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환자 김점순 작가의 ‘엄마의 꽃밭’이 주는 위로와 향기

김경 기자
  • 입력 2022.05.30 11:47
  • 수정 2022.05.30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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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여성문화박물관, 오는 6월30일까지 ‘치매 속에 되살아난 기억, 엄마의 꽃발’ 전시회 개최

사진=전남여성가족재단 제공
사진=전남여성가족재단 제공

[이모작뉴스 김경 기자] 일제강점기를 거쳐 6.25 한국전쟁과 여순사건(여수·순천 10·19 사건) 등 근현대사의 격동을 온몸으로 겪어낸 치매환자 김점순 작가의 작품을 전남여성문화박물관에서 만날 수 있다. 김 작가의 작품 45점으로 구성된 ‘치매 속에 되살아난 기억, 엄마의 꽃발’이 이곳에서 오는 6월 30일까지 열린다.

김점순(1936년생) 작가는 지난 2010년 치매진단을 받은 후 희미해져가는 기억을 붙잡기 위해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림은 어린 시절 겪었던 전쟁의 공포를 치유하고 행복했던 순간의 잔상을 소환하는데 있어 훌륭한 도구였다.

2014년 창작활동 초기에는 크레파스를 활용해 초록 잎 풍성한 화려한 꽃으로 밝은 색채의 꽃밭을 화폭에 담았지만, 2017년 남편과 사별한 후에는 물감으로 도구를 바꾸고 푸른색과 어두운색이 오묘하게 섞인 꽃밭으로 변했다.

이후 김 작가는 흩어진 기억의 조각들이 떠오른 듯 과거 어딘가의 산과 들을 배경으로 가족 혹은 지인, 어쩌면 본인일 수도 있는 모습들을 그렸다. 그마저도 치매 증세가 심해져 그림활동을 중단해야 했다.

기억 속에서 명징했던 순간을 붙잡아 화폭에 녹여낸 김 작가의 작품은 우리에게 의미 있는 시사점을 준다. 김 작가가 오래도록 붙잡고 싶은 행복의 순간은 어쩌면 엄마의 품인지도 모른다. 엄마의 품은 향기 나는 꽃밭과 같다. 김 작가가 보여주는 ‘엄마의 꽃밭’이 우리에게 진한 울림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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