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시니어] "참기름은 원래 노랗다"...도심형 방앗간 쿠엔즈버킷 박정용 대표

고석배 기자
  • 입력 2022.08.22 10:40
  • 수정 2022.08.31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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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가 어린 시절, 할머니의 할머니가 떠먹여 주던 노란 참기름 맛이었다는 거예요. 그때는 맷돌을 갈아 나오는 이슬 같은 첫 기름을 큰손주에게 제일 먼저 떠먹여 주었대요. 살아생전 그때의 노란 참기름 맛을 다시 맛보게 해주어서 고맙다고 제 손을 꼭 잡았어요. 할머니의 할머니가 생각나신 듯 눈가가 촉촉이 젖어있었어요.

 

- 쿠엔즈버킷 박정용 대표

("참기름은 원래 노랗다". 사진=쿠엔즈버킷 제공)

[이모작뉴스 고석배 기자] 참기름은 참깨로 만든다. 당연하다. 그런데 참기름에서는 참깨 맛이 나지 않는다. 당연하지 않다. 당연하지 않음에도 우리는 남의 일 처럼 보고도 못 본 척 지나간다. 세파에 시달리다 보면 가짜가 진짜로 둔갑해 세상을 활보하는 꼴을 한두 번 보겠는가? 그냥 둥글게 살자. 우리 아이만 먹지 않으면 된다.

사라진 참깨의 맛

두 눈을 가리고 블라인드 테스트해본다. 식어버린 참기름은 쓴맛이 난다. 정확히 말해 쓴맛이 아니라 탄 맛이다. 코까지 막으면 그 탄 맛은 더 명확해진다. 도대체 고소한 맛이란 무엇인가? 누군가는 변명한다. 고소함이란 맛이 아니라 향이라고. 그렇다면 지금까지 참기름을 맛으로 먹은 게 아니라 향으로 먹었음을 실토하는 셈이다. 그러면 그 향은 진정 참깨 향일까?

(쿠엔즈버킷 참기름(좌), 일반 참기름(우). 사진=쿠엔즈버킷 제공)

카페 같은 ‘도시 방앗간’

한때 동대문운동장으로 불렸던 DDP 맞은 편, 광희문 가는 골목에 5층 크기 마징가Z 머리 모양의 독특한 건물이 있다. 세계적 건축디자인 웹진 ‘디자인붐’에도 소개된 건물이다. 유명 건축가 문훈이 설계한 이 건물은 도심형 방앗간이다. 방앗간의 이름은 쿠엔즈버킷. 코로나 이전에는 이 건물을 찾기 위해 일본인 관광객이 핸드폰의 구글맵을 켜고 서성이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쿠엔즈버킷을 찾은 이들은 들어서면서 잠시 멈칫한다. 카페 같기도 하고 화장품샵 같기는 한데 자신이 찾는 기름집 같지는 않기 때문이다. 이곳은 뉴욕 미쉐린 스타 셰프들이 애써 태평양 건너까지 주문하는 저온압착 참기름과 들기름을 만들고 파는 도심 속 방앗간이다. 쿠엔즈버킷의 기름은 최근 동양 오일에 대한 관심과 함께 국내보다 해외의 매출 성장 그래프가 더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쿠엔즈버킷 동대문 도심형 공장. 사진=쿠엔즈버킷 제공)

인생 이모작의 꿈에서 시작한 쿠엔즈버킷

쿠엔즈버킷 창업자 박정용 대표는 대학 졸업 후 고시 공부를 했다. 떨어지고 또 떨어졌다. 가장으로서 고시 공부에만 메달일 수 없었다. 공부와 일을 병행하겠다는 생각에 광고회사 필드 영업사원부터 시작했다. 지금 생각하면 그때 시장통을 들어설 때마다 왜 그리 기름집 간판이 눈에 밟혔는지 모른다. 마지막 직장생활은 식품회사였다. 어느 날 노후의 자기 모습을 떠올렸다. 자연을 벗하며 일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도시의 매캐한 공기와 소음에서 벗어나고는 싶지만, 농부의 아들이기에 귀농은 아예 생각지도 않았다.

처음 꾼 이모작의 꿈은 자연 속에서 천연 화장품을 만드는 일이었다. 좋은 화장품은 좋은 기름이 핵심이다. 마침 직장에서 기름 시장을 연구할 기회가 생겼다. 전국의 유명하다는 참기름 집을 다니며 하나같이 천편일률적임을 알게 되었다. 재료와 방식이 같기에 가짜 참기름이 아닌 이상 또 다른 참기름은 없었다. 놀란 것은 좋은 기름을 만들 방법이 분명히 있는데 그 짜는 방식에 대한 고민이 전혀 없다는 점이었다.

(박정용 쿠엔즈버킷 대표. 촬영=고석배 기자)

일제강점기에 사라진 맷돌 참기름

건강한 방식으로 기름을 짜는 방법이 있는데 그것을 시도하지 않는 이유는 시장에 있었다. 사람들의 입맛은 이미 변해버렸다. 일제 강점기에 방앗간이 처음 들어섰다. 방앗간 집 딸이라면 사윗감이 줄을 섰다는 시절, 맷돌로 갈아 짜던 기름도 방앗간에서 짜게 되었다. 방앗간 기계는 부뚜막에서 손 바쁘게 가마솥을 훑지 않아도 참깨를 볶을 수 있었다. 점점 고온으로 볶을수록 참기름 양이 늘어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태울수록 냄새도 강해졌다. 최대한 짤 수 있는 만큼 최대한의 온도를 높일 수 있는 방앗간이 최고의 방앗간이었다. 그때는 벤조피렌이 뭔지도 몰랐고 발암물질이 뭔지도 몰랐다. 맷돌로 갈 때와는 전혀 다른 방앗간 참기름의 강한 냄새가 '탄내'였임을 그때는 알 수 없었다.

(쿠엔즈버킷 제품들. 촬영=고석배 기자)

바나나는 하얗고, 참기름은 원래 노랗다

쿠엔즈버킷 박정용 대표는 더 이상 늦기 전에 창업의 결단을 내렸다. 비록 건강한 방식으로 만든 기름을 알아주는 사람이 적을지라도 그것을 기다리는 사람은 분명히 있을 거라 확신했다. 강남 역삼동 주택가에 작은 방앗간을 열었다. 도심을 택한 이유는 소비자와 생산자 간의 거리가 짧아야 더욱 신선한 기름을 공급할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박정용 대표가 아무도 가지 않았던 길을 선택한 것은 냉압착 방식만이 아니었다. 기름의 거친 입자를 완벽하게 걸러내기 위해 독일의 제약용 필터도 공수했고 단단한 참깨의 속까지 볶기 위해 커피 제조에나 쓰던 원적외선 방식을 택했다. 그뿐만 아니라 매장의 인테리어도 카페식으로 꾸몄고 통유리를 통해 제조하는 과정을 고객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했다.

처음에는 냉압착이기에 영양소가 파괴되지 않은, 건강에 좋은 기름이라는 얘기를 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단지 이것도 참기름이고 들기름이다 말하기도 바빴으니까요.

쿠엔즈버킷 박정용 대표

지금이야 고향에서 어머니가 참깨를 보내오면 “기름이 덜 나와도 좋으니 최대한 낮은 온도로 짜주세요”라고 요구하는 시대가 되었지만 10년 전 창업할 때만 해도 냉압착이나 저온압착이란 용어는 생소했다.

(쿠엔즈버킷 종류별 참기름, 촬영=고석배 기자)

아이들이 증명한 잃어버린 참깨 맛

소문은 아이를 키우는 강남의 젊은 주부들 사이에서 번졌다. 맛에 아직 오염되지 않은 어린이의 입맛은 솔직했다. 참기름 들어간 음식이라면 질색하던 어린이가 “엄마 이 기름에선 참깨 맛이 나는 것 같아”라고 하며 참기름을 먹기 시작했다. 맘까페 등 주부 커뮤니티에서 조금씩 소문이 났다.

때마침 각종 뉴스에서 시중 참기름에 벤조피렌이 나온다는 뉴스가 나오기 시작했다. 벤조피렌은 물질이 탈 때 불완전연소과정에서 생성되는, 인체에 축적되는 환경호르몬이다. 어떻게 소문을 들었는지 구멍가게 같은 작은 방앗간으로 압구정 00백화점에서 연락이 왔다. 입점하기 전에 시음행사부터 했다. 행사 중 할머니 한 분이 찾아왔었다.

할머니가 어린 시절, 할머니의 할머니가 떠먹여 주던 노란 참기름 맛이었다는 거예요.
그때는 맷돌을 갈아 나오는 이슬 같은 첫 기름을 큰손주에게 제일 먼저 떠먹여 주었대요.
살아생전 그때의 노란 참기름 맛을 다시 맛보게 해주어서 고맙다고 제 손을 꼭 잡았어요.
할머니의 할머니가 생각나신 듯 눈가가 촉촉이 젖어있었어요

쿠엔즈버킷 박정용 대표

(엄마따라 쿠엔즈버킷을 방문한 아이. 사진=쿠엔즈버킷 제공)

저온압착 참기름 열풍

맷돌을 갈아 만든 옛 참기름 맛을 다시 찾아냈다는 소문은 홈쇼핑채널까지 들어갔다. 명절을 앞두고 선물용으로 방송하자는 제안이었다. 남들은 하지 못해서 안달인 국내 유수 홈쇼핑채널의 제안을 받고 박정용 대표는 고민에 빠졌다. 최소수량을 미리 준비해야 한다는 조건이 문제였다. 만약 판매에 실패한다면 엄청난 재고 물량을 떠안고 파산하게 되는 사운을 거는 모험이었다. 박정용 대표는 결단했다. 그가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때도 어딘가 좋은 기름을 알아주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을 거라는 확신에서 시작했기에 숨어있는 그 고객들을 믿어보기로 했다. 그리고 결과는 방송 중 완판이었다.

(쿠엔즈버킷 참기름 선물세트. 촬영=고석배 기자)

쿠엔즈버킷은 현재 전국 4대 백화점에 모두 입점해있다. 모 백화점의 유명 식품브랜드 참기름과 들기름의 제조원도 쿠엔즈버킷이다. 해외에서도 블름버그 통신사에서 소개할 만큼 유명하다. 미슐랭에 등재된 미국 레스토랑의 스타셰프들에게도 K-오일로 애용되고 있다. 홍콩과 싱가포르에도 거점을 확보했다. 지난해에는 독일 쾰른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식품 박람회 ‘아누가(Anuga) 2021’에 한국 대표 오일업체로 단독부스를 내 유럽인들의 많은 관심을 받았다. 국내에 갖고 있던 5개의 특허권을 해외 8개국에도 출원했다. 쿠엔즈버킷은 기름회사에서 이제 당당히 푸드테크 기업으로 인정받고 있다.

(쿠엔즈버킷을 이용하는 2020년 뉴욕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  바티드(좌) 다니엘(우).  사진=쿠엔즈버킷 제공)

눈가리고 아웅식 대기업 선물 시장

쿠엔즈버킷은 거침없이 달려왔다. 역삼동 골목가게에서 시작해 동대문 4층 빌딩으로도 모자라 국가식품클러스터 안에도 공장이 있다. 해마다 명절이면 수요가 몰려 포장 인력 구하는 것도 벅차다.

캔참치와 햄같은 저가 선물시장도 고급스럽고 유니크한 제품을 선호하면서 많이 바뀌는 추세입니다.
특히 저희 참, 들기름은 흉내 낼 수 없는 희소성이 있어 받는 사람이 만족해한다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쿠엔즈버킷 정형남 영업 상무

(5종 선물세트. 사진=쿠엔즈버킷 제공)

쿠엔즈버킷 선물세트는 과일이나 장처럼 택배과정에서 변질될 우려가 없어 중소기업의 고객 감사 선물로 인기가 높다. 하지만 MRO나 대형 유통업체를 통해야 하는 대기업의 벽은 쉽게 넘지 못하고 있다. 눈가리고 아웅식인 ‘할인율’때문이다. 대부분의 대기업 납품 선물은 똑같은 제품을 제품 넘버만 바꾼채 2, 3배 가격을 올린 뒤 할인율을 적용한다. 제품 호감도에 비해 매번 입찰 마지막 단계에서 떨어지는 이유를 쿠엔즈버킷은 몰랐다. 한번은 중견기업의 대량납품 입찰에 성공하고도 납품 직전 50% 축소라는 갑질을 당했다. 회장님 지인 회사 제품으로 50%가 대체되었다는 변명이었다. 쿠엔즈버킷은 인맥도 없고 빽도 없다.

(쿠엔즈버킷 결혼식 답례품. 촬영=고석배 기자)

한국형 샐러드 샵 – 디오일

쿠엔즈버킷은 시장을 쫒기보다는 시장을 만들어왔다. 최근 샐러드 바람이 불면서 직장인들이 점심으로 샐러드샵을 많이 찾는다. 그 샐러드 오일의 99%는 올리브유다. 사실 올리브유가 세계화된 시기는 30년 정도의 역사밖에 되지 않았다. 미국에서 패스트푸드의 과잉으로 비만과 성인병이 사회문제화되자 그 대안으로 올리브유가 등장했다. 쿠엔즈버킷은 올리브유도 했는데, 올리브유에 못지않은 한국의 참기름과 들기름도 못할 것 없다고 생각했다.

(참기름과 들기름 베이스의 소스로 만든 디오일 샐러드. 사진=쿠엔즈버킷 제공)

평소 신중한 성격의 박정용 대표는 한번 결단하면 불도저의 추진력을 발휘한다. 강남 르네상스 사거리 우영우 촬영으로 유명해진 센터필드에 샐러드 샵을 열었다. 독특하게 샐러드샵 이름이 디오일(The Oil)이다. 기름에 방점을 찍고 참기름과 들기름 베이스의 소스를 개발했다. 디오일은 한국의 기름이 K-푸드로 당당히 서기 위해서는 한국인이 먼저 그 가치를 알아야 한다는 신념으로 만들어졌다. 디오일은 세계시장을 열기 위한 베이스캠프다.

(역삼동 센터필드 지하 식당가의 디오일. 촬영=고석배 기자)

어른들의 맛을 강요하는 학교 급식

박정용 대표는 사업을 시작하면서 꿈이 하나 있었다. 본인 스스로 아이 넷을 키운 아버지로서 아이들에게 좋은 기름을 마음껏 먹을 수 있게 하는 꿈이었다. 애초 의도와는 달리 백화점과 마켓컬리 등 고급시장에 성공적으로 입점하면서 쿠엔즈버킷 기름은 프리미엄이라는 타이틀을 얻게 되었다. 식품 제조업이라는 특성상 재료의 원가비율이 가격을 결정하기에 같은 양의 참깨라도 기름이 적게 나오는 쿠엔즈버킷은 가격이 높을 수밖에 없었다.

아이들에게 건강한 기름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급식시장에 진출해야 했다. 문제는 정해진 입찰가격이 있기에 수익을 포기해야 했다. 장사꾼이 남지 않는다는 말은 거짓말이라지만 그는 또 한 번의 결단을 했다. 막상 급식시장에 진출하니 넘어야 할 벽이 더 있었다. 영양사들은 쿠엔즈버킷의 가치를 알고 환영했지만, 실무 조리사들이 문제였다. 아니 조리사들의 입맛이 문제였다. 초기에는 참기름 맛이 나지 않는다며 불평을 제기했다. 의외로 응원은 학부모들이 해주었다. 지역 급식위원회에 어른들 기준의 맛보다 아이들의 건강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며 이의를 제기했다. 현재 전북의 한 급식센터에서는 쿠엔즈버킷 기름이 과반 가까이 점유되고 있는 곳도 생겼다.

(사진=쿠엔즈버킷 제공)

열려라 참깨

참깨는 ‘참’자가 붙어있음에도 한국이 원산지가 아니다. 아프리카에서 시작해 아라비아와 인도 중국을 거쳐 들어왔다. 아라비아 ‘열려라 참깨’ 이야기는 너무도 유명하다. 오히려 한반도와 만주벌판 등에만 자라는 들깨가 진짜 한국 순종이다. 참깨와 들깨는 같은 ‘깨’자가 붙었지만 사촌이 아니다. 고양이와 개처럼 종 자체가 다르다. 참깨는 따뜻한 남쪽 지방에서 잘 자라고 들깨는 북쪽 지역에서 잘 자란다. 참깨는 오메가-6와 리그난이 풍부해 노화방지 등 항산화에 뛰어나고 들깨는 오메가3가 60%를 넘어 치매예방과 항정신성 스트레스에 강하다. 서로 다르지만, 보완한다. 냉장고가 없던 시절, 찬장 속 산패가 빠른 들기름에 참기름을 섞어 보관했던 것은 선조들의 지혜다. 항산화 성분이 강한 참기름은 방산패 효과도 있다,

(생산자와 계약재배를 통해 쿠엔즈버킷이 직접 관리하는 고창의 참깨밭. 사진=쿠엔즈버킷 제공)

논문으로 증명한 들깨의 비밀

들기름은 산패가 빠르기에 냉장보관 해야한다는 것은 상식이 되었다. 농가에서는 필요할 때마다 짜고 원물로 보관한다. 들깨를 원물로 보관하면 묘하게 산패가 되지 않는다. 쿠엔즈버킷 박정용 대표는 이 점이 궁금했다. 그리고 시험을 통해 저온압착 기름이 산패가 더 느리다는 것을 알아냈다. 오메가-3 등 들기름성분이 함께 형성하는 다른 성분과 있을 때는 산패가 일어나지 않지만 고온에서 볶을 때 산패를 막아주던 성분들이 파괴되어 산패가 일어난다. 박정용 대표는 쿠엔즈버킷 저온압착 들기름이 산패에도 강하다는 연관 사실을 대학원 논문으로 밝혀냈다.

(쿠엔즈버킷 종류별 들기름. 촬영=고석배 기자)

기름도 커피처럼 생산지마다 맛이 다르다

마트의 대부분 공장용 참기름은 수입 깨분으로 만들어진다. 600%가 넘는 높은 관세 때문에 통깨로 들여오지 않고 깨분으로 가공해서 들여온다. 이 깨분은 가공과정에서 이미 고온 처리된다. 이제는 국내산 통깨를 가공한다는 제품의 군소 브랜드가 전국적으로 100여 개 회사가 넘는다. 다행인 건 저마다 저온압착 방식임을 주장한다. 그럼에도 쿠엔즈버킷의 저온압착 방식 기술은 아직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 단순히 온도만 낮춘다고 만들 수 있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쿠엔즈버킷 참기름. 사진=쿠엔즈버킷 제공)

참깨 종자는 국내에만 30여종이 있다. 그리고 같은 종자라도 토양과 환경에 따라 맛이 다르다. 한번은 쿠엔즈버킷에서 녹색 기름이 발견되었다. 추적해 보니 같은 종자인데 산간 지역에서 생산된 참깨였다. 그 제품은 흘러 흘러 스페인까지 갔다. 스페인의 올리브유 전문가가 깜짝 놀랐다고 한다. 올리브유에서도 녹색 오일은 가장 귀한 대접을 받는다는 거였다.

올리브유는 지역과 종자에따라 맛과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커피도 각 나라와 도시마다 브랜드가 있다. 커피는 좋고 나쁘고의 우열 문제를 이미 벗어나 각각의 다른 커피 맛을 취향과 다양성 측면에서 이해되고 인정 받고 있다. 반면 한국의 참기름 들기름은 어떤가?

(쿠엔즈버킷을 찾은 외국인 단체 관광객. 사진=쿠엔즈버킷 제공)

기름에도 명찰이 필요하다

방앗간에서 고열에 태워지는 순간 모든 게 평준화된다. 아무리 고향에서 부모님이 무농약으로 자식들에게 보내주려고 정성을 다한 참깨도 기계에 들어가는 순간 그 정성마저 허공으로 날아간다. 수입 깨분 참기름이든 국산 통깨 참기름이든 고온에 가열되는 순간 참깨가 갖고 있는 리그난의 항산화 효과는 85%가 사라진다. 이미 과학적으로 증명된 사실이다.

충청도 참기름, 전라도 참기름, 제주도 참기름이 브랜드로 나올 수가 없다. 모두 같은 맛이기 때문이다. 평소 박정용 대표는 이 점을 안타까워했다. 그리고 조금씩 준비했다. 참깨로 화장품도 만들고 쿠키도 만들었다. 각종 참들깨 트랜스폼 제품을 만들어 수익 다각화를 준비했다. 다 이유가 있었다.

(쿠엔즈버킷 화장품. 촬영=고석배 기자)

전국으로 퍼지는 쿠엔즈버킷 도시방앗간

얼마 전 그는 쿠엔즈버킷 직원들에게 중대 발표를 했다. 쿠엔즈버킷의 기술과 노하우를 세상과 공유해야겠다는 결심이다. 경상도에도, 강원도에도 그리고 대한민국 어디에도 쿠엔즈버킷을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수도와 해외는 쿠엔즈버킷이 맡고 지역은 뜻을 같이하는 사람과 단체에 나눠주겠다는 생각이다. 각 지방의 기후환경과 토양에 맞는 종자를 선별하고 차별화해 그 지방 특유의 참기름 브랜드를 탄생시키겠다는 포부다.

(촬영=고석배 기자)

어떤 제품도 국내에서부터 다양성이 인정되어야 해외 시장도 빗장을 연다. 쿠엔즈버킷의 마스터플랜인 도쿄와 뉴욕, 런던 등 세계의 도시에 서울 동대문에 세워진 도시방앗간을 만들기 위해서는 부산과 대구, 광주에도 저마다의 풍미를 갖춘 도시방앗간이 먼저 세워져야 한다.

쿠엔즈버킷 박정용 대표는 흔한 프랜차이즈를 만들겠다는 생각을 경계한다.

인테리어 같은 걸로 돈 벌겠다는 생각이 아닙니다.
어차피 인테리어는 저희는 몰라요.
그리고 깨끗하기만 하면 되지 요란한 인테리어는 필요 없습니다.
저희 기계가 특수해서 가격이 1억 가까이 되는데 그마저도 리스를 해줄까 고민하고 있습니다.
중요한 건 열정과 그 지역의 네트워크 능력입니다.

쿠엔즈버킷 박정용 대표

수년전부터 쿠엔즈버킷을 찾아오는 사람들은 많았다. 신규 창업하는 사람들보다 대체로 지역에서 방앗간을 운영하는 사장님들이 자식들에게 구형 방앗간으로 물려줄려니 한계가 있다며 찾아온 경우다. 향후 지역 도시방앗간은 지역 유통의 플랫폼 역할도 하게된다. 그동안 수도권 외 지역은 쿠엔즈버킷 참들기름을 온라인으로 밖에 구입 할 방법이 없었다. 지역 도시방앗간은 쿠엔즈버킷에서 꾸준히 개발해온 참들깨 트랜스폼 제품의 지역 판권도 갖는다.

(동대문 투엔즈버킷 도심형 방앗간 내부 모습. 사진=쿠엔즈버킷 제공)

열정보다 중요한 꾸준함

쿠엔즈버킷은 냉압착 기름을 제조한 그동안의 노하우와 마케팅을 지원하고 지역은 열정과 네트워크를 제공하는 마스터플랜이다. 그렇기 위해서는 지역을 책임질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 열정이 가득하고 체력이 좋은 청년들도 좋지만, 지역에 건강한 네트워크를 구축해온 5,60 대의 퇴직자도 좋다. 인생 이모작으로 창업을 결심한 박정용 대표는 누구보다도 창업의 어려움을 잘 알고 있다. 창업에서 어쩌면 열정과 네트워크 능력보다도 고비에서 포기하지 않는 꾸준함이 더 중요할지도 모른다.

(임여숙 전무(좌) 박정용 대표(중앙), 정형남 상무(우). 촬영=고석배 기자)

사업을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때는 기름집에서 기름이 짜지지 않았을 때입니다.
독일에서 어렵게 수입한 기계가 참깨의 단단함에 깨져버린거죠.
모두가 절망하고, 집으로 들어 가 술 한잔 마시러 떠났을 때 저는 혼자 남아 기계를 다시 돌렸어요.
될 때까지 다른 방식으로요. 그러더니 새벽에 기름이 한 방울 두 방울 떨어지기 시작했어요.
매번 고시에 떨어지기만 했는데 그때는 왜 그렇게 떨어지는 기름이 반갑던지요.
그날 손가락으로 찍어 먹은 기름 맛이 제 인생 최고의 맛있는 기름이었습니다

쿠엔즈버킷 박정용 대표

본인은 천성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성격이라고 한다. 그래서 술도 담배도 안 한다. 굳이 스트레스를 푼다면 하던 일을 계속한다고 한다. 사업가로서 최고의 적성이다. 하지만 남몰래 혼자 운 적이 왜 없겠는가? 오너는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 다만 삼킬 뿐이다.

(마을 주민 어르신과 함께하는 광희문 콘서트. 사진=쿠엔즈버킷 제공)

여왕의 양동이

동대문 쿠엔즈버킷에 들어서면 여러 대의 LCD모니터에서 동영상이 돌아간다. 그중에 쿠엔즈버킷에서 직접 만든 애니메이션 동화 한편이 눈에 띈다.

옛날에 여왕이 살고 있었습니다.
여왕은 날마다 성문 밖으로 약수를 떠 오게 했는데 양동이 하나는 새 양동이고 양동이 하나는 헌 양동이였습니다.
헌 양동이는 구멍이 뚫려 성안에 도착할 때는 항상 반도 차지 않았습니다.
헌 양동이는 늘 여왕에게 미안했습니다.
어느 날 헌 양동이는 왜 자신을 새 양동이로 바꾸지 않느냐? 여왕에게 물었습니다.
여왕은 성문 밖 길을 가리키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 길을 보거라! 네가 흘린 물을 마시고 길에서 새싹이 자라고 저렇게 아름다운 꽃들이 만개하지 않았느냐!"

- 쿠엔즈버킷 이야기

(발달장애인과 함께, 박정용 대표(앞줄 왼쪽에서 다섯번째) 임여숙 전무(여섯번째). 사진=쿠엔즈버킷 제공)

당연하지 않은 게 당연한 시대다. 기업이 두 개의 양동이에 물 한가득 수익을 내는 것도 당연하다. 쿠엔즈버킷은 퀸스버킷, 즉 여왕의 양동이다. 동화 속 여왕은 예쁜 보석 주전자에 물을 담지 않고 굳이 구멍 뚫린 헌 양동이에 물을 담았다. 그리고 꽃들이 피어났다.

양동이 가득, 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최대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보다 조용히 세상에 물을 흘리는, 헌 양동이를 소중히 생각하는 기업이 성공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발달장애 아동이 쿠엔즈버킷을 방문하고 그려준 그림, 행복공장. 사진=쿠엔즈버킷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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