의자에 앉아,
매운 고추냉이를 넣어, 땀을 뻘, 뻘, 흘리면 먹던
그 국수에 대한 기억

그러다 배가 차지 않으면
5B를 더 내고, 손으로 꾹, 꾹, 눌러서 먹던,
카우니아오(찰밥)에 대한 추억도,

갈대로 만든 작은 바구니를 열면,
기름기 자르르 흐르던, 찰밥 한 덩이.
여행지에서의 허기를 달래주던 그 한 끼.

하천 따라서는 소박한 노점상들이 줄을 이었고,
어느 장작 드럼통 속에서는 고구마나 옥수수가 익거나,
양념 소스를 잘 바른 닭갈비나, 통돼지가 돌면서
저녁 허기를 부르는 곳,

외로운 여행자를 주저앉히던,
치앙마이의 그 풍경
오늘처럼 해가 굴풋하게 지는 날이며
그곳에 가고 싶다

- ’치앙마이 재래시장‘, 윤재훈

(프래แพร่. Phrae, 새벽시장 풍경. 촬영=윤재훈)
(프래แพร่. Phrae, 새벽시장 풍경. 촬영=윤재훈 기자)

치앙마이 서쪽,
라오스와 국경도시에 있는 재래시장
게스트하우스 담 옆에 붙어있는 곳
새벽이면 각지에서 싣고 온 농산물로
왁자한 시장,

싸구려 게스트하우스에서는 새벽이면 일어난 상인들로,
마치 파시처럼 부산한,
그 소리에 덩달아, 손님들도 나팔꽃처럼 깨어나는 곳.

야채를 비롯해, 깔람삐(양배추)가 많는 나라,
사철 더운 나라라 삼모작이 가능한 곳.

그 시장에서 의기가 통한 사람들
입구에서 닭구이를 팔면서, 노래하기를 좋아하는 남자
그 옆에서 시래기 말아서 파는 국숫집 아줌마,
통닭구이를 파는 젊은 부부,
예쁜 딸들과 함께 과일을 파는,
홀로 사는 아주머니,

닭구이를 파는 사내하고는 말은 통하지 않았지만,
금방 친해졌다.
소박한 상인들은 눈빛만 교환하면,
금방 친구를 구별을 해내는, 놀라운 신통력이 있다

봄볕이 내린다
오늘처럼 한가하게, 하늘을 올려다볼 수 있는 날이면,
후덕한 웃음들이 꽃처럼 피어나는,
그 시장에 가고 싶다
-  '프래 시장'. 윤재훈

(치앙마이 위빠사나 사찰. 촬영=윤재훈)
(치앙마이 위빠사나 사찰. 촬영=윤재훈 기자)

세계여행 테마 세 번째로는 ’종교 시설‘을 꼭 방문한다. 

“불교의 나라, 인도와 중국을 비롯한 동남아시아의 국가들,
이슬람의 나라, 우즈베키스탄, 터어키, 예멘, 사우디아라비아 등,
정교회의 나라, 코카서스의 조지아와 아르메니아, 러시아 등.
가톨릭과 기독교의 나라, 유럽.

종교에는 그 나라의 ’전부‘가 들어있다.
’한 민족의 정신적인 버팀목‘이기 때문이다.
그 나라의 왕이나 대통령에서부터 가장 소외 받은 사람들까지,
누구나 자신의 가장 내밀한 속사정을 신과 소통할 수 있는 곳이다.

자신의 가장 아픈 부분과 소망을 아무 거리낌 없이 하소연하며,
삶과 죽음을 이야기할 수 있는 곳이다.
그리고 부족하게나마 어느 정도 위안을 받고 나올 수가 있다.
그래서 오늘도 수많은 사람이 종교 시설로 몰려간다.”

해 어스름 녘
아스라한 대평원 위로
솟아있는 천 불 천 탑

퇴락한 황톳빛 탑 아래
서성이는 사람

바간 왕국의 천 개의 탑들이
세상의 유두(乳頭)가 되어
인류에게 젖을 먹이고 있다

- ’불타(佛陀)의 나라‘, 윤재훈

(꽁보리밥과 나물. 촬영=윤재훈)
(꽁보리밥과 나물. 촬영=윤재훈 기자)

몇 발자국 오르니 하천 건너 분위기 좋아 보이는 보리밥집이 하나 있다. 더욱 배가 굴풋해진다. 막걸리 한 잔, 생각도 간절하다. 몇 사람 마당에 앉아 한가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자그마한 마당에 비해 커다란 나무가 솟아있는데 이제 막 작설(雀舌) 잎들이 돋아나기 시작하고, 가지 사이로는 까치집만 덩그라하다. 마당은 주인이 신경을 많이 쓴 듯하며, 비가 오는 날에는 입구부터 밟고 들어갈 수 있게 여기저기 맷돌들이 일렬로 깔려있다. 몇 개의 절구통과 확, 도 놓여있고, 상호도 옛적 신선이라도 머물렀는지 선동(仙洞) 보리밥집이다.

보리밥을 비비고, 파전과 막걸리 한 잔을 곁들이니, 정말 신선이 되었다. 일행 중에 얼마 전에 영관급으로 퇴직하신 분이 한 턱, 쏜다. 그러니 더욱 맛있다. 굴풋하면 들려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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