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케어제품] 올림픽도 인정한 맞춤형 휠체어...휠라인 '제니스-XT'

고석배 기자
  • 입력 2022.06.22 12:01
  • 수정 2023.03.10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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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활동형 휠체어 신제품, 제니스XT. 사진=휠라인 제공)  

[이모작뉴스 고석배기자] ㈜휠라인은 국내 유일하게 휠체어 양산 공장을 갖은 기업이다. ㈜휠라인이 탄생하기 전까지는 휠체어의 99%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었다. 세계적인 자동차 생산국에서 휠체어 양산기업이 ‘유일하다’는 말에 의아해진다. 그나마 국산 휠체어의 탄생에는 국내 관련 기업의 신사업으로 파생된 것이 아니다. 평범한 개인의 불행한 사건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절망에서 일어선 두 바퀴의 희망

㈜휠라인 금동옥 대표는 올해 막 50세가 되었다. 30년 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자동차정비사로 일하던 중 한 싸움의 시비에 휘말렸다. 칼에 찔린 그는 신경이 완전 절단되고 지체 1급 판정의 장애인이 되었다. 중학생인 동생과 홀어머니를 책임져야 하는 생계형 가장이었으나 보상은 한 푼도 받지 못했다.

((주)휠라인 금동옥 대표. 사진=휠라인 제공)

가해자를 원망할 여유조차 없이 그는 가족을 책임져야 했지만, 장애인에게 취업의 문턱은 높았다. 그러던 중 수입 휠체어 판매회사에 영업사원이 될 기회를 갖게 되었다. 자동차정비가 전공이었던 그는 A/S 업무까지 하게 되었고 재활원에서 배운 캐드설계 기술로 틈틈이 한국형 휠체어 도면을 만들어 보았다. 독학으로 휠체어 전 생산과정을 배우고 익혔다. 수입 휠체어는 서구인의 체형에 맞추어져 있어 불편했다. 그는 한국인의 체형에 맞는 휠체어를 제작하겠다는 꿈을 실현하기 위해 독립했다.

하지만 한국산 휠체어에 대한 편견은 신체적 장애보다 더 넘기 힘든 사회적 장애물이었다. 세 번의 큰 경영난을 겪었다. 실의에 빠진 어느 날 아내가 중고 자동차를 팔아 안성에 공장을 하나 얻어 주었다. 2007년, 포기하기 직전의 그에게 럭비용 휠체어 주문이 들어왔다. 그는 대량생산은 몰라도 맞춤형 제작은 자신이 있었다. 그 자신이 휠체어를 직접 타는 사용자이면서 제작자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새로운 길을 찾게 됐다.

(럭비용 휠체어, 피닉스RB. 사진=(주)휠라인 제공)
(럭비용 휠체어, 피닉스RB. 사진=(주)휠라인 제공)

신체적 장애보다 넘기 힘들었던 사회적 장애물

휠라인은 맞춤형 휠체어 시장을 새롭게 개척하며 다시 일어섰다. 스포츠용 휠체어는 개개인의 장애정도와 상태가 다르기에 휠체어 역시 같은 종목일지라도 똑같을 수가 없다. 그래서 휠라인의 휠체어는 마지막 공정과정을 마치고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바코드를 부여한다. 현재 휠라인은 럭비와 농구, 펜싱을 비롯해 12개 종목의 휠체어를 만들고 있다.

종목마다 휠체어 기능과 표준이 다르다. 게다가 선수의 장애특성, 선호하는 움직임에 따라 세부 설계가 필요하다. 휠라인의 스포츠 휠체어 ‘피닉스’는 선수 개개인에 맞추는 세부설계가 가능했다. 마침내 2018년 평창 동계 패럴림픽, 크로스컨트리에서 한국형 스포츠 휠체어 ‘피닉스’가 대한민국 최초 동계 패럴림픽 금메달을 땄다. 신의현 선수와 함께. 현재 12개 종목에서 휠라인의 ‘피닉스’가 점유하고 있는 비율은 50% 이상이다.

(2018 패럴림픽에서 신의현 선수가 휠라인 휠체어를 타고 크로스컨트리 스키 금메달을 향해 질주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제공)
(2018 패럴림픽에서 신의현 선수가 휠라인 휠체어를 타고 크로스컨트리 스키 금메달을 향해 질주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제공)

맞춤형 휠체어 시장을 개척하다

휠체어는 용도에 따라 크게 3가지로 분류한다. 노인이나 중증장애인 등 타인의 도움이 필요한 일반형과 스스로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활동형, 그리고 휠라인이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스포츠 휠체어 등 특수형이다. 휠라인의 맞춤형 휠체어는 스포츠 휠체어뿐 아니라 활동형 휠체어로서도 주목받고 있다. 2022 홈케어·재활·복지전시회에서 선보인 제니스XT는 바디프레임 자체가 알루미늄보다 더 가벼운 티타늄이다, 또한 허리를 좀더 편하게 받쳐줄 수 있는 날개시트가 기본 옵션이다. 무엇보다 기존 플라스틱 사이드 판넬의 미끌거림 때문에 손을 놓치는 사고를 예방할 수 있도록 한 카본 사이드판넬은 획기적이다. 

(2022 일반형 휠체어 신제품, 유닉스3. 사진=(주)휠라인 제공) 

OEM 저가 수입제품이 장악한 조달시장 

국내 제품에 우선권을 주어 안정적 공급으로 산업 활성화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진 조달청 등록에 대해 힐라인의 김강윤 대리는 의외의 답변을 하였다.

활동형과 운동형 휠체어는 기존에 국내산이 없었고 의료제품으로 분류되어 수입제품도 조달이 가능합니다. 그리고 몇십 년 동안 수입업체가 장악하고 있기에 기존 조달시장의 벽을 넘어서기에는 쉽지 않지만 향후에는 저희 제품도 만날 수 있으리라 봅니다

1999년에 창업해 횟수로 20년이 되었지만 기존 휠체어 시장은 보수적이다. 그렇기에 휠라인은 아직도 도전자이다. 오히려 도전자 정신으로 계속 제품을 전문화하고 다각화했기에 지금의 휠라인이 되었는 지도 모른다.

(접이용 휠체어인 유닉스-3을 설명하는 (주)휠라인 김강윤 대리. 촬영=고석배 기자) 

장애인도 삶을 즐길 권리가 있다

(주)휠라인 금동옥대표는 장애인도 삶을 즐길 권리가 있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2020년에는 스스로 장애인으로서는 힘든 스킨스쿠버에도 도전해 화제가 되기도 하였다. 휠라인은 장애인이 마음껏 인생을 즐길 수 있는 여가용 휠체어 제작에도 열정적이다. 모래사장을 누비며 바닷물에도 뛰어들 수 있는 수상용 휠체어도 만들었다.

최근 제주 올레길 등 무장에 여행길이 만들어졌지만 일반 휠체어로는 한계가 있다. 등산화가 아닌 운동화로 트래킹을 하는 경우와 마찬가지다. 휠라인은 트레킹용 휠체어도 만들어 2023년부터는 상용화할 계획이다. 또 샤워와 수영장 입수가 가능한 리프트 휠체어도 준비 중이다.

(해변용 휠체어. 촬영=고석배 기자)
(해변용 휠체어. 촬영=고석배 기자)

'취약계층 일자리 창출' 사업화의 꿈

휠라인은 장애인을 위한 장애인에 의한 장애인의 기업이다. 직원의 반 가까이가 장애인이고 휠체어 이용자이다. 휠라인의 금동옥대표는 단순히 회사에 취약계층을 직원으로 많이 고용하는 것에서 벗어나 “취약계층 일자리 창출”을 사업화하는 꿈을 꾸고 있다.

직원 중 자기 사업을 하고 싶어 하는 분들이나 주변 지인들이 새로운 회사를 설립할 때 그 회사들이 취약계층을 고용하도록 할 계획입니다. 많이 부족하지만 장애인인 제가 이 사회의 장애인들의 삶의 질 개선과 사회로의 복귀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다면 매우 보람된 삶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2022 홈케어재활복지전시회에 참여한 (주)휠라인. 촬영=고석배 기자)  

가격'보다는 '기술', '기술'보다는 '사람'을 중심에 두는 기업 정신 

(주)휠라인은 사회에서 도움을 받는 기업이 아니라 사회에 도움을 주는 기업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2020년에는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과 함께 휠체어 무상수리 전국 순회도 하였고 YWCA복지사업단을 통해 돌봄이 필요한 독거노인과 저소득 고령자에게 사랑의 쌀도 전달했다. 휠라인은 현재 중국, 대만, 싱가폴, 독일 등으로 수출한다. 몇몇 나라에선 휠라인의 카피 제품을 내놓고 있을 정도다. 세계시장에서 휠라인의 경쟁력은 알루미늄보다 강도가 높아 용접과 가공이 힘든 티타튬 프레임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큰 경쟁력은 '가격'보다는 '기술', '기술'보다는 '사람'을 중심에 두는 기업 정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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