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식의 인생 바라보기㉞] 고지식한 Y씨의 여름 분투기

윤창식 칼럼니스트
  • 입력 2022.07.01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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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창식-수필가- 前 초당대학교 교양교직학부 교수- 문학과환경학회 회장 역임
▲윤창식
-수필가
- 前 초당대학교 교양교직학부 교수
- 문학과환경학회 회장 역임

Y씨는 J고등학교 교문 경비실 근무 30년만에 퇴직을 하고 시골로 내려와 텃밭을 가꾸며 지내온 지 삼년째 되어간다.

늘 꿈에도 그리던 고향집인지라 나날이 추억과 감동으로 점철되었으나 시도때도 없이 나타나서 자기를 괴롭히는 수풀모기는 짓이기고 싶도록 미웠다. 시커먼 몸뚱이에 흰 줄이 서네 개 처진 그놈은 Y씨와 눈을 마주쳤다 하면 이미 늙은이의 몸뚱아리에서 한 홉 가량 흡혈을 하고 난 뒤였다.

"내 피를 뽈아묵어봤자 넌 문족지혈(蚊足之血)이다 작껏! 내 평생 참을성 하나로 버텨왔는디 뭐."

Y씨는 매번 이렇게 다짐을 하며 하루하루를 매진하고 있었으나 밤이 되면 모기 물린 자국이 너무 가려워 당췌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그러는 형님이 안쓰럽다고 잘사는 서울 동생이 부쳐준 벨기에산(産) 최고급 모기퇴치제 모스키토 리펠렌트를 한 됫박 발라 봐도 모기는 나잡아봐라 식으로 기성을 부리고 가려움은 사람을 더욱 미치게 만들었던 것이다.

Y씨는 '에이씨'라는 비속어로 투덜거리며 결국 읍내 약국을 찾아갔다.

"요새 모기약 좋은 거 있소?"

"예. 미한약품에서 나온 신제품 모스키 펜스D가 좋아요. 모기는 라벤더향을 싫어하거든요."

Y씨는 거금 7천원을 주고 모스키를 사와서 여기저기 구석구석 뿌려보았으나 지랄맞게 아무 효과가 없었다.

Y씨는 아침일찍 군내버스를 타고 다시 그 약국을 찾았다.

"여보씨요. 약사 양반! 모스킨가 머시긴가 한나도 안 듣던디요."

"무슨 말씀이신지?"

"어지께 여그서 폴아묵은 모기약 있잖애?"

"아, 모스키 펜스D요~."

"그렇다니께! 미한약품에서 맹근 모양인디 그 사람들 나한테 안 미안하까? 효과는 전혀 없고 비싸기만 하고."

"그러면 어르신. 좀 싼 거 드릴까? 3천원짜리 피버린Q가 나을 것 같네요."

"고것도 볼라봤는디 마개에서 약물도 잘 안 나오고... 차라리 '물린피'나 '미치갈'로 주씨요."

"저의 역국에서는 JK약품 물린피P는 취급 안 하고요. 미치갈에프F는 요즘은 안 나오는데요."

"워메 미치겄네. 가려워서 오늘 밤을 또 어뜩케 견딘다냐. 흐흐."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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