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 이슈파이팅] '행복한 노동, 따뜻한 돌봄'... 서울시사회서비스원 '성동종합재가센터'
[돌봄 이슈파이팅] '행복한 노동, 따뜻한 돌봄'... 서울시사회서비스원 '성동종합재가센터'
  • 고석배 기자
  • 승인 2022.07.27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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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모작뉴스 고석배 기자]  '성동종합재가센터' 칠판에는 '건강하고 행복한 노동, 섬세하고 따뜻한 돌봄'이라는 글귀가 적혀있다. 서울시 사회서비스원의 1호 센터인 성동종합재가센터 방문 후 첫인상은 따뜻했다. '통합돌봄'을 지향하는 기관답게 그들의 미소에서 편안함을 느꼈다. 

통합돌봄이란 노인이나 장애인이 자기가 사는 곳에서 개개인의 욕구에 맞춰 누리는 돌봄 서비스이다. 또한 사회와 어울려 살아갈 수 있도록 의료, 가사, 돌봄 등 다양한 분야에서 통합적으로 제공하는 서비스를 말한다. 현재 민간의 재가서비스는 서비스 간 연계부족으로 어르신과 장애인이 집, 주민센터, 보건소, 복지관, 병원 등을 비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통합돌봄은 이용자들의 돌봄불안 해소 뿐만 아니라 의료와 복지등 사회적 비용의 감소를 위해서도 필요성이 크다.

'통합돌봄'을 위한 서울시사회서비스원 출범

공공이 책임지는 통합돌봄 사회서비스를 위해 2019년 2월 서울특별시사회서비스원(이하 서사원)이 출범했다. 이는 정부와 서울시의 공약이었다. 이어 그해 7월에는 1호 센터인 성동종합재가센터를 개소했다.

서사원은 현재 12개의 종합재가센터와 2개의 주간보호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은평, 강서, 송파, 영등포, 양천, 도봉, 중랑, 강동, 서대문종합재가센터는 장기요양과 돌봄SOS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본형이다. 확대형으로는 기본형(장기요양+돌봄SOS) 서비스에 장애인 활동지원 서비스를 추가한 노원종합재가센터가 있고, 기본형 서비스에 주야간보호 서비스를 추가한 '통원형'의 마포종합재가센터와 주야간보호 서비스를 전담하는 강서구립든든케어가 운영되고 있다. 

(서사원 성동종합재가센터 직원들, 성용숙 센터장(우측 끝), 정옥임 활동지원사(좌측 5번째). 촬영=고석배 기자) 

국내 유일 '간호특화형' 종합재가센터

성동종합재가센터는 ‘간호특화형’이다. 확대형(장기요양+돌봄SOS+장애인활동지원)에 방문간호가 추가된 모형이다. ‘간호특화형’이기에 간호사가 센터 내 상주하고 있어 서비스 과정에서 발생하는 의료상의 문제에 즉각적인 개입이 가능하다. 또 현장의 요양보호사나 장애인활동지원사와 수시로 소통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추어져 있다.

성동종합재가센터는 간호사 외에도 작업치료사, 사회복지사 등이 있어 서비스 제공자(요양보호사+장애인활동지원사)와 유기적으로 결합하며 혼자서 해결하기 힘든 사항을 함께 해결해 나간다. 특히 이용자 초기 상담 시 간호사가 동반하여 건강 상태 확인과 적절한 의료정보를 제공하고 필요시 건강 관련 지역 자원을 연계해 줄 수 있는 것은 다른 종합 센터와의 차별성이다. 이는 서사원이 애초에 구상했던 통합돌봄의 표본이기도 하다.

서울시에는 25개의 구가 있다. 서사원의 마스터플랜은 25개 구 모두에 종합재가센터를 설치하고 적어도 4개 권역은 통합돌봄의 완성을 위해 ‘간호특화형’으로 운영하는 계획이었다. 현재 요양보호사는 15회차의 채용을 하고 있지만 장애인활동지원사는 3회차 그리고 간호사는 1회차에 그치고 있다. 성동종합재가센터는 3명의 간호사가 근무하다가 얼마 전 모친의 건강악화로 간호사 1명이 그만두면서 현재 센터의 간호사는 2명이다. 장애인활동지원사 역시 퇴직자가 생긴 빈자리를 충원 못하고 있는 사정은 마찬가지다.

(성동종합재가센터 사례집. 촬영=고석배 기자)

행복한 노동, 따뜻한 돌봄

성동종합재가센터는 방문요양, 방문목욕, 돌봄SOS, 장애인활동지원, 방문간호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방문요양은 성동구 포함 2개 자치구, 장애인 활동지원은 14개 자치구, 방문간호도 12개 자치구에서 서비스를 하고 있다. 특히 방문간호와 장애인 활동지원은 많은 영역을 관할하다 보니 이동시간에서 많이 소비된다. 어떤 경우에는 1시간 서비스를 위해 왕복 3, 4시간을 거리에서 소모하는 경우도 있다. 그나마 공공 돌봄서비스로서 비영리를 추구하기에 가능하다. 민간돌봄이라면 벌써 중단됐다.

서사원의 기반 구축은 아직도 진행중이다. 그래서 1호 센터인 성동종합재가센터의 어깨가 무겁다. 시행착오도 먼저 겪어야 했고 애초 계획된 25개 기반이 다 갖춰지기 전 과도기의 불편과 고행도 감수하고 있다. 고전분투 중에도 얼마 전 활동 사례집을 만들었다. 많은 사람이 쉽게 이해 할 수 있도록 그림책으로 만든 사례집의 제목은 ‘행복한 노동, 따뜻한 돌봄’이다. ‘행복한 노동, 따뜻한 돌봄’은 직원 들이 직접 투표로 선정한 성동종합재가센터의 상징 표어이다.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지리산 도사님

(요양보호 사례-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지리산 도사님. 촬영=고석배 기자)

요양보호사 임정화 씨가 지리산 도사처럼 수염이 덥수룩한 이용자를 처음 만났을 때 방안에 배인 악취에 고민이 많았다. 집 안 대청소부터 했다. 날마다 씻기고 옷 갈아입히고 밥솥에 새밥도 해드렸다. 혹시나 길을 잃을까 GPS도 달아드렸다. 항상 머릿속 생각과 몸의 행동이 다른 지리산 도사님과 봄, 여름, 가을을 롤러코스터를 타듯 함께 보냈다.

그러던 어느 날 밤 한바탕 난리가 났다. 한밤중에 아들을 찾아 나선 것이다. 다행히 임정화보호사가 채워드린 GPS로 추적할 수 있었다. 이용자는 지리산이 아닌 상계동 불암산 중턱의 바위에 앉아 있었다. 코로나가 심해지면서 어르신은 요양 시설에 입소하게 됐다. 시설로 가는 날 오히려 요양보호사 걱정에 “나가 있으라” 했다. 코로나 때문에 인사도 제대로 못 한 이별이 너무 마음 아팠다.

우장산 어린 왕자

(장애인 활동지원 사례, 우장산 어린 왕자. 촬영=고석배 기자)

장애인 활동지원사 정옥임 씨가 우장산 어린 왕자의 현관문에 들어서면 항상 화장실부터 달려갔다. 첫인상이 깔끔하고 댄디해 그녀가 별명 붙인 어린왕자는 40대 신장암 환자였다. 철저한 위생관리가 중요해 화장실에서 손부터 씻고 항상 준비한 새옷으로 갈아 입어야 했다. 하반신 마비였던 그를 처음엔 머리 감기부터 시작하면서 소통의 눈을 맞췄다. 서로 신뢰를 쌓아가며 누워서 운동하기도 의기투합했다.

도전은 그리 녹록치 않았다. 그녀가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대변처리’다. 먼저 마음가짐을 임금님께 대하듯 한다. “당신은 특별한 존재요. 당신은 대접 받을만 하오!” 그녀는 이용자가 스스로 존엄한 삶이라는 것을 느끼게 해주려 노력한다. 그리고 우장산 어린 왕자가 두 다리로 일어나 여우도 만나고 장미도 만나는 기적을 꿈꾸어 본다.

256 초록 숲 핀셋 도시락 소풍

(방문간호 사례, 256 초록 숲 핀셋 도시락 소풍. 촬영=고석배 기자)

간호사 윤미정 씨는 2호선, 5호선, 6614번 버스를 타고 1시간 30분 여행을 한다. 목적지에 도착하면 ‘256 소풍 도시락’을 꺼내어 펼친다. 파란 사각 도시락, 빨강 소독 면봉, 노랑 비닐 주머니의 소변 백, 흰색 젤리. 정말 도시락 한 상이다. 병원 신입 시절 선배들은 상처 치료에 필요한 기구나 물품을 소독하여 포장해 놓은 세트를 도시락이라 불렀다. 어르신을 뵈면서 “어르신 저 왔어요. 오늘 소변 줄 갈아드리고 욕창 치료해 드릴게요.” 인사를 하고 오늘 할 일을 말씀드렸다. “아이고 선생님 오셨어요. 수고해주세요.” 어르신은 말씀이 정중하시고 늘 반말이 없다.

병원 밖에서 간호사라는 직업이 존중받지 못하는 것을 알게 됐을 때, 후회도 됐다. 그래도 힘들게 온 시간이 참 된 일이라는 걸 자신을 존중해주는 어르신이 알려주신다. 50분은 짧고 할 일은 많다. 이용자 집을 나오면 기운이 빠지면서 허기가 몰려온다. 다시 1시간 30분의 256 소풍을 시작한다. 그녀가 하는 일은 꼭 어릴 적 다니는 소풍 같다. 초록이 가득한 어르신 댁에서 도시락을 비우고 힐링을 가득 담고 돌아오는 소풍. 언젠가 어르신과 정말 소풍을 함께 가 도시락을 함께 먹는 날을 상상하며 오늘도 최선을 다한다.

(윤미정 간호사. 촬영=고석배 기자) 

비용의 문제가 아니라 정책의 문제

성용숙 성동종합재가센터장은 간호사다. ‘간호특화형’ 재가센터는 법적으로 간호사가 센터장을 맡는다. 그녀가 센터장을 하면서 새롭게 느낀 사실이 있다. 외부에 있을 때는 ‘장애인 활동 지원에서 방문간호가 과연 필요할까’라는 생각을 했다. 그들은 늘 병원 치료를 간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장애인들이 병원 가기 훨씬 더 어려웠고 무엇보다 장애를 돌보는 보호자들도 너무 지쳐있었다. 그리고 보호자들이 노인인 경우도 많았다. 사회적으로 소외된 지역의 빈민들은 병원 한번 가는 것도 부담스러웠고 집에서 소변줄과 콧줄을 교체해주는 방문 간호 서비스에 대한 정보도 미약했다.

성용숙 센터장은 민간 ‘방문 간호’가 활성화되지 못하는 건 비용의 문제라기보다 정책의 문제라고 말한다. 

민간에도 간호서비스는 있어요. 단지 정책적으로 모순되어 있어요.
간호사가 민간에서 최소 3만 원의 시급을 받는데 간호 요양서비스의 수가는 1시간 이하에 4만 5천 원으로 고정돼 있어요.
방문간호 수가는 요양방문 수가보다 3배가 높은데, 문제는 치료용품이 포함된 가격이라는 점입니다.
욕창밴드 하나가  오천원 정도 하는데  환자에 따라 욕창밴드 4, 5개가 들어가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그러니 편법으로 치료용품은 이용자가 준비하게 하기도 합니다. 
그런데도 수가가 많지 않아 방문간호 사업 운영의  어려움이 많아요. 

- 성동종합재가센터장 성용숙

(성용숙 성동종합재가센터 센터장. 촬영=고석배 기자)

방문간호는 민간도 열악하고 공공도 열악하다. 현재 서울시 전체를 단 2명의 간호사가 책임을 지고 있다. 인원이 적으니 동반 방문은 꿈도 못 꾼다. 혼자서 위험에 노출되는 경우도 감당해야 한다. 소변줄을 갈아주는 경우 여자만 있는 게 아니다. 최근 본사차원에서 성희롱이나 폭력에 대비해 녹음기도 마련해주었다. 응급처방이다. 추후 인력확대 등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인화로 뭉친 통합돌봄센터 

성동종합재가센터는 현재 요양보호사 27명, 장애인 활동지원사 27명 등 총 70여 명의 직원이 한배를 탔다. 비바람을 함께 맞고 3년을 항해해 서로에 대한 정도 애틋하다. 함께 회의도 하고 밥도 먹으면서 노인 돌봄과 장애인 지원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서로 이해한다. 간호사에게 건강 상태에 대한 피드백도 받고 작업치료사를 통해 맞춤형 치매 치료 방법도 배운다. 서로가 서로에게 귀감이 되고 희망이 된다. 그리고 자부심도 강하다.

요양보호사 임정화씨는 민간에서는 요양보호사를 '아줌마'라고 부르는데 서울시 사회서비스원의 명찰을 달고 현장에 나가면 이용자부터 많이 다르다고 한다. 어떤 이용자는 친구에게 자신을 “서울시에서 나온 요양 선생님”이라고 소개하며 자랑하기도 했다고 한다.

(임정화 요양보호사. 촬영=고석배 기자)

이용자 중심의 서사원

서사원의 가장 큰 장점은 이용자 중심이다. 종사자가 모두 정규직으로 민간의 시급제와 다르기에 종사제들로부터 질적 서비스를 제공 받을 수 있다. 요양보호사나 활동지원사의 휴가나 사정에 의한 공백이 발생돼도 동료 직원에 의해 곧바로 대처가 가능해 돌봄에 대한 공백도 없다. 무엇보다 다양한 돌봄이 연속적으로 필요할 때 통합 돌봄이 가능하다. 따로 요양보호사와 활동지원사 그리고 간호사를 부를 필요가 없다. 이용자 개인의 기록은 한 시트에 기록되어 있어 상황이 변화될 때마다 시간적, 경제적 낭비를 줄일 수 있다.

이용자 중심이란 현장중심이기도 하다. 아직 과도기적이라 미비한 점도 있지만 서사원은 현장중심, 이용자 중심을 지향한다. 그렇기에 종합재가센터의 센터장 이하 행정직원들도 현장경험이 있는 사람이 많다. 형태적으로 서사원은 서비스업이면서 서울시 출연기관 직원이다. 일의 경우에 공무마인드와 서비스마인드가 충돌할 때는 과감히 현장 중심의 서비스마인드가 중심이 되어야 한다.

성동종합재가센터에서 함께 일하다 불가피하게 떠난 사람들도 있다. 이들은 아직도 센터의 동료들은 물론 센터장과 연락하며 지낸다. 사람을 좋아한다는 성용숙 센터장의 인화 경영 때문이다. 그녀는 사진을 찍을 때도 가운데에 서지 않는다. 사례집이나 수기를 만든 주인공은 직원이고 자신은 언제나 도와주는 편집자라고 한다. 그녀는 사무실에 걸려 있는 한 폭의 그림을 가르키며 방문요양을 한마디로 설명한다.

“그림 속처럼 지나가다 이웃하고 만나 담벼락에서 애기하듯이 집으로 찾아가는 재가방문사업은 저렇게 이웃에게 안부를 묻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센터 사무실 칠판. 촬영=고석배 기자)

이웃에게 안부 묻기 

성용숙 센터장의 바램은 시민들을 위해 해보려고 했던 많은 서울시사회서비시원의 사업들이 빛을 보는 것이다. 지난 3년 간 공공기관에서의 돌봄이라고 해서 큰 뜻을 갖고 시작했다. 좋은 성과를 거둬 전국적으로 서사원의 모델이 확대되고 나아가 돌봄이 필요한 분들이 더 이상 사각지대에 방치되지 않는게 꿈이다.

얼마 전에는 한 청각장애인이 이용자 대표를 수락하며 한편의 글을 보냈다. 직원들에 대한 고마움과 함께 성동종합재가 센터 같은 공공 통합 돌봄 서비스가 주민센터처럼 더 가까이 확대되기를 바라는 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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