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재훈의 지구를 걷다 91] 베트남 오지 마을 가는 길2

윤재훈 기자
  • 입력 2022.08.10 14:41
  • 수정 2022.08.23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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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 마을 가는 길

흙 속에는 '마이코박테리엄 박카이(Mycobacterium vaccae)'라는 좋은 박테리아가 있는데,
맨발로 흙장난을 하거나 걷게 되면 그것이 우리 몸으로 들어와서 세로토닌을 더 많이 만들어준다.

(싸파 게스트하우스 앞에서. 촬영=윤재훈)
(싸파 게스트하우스 앞에서. 촬영=윤재훈 기자)

[이모작뉴스=윤재훈 기자] 삼거리에 위치한 게스트하우스 밖으로 새벽부터 오토바이 소리 요란하다. 미니버스에 실려 서양인들은 어디론가 떠나가는데, 근처에 있는 또 다른 오지마을, ‘박하’로 가는 것 같다. 경비가 넉넉하면 보다 효율적이고 편하게 여행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거리에는 망태 하나 맨 채 어릴 때부터 장사로 내몰린 아이들이 천지다. 그나마 학교라도 다니는 아이들은 훨씬 형편이 나아 보이는데, 몽족들이 많은 듯하다. 수를 놓은 가방과 모자 몇 개, 어머니나 할머니가 만들었을 것 같은데, 저것을 들고 온종일 거리를 헤맨다. 장사에 내몰린 아이들의 처지가 안타깝다.

프랑스나 중국인들은 그 옛날 점령군으로 혹, 여기에서 향수를 느끼지나 않을까? 조잡하게 흔들거리는 철근 구조물 위에서 10대의 어린아이들이 아무 안전장치도 없이 위태로이 공사를 하고 있다. 떨어질까 아찔하다.

조국이 가난하고, 상층부가 부패하며 국민이 불행해질 것이다. 거기에 이렇게 쏟아져 들어오는 관광객들을 보면, 상대적으로 느끼는 박탈감과 빈곤감이 또 얼마나 클까? 똑같은 처지에 사람들끼리만 살면 그런 감정을 느끼지 않을 것도 같은데, ‘평등한 세상’이란 단지, 문자 속에만 존재하는 것일까?

단지 그들의 삶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존중해 주는 것 이외에, 이방인으로 특별히 해줄 수 있는 것은 없다.

(하루종일 걸어 다니다 재래시장에 와서 저녁밥을 먹고 마을로 돌아가는 몽족 아주머니들. 촬영=윤재훈)
(하루종일 걸어 다니다 재래시장에 와서 저녁밥을 먹고 마을로 돌아가는 몽족 아주머니들. 촬영=윤재훈 기자)

그래도 새벽밥을 먹고 수십 리 길을 나와서 저것 한두 개 파는 것이 농사짓는 것보다 더 나아, 매일 저렇게 갓난아이까지 둘러업고 어린 딸까지 데리고 거리를 헤매는 것일까, 저녁 재래시장 밥집에서 만난 그들의 얼굴은 해맑다. 문득 그 옛날 고향 마을에서 만난 누이 얼굴 같다.

인간의 역사 자체가 ‘지배하는 자와 지배받는 자’의 악순환의 역사가 아닌가, 오직 정글의 법칙만이 난무하는 세상에서 도시의 거리는 사바나를 걷는 것 같다. 몽족은 사진 찍는 것에도 별로 거부감이 없다. 그러나 세계의 어떤 곳에서는 그들의 영혼을 빼앗긴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따핀 마을 매표소. 촬영=윤재훈)
(따핀 마을 매표소. 촬영=윤재훈 기자)

‘따핀 마을’을 간다. 이곳은 그야말로 모두 오지마을인데, 이곳은 매표소까지 있어 2만 동을 내고 들어가야 한다. 아이들이 맨발로 뛰어놀고 돼지가 천지를 돌아다닌다.

요즘 우리나라에서도 맨발 걷기가 건강에 아주 좋다는 소문이 늘어나면서 실행하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사실 인간은 원래 맨발로 살았다. 털 없는 원숭이로 나무 위를 맴돌다 일어나 두 발로 걷고, 두뇌가 활성화됐다. 도구를 사용하고부터 인간의 문명은 획기적으로 발달하였다. 신발이 생겨나면서 인간은 자연과 급격하게 멀어졌다.

"땅과 ‘어스’가 되어야,

정전기 덩어리인 인간의 몸속에 전류가 땅속으로 사라져,
활성산소 등이 없어지고 몸이 편안하게 된다.

그런데 항상 고무 깔창 위에서 걸어 다니니,
정전기는 더욱 심해지고 만병에 시달린다."

맨발 걷기를 보급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특히 미래의 꿈나무들인 전국의 학교를 중심으로 1,000여 곳 이상이 시행하고 있다고 하니, 기대해 볼만한 일이다. 특히나 그런 학교에서는 아이들의 알레르기나 아토피가 없어지고, 더욱 명령하고 튼튼해지며 친구 사이도 원만해진다고 한다.

특히나 신발을 신었을 때보다 맨발일 때, 세로토닌을 더 많이 나오게 하는데, 발에 ’자극‘을 주니, 온몸에서 세로토닌이 더 나오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맨발 걷기의 효용)

여기에,

흙 속에는 '마이코박테리엄 박카이(Mycobacterium vaccae)'라는
좋은 박테리아가 있는데,

맨발로 흙장난을 하거나 걷게 되면 그것이 우리 몸으로 들어와서
세로토닌을 더 많이 만들어준다.

그만큼 ’행복 호르몬‘이 더 많이 분비되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가능한 한 많이 움직이고 흙과 가까워져야 한다. 왜냐하면 발 자극이 뇌로 올라가는 속도가 다른 부위보다 240배 빠르다고 하기 때문이다.

선진국 북유럽의 덴마크는 행복 지수 1위라고 하는데, 그들의 교육 특징 중에는 아이들에게 장난감을 사주지 않고 나가서 놀게 한다. 특히 비 오는 날이나 바닷가 모래밭을 걸을 때 더 좋다고 하는데, 대구교육대학의 권택환 교수는 젖은 땅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 한다.

염분과 물기가 있는 흙의 ‘전하이동속도'는,
일반 땅보다 5천 배가 더 빠르다.

(’땅은 만물의 보약이다.‘ 촬영=윤재훈)
(’땅은 만물의 보약이다.‘ 촬영=윤재훈 기자)

사람이 흙이나 모래를 밟거나 자연 속으로 들어가면, ’몰입‘의 강도가 훨씬 높아진다. 군대도 못 가는 평발도 맨발 걷기를 하면 좋아진다. 그런데 인간은 자본주의가 생겨나면서 신발을 만들고 대량으로 생산하게 됐다. 그러면서 당연한 것처럼 신발을 신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우리 몸은 하나의 정전체이다. 그것은 때때로 정전기로도 경험하게 된다. 땅과 접촉하며 마치 피뢰침에 뇌우가 걸려 빠져나가는 것처럼 정전기가 쫙, 쫙, 빠져나간다. 그런데 고무로 된 신발을 신으니 그것들이 몸 안에서 그대로 머물러 활성산소를 만들고 쉬, 피로해지며 짜증을 내기 쉽다.

그런데 요즘 우리나라에도 많은 맨발 걷기 애호가들의 노력으로 천여 곳이 넘은 학교에서 시행 중인데, 아이들의 인성과 건강에 확연한 효과를 보인다고 한다. 특히 새집 증후군 같은 아토피나 비염, 이런 데에 더욱 탁월한 효과를 보인다.

(옹기종기 모여서 민예품을 만들고 있다. 촬영=윤재훈)
(하노이 오지마을 옹기종기 모여서 민예품을 만들고 있다. 촬영=윤재훈 기자)

그런데 점점 이런 산간 마을도 신발을 신은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교회가 들어오면서 선교를 목적으로 갖가지 방법으로 교회에 나오게 만든다. 문명의 속도도 너무 빠르다. 그러나 아직까지 이 오지마을은 맨발로 다니는 사람이 많고, 운동화는 귀하고 슬리퍼를 많이 신는다.

옛날 아프리카에도 문명국이라고 자처하는 나라들이 신발을 원조해 주고, 냉장고도 무료로 주었다. 그렇게 인간이 한 번 문명에 맛을 들이게 되면, 그것을 벗어날 수가 없다. 한 번 바뀐 문화는 냉장고 없이는 살지 못하게 만들어 버린다. 악마의 탈을 쓴 자본주의의 고도한 상흔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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