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건희의 산책길㊷] 합창단 ‘음악이있는마을’ 정기연주회…스무고개를 넘어, 비로소...

천건희 기자
  • 입력 2022.07.01 17:20
  • 수정 2022.07.01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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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음악이있는마을 제공
사진=음악이있는마을 제공

[이모작뉴스 천건희 기자] 지난 6월 18일, 성남아트센터 콘서트홀에서 합창단 <음악이있는마을> 제20회 정기연주회를 관람했다. 1부 40분, 2부 40분 동안 연주된 합창곡 모두가 우리나라 작곡자들의 창작곡으로 구성되어 더 특별하고 의미 있는 연주회였다.

올해로 창단 26주년을 맞는 합창단 <음악이있는마을>은 1996년, 초대 단장인 故이강숙 선생님(한국예술종합학교 초대 총장)을 중심으로 창단한 시민합창단이다. ‘한국어의 아름다움을 합창으로 그리고 세계로’의 정신으로 그동안 국내 작곡자들 350여 곡의 창작곡을 선보이면서 한국 창작 음악 발전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

코로나의 긴 시간을 인내한 합창 단원들과의 대면 연주회라서 성남아트센터 콘서트홀의 곡선이 음악 선율처럼 느껴지고 설렘이 더했다. ‘합창단 음악이있는마을 제20회 정기연주회를 故이강숙 초대단장님께 바칩니다’라는 팸플릿 글에서 2020년 소천하신 이강숙 초대단장에 대한 깊은 애정이 느껴졌다.

성남아트센터/촬영=천건희 기자
성남아트센터/촬영=천건희 기자

여는 노래는 이건용 단장 작곡의 초연 ‘레퀴엠 에터르남(Requiem Aeternam)’이었다. 레퀴엠(진혼곡)은 가톨릭교회에서 죽은 이를 위한 미사(위령 미사)에서 하느님께서 죽은 영혼에게 영원한 안식 주시기를 청하며 연주하는 전례음악이다. 검은색 옷을 입은 단원들이 ‘아카펠라(반주 없는 합창)’로 부르는 노래는 간절한 마음이 더 크게 가슴에 와 닿았다.

이어진 합창은 계절을 위한 노래였다. ‘봄꽃 피는 날’(용혜원 작시•양이룩 작곡)과 ‘달팽이 노래’(이해인 작시•한태호 작곡)는 아름다운 우리나라 시어들을 풍성한 화음과 멜로디에 담았다. 우리들에게 익숙한 동요인 ‘노을’은 합창 ‘아카펠라’로 즐겁게 편곡되었고, 홍난파 작곡의 ‘고향의 봄’은 혼성 4부합창으로 폭넓게 편곡되어 흥겨움을 더했다.

코로나로 갑작스럽게 시작된 재택근무를 모티브 삼아 만들었다는 ‘오늘부터 재택근무’(어떤노래당 작사•한태호 작곡)는 행진곡풍 팡파르로 곡을 시작했는데, 꿈꾸던 편안한 재택근무가 깨어지는 현실적인 가사와 음악이 미소를 머금게 했다.

내 맘대로 일하는

재택근무가 찾아왔다

그러나 이미

재택이들이 방마다 가득하다

재택근무중인 우리 주인님,

온라인 수업중인 첫째 딸

온 거실을 다 차지하고 있는 막내

결국 베란다에 교자상 하나놓고

노트북을 펼친다.

‘하늘에 사람이 있다’(김장성, 김성은 작사•한태호 작곡)는 고공농성 노동자들이 목숨을 걸고 하늘로 올라간 절박한 마음을 합창으로 전했다. ‘리피탈로 후피쉬와(Lipitalo hupishwa)(강현나 작곡)’는 아프리카인들의 삶의 지혜가 담긴 속담을 노랫말로 구성한 합창곡으로 ‘지나간 것은 훌훌 털어버리자’는 뜻이라고 한다. 퍼커션의 연주가 곁들여져 더 신나게 들을 수 있었다.

촬영=천건희 기자
촬영=천건희 기자

마지막 곡은 故이강숙 초대단장을 추모하는 노래 ‘기억할게요’였다. 초대 지휘자를 역임한 홍준철 음악감독 작사, 노선란 작곡이다. 소박하면서도 열정적인 선생님의 삶을 음악으로 표현하고자 했다고 한다.

가신 길마다 새로운 길

오늘도 그 길에서 서성이며

당신을 기억할게요

강물로 나무로 불꽃으로

‘자신을 다 태워 길을 밝히고 가르쳐 주셨지요’라는 노래 가사를 들으며, 내가 죽으면 어떻게 기억되어질까라는 생각과 함께 숙연한 마음이었다.

사진=음악이있는마을 제공
사진=음악이있는마을 제공

합창의 매력을 유감없이 보여준 감동의 무대였다. 창작곡은 처음 듣는 곡이라 지루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편견이었음을 실력과 연출로 보여주었다. 김홍수 지휘자는 악보 놓는 보면대도 없이 창작곡 전곡을 지휘했다. 우리나라의 새로운 합창음악을 만들기 위해 창작의 고통을 이겨낸 작사가와 작곡가, 지휘자, <음악이있는마을> 단원들을 진심으로 응원하고 격려하는 마음이다. 故이강숙 단장님의 마음처럼....

모든 음악을 연주하는 것도 좋지만

한국 창작음악을 끊임없이 연주하면서 그것이 전 세계에 전파되도록 해주시길 원합니다.

‘새로운 역사를 창조하는 기록자가 바로 여러분이다’라는 것을 기억하고

스스로 자부심을 가지면서 합창활동을 하십시오.

-합창단 20주년 故 이강숙 단장님의 기념사 中

제21회 정기연주회가 벌써 기다려진다.

촬영=천건희 기자
촬영=천건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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