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여행이다⑬] ‘동학실천 시민행동' 남해 농활(農活)을 가다1

윤재훈 기자
  • 입력 2022.05.26 17:57
  • 수정 2022.05.30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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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학실천 시민행동', 남해 농활(農活)을 가다

동학 정신의 핵심은 '인내천(人乃天)’이다.
‘사람이 하늘’,  

"모든 사람은 평등하고,
높고 낮음, 귀천이 없다."

(마늘밭에서. 촬영=윤재훈)
(남해 농활(農活), 마늘 뽑기 울력. 촬영=윤재훈 기자)

[이모작뉴스 윤재훈 기자] 지금 이 시대에 ‘농활’을 가는 모임이 있다고 해 따라나섰다. 불과 얼마 안 되는 시절에 열정 가득한 우리 대학생들이 여름방학이면 농촌을 돕기 위해 떠나던 흔한 풍경이었는데 말이다. 갈수록 이기주의가 팽배해지고, 몇 년이 지나도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는 이런 비인간화 되어가는 사회에서, 농활이 있다는 것이 오히려 희귀하다.

오전 7시 30분에 양재역에서 만난다고 하는데 지도를 보니 집에서 두 시간 가까이 걸릴 듯하다. 젊은 시절과 달리 이제 집에서 두 시간이 넘어가는 거리는 약간 망설여진다. 그러나 동학 풍물패 일원으로서 공연까지 있다고 하니, 빠질 수도 없다.

창밖은 벌써 환해지고 있다. 자고 갈 요량으로 광역버스를 탔는데, 지난밤에 검색할 때와 다르게 도착 시간이 두 시간 반이 넘어간다. 할 수 없이 중간에 지하철로 바꿔 타고 간신히 도착할 수가 있었다.

(농활을 시작하며. 촬영=윤재훈)
(남해군 농활을 시작하며. 촬영=윤재훈 기자)

‘동학실천 시민행동’모임이라고 한다. 이 불안정한 시대에 동학 정신을 선양하며 실천하는 모임이라니, 호기심이 간다.

동학 정신의 핵심은 '인내천(人乃天)’이다.
‘사람이 하늘’, 
"모든 사람은 평등하고,

높고 낮음, 귀천이 없다."

망해가는 조선 말엽, 호랑이보다 무섭다는 탐관오리들의 가렴주구(苛斂誅求)에 견디다 못한 흰옷의 백성들이, 폐정개혁안 12개 조의 기치를 높이 들고 그들을 응징한 것 아닌가. 철면피(鐵面皮)가 되어버린 이 시대의 정치인들에게, 송곳처럼 찌르는 말이다.

빈부의 격차가 너무나 심한 나라,
10%가 90%의 재물을 다 가지고 있는 불평등한 나라.


그래도 그들을 다시 선출하는 국민이 사는 나라,
이 시대야말로 ‘동학 정신’이 더욱 절실한 때이다. 

버스 안에서 간단히 자기소개들을 하는데, 참 다양한 분야에서 온 전문가들이 많다. 한국지질 자원연구원에 근무하며 평생 물 분야에 대해 연구해오신 물 박사 선생님, 교수님, 시 박물관을 운영하시는 분, 몸살림 강사, 평화재향군인회 상임대표, 가정주부 등 사방팔방에 직업들이 다 모였다.

그런데 한마디 한마디 말들이 하나같이 이 시대에 보기 힘든 맑고 선한 사람들만 모인 것 같다. 환경파괴에도 관심이 많고, 몸소 실천하고 있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잠깐의 휴식시간. 촬영=윤재훈)
(남해 농활(農活) 잠깐의 휴식시간. 촬영=윤재훈 기자)

서양은 자연을 파괴나 정복의 대상으로 생각하는데, 동학은 ‘만인 평등 정신이 그 저류에 흐른다. 인간만이 아니라, 이 세상의 모든 유정, 무정에게도 정성으로 대하라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동학 정신이다.

자연과 미물에게도 공손하게 대하고,
공생(共生)의 마음의 가져야 한다.


이 시대에 잃어버린 삶의 기본을 바로 세우는데,
동학 정신이 더욱 그 본질을 일깨워준다.

(새참 시간. 촬영=윤재훈)
(남해 농활(農活) 새참 시간. 촬영=윤재훈)

동학실천 시민행동’, 왜 단체의 이름을 동학에서 가져왔을까? 2014년 동학혁명 120년, 두 갑자(甲子)가 가도록 우리는 동학의 역사를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 가르치지도 않았다는 반성에서 출발했다고 한다.

그래서 처음부터 이 모임에 참석하고 있는 이요상 대표를 비롯해 많은 사람이, 동학혁명 전승 기념지이며 발상지인 ‘황토현’에 모였다. 그리고 2017년까지 ‘신 만민공동회’를 개최하며, 약 3년 정도 준비과정을 거쳐서 2017년 4월부터 본격적인 이 모임이 만들어졌다.

반만년 역사 중 가장 훌륭한 철학과 가치를 설파한 토종정신, 탄압만 받아온 책 속의 낡은 유물로만 수장시켜 놓을 것이 아니라, 이 귀한 사상을 많은 사람에게 알려야 한다는 자각들이 모였단다. 그리고 갈수록 병들어 가는 이 시대에 작은 단초라도 만들어 보고 싶단다. 그리고 알면 알수록 동학혁명 정신은 세계사에서 그 유래를 찾아볼 수가 없는 높은 지성이라는 각성들이 들었으며, 그런 시민들이 하나, 둘, 모이고 그 연장 선장에서 2017년부터 농활도 가게 되었다고 한다.

(가족 풍물단. 촬영=윤재훈)
(남해 농활(農活), 가족 풍물단 '동동'. 촬영=윤재훈 기자)

여기에 우리는 3.1절이라고 부르는데, 프랑스 대혁명처럼 3.1일 대혁명’이라고 불러야 한다고 한다. 그래서 2019년 광화문에서 3.1 대혁명 100주년 행사를 하였으며, 동행풍물패와 함께 '만 북 행진’을 하였다. 정부가 아니라 시민들이 스스로 모여서, 동학실천 시민행동(동행)의 주최하에 열린 것이다.

모든 사람이 고르게 잘 사는 세상’,
‘유무상자(有無相資)’의 동학 정신을 구현하고,
계승하고 싶다.
유무상자 가진 자나 못 가진 자나 서로서로 의지함.

그리고 농활을 하다 보면 모든 국가나 사회는 공존과 공생의 철학이 있어야 하는데, 우리 농촌은 갈수록 젊은이들이 모두 떠나, 너무 힘든 현실이라고 한다. 마침 남해에 농사를 짓고 있는 동행 회원이 있어 두 회 정도 해오다, 이제는 실질적인 봉사를 위하여 전 농가로 확대 중이라고 한다.

특히나 남해는 동학혁명에 패전하고 짓밟히며, 30만 가까이 수난을 당한 현장이 곳곳에 있다. 끝까지 저항하면서 동학농민들이 마지막까지 쫒겨간 장소이다. 그 시절에는‘우유통’이라는 말까지 떠돌았는데, 동학 농민군이 봉기하여 악질 관료나 지방 수령을 끌어내어 짚 둥치에 실어 설천면 노량 앞바다에 띄워 응징하는 형벌로, 그 발상지가 바로 남해군 남면이다. 그리고 잠면 상가리에 동학 농민군이 주둔하면서 일본군과 교전했던 경상남도 기념물 제20호 임진성(민보 산성)과 인근 남면 상가리 기왕산 (기림산, 105.1m) 전투 등의 흔적도 있다.

(소나기를 피해서. 촬영=윤재훈)
(남해 농활(農活) 소나기를 피해서. 촬영=윤재훈 기자)

상임 대표를 맡고 있는 ‘안승문’ 씨는 서울에서 중학교 교사를 하다가 전교조 사태로 해직되었다. 그러다 월간 ‘우리 교육’ 잡지를 펴내면서 편집장 역할을 4년 정도 하다가 복직되었다. 그 후 다시 학교로 돌아가서 2002년 서울시 교육 위원에 당선되었다.

학교를 그만두고 4년 동안 위원활동을 하다가, 스웨덴 읍살라 대학에서 객원연구원으로 2년 정도 있었다. 그 시절 북유럽 복지 국가들의 교육과 복지에 대한 정책들이 너무 부러워, 핀란드 교육을 우리나라에 많이 소개했다고 한다. 특히나 무상 급식운동에 대해서는 교육위원 할 때부터 관심이 많았으며, 그에 관한 시민운동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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