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 이슈파이팅] 팬데믹 시대의 가족돌봄... 여성 불평등 심화로 국가 경제 위기

고석배 기자
  • 입력 2022.05.20 08:23
  • 수정 2022.05.23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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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는 전체 사회에 돌봄 공백 및 위기를 초래하였으며 그 부담은 그대로 개별 가족에게 전가됨
특히 가족 돌봄 부담의 많은 부분이 여성 책임으로 전가되면서 이는 여성 고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침
가까운 미래에 또 다른 팬데믹이 도래할 수 있으므로 가족 돌봄 및 여성 고용 단절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제도적 정비가 필요함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그래픽=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이모작뉴스 고석배 기자] 팬데믹은 정부와 사회에 혼란을 야기시켰을 뿐 아니라 전 세계의 평범했던 개인과 가족의 일상마저 흔들었다. 세상은 봉쇄 되었고 아동, 노인, 장애인 등 사회적 취약 집단에 대한 공공보육 및 돌봄서비스 제공은 멈추었다. 그에 따라 돌봄은 온전히 여성의 몫이 되었다. 돌봄 때문에 여성이 주로 직업을 포기하는 이유는 경제를 위해 소득이 적은 자가 희생하는 것이 합리적인 결정이라 판단하기 때문이다.

입법조사처의 '코로나19 시기의 가족 돌봄'연구보고서의 팬데믹 상황에서의 일·생활 균형의 조건과 과제를 정리해 본다.

돌봄 공백으로 여성 고용률 감소

2021년 발표한 대통령직속일자리위원회의 자료에 의하면 코로나19로 인한 우리나라 여성 고용률 감소는 35~39세에 두드러지며, 긴급 돌봄에 대한 가족의 돌봄 부담 증가가 여성들의 노동시장 복귀를 어렵게 하고 있다고 분석하였다. 돌봄 공백을 메우기 위해 여성들이 직장을 포기해야 하는 현실은 여성에게 돌봄 책임이 있다는 전통적인 성역할을 재강화하고,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를 저해하며, 이는 결국 한 사회의 성평등 기반을 취약하게 한다. 또한, 성평등의 퇴보는 여성의 삶을 제한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전체 사회의 성장과 발전에 악영향을 끼친다.

남성 중심의 생계부양자 모델이 맞벌이 부부 중심으로 바뀌면서 가족돌봄도 여성과 남성의 공평히 분담하게 되었다. 이로 인해 가정 내 성평등 확립과 여성의 사회참여가 확보 되어 왔다. 그러나 팬데믹은 이러한 그 간의 노력과 변화를 물거품으로 만들었다. 위기이다. 

고용 성별 격차 확대

EU 27개 회원국을 대상으로 한 유로파운드(Eurofound)의 2020년 7월 조사에 따르면, 12세 미만 자녀를 둔 여성근로자의 자녀 돌봄 시간은 주당 54시간, 남성 근로자는 32시간으로 증가하였다. 전체시간이 증가하였음은 물론, 성별 격차도 크게 벌어졌다. 우리나라 역시 팬데믹 이후, 전국적 휴원·휴교 상태에서 여성노동자의 자녀 돌봄 시간은 주당 43.7 시간에서 무려 63시간으로 증가하였고, 남성근로자의 경우 주당 42시간에서 44시간으로 증가하여, 여성근로자들의 자녀 돌봄 시간이 큰 폭으로 증가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성별 격차도 커진 것이다.

우리나라는 주로 여성이 자녀를 돌보는 비율이 64%로 OECD 평균보다 높고, 남성의 경우 17%로 OECD 평균보다 낮다. 자녀 돌봄에 대한 우리나라의 성별 격차는 47%로 OECD 국가 중 격차가 큰 국가로 조사되었다.

(자료=OECD Secretariat estimates based on the OECD Risks That Matter 2020 survey, http://oe.cd/RTM)

국제노동기구(International Labour Organization)의 자료에 따르면, 팬데믹 기간 동안 전 세계에서 여성 고용이 5.0% 감소하여 남성 감소율 3.9% 보다 높았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2020년 3월~2021년 2월의 기간 동안 여성 취업자 감소 폭은 39만 5천 명으로 남성 33만 5천 명에 비해 크고, 여성의 회복세는 남성보다 더딘 것으로 조사되었다. 뿐만아니라 실직비율도 우리나라는 여성 4.0%, 남성 1.1%이고 성별 간 격차는 2.9%이다.

남녀 평등의 위기 초래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2020년 여성 임금노동자 3,007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초등 이하 자녀가 있는 여성은 전체 참여자와 비교했을 때, 실직상태에 있는 비율은 더 높고, 실직 후 재취업한 비율은 더 낮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퇴직한 여성노동자에게 퇴직 사유를 물었을 때, 자녀가 있는 경우 ‘돌봄 때문에 그만두었다’는 답변이 압도적으로 많았고, 자녀의 연령이 어릴수록 돌봄 부담으로 인해 퇴직했다는 답변이 많았다.

(자료=이동선, 「코로나19 이후 일·돌봄 변화와 돌봄정책 개선 과제」, 『KWDI Brief』, 제64호, 한국여성정책연구원, 2021.)

가족돌봄 부담 증가로 인해 퇴직하는 경우를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로 가족돌봄 휴가제도가 있다. 그러나 이 제도의 사용률이 높지 않음이 관찰되었다. 더군다나 퇴직경험이 있는 여성노동자의 가족돌봄휴가제도 사용률은 6.5%, 퇴직경험이 없는 여성노동자의 사용률은 11.1%로 조사되었다. 퇴직경험이 있는 여성노동자의 재택근무 사용률도 퇴직경험이 있는 여성노동자에 비해 낮아, 가족돌봄휴가제도 등의 활용 가능 여부가 여성 노동자 퇴직과 관련이 있을 수 있음을 내비치고 있다.

가족돌봄 휴가제도 무색

가족돌봄휴가제도를 사용하지 못한 이유를 살펴보면, ‘제도를 사용할 수 없는 사내분위기’가 가장 높은 응답률을 보였으며, ‘제도를 사용했다가 불이익을 당할까 봐 아예 사용 자체를 포기했다’는 답변도 11.8%에 이르러 ‘가족돌봄휴가가 노동 현장에서 가족 돌봄과 관련된 유의미한 제도로 정착되지 못한 일면을 보여주고 있다.

코로나19 시기 퇴직한 여성 중 자녀가 있는 경우 ’돌봄‘ 문제로 인해 일을 그만두게 되었다고 답변한 비율이 높았다. 영유아 자녀가 있는 경우 응답률은 71.6%였고, 초등 자녀가 있는 경우에는 39.4%로 퇴직 사유의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였다. 자녀의 연령이 어릴수록 ‘돌봄’이 퇴직 사유가 되는 것은 자녀 돌봄 부담이 여성에게 치우져 있다는 의미로, 위기 상황에서 별도의 조치가 마련되지 않는 한, 여성들의 자발적 실직부담이 높아지고 이는 개인과 가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초래한다.

(자료=이동선, 「코로나19 이후 일·돌봄 변화와 돌봄정책 개선 과제」, 『KWDI Brief』, 제64호, 한국여성정책연구원, 2021.)

2019년 8월 27일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남녀고용평등법」 개정으로 가족돌봄휴가가 신설되었다. 제도의 대상은 ‘조부모, 부모, 배우자, 배우자의 부모, 자녀 또는 손자녀’이고, 가족의 질병·사고·노령 또는 자녀의 양육을 목적으로 청구할 수 있으며 연 최대 10일 사용 가능하다. 코로나 시기 법률 개정으로 전국적인 감염병의 확산 등을 이유로 ‘심각’ 단계의 위기 경보가 발령된 경우, 최대 10일의 범위 내에서(한부모는 최대 15일) 가족돌봄휴가를 연장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가족돌봄휴가제도는 무급이다. 2020년도 2월 28일 정부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가족돌봄비용 긴급 지원 제도의 한시적 도입을 발표하였다. 코로나19 관련 사유로 가족돌봄휴가를 사용하는 경우 근로자 1인당 1일 5만 원, 최대 5일 간 지원하는 것을 골자로 하였고, 4월 9일에는 지원 기간을 10일로 확대하여 근로자당 50만 원을 지원하는 방안을 발표하였다.

다른 국가에 비해 낮은 긴급가족돌봄비용

그러나 우리나라의 ‘긴급가족돌봄비용’ 제도는 다른 국가와 비교해 볼 때, 휴가 기간, 급여 수준, 지원 대상 자녀의 요건 등이 모두 평균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부부가 모두 노동자인 부모가 유급휴가를 사용할 수 있는 기간은 최대 20일로 비교 대상국가 중 단기간에 속하며, ‘보육·교육기관의 휴원·휴교 시’까지 자녀돌봄휴가를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국가와 비교해 볼 때는 자녀 돌봄 공백에 대한 대책이 제한적이다. 급여도 근로자 당 최대 50만 원으로 급여의 50%~100%를 지급하는 국가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지원 대상인 자녀 연령도 8세 이하로 최저 수준에 속한다. 17개 국가에서는 자녀돌봄휴가를 사용하는 데 있어서 고용주의 동의 또는 허가 받을 필요가 없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단서 조항을 달아 고용주에 의해 제한받는다.
(자료= OECD, Supporting people and companies to deal with the COVID-19 virus: Options for an immediate employment and social-policy response, 2020.)

팬데믹이 초래한 돌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OECD 회원국의 89%가 돌봄 지원 제도를 마련하였고,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그러나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우리나라의 가족돌봄비용 긴급지원 제도는 부모가 고용불안 또는 불이익 없이 안전하게 자녀를 돌볼 수 있는 제도라 칭하기엔 부족하다. 기간도 짧고 소득대체율도 낮다. 지원 대상 자녀 연령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자영업자 및 특수 고용 형태의 근로자를 지원 대상으로 포괄하지도 못했다. 우리나라는 손자녀를 돌보는 조부모의 휴가 사용도 조손가정으로 제한하고 있다. 

향후 개선 과제

국회입법조사처 허민숙 입법조사관은 외국의 제도와 우리나라의 비교를 통해 고민해 볼 시사점과 개선 과제로 다음과 같이 제시한다.

첫째, 현재 무급인 가족돌봄휴직 또는 휴가의 유급화 방안을 고심해야 하는 가운데, 최소 팬데믹 상황에서라도 가족돌봄휴직 또는 휴가를 유급으로 사용할 수 있는 제도의 마련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둘째, 팬데믹과 같이 불가피한 사유에서라면 고용주의 동의 또는 허가 없이 긴급 돌봄 휴가를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정하는 방안도 검토가 필요하다.

셋째, 장애 자녀에 대한 연령 제한이 합리적인지를 고민해 봐야 한다.

넷째, 팬데믹 상황에서의 돌봄 대상 가족의 범위 및 요건을 재검토해 볼 필요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섯째, 자영업자 또는 특수고용 근로자를 가족돌봄지원 대상으로 포용하는 방안을 고심해 볼 필요가 있다.

 

( 팬데믹 시기 세계적으로 실직자의 성격차가 벌어졌고 특히 한국의 경우 높게 나타났다. 그래픽=게티이미지뱅크 제공)
( 팬데믹 시기 세계적으로 실직자의 성별 격차가 벌어졌고 특히 한국의 경우 높게 나타났다. 그래픽=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성평등의 퇴보는 생존의 문제  

팬데믹이 초래한 가족 돌봄 위기는 노동자의 일·생활 균형을 무너뜨린 데 그친 게 아니라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의 조건이자 그 결실이었던 여성과 남성의 가사 및 돌봄 책임 분담을 과거로 회귀시켰다는 점에서 우려되고 있다. 무엇보다 여성과 남성의 돌봄 분담 및 고용단절 격차는 성평등의 퇴보를 의미한다.

여성의 돌봄 전담으로 인한 성별 노동시장 참여의 불균형은 개인과 가족의 손실에 그치지 않고, 전체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성평등은 정치적 당위보다는 경제적 투자의 개념으로 이해되고 있다. ILO의 자료에 따르면 성평등 수준이 지금보다 나아진다는 전제에 2050년에 이르러 유럽연합 국가의 국내총생산(GDP)이 6.1%에서 9.6%로 상승할 것이 예측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코로나19의 끝이 보이고 있다. 하지만 생각보다 가까운 미래에 또 다른 팬데믹이 예견된다. 소 잃기 전에 외양간을 고쳐야 한다. 가족 돌봄의 문제가 여성평등의 문제이고 여성 평등의 문제가 경제의 문제이다. 가족돌봄의 문제를 이제 더 큰 사회적·경제적 맥락에서 진지하고 세밀하게 논의하여야 한다. 돌봄은 복지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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