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재훈 기자수첩] 현충원 ‘친일 장성 김창룡’묘 이장 논란1

윤재훈 기자
  • 입력 2022.06.13 13:27
  • 수정 2022.06.17 0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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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그렇게 쉽게 항복할 줄,
꿈에도 몰랐다.

못 가도 몇백 년은 갈 줄 알았다.

- 서정주, ‘친일’에 대한 변명

(대전 현충원 정문 앞, ‘의(義)’자만 외롭다. 촬영=윤재훈)

[이모작뉴스 윤재훈 기자] 마치 쿼바디스라는 영화에서 네 마리의 말이 역동적으로 달려 나가는 전차처럼, 현충원 정문에는 세 마리의 푸른 말들이 막, 천지를 뚫고 나가려는 듯 역동적으로 서 있다. 그 아래 조국을 위해 의롭게 살아나가야 한다는 듯, ‘의(義)’자만 선명하게 빛난다.

오늘은 예순일곱 번째 맞이하는 현충일이다. 그런데 무슨 일인지 이 뜻깊은 국립묘지에 친일파들과 독립투사 및 순국선열들이 함께 묻혀있어, 해마다 ‘평화재향군인회’와 ‘동학실천시민행동’ ‘민족문화연구소’ 등의 단체들이 그 부당함을 호소하며 행사를 열어오고 있다.

70여 년이 넘어가도록 사라지지 않는 이 친일파의 망령들,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탄생 배경을 살펴보는 것도 중요하다. 그 안에는 무능한 조선 말과 대한민국의 비탄에 찬 역사가 숨어있기 때문이다.

(그들의 절규만 외롭다. 촬영=윤재훈)
(동학실천시민행동, 그들의 절규만 외롭다. 촬영=윤재훈 기자)

그 옛날 삼국의 문화 조류는 중국-조선-일본이었다. 사방이 바닷물로 막힌 미개한 원주민들이 살고 있었던 일본은 오직 서쪽의 조선을 통해서만이 선진 문물을 받아들일 수 있었다. 저 거대한 태평양 건너 크낙한 대륙이 있었지만 그들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그런 그들은 백제를 통해서 뛰어난 선진 문물을 받아들여 같다. 그러나 그 반대편에서는 항상 대륙의 진출을 꿈꾸었을 것이다. 당연한 일이다. 그리고 그 유일한 대안은 서쪽 바다 건너 조선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일본의 빼어난 석학인 이께다(池田) 회장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조선은 문화 대은(大恩)의 나라이다." 라고 기회 있을 때마다 찬탄하며 그 은혜를 잊지 말아야 한다고, 호암아트홀 등에서 '서양회화명품전' 등을 열기도 하였다.

그런데 은덕은 커녕 항상 침략의 기회만 노리던 일제는 어느 정도 국력이 비축되자, 무능한 왕 선조가 다스리는 이 땅을 침범하여 임진왜란(壬辰倭亂)이라는 피바람을 일으켰다. 그리고 순식간에 한반도를 점령하고 풍전등화(風前燈火)와 같은 조선을, 이순신 장군을 비롯한 의로운 군인들이 지켰다.

(조국 독립을 위해 투쟁한 인사들. 촬영=윤재훈)
(조국 독립을 위해 투쟁한 인사들. 촬영=윤재훈 기자)

그러나 그들은 대륙진출의 꿈을 버릴 수 없었을 것이다. 끝없이 국력을 키우며 호시탐탐 진출을 염원했을 것이다. 그리하여 1854년이 되면 그들의 바다를 침범한 파란 눈의 미국인들의 불평등한 조약 아래 어쩔수 없이 에도 막부 초기부터 유지해왔던 쇄국정책을 폐지하고, ‘미일화친조약’을 맺는다. 그전에는 다른 서양 상인들도 있었고 대포와 총을 보게 된 그들은 빠르게 신식무기로 재무장을 해간다.

그런데 조선의 현실은 어떠했는가? 여전히 쇄국정책으로 바다의 문을 꽉, 닫은 채, 양반들의 부정부패는 극에 달하고 탐관오리들만 설친다. 그리고 급기야는 나라를 지키는 구식 군인들에게 모래가 섞인 식량을 주고, 민씨 일파들이 사병처럼 부리는 신식 군대에게만 총을 주는 비인간적인 짓을 하다 임오군란까지 자초한다.

(“김창룡을 위시한 친일파 묘를 파묘하라.” 촬영=윤재훈)
(“김창룡을 위시한 친일파 묘를 파묘하라” 촬영=윤재훈 기자)

이 땅에 외세의 역사는 폭압적이고 끈질겼다. 누가 남의 나라를 지켜줄 것이다. 단지 속국은 ‘정복해야 할 대상’으로만 생각하는 이 냉혹한 국제질서 속에서 자생력이 없는 나라는 멸망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삼국시대에는 신라가 당나라 침략군을 외세로 끌어들여 이 국토를 피로 물들이더니, 천여 년이 지난 이 시간에도 여전히 대한민국은 외세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사대적인 사상에 물들은 일부 인사들은 오히려 전작권을 받으면 안된다고 공공연히 국민을 부추기며 호도하고 있다. 그러면서 유럽국가들도 전작권이 없다고 주장하는 일부 세력들이 있다. 

(뜻있는 단체에서 사람들에게 국수를 대접한다. 촬영=윤재훈)
(뜻있는 단체에서 사람들에게 국수를 대접한다. 촬영=윤재훈 기자)

왕조 말, 무능한 관리와 왕이 통치하는 조선말에도 그런 실정은 비슷했다. 끝없는 세도정치를 자행하던 민비(명성왕후)는 권력을 탐하며 일가친척들에게 그것을 나누어 주었고, 그것을 막으려는 왕의 아버지인 대원군과의 권력 쟁탈을 하며 골육상쟁의 암투를 벌였다.

여기에 참다못한 민중들은 죽창을 들고 일어섰고 그런 백성들마저 막지 못하는 무능한 조선의 현실은, ‘며느리는 청나라를, 시아버지는 일본’이라는 외세를 끌어들인다. 그러나 현명한 민중들은 외세만은 안된다며 스스로 무기를 놓고 고향으로 돌아가지만, 무자비하게 살육당한다.

‘누가 다른 나라의 안위를 지켜줄 것인가?’

물을 만난 듯 외세들은 결국 이 나라를 유린하며 대원군은 청나라에 볼모로 끌려가고, 왕비는 왜놈들의 닌자에게 시해당하는 수모까지 당한다.

(과연, ‘보훈의 성지’인가. 촬영=윤재훈)
(과연, ‘보훈의 성지’인가. 촬영=윤재훈 기자)

외세를 끌어들이는 그 해악은 가혹하다. 일제에 의해 강제로 을사조약이 체결되고 1907년에는 헤이그 밀사까지 파견하며 단발마의 몸부림을 치던 고종은 일제에 발각되어 쫓겨나고, 그의 아들인 순종이 허수아비가 되어 왕위를 이어 받지만 국가의 치욕인 국치(國恥)를 당하며 조선은 이 지구상에서 사라지고 만다. 그리고 백성은 ‘개돼지의 길’을 걷게 된다. 무능한 왕과 탐욕적인 양반들을 둔 말로인 셈이다

(극렬 친일파들. 서정주, 이광수, 홍난파, 이형근 등. 촬영=윤재훈)
(친일파 규탄 판넬. 촬영=윤재훈 기자)

그러나 흰 옷의 백성들은 괭이 대신 구식 총을 든 독립투사가 되어 만주벌판을 헤매이는데, 그중에는 나라야 어찌되든 자신들의 부귀영화만을 쫒던 일부의 인간들은 일제치하에서 동포를 핍박하고, 일본 관동군이 된다.

거기에 일본이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을 연거푸 승리하며 조선의 독립이 더욱 요원해지는 듯하자, 서정주와 같은 친일파들은 연거푸 친일시를 발표하면서 평생을 변명으로 일관했으며, 예술가와 작가들도 앞다투어 일본의  앞잡이가 된다.

일본이 그렇게 쉽게 항복할 줄, 
꿈에도 몰랐다.
못 가도 몇백 년은 갈 줄 알았다.

- 서정주, ‘친일’에 대한 변명

이런 그는 해방 후 '정치 문인'으로 활동하며, 조선청년문학가협회 시분과 회장, 문교부 초대 예술과장, 한국문인협회 회장을 역임했고 이승만 전기를 집필했다. 1987년에는 전두환 탄생 56회 축시까지 지어 바치며 살아생전 반성 한 번 없는 삶을 살았다. 여기에 북쪽에서 빈농의 아들로 태어난 김창룡, 백선엽 등의 친일파들은 일본 군관학교에 들어가고, 일본군보다 더 잔인하고 비인간적인 수법으로 동포들을 잡아들이고 죽였다.

다음은 서정주가 1944년 12월 총독부 기관지인 [매일신보]에 발표한 그의 대표적 친일시이다.

 

아아 레이테만은 어데런가
언덕도/산도/뵈이지 않는
구름만이 둥둥둥 떠서 다니는
몇천 길의 바다런가

아아 레이테만은
여기서 몇만 리련가......
귀 기울이면 들려오는
아득한 파도소리......
우리의 젊은 아우와 아들들이
그 속에서 잠자는 아득한 파도소리......

얼굴에 붉은 홍조를 띠우고
'갔다가 오겠습니다' ..
웃으며 가드니
새와 같은 비행기가 날아서 가드니
아우야 너는 다시 돌아오진 않는다

마쓰이 히데오!
그대는 우리의 오장 우리의 자랑.
그대는 조선 경기도 개성 사람
인씨(印氏)의 둘째 아들 스물한 살 먹은 사내

마쓰이 히데오!
그대는 우리의 가미가제 특별공격대원
귀국대원
귀국대원의 푸른 영혼은
살아서 벌써 우리게로 왔느니
우리 숨쉬는 이 나라의 하늘 위에
조용히 조용히 돌아왔느니

우리의 동포들이 밤과 낮으로
정성껏 만들어 보낸 비행기 한 채에
그대, 몸을 실어 날았다간 내리는 곳
소리 있이 벌이는 고흔 꽃처럼
오히려 기쁜 몸짓 하며 내리는 곳
쪼각쪼각 부서지는 산더미 같은 미국 군함!

수백 척의 비행기와
대포와 폭발탄과
머리털이 샛노란 벌레 같은 병정을 싣고
우리의 땅과 목숨을 뺏으러 온
원수 영미의 항공모함을
그대/몸뚱이로 내려져서 깨었는가?
깨뜨리며 깨뜨리며 자네도 깨졌는가-

장하도다
우리의 육군항공 오장(伍長} 마쓰이 히데오여
너로 하여 향기로운 삼천리의 산천이여
한결 더 짙푸르른 우리의 하늘이여

아 레이테만은 어데런가
몇천 길의 바다런가

귀 기울이면
여기서도, 역력히 들려오는
아득한 파도소리......
레이테만의 파도소리......

- 송정 오장 송가 (오장 마쓰이 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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