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건희의 산책길㊸] 환기미술관, ‘미술관 일기’로 예술적 소통 그리고 이음

천건희 기자
  • 입력 2022.07.18 16:55
  • 수정 2022.07.19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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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관 30주년 기념전 ‘미술관 일기’, 본관에서 7월 31일까지 전시
전시 ‘우리끼리의 얘기’는 올해 연말까지 달관에서 이어져

환기미술관 전경/촬영=천건희 기자
환기미술관 전경/촬영=천건희 기자

[이모작뉴스 천건희 기자] 환기미술관이 개관 30주년을 맞았다. 개관 30주년 기념전 <미술관 일기>를 지난 7월 3일 관람했다. 환기미술관은 1992년 추상미술의 거장 수화(樹話) 김환기(1913~1974)의 부인 김향안(1916~2004) 여사가 김환기 화백을 기리고, 현대미술 발전에 공헌하고자 건축가 우규승의 설계로 부암동에 설립한 미술관이다.

촬영=천건희 기자
환기미술관 본관/촬영=천건희 기자

환기미술관은 본관, 별관, 달관(수향산방)으로 이루어져있다. <미술관 일기> 전시가 이루어지는 본관에 들어서면 김환기 화백과 김향안 여사가 파리에서 찍은 흑백 사진이 맞이해준다. 사진 앞에는 김향안 여사가 1988년부터 1992년까지 손으로 쓴 일기장이 전시되어 있다. <미술관 일기>는 지난 30년간 환기미술관에서 이루어진 200여회 전시 중 주요 전시를 아카이브 자료와 실제 작품들을 전시하여 미술관의 역사를 보여준다. 김환기 화백의 작품 외 환기재단 작가와 역대 프리환기(Prix Whanki) 수상작도 함께 전시되어있다.

휴대폰으로 전시 리플릿의 QR코드를 찍으면 전시 안내를 들을 수 있는데, 도슨트의 설명과 함께 작품별로 시민 참여자의 감상이 녹음되어 있어 새로웠다. ‘함께 만드는 뮤지엄’ 행사의 하나로 진행된 「모두의 소장품:들리는 전시 <뮤지엄 보이스>」가 바로 그것이다. 어린이, 시각장애인, 지역 주민, 노인 등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해 작품 감상을 감상평이나 연주 등 각자의 방식으로 음성 콘텐츠로 만들었다. 모든 사람에게 경험으로서의 예술을 제공하는 베리어프리(barrier free) 뮤지엄의 실천이 느껴져 좋았다. <뮤지엄 보이스 맵>은 환기미술관의 내외부가 일러스트로 이해하기 쉽게 만들어져 환기미술관 실내 뿐 아니라 야외의 많은 작품들을 놓치지 않고 관람할 수 있다.

비트라유/촬영=천건희 기자
비트라유/촬영=천건희 기자

환기미술관은 김환기 화백의 큰 작품 크기에 맞는 높은 천장과 자연채광, 한가운데 중정으로 관람객에게 시원하고 여유로운 느낌을 준다. ‘매화와 항아리’,‘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등 관람객이 선정한 환기미술품의 인기 소장품들을 직접 관람할 수 있음은 큰 감동이다. 김환기 화백 작품을 모티브로 김향안 여사가 프랑스 장인에게 의뢰해서 만들었다는 비트라유(유리에 그림을 그린 색유리)의 선들은 여전히 멋지다.

뮤지엄 타임캡슐/촬영=천건희 기자
환기미술관 별관/촬영=천건희 기자

별관은 관람객이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는 공간으로 <환기미술관 즐겨찾기>와 <뮤지엄 타임캡슐:미래로 향한 뮤지엄>이 열리고 있다. 30년 동안 미술관을 찾은 관람객들이 쓴 방명록의 서로 다른 필체가 작품화되어 전시되어 있다. 디지털 콘텐츠를 활용해 김환기 화백처럼 나만의 패턴을 만들어 커다란 스크린 위로 띄울 수도 있다. 뮤지엄 타임캡슐은 관람객과 함께 공유하며 미래 뮤지엄으로 나아가려는 환기미술관의 뜻이 느껴졌다.

매화와 항아리(김환기 作)/환기미술관 제공
매화와 항아리(김환기 作)/환기미술관 제공

수향산방 입구로 가는 길 건물 벽에는 김환기 화백의 미술관 건립 마음이 담긴 일기가 적혀있다.

재미난 생각을 했다.

우리 집(서울 서교동) 공지에

4층 집을 짓고 두 층은 우리가 쓰고

두 층은 사설 미술관을 하자고.

음악 학생, 무명 음악가로 하여금

연주회도 하고

그림엽서 출판도 하고.....

1965년 1월 17일. 김환기 일기

촬영=천건희 기자
수향산방/촬영=천건희 기자

달관 2층 수향산방에는 <우리끼리의 얘기, 환기미술관이 건립되기까지>가 전시되고 있다. 수향산방은 성북구에 있었던 부부의 옛집 이름으로 김환기 화백의 호 수화와 김향안 여사의 이름에서 한 자 씩을 넣었다. 김환기 화백과 김향안 여사가 남긴 기록을 바탕으로 실제 환기미술관이 건립되기까지의 여정을 보여준다. 김향안 여사는 1989년부터 1994년까지의 환기미술관 건립에 대한 기록이 담긴 책 『환기미술관을 세우면서-우리끼리의 얘기』를 미술관 개관 2년 뒤인 1994년에 펴냈다.

“미술관은 내용이다.

아무리 아름다운 집을 지었어도 그 안에 담긴 내용이 관람자의 마음을 울리지 못할 때

그 미술관은 아무것도 아니다.

.

.

미술관 일기는 이렇게 시작되어 계승자들에 의해서 계속 이어질 것이다”

미술관 일기(2022년 개정판)/촬영=천건희 기자
미술관 일기(2022년 개정판)/촬영=천건희 기자

절판되었던 귀한 기록이 환기미술관 30주년을 맞이하여 2022년도 개정판 『미술관 일기』로 발간되었다.

수향산방에는 김환기 화백과 김향안 여사가 함께 행복한 꿈을 꾸었던 뉴욕 스튜디오가 재현되었고 물감과 붓 등의 유품도 전시되어 있다. 김향안 여사의 ‘미술관 일기’를 영상으로 재해석한 영상이 계속 흘러나온다. 서로에 대한 예술적 지지와 존경의 마음을 엮어간 일화들과 문구들은 언제 보아도 가슴 뭉클하고 감동이다.

사람들이 와서 모두 미술관을 즐기니 나도 흐뭇하다

더 재미나게 즐길 수 있는 일을 자꾸 생각해 내고 싶다

나는 미술관 일기를 계속한다.

나만의 기록이 될 수도 있고 만인의 기록이 될 수도 있으니까

/ 김향안

환기미술관은 예술가가 남긴 훌륭한 예술세계가 시간과 더불어 우리 문화유산으로 역사에 남는다는 김향안 여사의 마음과 헌신이 담겨 있는 곳이다. 환기미술관의 ‘예술로써 소통하는 사회로의 꿈’의 미래 비전을 응원하는 마음이다.

본관과 별관에서의 전시인 <미술관 일기>와 <뮤지엄 타임캡슐>은 7월 31일까지 운영되고, 달관 전시 <우리끼리의 얘기>는 2022년 연말까지 이어진다.

뮤지엄 보이스 맵/촬영=천건희 기자
뮤지엄 보이스 맵/촬영=천건희 기자

환기미술관 관람 덕분에 부암동 나들이로 ‘윤동주 문학관’과 ‘더숲 초소책방’을 둘러봄은 덤이다. 윤동주 문학관은 윤동주 시인의 발자취와 생애를 기리기 위해 버려진 있던 청운수도가압장의 물탱크를 새로 단장하여 2012년 개관했다. 서시가 적힌 전망 좋은 윤동주 시인의 언덕도 바로 뒤에 있다. 인왕산길을 오르면 ‘더숲 초소책방’을 만난다. 이곳도 윤동주 문학관처럼 재생공간이다. 청와대 방호 목적으로 건축되어 경찰초소로 이용되어온 건물을 되살린 북카페이다. 새로 구입한 『미술관 일기』를 전망 좋은 곳에서 읽는 호사를 누린다.

집에 오는 내내 김환기 화백의 글이 마음에 남는다.

사람은 혼자만이 재미있게 살 수 없는 것이다.

서로 어울리고 사람을 사람으로 알아보고

가시울타리도 걷어치우고 살 수 있지 않을까/ 김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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