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엔딩] 삶의 마지막 돌봄 '조력 존엄사'법 국민 80% 찬성

김남기 기자
  • 입력 2022.07.20 16:12
  • 수정 2022.08.11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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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모작뉴스 김남기 기자] 환자가 의사의 도움을 받아 스스로 삶을 마무리할 수 있는, '조력 존엄사(의사조력자살)' 법안이 지난달 발의됐다. 더불어민주당 안규백 의원은 지난달 15일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조력 존엄사(의사조력자살)'법안의 의미

2018년 연명의료결정법 시행으로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제출하면, 환자가 무의미한 연명의료를 중단하는 것은 허용했었다. '조력 존엄사(의사조력자살)'법안은 연명 치료를 중단하는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가 말기 환자가 원하면 의사의 도움을 받아 스스로 삶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조력 존엄사'는 의사가 약물을 준비하면 환자 자신이 그 약물을 주입해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것을 의미한다. 의사가 직접 환자에게 투여하는 '전통적' 의미의 안락사와는 차이가 있다.

'조력 존엄사'는 3가지 조건이 있다. △우선 말기 환자여야 하고, △수용하기 어려운 고통이 있어야 하며, △환자 본인이 담당 의사와 전문의 등 의사 2명에게 조력 존엄사를 하겠다는 요청을 해야 한다. 보건복지부 장관을 위원장으로 하고 의료와 윤리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조력존엄사 심사위원회'의 심사를 거치도록 했다.

(등록 100만 명 달성을 앞두고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이 홍보물을 배경으로 기념 촬영. 사진=보건복지부제공)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 100만 명 달성을 앞두고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이 홍보물을 배경으로 기념 촬영. 사진=보건복지부제공)

외국 ‘존엄사’ 관련 법안

다른 나라에서는 ‘존엄사’에 ‘의사조력자살’을 포함하고 있다. 2001년 네덜란드에서 세계 최초로 합법화됐고, 이후 벨기에, 스웨덴, 룩셈부르크, 스위스, 콜롬비아, 캐나다 퀘백주 등에서 합법화됐다. 미국은 11개주에서 의사조력자살 (physician-assisted suicide, 안락사)을 허용하는 법을 입법하는 과정에서, 법안명칭을 대부분 존엄사(Death with Dignity Act)로 채택했다.

스위스의 ‘디그니타스(Dignitas)’는 안락사를 합법적으로 도와주는 단체로, 인간의 존엄성으로 삶과 죽음을 보장하고, 죽어가는 환자의 동반 및 스스로 결정한 삶의 끝을 지원한다. 스위스의 디그니타스 병원은 유일하게 외국인의 안락사를 허용한다. 1998년 설립된 이 병원에서 2014년까지 안락사한 사람은 1905명이었다. 이중 한국인은 18명이 안락사를 신청했었다.

'조력 존엄사(의사조력자살)' 국민 의식조사

'조력 존엄사(의사조력자살)' 법안 첫 대국민 조사 결과, 국민 10명 중 8명은 ‘조력존엄사 입법화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국민 10명 중 6명은 대통령과 국회가 '품위 있는 죽음(웰다잉)을 지원한다'는 선언을 함께 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지난 13일 여론조사기관 한국리서치는 7월 1일부터 4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력존엄사 입법화 및 지원'에 대한 여론을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조력존엄사 입법화’에 찬성한다는 의견은 82%로 나타났다. 반대한다는 응답은 18%였다. 연령별로는 60세 이상의 찬성 비율이 86%로 가장 높았다. 반대 의견의 경우 30대가 26%로 다른 연령층에 비해 높게 나타났다.

조력 존엄사 입법화에 찬성 이유로는 '자기 결정권 보장'이라는 답변이 25%로 가장 많았다. 이어 '품위 있는 죽음에 대한 권리'(23%), '가족 고통과 부담'(20%) 등의 순이었다.

연령대별로 조력 존엄사 입법화에 찬성하는 이유는 차이를 보였다. 자기 결정권 보장은 18~29세에서 44%로 가장 많았다. 품위 있는 죽음에 대한 권리는 60세 이상에서 29%, 가족 고통과 부담은 40대에서 26%로 각각 높게 나타났다.

조력 존엄사 입법화 반대 이유로는 '생명존중'이라는 응답이 34%로 가장 많았다. 이어 '악용과 남용의 위험'(27%), '자기 결정권 침해'(15%) 등이 뒤따랐다. 생명존중이라는 답변은 50대 이상(50대 46%·60세 이상 44%)에서 가장 많았다. 악용과 남용의 위험은 18~29세에서 42%, 자기 결정권 침해는 60세 이상에서 19%로 각각 높게 집계됐다.

조력 존엄사 입법화 여론
(조력 존엄사 입법화 여론. 그래픽=뉴시스 제공)

국민 대다수는 품위 있고 고통 없는 생애 말기를 보장하고 가족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건강보험 재정 지출을 절감해 호스피스와 연명의료를 확대하고 '광의의 웰다잉' 지원에 투자하는 것에 대해 긍정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정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건강보험 재정에 투입하는 비용을 절감해 '광의의 웰다잉' 지원을 위해 선제적으로 투자하는 것에 대해 응답자의 80%가 찬성한다고 답했다. 건강보험 재정, 건강증진 기금, 정부출연금, 기부금을 재원으로 한 '웰다잉 문화기금' 설치와 지원에 대한 찬성한다는 의견이 80%로 나타났다. 특히 60세 이상에서 87%로 응답률이 높았다.

웰다잉을 위한 국가 지원 필요성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2018년 '입원형 호스피스·완화의료 사업효과 분석'에 따르면 말기 암 환자가 진단 후부터 사망하기 1~6개월 전 일반 병원이 아닌 입원형 호스피스(임종이 임박한 환자들이 편안하고도 인간답게 죽음을 맞을 수 있는 병원)를 이용하면 정부의 건강보험재정 지출액이 환자 1인당 평균 370만 원 절감된다“고 발표했다.

광의의 웰다잉은 호스피스 및 연명의료 결정을 넘어 품위 있는 죽음을 위해 독거노인 공동 부양, 성년 후견인, 장기 기증, 유산 기부, 인생노트 작성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미국, 영국, 대만, 일본 등에서는 이미 호스피스 설치 기금을 모으고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국가가 책임지고 “웰다잉을 필요로 하는 말기 환자들과 이들의 마지막 생애를 돌보는 가족과 전문가들, 봉사자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직접 선언해야 한다는 의견도 다수 나왔다.

국가가 웰다잉을 지원한다는 선언을 대통령과 국회가 함께 해야 한다는 의견이 62%로 나타났다. 행정부와 입법부의 공동 선언이 단독 선언(대통령 단독 선언 7%·국회 단독 선언 24%)보다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삶의 마지막 돌봄'...인간답게 살아가기 위한 의사결정

영국은 '삶의 마지막 돌봄' 국가전략을 추진해왔고, 미국은 카터 대통령 때부터 오바마 대통령때까지 매년 11월을 '국가 호스피스 달'로 선포하고 있다. 또 캐나다는 국회가 모든 캐나다인의 권리로 '삶의 마지막 돌봄' 정책을 주도하고 있다.

안경진 박사는 생명윤리정책협동과정 논문 ‘삶의 마지막 시기 돌봄 의사결정에 관한 연구 : 노년기 사전돌봄계획의 개선 방안을 중심으로‘에서 “인간답게 살아가기 위한 의사결정지원책으로 사전돌봄계획과정은 노인의 자기 결정권이 존중되고 그들의 부족한 의사결정능력을 보충해 줄 수 있는 의사결정지원 방안이다”며, “이는 노인 삶의 마지막 시기를 좋은 죽음을 대비하는 동시에, 여전히 인간다운 삶을 유지할 수 있는 절차적 과정으로 활용될 수 있기 때문에 중요한 의의가 있다.”고 했다.

“또한 사전돌봄계획과정과 함께 노인과 돌봄 주체들의 의사결정역량을 향상시키기 위해 생명교육과 죽음교육의 필요성을 제안함으로써 삶의 마지막 시기 돌봄에 관한 사회적 인식변화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초고령사회에 접어들고, 1인가구의 증가에 따라 존엄한 죽음에 관련된 다양한 논의가 필요한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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