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건희의 산책길㊹] 용인 장욱진 가옥에서의 사색…전시 ‘禪(선)이란 무엇인가’

천건희 기자
  • 입력 2022.08.16 11:41
  • 수정 2022.08.16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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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 장욱진 가옥(한옥)/촬영=천건희 기자
용인 장욱진 가옥(한옥 안채)/촬영=천건희 기자

[이모작뉴스 천건희 기자] 근대미술의 거장 장욱진(1917~1990) 화백이 작품 활동을 하던 「용인 장욱진 가옥」에서 열리는 <禪(선)이란 무엇인가> 특별전을 지난 7월 26일 관람했다. 용인시 마북동에 위치한 이곳은 장욱진 화백의 말년 화실인 한옥과 살림집인 양옥, 두 채가 함께 있다. 1986년부터 작고할 때까지 거주하면서 작품 활동을 한 장욱진 가옥은 국가등록문화재 제404호로 지정되어 있다.

한옥 안채 전시실 입구/촬영=천건희 기자
한옥 바깥채 전시실 입구/촬영=천건희 기자

「용인 장욱진 가옥」은 높은 아파트와 건물들 사이 골목길 안쪽에 있다. ‘현실이 된 작가의 이상세계’라는 안내처럼, 개발이 된 주변과는 다른 동화 속 한 장면 같은 풍경을 만난다. 한옥은 1884년에 지어진 경기도 전통적인 민가로, 안채와 사랑채가 ‘ㅁ’자형으로 구성된 소박한 집이다. 장욱진 화백이 직접 수리하여 작업실과 거주 공간으로 사용했다. 마당에 있는 소나무는 장 화백의 기품을 닮은 듯 품격 있다. 현재 전시실로 활용되는 바깥채에는 장 화백이 1970년대에 종이에 마커로 제작한 매직화를 바탕으로 제작한 판화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간결하지만 정감이 가는 그림들은 장 화백이 즐겨 말했다는 ‘나는 심플하다’의 의미가 다가올 만큼 소박하고 담백하다.

정자 관어당/촬영=천건희 기자
정자 관어당/촬영=천건희 기자

안채에는 ‘스스로 보고 얻는다’라는 뜻인 觀自得齋(관자득재) 현판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뒤로 돌아가니 장독대와 돌담 앞 수동 물 펌프가 정겹다. 뒷마당을 지나 작은 돌계단을 오르면 정자가 있다. 네 개 기둥 위에 이엉지붕을 올린 한 평 남짓한 크기의 정자에는 장욱진 화백이 직접 쓴 ‘관어당’ 현판이 있다. 관(觀)자는 눈과 귀를 그려 합성한 상형으로 귀로도 사물을 본다는 동양적 사고방식이 느껴진다. 병인년오월십삼일상량(1986년 5월 13일)이라고 적고 거북과 용을 그려 넣은 상량문도 보인다. 정자에서는 옹기종기 모여 있는 한옥 기와지붕이 멋지게 내려다보인다.

정자 관어당 현판/촬영=천건희 기자
정자 관어당 현판/촬영=천건희 기자

정자 옆에는 오래된 한옥과 대비되는 양옥이 있다. 빨간색 벽돌과 옅은 검정색 지붕이 대비를 이루는 이 건물은 장 화백이 상상하던 집을 직접 설계해 지은 집이다. 1953년 한국전쟁 시기에 장욱진 화백이 그렸던 ‘자동차가 있는 풍경’ 속의 집과 비슷한 미국의 콜로니얼(colonial) 스타일을 그대로 본떠 1988년에 지었다. 현관을 들어서니 거실 한쪽에는 실제 사용한 듯한 벽난로도 있다.

용인 장욱진 가옥(양옥)/촬영=천건희 기자
용인 장욱진 가옥(양옥)/촬영=천건희 기자

<禪(선)이란 무엇인가>는 장욱진 화백의 목판화 24점과 각 작품에는 동양철학가 김철순의 글이 전시되어 있다. 목판화의 담백함과 간결한 멋과 함께 그림과 어울리는 글귀들은 선어록처럼 생각할 거리를 준다. ‘禪아님이 있는가’, ‘부처와 돼지’, ‘무엇이 禪인가’ 등의 글과 그림은 모두 화두다.

양옥 전시/촬영=천건희 기자
양옥 전시/촬영=천건희 기자

무엇이 禪인가

.....

우리 자신을 보는 것. 세상을 보는 것. 마음을 보는 것.

이것이 선이다.

용인문화재단 창립 10주년 특별전 '장욱진 展'/촬영=천건희 기자
용인문화재단 창립 10주년 특별전 '장욱진 展'/촬영=천건희 기자

작가의 화실과 집을 직접 방문하니 작가의 삶 속에서 만들어진 작품의 의미를 생생하게 감상할 수 있어 좋다. 「용인 장욱진 가옥」에서 10분 거리의 용인포은아트갤러리에서는 용인문화재단 창립 10주년 특별전 <장욱진 展>이 열리고 있다. 장욱진 화백의 초기 작품부터 주요 대표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전시는 장화백의 거주지에 따라 ‘나를 발견하다(덕소)’, ‘가족을 품다(명륜동)’, ‘자연을 벗삼다(수안보)’, ‘끊임없이 그리다(명륜동/수안보)’, ‘나를 내려놓다(용인)’ 다섯 개의 주제로 구성되어있다. 용인에서 세상을 떠나기 전 마지막 작품인 ‘밤과 노인(1990)’, 사후 최초로 공개되는 작품인 ‘나무 아래 호랑이’(1986) 등도 반갑지만, 장 화백 부인의 초상인 ‘진진묘(1973)’는 부인에 대한 애틋한 정이 느껴져 감동이다. 진진묘는 부인의 법명으로 가부좌를 한 채 새벽기도를 하는 불자인 아내 모습을 표현한 작품이다.

진진묘 / 촬영=천건희 기자
진진묘 / 촬영=천건희 기자

“모든 걸 친절히 봐주어야해.

새, 달, 개 등 작품에 그릴 소재들을 자꾸 보고 있으면

자기 체질화가 되고 거기에 동화되지.

그 때 비로소 그 대상의 참모습이 보이는 거야”

장욱진 화백의 작은 그림들이 큰 감동을 주는 이유가 느껴지면서 마음에 남는다. 군더더기 없는 단순함과 따뜻하고 천진난만한 그림들로 힐링의 시간이 되었다. 용인문화재단 창립 10주년 특별전 <장욱진 展>과 <禪(선)이란 무엇인가> 전시는 8월 21일까지 이어진다.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의 가을 나들이도 꿈꾸어 본다.

촬영=천건희 기자
촬영=천건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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