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 지원제도] 장기요양보험 해외 사례 2... 독일의 수발보험

고석배 기자
  • 입력 2022.07.15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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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모두 복지국가를 지향하고 있다. 평균수명 연장으로 인한 고령화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 그 내용이나 정도에는 차이가 있으나 장기요양 문제는 개인의 부담에서 국가적 사회적 책무로 변화하는 것이 세계적 추세다. 특히 OECD 국가의 노령화는 특이점이 있다. 장기요양보호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특히 높은 80세 이상 후기고령인구의 증가속도가 높다는 점이다. 1960년에 65세 이상 노인 7명 중 1명이 80세 이상의 후기고령 노인이었으나, 2040년에는 노인 3명 중 1명이 후기고령 인구에 속할 전망이다. 우리나라와 비슷한 인구변화 추이를 보이고 있는 OECD 선진국의 사례에서 시사점을 찾아 당면한 한국 장기요양보험제도의 문제점을 돌아보고자 한다.

[이모작뉴스 고석배 기자] 독일의 장기요양보험제도는 수발보험이라고 한다. 말 그대로 '신변 가까이에서 여러 가지 시중 듦'을 뜻한다. 독일의 수발보험은 일본의 '개호보험'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일본의 영향을 많이 받았기에 독일의 '수발보험'은 우리 '노인장기요양보험'의 할아버지인 셈이다.

사회보험 방식의 독일 수발보험

독일 수발보험(Pflegeversicherung)은 세계 최초로 시행된 노인 사회보험이다. 수발보험은 한국과 일본에 영향을 주었지만 재정확보 방식은 다르다. 국가의 조세지원을 받지 않고 100% 사회보험 방식을 취하고 있다. 그래서 입법 초기 기업체의 반발이 강했다. 우익의 자민당은 수발보험을 반대하면서 사적보험으로 해결을 주장하였고 좌익의 녹색당은 강력한 사회보험을 주장했다. 결국 중도의 기민당 등에 의해 피보험자가 일부 부담하는 현재의 수발보험이 채택됐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수발보험 배경

독일은 1970년대 초부터 지금까지 해마다 출산율보다 사망률이 더 높다. 게다가 해마다 평균수명이 여성의 경우 3개월, 남성의 경우 2.5개월씩 증가했다. 평균수명이 12년 이상 추가 연장되는 계산이 나온다. 남성들의 평균수명은 21세기 중반에 이르면 83세가 되고 여성의 경우에는 93세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따라서  노인들의 인구는 증가하고 부양하는 인구는 줄어들어 노인복지에 대한 사회적 대책을 찾아야 한다. 이제서야 발등에 불이 떨어진 현재 한국의 모습과 유사하다.

수발보험의 목적과 대상

독일이 수발보험을 도입한 목적은 수발보험법 14조에 명확하게 표기돼 있다

요양보험은 심한 요양이 필요한 상태로 인하여 연대적 지원을 받아야 할 자를 돕는데 그 목적이 있다.

- 독일 수발보험법 1장 4조

, 수발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적절한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수발보험의 기본 목적이다.

수발보험의 대상은 전 국민이다. 법적 의료보험 피보험자는 모두 의무적으로 수발보험에 가입해야하기 때문에 수발보험가입자는 의료보험대상자와 동일하다. 법적 의료보험에 의무 가입되지 않은 사람, 예를 들어 프리랜서나 자영업자의 경우에도 사적 수발보험에 의무적으로 가입해야만 한다. 이 중 수발보험의 급여대상자는 신체적, 정신적 질병 그리고 일상적이고 규칙적으로 반복되는 활동의 장애로 인해 일상생활에서 상당한 정도의 도움이 6개월 이상 지속적으로 필요한 사람이다.

수발보험의 운영과 재정

수발보험의 운영기관은 수발금고이다. 재원을 마련해 수발보험의 대상자에게 수발급여를 지급한다. 수발금고는 재원을 마련하고, 수발시설 및 서비스 제공자와 계약을 체결해 대상자에게 수발급여를 보장해야 할 의무가 있다.

독일 장기요양보험은 부과방식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고용주와 피고용자가 절반씩 부담한 보험료가 급여의 주요 재원이다. 재정구조의 이원화로 경상운영비와 급여지출비는 장기요양조합이 보험료 수입 내에서 책임지고, 주정부는 시설유지와 투자를 책임진다.

제도 시행 초, 1995년 연간 총 수입 1%에서 시작한 보험료율은 2017년 기준 2.55%이다. 여기에 자녀가 없는 피고용자는 0.25%를 추가 납부해야함이 특이점이다. 1995년부터 1998년까지는 재정흑자가 유지되었지만, 1999년부터 수발을 요하는 사람의 수가 늘어 재정적자가 나타났다.

(독일 수발보험의 운영 체계. 그래픽=국민건강보험공단 제공)

수발보험 급여

수발급여는 보통 현물급여와 현금급여로 나뉘는데 현물급여는 우리의 시설급여로 수발금고와 계약관계가 있는 전문 수발인에 의해 수발을 받는 피보험자에게 주어진다. 반면, 수발금고와 계약관계가 없는 수발 인력이 수발을 돕거나 수발필요자가 스스로 기본수발과 가사지원을 마련할 수 있는 경우에는 현금급여를 지원받을 수 있다. 이는 수발자에 대한 임금이라는 성격이 강한 현물급여와는 달리 수발필요자의 선택을 존중하여 피보험자의 자율권을 강화하려는 의도가 있다.

현금급여는 수발필요자에게 집에서의 수발동기를 제공함으로써 익숙한 환경에 머물 수 있도록 장려하며 현물급여에 비해서는 급여수준이 낮지만 선호도가 높다. 우리나라의 경우 가족이 직접 요양을 할 경우 급여의 일부를 지원하는 제도도 여기서 나왔다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의 제도보다 조금 진화되어 현물급여와 현금급여의 병행도 가능하다. 이때, 피보험자는 수발활동의 종류에 따라 전문가의 지원을 받을지 가족, 친구, 이웃에게 맡길지를 결정하여 현금과 현물급여를 적절한 비율로 신청하면 된다.

인정조사와 등급

수발보험급여를 받기 위한 인정조사의 등급판정도구는 6개의 모듈로 구성되어 있다. 모듈마다 점수 값은 자립성의 손상 또는 능력에 따라 0~4의 점수를 배정한다. 수발등급판정은 의학심사원(MDK)에 의해서 이루어지며 일정 기준에 따라 수발금고에 통보한다. 수발금고에서 수발 등급을 최종 판정하고 신청자에게 통보하고 수발급여를 제공한다. 등급에 따라 기본수발(신체, 영양, 이동과 관련된 수발)과 가사원조의 도움 빈도, 그리고 지원받는 수발급여의 금액은 각기 다르다.

(수발보험의 6개 모듈 구성 및 비중. 그래픽=국민건강보험공단 제공) 

대폭 개선된 수발보험

2012년까지 독일의 독일 수발보험은 치매환자에 대한 대책이 없었다. 또한 가정수발과 현금급여를 우선하는 제도로 인해 가족이 가장 큰 부담을 지고 있다. 연방의회에서의 수발보험 개혁에 대한 논의 후 연방정부는 수발보험의 개혁을 위한 일련의 과정을 진행했다. 연방정부 수발보험개혁안의 핵심 내용은 치매환자의 보장 강화와 외래수발 강화였다.

개혁 이전까지 수발 0 등급은 단순히 100 또는 200유로의 추가적인 돌봄 서비스를 받을 수 있었지만, 개혁안에는 현금수발 또는 현물수발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수발수급자 가족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방안도 포함됐으며, 피보험자가 장소와 시간 등 수발서비스와 관련된 사항 중 일정 부분 선택할 수도 있도록 했다. 의료보장을 위해 예산도 편성하여 의료기관을 직접 방문하기가 쉽지 않은 시설의 수급자에게 보다 나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기틀도 마련했다. 그러나 개혁안에는 수발보험료의 인상도 포함됐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시사점

우리나라는 장기요양등급을 받기 쉽지 않다. 독일이나 타국에 비해 더 엄격해서일까독일과 우리나라는 동일하게 장기요양상태를 등급으로 구분하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들어가 보면, 독일은 5개등급으로 나눠져있고, 2개 등급은 급여 수준이 낮다. 우리나라는 현재 기본 3개 등급으로 되어 있고, 치매환자를 위한 등급과 등급외 판정자가 있다.

장기요양보험 재정의 안정은 일차적으로 장기요양 인정체계의 내실화에 달려있다. , 장기요양 인정체계가 급여를 지급받을 수 있는 자를 선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정확하고 납득이 갈 수 있는 인정판정평가가 이루어져야 한다. 그 이후 인정자에 의한 급여지출이 전체의 보험 재정 규모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독일은 보험재정규모에 따라 신축적으로 장기요양 인정자수를 가감하는 정책을 취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계획상으로는 보험급여대상자를 확대시킬 예정이나, 보험재정의 지출이나 보험료의 증가폭 등을 감안하여 확대시기를 지연시키고 있는 실정이다.

장기요양상태를 판가름하는 고령자의 일상생활동작(ADL)은 독일과 한국에서 유사한 지표로 평가하고 있고, 장애상태도 유사하다. 다만, 국가가 경증에 해 당하는 자에 대한 판단은 어느 정도의 규모로 공적보호대상으로 포함시키고 있는가에 달려있다. 한국과 독일은 그 기준이 다를 뿐이다.

우울하게도 노인장기요양보험의 재정수입가능 규모를 고려한다면 향후에도 급격한 장기요양 인정자수의 변동은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장기요양대상자의 규모를 확대도 시급하지만 요양인정 신청자가 납득이 갈 수 있도록 하는 평가체계의 구축이라도 우선적으로 개선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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