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식의 인생 바라보기㉟] 고지식한 Z씨의 여름 분투기

윤창식 칼럼니스트
  • 입력 2022.07.20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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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창식-수필가- 前 초당대학교 교양교직학부 교수- 문학과환경학회 회장 역임
▲윤창식
-수필가
- 前 초당대학교 교양교직학부 교수
- 문학과환경학회 회장 역임

Z씨는 이제 70고개를 넘어가는 길목이니만큼 기억력도 옛날만 못한 것 같아 티비에서 알려주는 각종 뉴스와 정보를 잊어먹지 않으려고 무진 애를 쓰는 중이었다. 하지만 하루가 멀다하고 티비 자막을 수놓는 영문으로 된 각종 용어들은 영문도 모르는 것이 너무 많아 짜증이 났다.

며칠 전에도 대한노인회 G군 지회 노인놀이방에서 옆 마을 김영감에게 LTV를 '쌍방향 디지털 TV'라고 우기다가 그것이 정작 주택담보대출 약자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스타일을 팍 구긴 사건 이후로 한동안 티비시청을 기피하였고 TV라는 글자만 봐도 기함할 정도였다.

하지만 며칠 못가서 Z씨는 티비를 힐끔거리다가 전문용어를 또 만나고 말았다. 노인성 치매 예방에는 DHA가 많이 들어있는 식품이 좋다는 것이 아닌가. Z씨는 슬그머니 노인정 문을 나서서 바로 앞 다도해슈퍼 안을 서성거린다. DHA가 많은 상품을 찾아 나선 것이다.

슈퍼 곳곳을 뒤진 끝에 DHA라는 글자가 큼지막하게 적힌 꽁치통조림을 발견하고 희색이 만면하여 일곱 통이나 사들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콧노래까지 흥얼거렸다.

노인정에서 무료로 스마트폰 다루기 강습을 받은 실력으로 '꽁치 맛나게 끓이기'를 검색해서 나름 요리를 완성한 것까지는 애교스럽게 봐줄만 했으나 꽁치찌개 분량을 너무 많이 끓여놓고 매끼니 줄창 꽁치찌개만 먹어대는 바람에 배탈이 났으니 이를 어쩐다?

Z씨는 배를 움켜쥐고 읍내 병원을 찾았다.

의사 : 어르신, 뭘 잡수셨어요?

Z씨 : 으응. 노인정에서 에치디에이디치든가, 그 뭐시냐 고것이 몸에 좋다고 갈케 줘서 삶아묵었제잉.

의사 : 뭘 삶아 드셨다고요?

Z씨 : 아, 디에이디에이치디라니께!

의사 : 하하 어르신. 디에이치에이 말씀이시군요.

Z씨 : 그렇다니께! 에이치에이디에이치디...

의사 : 어르신께서 티비나 스마트폰을 너무 많이 보신 모양이군요 하하. 꽁치에는 오메가3에 해당되는 DHA가 많이 함유되어 있고요. ADHD는 주의력 결핍 아이를 말하는 겁니다. 아마 두 용어가 비슷해서 혼동을 일으키신 것 같네요.

Z옹 : 헐~ 젠장맞을!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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