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재훈의 지구를 걷다 95] 베트남 '사파 오지마을 풍경' 6

윤재훈 기자
  • 입력 2022.08.24 17:11
  • 수정 2022.08.31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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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깟깟 오지마을'

한밤 조용한 슬리핑 버스 안이나 큰소리로 전화를 뱓고,
기차 안에서 마치 악을 쓰듯이 큰소리로 떠들고,
바닥에 가래침을 뱉던 사람들,
창밖으로 쓰레기를 마구 버리고,
너무나 많은 소매치기 때문에 출입문 기둥에 열쇠로 채워둔
트렁크가 걱정스러워 잠을 자지 못했던 나라,

(깟깟 오지마을 가게. 촬영=윤재훈 기자)

[이모작뉴스 윤재훈 기자] 이 오지마을에도 관광객이 찾아오니 가게가 생겨났나보다. 미소를 띄우며 일어서는 젊은 아주머니는 올해 30세라고 하는데, 나이가 더 들어 보인다. 물건들은 소박하다 못해 단조롭기까지 하다. 옆 집도 마찬가지다. 아이가 무의식적으로 엄마가 팔던 것인지 수공예 지갑을 들고나와 사라고 하는데, 그 현실이 왠지 마음이 편하지가 않다. 한창 공부를 해야할 나이인데,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가 저절로 떠오른다.

벽에 아무렇게나 걸려있는 결혼사진, 어린 시절의 추억이 채, 피어나지도 전에, 어린 꽃봉오리들은 결혼을 하고 아기를 낳고, 먹고 사는 일에 매달린다. 이 오지 산골에서도 아침에 일어나 가벼운 화장을 하고, 자신들의 전통옷을 입고, 하루에 한두 개 팔릴지도 모를 소박한 가게들을 열고 있다. 그나마 논밭으로 나가는 것보다는 나을 듯한데, 무슨 물건이 팔릴까, 걱정스럽다.

(싸파의 교회. 풍경 촬영=윤재훈 기자)

싸파에는 큼지막한 성당이 하나 있다. 이 오지를 찾아 언제 들어온 것일까, 그럴듯해 보인다. 비가 오는 성당 입구 계단에서는 먼 산골에서 새벽밥 먹고 걸어온 아주머니들이, 우산을 쓰고 등은 비닐로 가린 채 아이를 업고 있다. 그 옆에 앉히고 초라한 좌판을 열고 있는 아주머니들, 올려다보는 그들의 눈빛만은 눈시리게 맑다. 성당 안에는 예배를 보는 몇 사람이 앉아있고, 나도 그 뒷줄에 앉아 여행길이 편안하고 행복하기를 기도해 본다. 전면에서 미소 짓는 것 같은 산골 속 예수님은 맑게 갠 가을 하늘처럼 맑아 보인다.

중국 여행 중에는 성당은 물론 교회도 보기 힘들었다. 한국인 목사님들을 몇 분 만났지만 단동에서는 공안의 눈을 피해 쉬, 쉬, 하면서 지하로 숨어들었다. 연길에서는 조선족 목사가 예배를 들이는 교회를 본 적이 있으며, 한국인 목사 교회도 보았다. 윤동주 시인의 고향인 용정 학교에서는 예배를 보는 것 같았으며, 한국인 목사와 혜란강 일송정(一松亭)에서 강줄기를 바라보던 기억이 새롭다.

일송정 푸른 솔은 흘러 흘러 갔건만
한 줄기 혜란강에 천 년 두고 흐르는데
지난 날 강가에서 말 달리던 선구자
지금은 어디에서 거친 꿈을 여미나.
- 선구자, 윤해영

 

(싸파의 풍경. 촬영=윤재훈)
(싸파의 풍경. 촬영=윤재훈 기자)

어두침침한 거리에는 팔릴 것 같지가 않는 물건들을 길에 펴놓고 있는 사람들, 인적들도 점점 줄어드는 시간인데, 언제까지 문을 열어 놓으려는 것일까? 

싸파의 호텔에서도 한국 드라마를 보고 있다. 오랜 기간 해외 여행을 하면서, 문득문득 대한민국의 위상이 점, 점, 높아짐을 느낀다. 베트남의 속소들은 서로 경쟁을 하기 때문에 친절한데, 아직 서비스 정신이 덜 깃든 몽골의 울란바타르나 중국의 숙박업소들은 참 불친절했던 기억이 난다. 

나는 중국을 여행하면서 문득, 문득, 이곳이 정말 공자, 맹자, 순자 같은 그런 수많은 성인의 탄생지인가 하고, 의심스러울 때가 있었다.

한밤 조용한 슬리핑 버스 안이나 큰소리로 전화를 뱓고,
기차 안에서 마치 악을 쓰듯이 큰소리로 떠들고,
바닥에 가래침을 뱉던 사람들,
창밖으로 쓰레기를 마구 버리고,
너무나 많은 소매치기 때문에 출입문 기둥에 열쇠로 채워둔
트렁크가 걱정스러워 잠을 자지 못했던 나라,
거리에 세워둔 신호등은 단지 장식품이고,
아무 데서나 무단횡단을 하던 사람들,
잔돈을 던지고, 상대에 대한 배려가 없이
너무나 불친절했던 나라,

그러나 지금은 해마다 경제가 쑥, 쑥, 치솟고, 세계 최고의 고속철로 자부심이 한 것 부풀고 있는 나라, 2014년쯤부터 관광객들이 세계로 쏟아져 나와 유명 관광지에서는 중국인 단체 관광객들 때문에 시끄러워서 구경하기가 힘들 정도였다.

세계 최고의 물류에, 최고의 항만도 보유하고 있는 나라.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물동량이 대단한 상하이 항를 비롯해
닝보, 선전도 엄청난 신장률을 보이며
3, 4위를 차지하고 있는 나라.
그 이외에도 광저우, 칭다오, 텐진항들이 세계 10위 안에 들어가 있다.

우리나라 부산항은 간신히 세계 5위를 차지하고 있다.

(몽골 최대의 ‘나랑톨 재래시장’, 촬영=윤재훈)
(몽골 최대의 ‘나랑톨 재래시장’, 촬영=윤재훈 기자)

중국에서는 한낮 인파 속에서 소매치기가 돈을 빼내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지만, 해꼬지를 당할까 봐, 뭐라고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소매치기의 천국이었지만 이 세상에는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야 하는 시장도 있었다. 팔아주러 가는데, 안 들어가면 그만이겠지만, 그곳은 인산인해였다. 어디일까?

몽골의 <나랑톨 재래시장>이었다. 아예 소매치기가 너무 많은 이곳은 외국인들 사이에 몇가지 지침이 있다. 일단 가려면

모든 짐을 숙소에 두고, 빈 몸으로 가라.

나도 모든 짐은 숙소에 두고 쇼핑할 약간의 돈만 주머니에 넣고 시장를 구경하면서 수시로 확인했다. 그렇게 구경을 잘하고 나오려고 하니, 역시 들어갈 때처럼 인산인해였다. 그 틈바구니를 뚫고 나오는데 아랫도리에 이상한 기운이 들어 손을 넣으니, 막, 빠져나오려는 손과 마주친 듯 서늘한 느낌이 들었다. 뒤를 보니 앞에 가방을 맨, 청년이 빤히, 쳐다보았다.

그런데 그때 내 주머니에는 휴지 뭉치와 약간의 돈뭉치가 함께 들어 있었는데, 그는 휴지 뭉치만 들고 나간 뒤였다. 몽골에서는 앞에 가방을 매고, 버스 정류장이나 시장을 배회하는 청년들을 소매치기일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고 너무 사람을 의심하지는 마시라. 나는 오랜 여행 중에 나름 터득한 방법 중에 하나는, 그의 눈빛을 잠깐 보면 알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최소한 착한 사람인지 아닌지는? 그래서일까? 옛날에 우리나라에는 이런 노래도 있었다. 아마도 50대 이하는 낯설 것이다.

눈으로 말해요, 
살짜기 말해요
남들이 알지 못하도록 눈으로 말해요
사랑은 눈으로, 눈으로 한데요
남들이 알까, 부끄러워, 눈으로 한데요
사랑은 눈으로, 눈으로 한데요
진실한 사랑은 눈을 보면 안데요
그 검은 두 눈은 거짓말을 안해요
눈으로 말해요, 살짜기 말해요
남들이 알지 못하도록 눈으로 말해요

- ‘ 눈으로’, 권태수

 

(깟깟 오지마을 가게. 촬영=윤재훈 기자)<br>
(패티병 줍은 여인. 촬영=윤재훈 기자)

몽골에서 그다음으로 많은 곳은 버스정류장이다. 10월, 첫눈이 내리기 며칠 전이었을 것이다. 버스 정류장 옆을 지나가다가 이상한 낌새에 뒤를 돌아보니 앞에 가방을 맨 청년이 막 내 주머니에서 휴대폰 두 개를 빼내 자기의 가방에 넣으려는 찰나였다. 나는 엉겹결에 그의 손에서 폰을 빼앗았다. 그도 약간, 놀란 듯했으며, 마치 재수 없는 사람을 만났다는 듯, 아무렇지도 않는 표정을 짓고 걸어갔다. 마치 똥, 밟았다는 표정이었을까? 몇 번을 계속 당하고 나니 시장이나 정류장에 서 있는 사람들, 10중에 한 명은 소매치기로 보이기까지 했다.

그 옛날 외국인 관광객들도 한국에 오면 남대문, 동대문 시장을 조심하라고 했을 것이다. 붐비는 버스 안도. 그런데 이 나라에 한국인들의 가게가 특히 많다. 휴대폰 샵, 술집, 소규모 슈퍼, 게스트하우스, 여기에 식당이 많다. 만약 몽골을 여행하고 싶다면 ‘몽랑’님이 운영하는 ‘몽골 카페’에 들어가 도움을 받으면 좋다. 왜냐하면 아주 친절하신 분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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