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식의 인생 바라보기㉝] ‘전지’ 대소동

윤창식 칼럼니스트
  • 입력 2022.05.12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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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창식-수필가- 前 초당대학교 교양교직학부 교수- 문학과환경학회 회장 역임
▲윤창식
-수필가
- 前 초당대학교 교양교직학부 교수
- 문학과환경학회 회장 역임

G군청 문화관광과에서 마련한 3개월짜리 어린이한자 공부방 훈장인 윤항구(75세)옹은 농협에서 운영하는 파머스마켓에 모처럼 들렀다. 윤 훈장은 마켓 문을 들어서며 그곳을 농부장터라고 부르면 얼마나 좋을까 싶었다.

"여그서 전지 살 수 있어요?"

"예 어르신. 저기 가정용 소모품 코너에 있어요."

윤항구 노인은 왜 그걸 하필 소모품 진열장에 갖다 놓았을꼬, 투덜대면서 그곳에 다가갔다.

"여보씨요. 전지가 없는디?"

"바로 그 앞에 있잖아요."

"워디?"

마켓 직원은 살짝 짜증난 얼굴을 하고는 직접 배터리를 집어서 윤 노인에게 건넨다.

"아니! 나더러 이걸 묵으라고? 날 놀리는 거여 시방?"

"무슨 말씀이세요? 할아버지. 밧데리 찾으신 거 아니었어요?"

"밧데리? 아, 전지 사러 왔다니께, 디아지 앞다리살!"

윤항구 노인은 8,000원어치 전지를 사들고 군청 한자공부방으로 향했다.

"자, 모두 모였느냐? 오늘 한자공부는 여러 가지 전지에 대한 것이니께 귀담아 듣더라고잉."

윤 훈장님은 간이칠판에 세 가지 종류의 전지를 한자로 써놓고 조무래기 아이들에게 큰 소리로 따라 읽도록 했다.

電池는 밧데리~

전지는 밧데리~

剪枝는 나무가쟁이 짜르기~~

전지는 나무가쟁이 짜르기~~

前肢는 디아지 앞다리살~~~

전지는 디아지 앞다리살~~~.

(오늘 한자공부 끄~읕)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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