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용의 以目視目] 지구의 온도는 사람의 체온처럼 예민하다

정해용 기자
  • 입력 2022.07.26 10:16
  • 수정 2022.07.26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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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온도는 사람의 체온처럼 예민하다 지구의 온도는 사람의 체온처럼 예민하다

"집단행동이냐! 집단자살이냐!"

[이모작뉴스 정해용 기자] 지구의 기후변화에 대해 실질행동을 촉구하는 유엔의 경고가 절박하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지난 주 베를린 페테르부르크 국제 기후회담에 부친 영상메시지에서 한 말이다.

우리에겐 단 하나의 선택이 남았습니다. 집단행동에 나설 것인가 집단자살을 택할 것인가. 그 선택은 우리의 손에 달려 있습니다.
(We have a choice. Collective action or collective suicide. It is in our hands)

지난 세기부터 기후변화의 위험성과 그 심각성에 대한 경고는 수없이 반복되어 나왔지만, 국제기구의 최고 책임자의 입에서 이번처럼 강력하고 직접적인 어휘가 사용된 적은 없는 것 같다.

런던의 기온이 섭씨 40도를 웃돌고 유럽 전역과 남북미 대륙에서 전쟁보다 심각한 산불·화재 피해가 반복되고 있다. 따라서 유엔 수장의 경고는 비로소 현실적 메시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지금이 한겨울이어야 할 남극대륙에서는 영상의 기온이 계속되면서 눈 아닌 비가 내리고 있다고 한다.

기후변화의 양상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이상고온, 전례 없는 폭우, 폭풍, 폭설은 물론, 가뭄, 대형화재, 산불, 해양에서의 엘니뇨현상 같은 것들이 금세기 들어 해마다 뉴스지면을 장식하고 있다. 국제기구의 언급에 따르면 이러한 기상재해는 지구상 절반 이상의 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다. 나머지 지역들도 기후변화가 가져올 위험들로부터 벗어나있지는 못하다.

국제사회가 기후변화에 대한 과학자들의 경고를 현실로 받아들이고, 전 지구적인 공동대응을 결의한 것은 최소한 3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2년 6월, 브라질 리우 데 자네이로에서 지구 인류를 대표하는 108개국 정상, 172개국 대표단이 참석한 거창한 협약식 이후 지금까지, 형식적으로는 기후변화에 대한 국제적 협력과 행동의 결의가 이어져 왔다. 그러나 구체적인 결실은 별로 신통치 않았다. 20년 뒤에 다시 열린 리우 국제회의에선 그 20년 동안 성과가 별로 없었다는 초라한 결론이 내려졌다. 다시 10년이 흘렀다. 얼마나 성과가 있었을까. 최대 산업국이자 책임분담의 당사국인 미국이 조지 부시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때 이 협약으로부터 달아나려 했던 일을 포함하여, 어떻게든 책임을 ‘지구 공동’에 떠넘기고 자신들만은 예외가 되고 싶어 하는 이기적 정부들에 의해 협약은 제자리걸음을 되풀이 했다.

오히려 ‘지구의 기상변화가 인간 때문이 아니라’는 식의 책임회피 논리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인류의 무분별한 환경파괴와 화석연료 남용이 분명히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것은 과학적으로 부정하기 어려운 사실이다. 지구 대기의 평균기온은 19세기 산업화 시대 이전에 13.7도였으나 지금은 14.9도를(2025년 예상치) 바라보고 있다.

2015년 ‘파리 기후협정’에서는 세계 194개국 대표단과 유럽연합이 지구의 기온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이내에서 묶어두자는 목표에 합의했다. 2도까지 오르는 것을 막지 못하면 지구 인류는 파멸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한다. 이미 1.0도 이상 올라왔으니 이 목표는 거의 한계점에 이른 셈이다. 온실가스 배출 억제(2050년까지 증가율 제로 목표)와 친환경 에너지 개발은 이 목표를 이루기 위한 구체적인 전략요소의 단면들이다.

어떻게 기온을 낮출 것인가라는 지침보다 중요한 것은, 기온 상승을 막는 일이 왜 중요한가를 지구촌 시민들이 제대로 이해하는 일이다. 목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면 아무리 확실한 수단을 제시해도 잘 이행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자발적인 참여와 실천은 마음으로부터의 공감에서 나온다.

우선 우리는 지구를 살아있는 생명체(유기체)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우리 인체는 평균 36.5도, 36~37도 사이의 체온을 유지할 때 건재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체온이 37도를 넘어서면 미열상태가 되고 38도를 넘어가면 누구라도 견디기 힘들어진다. 단 1~2도의 차이로 건강의 균형이 흐트러지고 심하면 목숨까지 위험해지는 것이다.

지구의 평균 기온이 1~2도 오르내리는 것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있다면, 이 비유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지구는 살아있는 유기체며, 거기 붙어사는 인간은 지구의 건강여부에 따라 결정적인 영향을 피할 수 없다. 지구 기온이 1.5도 이상 오르지 않도록 노력하자는 것은 바로 고열상태의 환자에게서 눈을 떼지 않고 모든 수단을 강구하자는 것만큼이나 절박하고 현실적인 주문이다.

‘생존을 향한 집단행동, 아니면 집단자살.’ 이 선택의 기로는 바로 지금 이 시점이다. 국제협약이 제시하고 호소하는 인류와 지구 공존의 목표를, 바로 내 나라와 내 가족·이웃을 위해 피할 수 없는 현실적 과제로 받아들일 때다.

▶ 以目視目(이목시목): <장자> 서무귀편에 나오는 말로, 어떤 고정관념이나 편견·선입견에 얽매이지 않고 어린아이처럼 있는 그대로를 보고 듣고 생각하는 것이 인간의 본래 모습(眞人)에 가까움을 강조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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