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중년직업탐구] 방역관리사...코로나 의병 ‘방역맨’은 전쟁이 끝나도 귀환하지 않는다
[신중년직업탐구] 방역관리사...코로나 의병 ‘방역맨’은 전쟁이 끝나도 귀환하지 않는다
  • 고석배 기자
  • 승인 2022.08.29 01:0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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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모작뉴스 고석배기자] 고대 로마 병정들은 동방 정벌을 나서며 금의환향 해 다시 돌아올 것을 약속했다. 그리고 그들은 승전군이 되었다. 그러나 다시 다뉴브강을 건너 돌아가지 않았다. 그곳에는 사랑에 빠진 여인과 아름다운 자연이 있었다. 무엇보다 금광이 있었다. 실제 루마니아의 건국 스토리다. 루마니아인은 전쟁을 마치고 돌아가지 않은 로마군의 후손들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코로나와의 전쟁 

코로나와의 전쟁이 끝나간다. 전선의 최일선에는 방역관리사라는 병사들이 있었다. 갑자기 예고도 없이 침략한 코로나군에 맞서기 위해서는 병력이 너무도 부족했다. 단 이틀의 훈련만을 받고 총을 지급받아 전장에 투입되었다. ‘바이러스 방역’이라는 방아쇠만 당길 줄 알면 되었다.

‘방역맨’이라는 의병도 생겼다. 이들은 갑작스러운 코로나의 침략으로 인해 일과 직장을 잃은 이벤트 업계 종사자들이었다. 그렇기에 누구보다 코로나군에 대한 적개심이 강했다. 이들은 남들이 꺼리는 토요일과 일요일에 벌어지는 전투에 특히 강했다. 이벤트 일을 하면서 주말과 휴일에 일하는 게 일상이었기에 오히려 더 신나게 싸웠다.

(사진=한국방역협동조합 제공)

코로나 특별방역은 방역의 일부분

 방역과 방제는 같으면서도 다른 말이다. 그리고 코로나 방역은 넓은 방역의 분야 중 일부다. 그래서 특별방역으로 분류된다. 코로나 특별방역은 바이러스와의 싸움중 하나이다. 바이러스에 특정한 약품과 기계로 매뉴얼대로 시행하면 큰 어려움은 없다. 그렇다고 쉬운 일만은 아니다. 약제를 너무 적게나 많이 쓰면 안 된다. 게다가 기본적으로 육체노동이다.

코로나 특별방역만 하는 방역관리사는 개미, 바퀴벌레 등 방충이나 쥐잡기 등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같은 방역이지만 원리와 방법이 다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배운 적이 없다. 코로나 바이러스 방역은 단기 교육으로 가능하지만, 해충방제는 오랫동안 도제식 교육으로 진행되어와 제대로 배우기가 쉽지 않다. 

(학교 교실 방역. 사진=한국방역협동조합 제공)

5만 원의 눈물 

지난해까지 코로나 특별방역관리사들은 하루에 5-6 군데 이상을 다니며 쉴 틈이 없었다. 어떤 때는 파주 공장에서 새벽 1시에 일을 마치고 새벽 4시까지 용인 스튜디오를 가야 했다. 우연한 기회에 방역 기술을 배운 ‘방역맨’ 1호 우종대 씨는 처음 방역 현장에 나간 날의 느낌을 잊지 못하고 있다.

한번 방역이 끝나고 5만 원을 받는데 눈물이 핑 돌더군요. 너무 힘들고 적게 받아서가 아니어요. 사실 하루 이벤트 나가면 뒤에 0이 하나가 더 붙었지만, 오랫동안 일이 없어 수익이 제로였습니다. 내가 아직 노동할 수 있다는 게 너무 기뻤나 봐요. 무기력한 생활에서 벗어나 다시 삶에 자신이 붙게 되었습니다.

- 방역맨 1호 우종대

방역맨 1호 우종대 씨는 처음엔 이벤트 의뢰가 갑자기 끊기자 이벤트 현장을 서비스로 방역해주면 오더가 올 거라는 생각에 처음 방역기술을 배웠다. 교육을 받고 운영하던 이벤트 회사에 소독업을 추가했다. 그런데 거래처로부터 이벤트 의뢰는 거의 들어오지 않고 오히려 방역을 해달라는 연락이 오기 시작했다.

(방역맨 1호 우종대. 촬영=고석배 기자)

방역관리사 되는 법 

소독사업을 하려면 대표자와 종사자가 자격증을 갖고 있어야 한다. 엄밀히 말하면 자격증이 아니라 법정이수증이다. 법정교육은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 55조와 같은 법 시행규칙 제 41조 규정에 따라, 질병관리청 승인 아래 실시되고 있다. 교육은 한국방역협회에서 받을 수 있다.

하루 8시간 교육을 2일간 받으면 된다. 총 16시간을 이수하면 시험 없이 이수증이 발급된다. 수강료는 2022년 현재 9만 원이다. 교육내용은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감염병 관리 정책, 해충의 생태 및 방제방법, 쥐의 생태 및 구제방법, 미생물의 기초 및 살균소독, 소독약품의 종류 및 사용방법, 소독장비의 종류 및 사용방법, 방역소독 안전 관리, 소독실무 등이다. 학력이나 연령, 성별의 제한이 없기에 마음만 먹으면 방역관리사는 누구나 될 수 있다.

(급식소 방역. 사진=한국방역협동조합 제공)

문턱이 낮다? 

방역관리사는 문턱이 낮다. 문턱이 낮다는 것은 경쟁이 심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하지만 경쟁도 심하지 않다. 방역관리사는 원래 기피 직업이었기 때문이다. 상대해야 할 쥐, 바퀴벌레, 파리, 모기, 진드기가 일반적으로 호감을 주지는 않는다. 수익을 떠나 명함을 내밀 수 있는 자랑스러운 직업은 아니었다.

그런데 방역사업에 대기업이 뛰어들어 큰 성공을 거두었다. 이제는 누구나 알고 있는 기업인 세0코다. 처음엔 쥐를 잡아주면서 큰 기업이다. 대기업의 안정적 취업이 보장되며 젊은 사람도 방역기술을 배우기 시작했다. 기존 지역의 방역사업자들은 대기업에서 영업력이 밀렸다. 그래도 기술력이 더 뛰어나기에 대기업에서 해결 못하면 그들이 나섰다. 기업 중심으로 시장이 단일화되는 과정 중에 코로나가 닥쳤다.

(행사장 방역. 사진=한국방역협동조합 제공)

방역맨, 상생의 번호를 받다 

방역맨 1호 우종대 씨는 코로나가 잠시 스쳐 가는 현상이라고 생각했다. 언젠가 본업으로 돌아갈 거로 생각했기에 일단 주변에 이벤트를 했던 사람들에게 이 일을 추천했다. 대가 없이 기술을 가르쳐주었다. 한솥밥 먹던 식구들이 잠시 엠티 왔다고 생각하며 한명 두명 모여들었다. 어차피 그들도 수익이 제로였다. 직원이나 프랜차이즈 개념이 아니기에 2호, 3호, 4호로 합류하는 순서대로 ‘방역맨’ 번호를 부여했다.

나중에는 이벤트 관련 업계 사람뿐 아니라 그 주변의 지인들도 인연으로 연결되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급기야 방역맨 150호를 넘어섰다. 전라도에도 경상도에도 심지어 제주도에도 방역맨이 생겼다. 프랜차이즈도 지사도 아니었다. 업무의 특성상 한계 이동 거리가 있기 때문에 서로 연락이 오면 일을 나누었다. 같은 지역에 있어도 일이 몰려들어 감당 할 수 없으면 같은 방역맨에게 일을 양보했다. 방역맨은 서로가 윈윈하는 상생의 구조를 지향했다.

(방역 게이트. 사진=한국방역협동조합 제공)

방역맨, 의병으로 조직되다

방역맨들의 전 직업은 다양했다. 대기업 임원을 했던 사람도 있었고 홈페이지 전문 디자이너도 있었다. 협동조합 전문가도 있었고 마케팅전문가도 있었다. 서로 다른 각자가 힘을 합쳐 시너지를 냈다. ‘한국방역협동조합’이라는 협동조합도 만들었다. 이벤트 관계자들의 동호회 모임 같던 방역맨의 조직이 체계화되기 시작했다. 이 단계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한 사람은 방역맨 39호다.

코로나가 한창 진행되면서 주로 방송이나 광고 촬영 현장을 방역하던 ‘방역맨’은 전국적으로 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코로나 특수로 고자세였던 대기업 방역회사에 비해 섬세한 맞춤형 서비스로 차츰 거래처의 인정을 받았다. 대기업을 제치고 큰 컨퍼런스 행사의 오더를 받기도 했다. 코로나가 수그러들면서 시장도 많이 위축되었다. 그나마 방역맨은 거래처의 인정을 받으며 신뢰 관계를 구축해 일거리는 끊이지 않고 ‘안전관리’ 등 새로운 영역의 일까지 제안받고 있다.

(방역맨 로고. 촬영=고석배 기자)

귀환을 거부한 승전병  

현재 150호까지 나간 방역맨 중 활동하는 방역맨은 30명 정도이다. 5분의 1 정도가 남았다. 중간에 힘들어 포기한 사람도 있고 코로나가 잦아들며 자신의 본업으로 돌아간 경우도 있다. 최후에 남은 5분의 1은 패잔병이 아니다. 코로나와 맞닥트려 이 사회의 방역 현장을 지켜낸 승전병이다. 다만 로마의 군사처럼 정복지에서 사랑에 빠져 고향으로 돌아가지 않을 뿐이다.

로마의 병사들은 원정지에서 사랑하는 여인과 가정을 꾸리며 살기 위해 창과 방패 대신 삽과 쟁기를 들어야 했다. 코로나 특수로 생겨난 ‘방역맨’은 더 이상 바이러스 특별방역만으로는 생존할 수 없다. 그래서 방역관리사 원래의 해충방제 일을 체계적으로 학습하고 사업화를 준비하고 있다. 또한 ‘냄새 제거’의 영역까지 확대해 최근 수요가 늘어나는 악취제거 사업의 준비도 이미 마쳤다.

(방역맨. 사진=한국방역협동조합 제공)

방역관리사의 현주소 

방역관리사가 되는 문턱은 낮다. 대리운전기사처럼 일정 교육을 받으면 된다. 몇 년을 공부해야 하는 전문자격증에 비해 신속히 일자리에 접근할 수 있다. 고학력과 경력을 요구하지도 않는다. 다만 방역관리사의 기술의 문턱은 높다, 젊은 사람들이야 방역업체에 취업하면 기술을 교육 받겠지만 마땅히 기술을 배울 곳이 없다. 그렇다고 자격증 제도가 아니기에 방역관리사 교육이수증으로는 할 수 있는 게 없다.

방역은 이론보다도 실전을 익혀야 한다. 특히 방역업 취업을 원하는 중년들이 막상 실전을 익히기 위해서는 실습의 통로가 필요하다. ‘방역맨’은 그 통로를 준비하고 있다. 그리고 그들에게 대등하게 방역맨 번호를 부여할 것이다. 새로 번호를 부여받는 방역맨의 무기는 과거 방역맨의 무기와 다르다. 바이러스 퇴치 기술 외에 해충 방제와 쥐, 바퀴벌레 퇴치 그리고 악취제거 기술까지 장착된다.

(냄새제거기. 촬영=고석배 기자)

방역관리사 비전

코로나 사태를 겪으며 코로나가 완전 사라지더라도 방역 사업은 더 강화될 조짐이다. 국가와 각종 기관과 지자체에서 방역에 대해 소중함을 깨닫고 예산을 늘리고 있다. 방역맨 39호는 방역관리사 방역맨에 대해 비전 있는 블루오션이라고 말한다.

코로나가 끝나가니 다시 새로운 일을 찾으라는 얘기를 많이 들어요. 그런데 모르는 소리입니다. 방역이 중요해지면서 앞으로 수요는 더 넓어지고 기대치도 다양화되며 높아질 겁니다. 이미 쭉정이와 알맹이는 가려지고 있습니다. 이제 코로나 특수로 반짝 아르바이트가 아닌 전문 방역사로서 기술을 더 익힌다면 괜찮은 블루오션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과거처럼 큰돈은 못 법니다. 그래도 꾸준한 평생직업은 될 겁니다. 방역 노하우는 시간이 지나고 나이를 먹을수록 쌓이는 기술이니까요.

- 방역맨 39호 김0천 

방역업을 잠시 피해 가는 빗줄기로 여겼던 방역맨 1호 우종대 씨도 요즘 가끔 요청 받는 이벤트일을 하고는 있지만 이전과는 완전히 다르다. 그리고 방역맨 사업의 큰 포부를 밝혔다.

제대로 된 방역협동조합 사업을 해보고 싶어요. 기술은 자신 있습니다. 이미 기술교육 전문인력도 확보했고요. 문제는 대기업과 상대할 힘입니다. 상부상조의 정신으로 서로 연대한다면 그것처럼 강한 힘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대기업은 홈페이지가 하나이지만 우리 방역맨들은 개개인의 블로그만 합쳐도 얼마나 많겠습니까?

- 방역맨 1호 우종대

(방역맨 사무실. 촬영=고석배 기자)

방역맨의 번호는 계속된다

방역맨 1호의 딸도 방역맨이다. 1-1호가 아니라 19호다. 한번 방역맨은 영원한 방역맨이기에 결번을 메꾸지 않는다. 승전병이든 패잔병이든 어떤 이유로 결번이 됐어도 영구결번시킨다. 존재는 소중하기 때문이다.

방역관리사는 신직업이 아니다. 오래전부터 집에 쥐가 나타나고 개미가 극성이면 동네의 소문난 어르신을 찾아갔다. 그 노인은 집 모양만 보고 쥐가 가는 길을 알고 개미가 들어오는 구멍을 알았다. 방역관리사는 오랫동안 구전으로 내려온 도제식 기술의 구직업이었다. 방역맨은 그 기술을 업그레이드하고 시스템화하여 신직업으로 만들고 있다. 미래가 창창한 중장년들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기술을 열어놓고, 새로운 의병을 기다리고 있다.

(방역맨 사무실. 촬영=고석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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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헌경 2022-09-02 22:51:15
진정성 1호는 진정성 그자체 화이팅!!